에필로그, 2013년 1월 10일, 비

브릴러는 종이를 부여잡고 한참을 그렇게 흐느꼈다. 눈물은 볼을 타고 그의 수염을 적셨다. 그는 지금,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하고 힘겨운 이별을 하고 말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하염없이 울고 또 후회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박사는 그저 그 자리에 망연히 서서 계속 미안하다고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물론 그가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우주가 문서로 완전히 압축되기 직전ㅡ 즉, 001-O 우주가 현재의 우주와 가장 가까이서 존재할 때 열쇠를 작동시켰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 그 장소가 아니었다면 그 또한 어차피 그 우주 안에서 맴돌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그의 죄책감을 풀어 주는데 아무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었다.

다인 박사는 가만히 옆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지금 그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그녀로선 짐작도 할 수 없을 것이지만, 이 참혹한 진실을 마주한 남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는 그를 달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브릴러는 조심스레 종이를 내려놓고 많은 글자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흘러넘친 눈물을 닦는 것도 잊은 채, 그는 그렇게 옛 친구들과 때늦은 작별 인사를 하려 했다. 그의 손은 중간 중간 멈추고 떨면서 문서의 마지막 한 글자까지 모두 쓰다듬었다. 그러나, 어떻게 그들이 그런 손짓만으로 브릴러의 마음에서 떠날 수 있을까. 박사는 한참을 더 손을 떼지 못하다가, 기록 보관소가 닫을 시간까지 종이 위의 이름들을 되뇌었다.
 


 
"그럼… 이제 전 어떻게 되는 겁니까?"

겨우 눈물을 훔친 브릴러가 다인 박사에게 물었다. 다인 박사는 휴대 전화를 확인하고는 대답했다.

"방금 O5의 회의가 끝났습니다. 당신의 옛 등급은 인정되지 않고, 임시 인원으로 채용될 겁니다."

물론 본인의 의사가 중요하겠지만, 이라고 다인 박사는 덧붙였다. 브릴러 박사는 고개를 끄덕여 수긍의 뜻을 나타냈다.

우주의 마지막 행운을 거머쥐었지만 누구보다도 많은 이별을 겪게 되어버린 이 남자는 그렇게 마음을 가다듬고 다인 박사의 뒤를 따라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잠시 생각했다. 그에게 죄는 없었지만 그는 속죄를 하고 싶었다. 바꿀 수 있는 과거는 없지만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헌신할 재단과 우주는 사라져버렸지만 그에겐 자신을 찾을 곳이 필요했다.

브릴러가 다인에게 말을 건다.

"저기, 박사님."

"네, 뭐죠?"

"정식 인원이 되려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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