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벨 열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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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벨 하나.

어느날 악단이 마을을 찾아왔다. 음악과는 거리가 먼 나지만, 그 날의 음악은, 달콤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자리에 버려진 카우벨 하나. 그 망가진 카우벨이 나를 여기로 이끌었다.

이 카우벨은 너무 오래, 너무 세게 두드린 것인지 움푹 찌그러져 있고, 얼마나 오래 연주한 것인지 칠도 흉하게 벗겨져 있었다. 내가 왜 그 카우벨을 주워들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취했던 것이었으리라. 그 때 사탕 껍질의 달콤함처럼, 그 날 그 악단 음악의 달콤함에 취해, 그들의 망가진 악기일지라도 한 번 울려 보고 싶어서.

그 날 밤 그 카우벨을 손으로 두드려본 순간, 나는 다시 음악의 달콤함에 취했다.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빵 한 조각을 들고, 저 숲으로 달려가 카우벨을 두들기며 그 소리에 춤추기 위해 살기 시작했다. 조금 더 다른 소리를 내 보려고, 좀 더 맑은 소리를 내 보려고, 좀 더 큰 소리를 내 보려고 더 울리게 내 보려고 두드리면서.

그리고 우리 마을에 악단이 다시 찾아왔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그를 만났다.
메이

메이와 악단들이 함께했던 시절은 꿈 같은 나날이었다. 말 그대로 "꿈속여행" 같은

우리가가 모여서 벨로디를 만들고, 모두가 모여서 하나의 아름드리 나무를 만들던 그날은, 정말로 영원을 약속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꿈에서 깨어나게 되고, 언젠가는 여행도 끝이 난다.


카우벨 둘.

여행이 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여기저기 떠돌던 우리도, 이따끔씩은 한 곳에 머물며 악기를 손질하고, 음식도 사 오고 하니까.

꿈에 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내 악몽을 끝내주는 메이의 품 속은 정말 따뜻했으니까

그러나, 소중한 사람과의 시간도 끝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고, 알아차렸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주위 모든 곳에서 메이가 보였으니까.

내 이름도, 내 카우벨도, 내 꿈속여행 잎도, 내 떡갈나무도. 그 모든 순간들에 메이가 있었다.

내 손에 들린 악보, 더 이상 들리지 않는 트럼펫의 빈자리, 처음 손에 쥐어 본 말렛까지.

다른 사람과 살아가는 방법들, 인사법들, 처음 만나본 다른 가지 사람들.

타인의 온기, 함께 웃는 웃음소리, 실수 이후 용서들.

이 모든 곳에서, 메이가 보였다.

더 이상 볼 수 없을 텐데.

이대로 지나가 버린다면 영영 잃어버릴까봐, 잃어버리고,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나는 그 자리에 멈춰버렸다.

이 모든 것이 즐거웠지만, 즐거운 만큼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한 발, 두발씩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른 단원들은, 나를 붙잡으려 했지만, 결국은 놓아주었다. 그들의 부탁으로, 조언으로, 독립된 "잎"으로 활동하는 편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돌아온다면, 언제든 돌아오라고 말하는 소리는 듣고 흘려버렸다. 그들이 나에거 "내 잎"의 이름을 물었고, 나는 딱다구리라고 답했다. 내 카우벨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딱다구리가 나무를 쪼아내는 것 같은 둔탁한 소리로만 들렸으니까.

잎에서도 나오고, 정말, 혼자가 된 내 모습은, 내 오랜 악몽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외로움에서 도망치기 위해 카우벨에 매달렸다. 처음 들은 음악, 매일밤 숲에서 연주한 카우벨, 제이콥과 캐시, 한, 그리고 메이의 음악을 이 카우벨로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내 카우벨 소리는 너무 작고, 힘이 없고, 그때만큼 아름답게 울리지가 않았다.

그렇게 카우벨만을 두드리며, 걷고 또 걸었다. 바람도 없고, 풀벌래도 새도 울지 않는 적막, 그 적막을 깨는 것이라고는 내 카우벨 소리밖에 없었다. 음악이라기에는 단조롭고, 너무나도 탁한, 외로운 소리.

해는 굼벵이처럼 기어서 저 너머로 져 버렸다. 숲 안쪽으로 약간 걸어 들어가, 적당한 야영지를 찾았다. 꿈속여행 잎에 있었을 때에는, 잎의 모든 사람들이 다 눕고 쉬고 둘러앉을 수 있는 자리를 찾는 것이 일이었다. 단원 중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따라 여행할 때는, 점심을 먹은 후부터 다음 야영지 터를 찾아 한 나절 꼬박 돌아다녔지만, 혼자가 된 지금 나무 둘 사이 약간 누울 공간, 그게 딱다구리 잎의 유일한 단원이자 단장인 나에게 필요한 전부였기에, 참 쉽구나 싶으면서도, 쓸쓸함이 몰려왔다.

그렇게 숲길 옆 작은 공간에서 짐을 풀고, 챙겨온 스토브에 불을 붙였다. 가지고 온 짐을 풀어 모나가 알려줬던 대로 수프를 끓였다. 단원이 하나인지라, 그릇은 금새 비었고, 밤의 숲은 너무 조용했다. 언제나 시끄러웠던 저녁시간, 캐시와 서로, 아직도 다 흘리고 먹냐고 놀리던 순간, 식사를 끝낸 단원들이 오늘도 맛잇는 식사에 기분이 좋다며 누군가는 노래를 부르면서, 그 노래에 맞춰 악기를 치면서 웃고 떠들던 그 식사 시간과는 달리, 지금은 내 수저 소리, 유난히 크게 들리는 풀벌레 소리 그뿐이었다. 그 공허함을 견딜 수가 없어서, 대충 정리하고는 침낭을 펴고 들어갔다.

침낭에 누우려는 순간, 뭔가 묵직한 무언가가 내 발에 걸렸다. 놀라서 튕기듯 일어났다.

침낭 안에는 새 카우벨 하나와 엽서 카드가 놓여있었다. 캐시의 카드. 메이에 대해서 유감이라고, 나도 그 사실이 힘들다고 하는. 언제든 돌아오라는. 그리고 카우벨을 숨겨대던 어린 날에 대한 사과와, 지금 숨긴 카우벨은 그 사과의 예외라는, 선물 잘 사용해 달라는, 어딘가 글자가 번져있는 편지.

캐시의 새 카우벨을 두드려보다가, 내 원래 카우벨을 가져왔다. 두 개의 카우벨을 같이 두들기기 시작했다. 두 개의 카우벨 소리가 섞이자 좀 덜 외롭게 들렸다.

어두운 밤 하늘 아래에서 연주하는 두 개의 카우벨.


카우벨 셋.

두 개의 카우벨을 두드리면서 유랑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메이와 함께 나에게서 떠나가고 있었다. 이 카우벨만을 남기고.

카우벨마저 놓친다면, 정말로 모든 것을 잃을 것만 같아서.

매일같이 두들기는 카우벨은, 그래도, 뭔가의 음악이긴 하다, 고 생각했다. 조금 더 다른 소리를 낸다면, 그래도.

아직 관객들은 뜸뜸히 모였고, 카우벨 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쳐 주며, 빵 한 조각은 살 수 잇을 정도의 푼돈을 주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빵을 씹어 삼키면서 꿈속여행 잎이 남겨준 봉투를 꺼냈다. 이대로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연주하고, 적당히 숲을 찾아 야영하고. 그렇게 잘만 쓴다면, 한동안은 괜찮으려나.

괜찮아 보였다, 아직까지는. 벨에게는 카우벨밖에 남은 게 없으니까.

그리고는 조금 큰 마을에 갔다. 다같이 가 본 적이 있던 마을이었다. 메이가 말렛을 사서 쥐어준 그 악기점에서 카우벨을 하나 더 샀다. 말렛을 사던 날 악기점 주인은 메이를 알고 있었는지 반갑게 인사했었지. 메이는 나를 주인에게 인사시켰었고. 말렛만 사고 카우벨이나 다른 악기는 사지 않냐고 물어본 악기점 주인은 이미 카우벨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내 손에 들린 카우벨을 보고는, 그럼 악기를 손질해주겠다고 했었다. 그러고 내 카우벨을 확인한 그 주인은 이 카우벨이 정말 좋은 소리를 낸다고 감탄했었지.

처음 내 손으로 사는 악기는 생각했던 것 보다는 비쌌다. 악기점 주인은 나를 알아보았다. 메이에 대해 묻더니, 애도의 말을 건네고는 들고 다니던 카우벨 두 개를 공짜로 손질해주었다. 손질은 꽤 오래 걸렸다.

하늘을 구름이 안개처럼 덮은 날이었다. 이제 세 개의 카우벨을 두드렸다. 세 소리. 처음 악보와 음악 이론들을 배우던 순간을 떠올렸다 화음도 기본이 세 음이니, 이 세 개의 소리도 음악이려나. 세 개의 소리가 하나로 울린다면 좋을 텐데.

캐시와 내가 싸우면 제이콥이 와 화해의 합주를 하게 했던 그 순간처럼.

그 때 캐시가 어떤 음을 냈더라. 제이콥의 소리는 어땠지. 내 소리는.

그 때를 떠올리면서 세 카우벨을 두드렸다.


카우벨 다섯.

혼자 떠도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직은 떡갈나무 소속이고, 독립한 잎으로 되어 있기에, 나무에서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끝까지 도와주던 꿈속여행 사람들이 신경쓰였다.

마을만이 세상의 전부였던 나에게 해 준 한의 말을 아직 기억한다. 이 세상은 아주 아주 크다고 했었지. 그 말에 놀라고 압도당했던 나에게 해 준 메이의 말을 기억한다. 그렇게 큰 세상이기에, 우리가 연주할 곳도 여행할 곳도 많다고 했었지.

그러나, 아무도 곁에 없이, 악의 없는 놀림도 그 뒤의 폭소도, 걱정 섞인 잔소리도, 그 뒤의 따스한 포옹도, 언제나 내 연습을 도와주던 사람도, 그 뒤의 애정 어린 격려와 감탄도 없이 떠도는 땅덩어리는

야영을 위한 물자들과 약간의 먹을 것이 든 가방, 그리고 카우벨 셋을 혼자 들고 떠도는 이 땅덩어리는, 너무나도 넓었고, 나는 그 가운데 혼자였다.

세상만이 아니라, 내 소리도 마찬가지였다. 아직 내 귀에는 매일 식사 후에, 각 마을 광장 모여든 사람들 가운데에서, 제이콥과 캐시와 모여서 우리가 합주하던 음악들이 선하고, 그 떡갈나무의 날에 들은 그 음악이 내 심장에 가득한데, 지금 드문 드문 모인 사람들 가운데서 두들기는 내 세 개의 카우벨 소리는 너무나도 작았다. 크게 울리는 소리이지만, 그 무엇도 채우지 못하는 소리였다.

이틀을 꼬박 공연하고, 빵 한 조각을 씹었다. 계속 떠돌 수 있을까 고민이 들었다. 간만에, 큰 가지에 소식을 전했다.

얼마 뒤 극단에서 보태주는 돈이 있었다. 덕분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 돈을 들고 처음 가는 음악점에 들어갔다. 두 개의 카우벨을 더 구했다.

다섯 개의 카우벨에서 나는 다섯 개의 소리. 한이 그랬었나, 세상에는 다섯 가지 방향이 있다고. 동 서 남 북, 그리고 바로 지금, 여기라고. 모든 음악이, 모든 소리가, 모든 희노애락이 일어나는 방향이, 바로 지금, 여기라고 했었다.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는 다시 카우벨을 두드렸다. 지금 여기에 메이는 없고, 아직도 음악은 너무 넓고, 이 세상에 비해 나는 너무 작았다.

그저, 카우벨 다섯을 힘껏 두들겼다. 좀 더 음악을 채우기 위해, 세상을 채우기 위해, 내 텅 비어버린 마음 한 귀퉁이를 채우기 위해.

행인 하나가 지나가다 멈춰서고는, 다시 지나가 버렸다.


카우벨 여덟.

꿈에서 깨어났다. 요 몇주, 몇달간 매일같이 꾸는 악몽이었다. 악몽과 생시에서 다른 것은 카우벨 수 뿐이었다. 악몽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혼자고, 똑같이 갈 곳을 잃고 헤메고 있으며, 똑같이 메이가 없었다. 악몽에서 내가 든 카우벨은 낡은 카우벨 하나, 지금은 그새 낡아버린 카우벨 다섯. 떨면서 일어나, 눈물을 닦고, 불을 피우고, 며칠째 텅 비어 있던 위장에 뭔가를 채워 넣었다. 혼자 떠도니 요리는 사치였다. 모나가 가르쳐 준 음식들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카우벨들도 그렇게 싸지만은 않고.

카우벨을 두드리면, 조금 더 심장이 뛰는 기분이었다. 약간 더 살아있는 기분. 그리고, 메이. 메이 생각이 났다. 한 번 두드릴 때 마다, 메이와 지낸 순간들을 떠올렸다. 처음 만나고, 카우벨 치는 법을 배우고, 악보를 배우고. 음계, 라는 것을 처음 배우던 순간. 악보를 처음 배우던 순간, 모두와 합주하는 것의 즐거움.

메이가 악보와 이론들을 가르쳐 줄 때, 처음에는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어색했다. 그러나, 메이가 알려준 대로 연주하면 뭔가 더 즐겁고, 맑은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알려주는 대로 하니, 모두의 소리와 카우벨 소리가 더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 어색한 느낌이지만, 낯선 느낌만은 아니었고, 그 며칠 숲속에서 두드리던 카우벨이 헛 것으로 느껴지기보다는 그 때 그 순간들이 여기까지 이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을 감고, 메이가 가르쳐 준 것, 내게 남은 기억들을 떠올렸다. 키보드에 앉아서, 트럼펫을 불면서 들려주던 음들.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그 여덟 음계. 그것일까, 좀 더 음악다운 음악을 하려면? 내 음악에서 비어있는 건?

세 개의 카우벨을 어떻게든 더 구하였다. 혼자 유랑하는 것의 장점이 이것일까, 입 하나는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 길바닥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 아무도 듣지 않으려 하는 카우벨을 치는 시간은 밤으로 미루고, 잠시 마을에 머물며 일을 하고 돈을 모았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체력도 아쉬웠지만, 카우벨을 놓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는, 카우벨 여덟을 두고 처음 읽었던 악보의 그 음악을 두들겨보기 시작하였다. 카우벨로 그 정도의 음정을 맟줄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리고 메이와 지내던 그 순간은, 그 선율은 또다시 음 사이로 미끄러졌다. 다 붙잡은 줄 알았는데.




카우벨 열 셋.

계속 혼자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고, 밤 늦게 카우벨을 두드렸다. 과거의 기억들. 메이를 기억하면서. 그만둔다면 모두 잊어버리고 사라질 것만 같았다.

두드리는 카우벨은 이제 열 세 개다. 시간을 쪼개 일을 했고, 어떻게든 돈을 모았다. 어딘가 음악에 허전함이 느껴질 것 같으면, 또 다른 카우벨을 가져와 메꾸려 하기를 수차례. 이제는 13개가 되었다. 길가에 버려진 옷걸이로 스탠드를 만들어, 끌고 다니면서 연주하였다.

처음 유랑을 시작할 때는 그래도, 몇몇은 봐 주었다. 메이가 남긴 소리가, 소중했던 소리가 이어진 것 같은 느낌. 그 호응을 들을 때는, 그래도 혼자서, 메이와의 그 순간을 붙잡으면서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내 소리는, 어떤 사람에게도 전해지지 않는다. 카우벨 숫자를 늘린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에 눈 돌리고 있었다.

매일 매일 지나간 시간과, 떠나간 사람들, 이미 지난 지금 여기를 그리워하면서, 그리고 메이를 그리워하며 울면서 잠들고 눈물 닦으머 깨고 습관처럼, 태엽 감는 로봇처럼 떠돌아다니며, 카우벨들을 두들겼다. 그 어떤 소리도 내 마음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음악이 아닌 소리를 내면서, 마을과 마을들을 떠돌았다.

나를 보는 관객도 없다. 쫓아내지 않는 게 다행이지.

어딘가에서는 나를 쫓아내기도 했다.

결국 나는 혼자였고, 혼자이다.

메이가 없는 난.


카우벨 열 두 개.

예술 감독님이 말했다. 내가 연주하는 악기는 더욱 더 발전해간다고. 그러나, 딱다구리로서 떠돌뎐 이 몇 년, 악기들은 단지 낡아갈 뿐이었고, 단 한 번도 우리 모두를 움직이는 음악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오늘, 가을비가 지나간 광장에서 연주할 때. 사람들은 관심 없이 지나가면 다행인것이고 , 몇몇은 눈쌀을 찌푸리며 일행과 소근댔다. 들리지 않아도, 내가 내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것이겠지. 결국 이게 나지. 메이가 없는.

그리고 그 순간, 카우벨 하나가 깨어져 나갔다.


카우벨 열 한 개.

아마, 다 함께 있을 때 악기가 점점 발전하던 건, 내 능력이 아니었던 거야. 누군가 다른사람이겠지 아마 메이. 혼자인 나는 그저 희미해질 뿐이야.


카우벨 열 개.

다 함께 있었을 땐, 카우벨도, 나도 반짝였는데.


카우벨 아홉 개.

카우벨이 많든 적든, 어쨋든 내가 내는 소리는 똑같아. 아무에게도 닿지 않아. 나에게조차.


카우벨 여덟 개.

또 하나 나갔네.


카우벨 일곱 개.

꿈을 꿨어. 메이를 만났어. 꿈에서 깨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카우벨 여섯 개.

좋은 꿈은, 좋은 사람은 끝나는데. 이 악몽은, 나는…….


카우벨 다섯 개.

깨진 건 카우벨일까, 나일까


카우벨 네 개.

오늘 하루도 너무 길어. 그냥 자고 싶어. 그래도, 카우벨을 멈출 수는 없어.


카우벨 세 개.

저번 카우벨은 바로 전 주였는데.


카우벨 두 개.


카우벨 하나.

처음 연주한 카우벨이 딱 이 모양이었지. 홀로 버려지고, 찌그러지고, 칠도 다 긁혀나간.

내 이름도, 카우벨에서 나온 게 벨인데.

이제 연주도 제대로 못하는 나는 누구지.

이런 나는.

난 떡갈나무가 아니야

벨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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