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7년 12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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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라 아주 대박이라니까! 내가 그랬지, 외태양계야말로 우리 뱃놈들에게 딱 맞는 장소라고!"

외부의 관찰자가 보기에, D형 소행성 86235 홀트Holt는 그저 천왕성의 제타 고리의 얼음조각들 사이의 희미한 붉은 얼룩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탐광자의 눈초리를 가진 지영Ji-yeong은 월한의 전직 얼음광부에게서 기대되는 바와 같이 자원을 뽑아낼 수 있는 재주가 있었다. 그녀는 눈 한 번 깜짝 않고 86235 홀트에서 찾을 수 있는 것 — 얼어붙은 물과 유기물이 풍부한 규산염들 — 의 목록도 써내려갈 수 있다. 몇 분 전 그녀가 한 일이 바로 그것이니까.

물론 그래서 거기 정확히 무엇이 있는지 확실히 알기 위해서는 여전히 분광화상장치가 필요했다. 일단은 그녀의 좌안 홍채에 이식된 장치가 그럭저럭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귀중한 뜨는 쓰레기(Precious Flotsam)호의 중앙 선실로 떠내려갔다. 거기선 미하일Mihail이 컴퓨터 단말기 위로 몸을 구부리고, 컴퓨터 화면을 뒤덮고 있는 퍼런색 진단루틴을 스크롤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을 확 잡아당겨 그를 창문들 중 하나로 끌고 갔다.

"저거 보여?" 사이버 손가락이 소행성을 가리켰다. "저 균열 따라서 저거 보이냐고?"

미하일이 명순응을 위해 눈을 깜빡였다.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하는 천왕성의 구름층은 제껴두고 소행성에만 집중하자니, 티끌 같은 자주색 빛 하나가 그에게도 보였다. 그리고 그 빛은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더 있었다. 소행성 전체가 빛의 점박이가 되어 있었다.

"비활성 엑토플라즘이야. 어쩌면 천왕성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 정도로 오래 전에 살았던 지구 밖 생명체의 귀신일 수도 있지. 하지만 저게 우리 눈에 보인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아? 엑토플라즘이 빛을 내려면 전류가 통해야 할텐데 말이야?"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 우두커니 돌덩이를 바라보았다. 지영은 그가 표현을 교정해 주련가 잠깐 기다리다가 곧바로 집어치웠다.

"뭐, 그러니까 이것들은 자체적으로 전기를 발전하고 있는 거지. 변칙적으로. 그뿐이겠어? 예전에 내가 채굴한 적이 있는 소행성들 중 전기발전을 하는 것이 있었는지 보고들을 확인을 해 봤거든. 그 중 대부분은 귀기독립체가 우연히 또는 자연적으로 소행성 안에 봉인된 결과였어." 그녀의 얼굴에 씨익 웃음이 크게 번졌다.

여전히 묵묵부답.

"이건 일생에 한 번 있을까말까한 발견이라고, 미하일! 여기서 못해도 백만 솔은 더 투망질할 수 있다니까! 그래서 일단 동력하고 — 잠깐만, 그러고 보니 이걸로 돈 벌어서 넌 어디 쓰려고 하는데?"

"콘도나 한 채 마련할까. 애시번Ashburn 정거장에다. 뒷골목, 무허가 정거장, 화물운반칸 말고 다른 데서 잘 수만 있다면야…" 그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아."

그녀는 벽을 밀치고 그 반동으로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그쪽에는 귀중한 뜨는 쓰레기호의 위치결정체계를 조작하는 화면, 눈금판, 접선기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녀는 화면들을 흘끗 보았다가 다시 미하일에게 물었다. "진심 뭐가 문제야?"

"오늘이 며칠이지?"

"오늘이 어어어…" 그녀는 말을 멈추고 망막표시장치에 달력을 띄었다. "양력으로 2047년 12월 25일이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눈썹을 치켜떴다. "뭐 어딘가 익숙하긴 한데 딱히 무슨 특별한 점이 있는 날짜 같지는 않은 걸." 그녀의 두 다리가 빈 맥주팩을 걷어찼다. 맥주팩은 선실을 가로질러 비스듬히 날아갔다.

"성탄절."

"아아아아, 맞다. 그거. 지구 명절이던가?"

끄덕.

"아하."

우주선이 너무 조용함을 지영이 깨닫기까지는 잠깐의 순간이 더 걸렸다. 미하일은 말을 하지 않았다. 뜨는 쓰레기호의 궤도는 제타 고리의 석편들을 피하기에 충분히 높이 떠 있었기 때문에 추진기를 켤 필요가 없었다. 보온체계의 구동음만이 선체 안에 웅웅 울렸다.

"내가 물어본 적이 있었나 모르겠는데, 미하일 너 어디 출신이더라?"

"토성 고리 하위헌스 간극에 있는 인베트위너Inbetweener 정거장."

"아니 그 전에는?" 인베트위너 정거장은 너무 최근에 지어졌기에, 미하일처럼 비쩍 마른 20XX년대 세대가 거기서 태어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카터가 운영하는 무허가 정거장에서 아이를 키울 리가 없었다.

"애시번 정거장."

애시번은 2026년에야 재단에서 공중에 공개했다. 가능이야 하겠지만 정답은 아닌 느낌. "그 전에는?"

"…지구."

그러자 지영의 머릿속 모든 것이 맞아떨어졌다. "잠깐 잠만, 그러니까 2041년에 그 작자들이 애시번 정거장으로 실어다 보낸 지구 소개민들 중 하나였다고? 네가?" 그는 창 밖을 뚫어져라 내다보았다. 굳이 대답을 할 필요는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세상에나, 네가 소개 세대인 줄은 전혀 몰랐는걸! 왜 얘기 안 했어?"

"애시번에 살면서 내가 얼마나 두들겨 맞았을지 상상이 돼? 거기 아파트들에 우리가 득시글득시글하니 사람들은 빡이 쳤고, 우리는 우주에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에는 익숙하지가 못했지. 내가 레테 영역으로 방치된 그 지구 출신이라고 밝히면 채용을 거부당한 적도 한두번이어야지."

"아이고, 그럴 수가… 미안하구만."

그가 창 밖을 내다보았다. "나도 미안해. 일이나 해야 하는데. 진단루틴이 정상으로 돌아왔어. 클로들하고 오토마이너들 가동 가능해."

"아니, 괜찮아. 어떤 느낌일지 이해해." 벽에는 다섯 살의 지영이 모친들과 찍은 사진이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모친들이 지영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고, 배경으로는 초기 월한 정착지의 로켓이 그보다 더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난 지구에 대해서 기억이랄 게 거의 없고, 내 엄마들은 명절 같은 거 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하지만 월한으로 나왔다가 그 뒤 레테 사태들 때문에 지구로 돌아가는 게 금지되고서, 엄마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길 그리지 않을 수 없었지. 홀로그램이며 가상현실 같은 걸 사서 고향에 돌아간 것처럼 그랬거든. 그게 결국 고향하고 같을 수는 없지만," 그녀의 손가락들이 사진을 쓸어보았다. "뭐 그래도 그거라도 사서 하셨잖아."

"음냐리. 내 부모님은 탈출을 못 하셨기 때문에 그런 경험은 못 해봤겠지만서도—"

"아 시발, 정말 미안하다."

"걱정 말아. 충분히 오래 되었어."

"그래도."

그가 한숨을 쉬고, 지영과 어느 각도에서도 눈이 마주치지 않을 만큼 크게 고개를 창 쪽으로 돌렸다. 천왕성 대기에서 반사된 빛 때문에 그의 얼굴에 창백한 푸른빛 연무가 끼었다.

"내가 부모님하고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낸 게 2040년 성탄절 때였어. 나는 1년 동안 지구 밖으로 나가게 되었지. 재단에서 굴리는 건설 프로젝트에 고용되었거든. 내 부모님이나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그것 뿐이었어. 그래서 난 향수병 좀 겪는 대신 그 해 닥친 레테 사태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지. 나하고 동료들이 지구에 다시 착륙하자 재단은 우리를 미친 듯이 차단하다군. 그래서 딸랑 1주일 시간만 받아냈어. 재단은 기억상실 가능성, 몇몇 지역의 정부 붕괴 등등 온갖 경고를 해주고 비상사태 시 연락하라고 번호를 줬지."

지영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부모님 집으로 차 몰고 가는 길에 모든 곳이 그냥 다 황무지 같았어. 사람들은 여전히 있었지만, 길바닥에 시체가 굴러다녀도 무시하고, 건물을 유지보수해야 하는 걸 기억하는 사람도 없고, 교량들은 썩어가고, 레테당한 모든 것이 다 그 지경이었지. 부모님 집까지 재단의 검문소들을 다 통과하는 데 꼬박 하루가 걸렸고. 그리고 부모님을 다시 만났을 때, 부모님은 정말, 정말 기뻐하셨지." 그가 가볍게 킬킬댔다. "우린 그동안 무엇을 했고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그만 할 수가 없었지.

"처음 며칠 동안은 그냥 그렇게 행복했어. 레테 사태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모든 게 너무 정상처럼 보였으니까. 그냥 어릴 때하고 똑같다 싶더라고. 동네에 이상한 점도 전혀 없었고, 버려진 건물도 없었고, 이상하게 행동하는 사람도 못 봤어. 그때야말로 가장 안심되던 순간이었지. 그런데… 그 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지. 부모님한테 우주에서 별들을 바라보면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를 했더니 별이란 허상이라는 거야. 별이란 게 존재한다는 걸 믿지를 않으셨어. 성탄절 트리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내가 나무란 게 무엇이었는지 설명하려 하자 거의 기절을 하려 하시더군. 마찬가지로 고양이들도 그분들에겐 이제 ‘낯선 것’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성탄절이 왔지. 부모님은 전화기가 뭔지도 모르면서 전화기를 쌓아 만든 탑에 붉은색과 초록색의 조명을 둘렀어. 바닥에는 텅 빈 선물상자들을 두었는데, 장식으로 놔둔 거래. 그리고 앉아서 한 시간 동안 조명만 바라보았어. 부모님이 성탄 축가의 파편 같은 것을 중얼거리는 걸 들었지. 그러고 나서 부모님은 보통 상태로 돌아갔어.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나는 분위기를 좀 밝게 해 보려고 부모님한테 건설일 하면서 가져온 용접장비 같은 것들을 일종의 기념품으로 선물로 드리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내가 너를 잘못 가르쳤다' 막 이래."

지영이 아까 걷어찼던 맥주팩이 컴퓨터들에 부딛어 미하일 쪽으로 날아왔다. 미하일은 그것을 옆으로 슬쩍 쳐냈다.

"그 뒤로는 별 얘기를 더 안 했어. 1주일이 다 되어서 떠나야 했을 땐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나왔지. 그 직후 소개명령이 떨어졌고." 그는 창문으로부터 아까 지영이 끌어당겨서 떨어졌던 단말기로 돌아갔다. "애시번에 도착한 뒤 내 부모님은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보았는데, 재단 직원 말로, 등록된 소개 대상자에 올라와 있지 않았대."

한숨. "그게 내가 기념하느라 지랄을 한 마지막 성탄절이었지."

지영은 대답할 수 없었다. 무슨 할 말이 있었을까?

그녀는 자기 앞에 놓인 컴퓨터들로 돌아갔다. 레버식 접선기들의 향연과 타자판의 타건음이 울리고, 가장 오래된 궤도상 채굴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RCS가 구동하기 시작했다. 귀중한 뜨는 쓰레기호가 탄도를 조정하면서 추진기의 아음속 반향이 선체를 울렸다. 1분여 뒤 우주선은 86235 홀트와 평행해졌다. 미하일은 자동채굴체계를 붙잡고 열심이었다. 기계팔이 뻗어나갔고, 집게가 표면을 깨뜨리고, 단단히 물었다. 저장탑 문이 열리고, 베르크만-에타 채굴 드론들이 떼를 지어 몰려나왔다. 드론들은 안전망을 펼치고 소행성에 들러붙어 조밀하게 얼어붙은 얼음과 광석을 천공하기 시작했다.

미하일이 자기 컴퓨터에만 시선을 붙박은 동안, 지영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몸을 회전시켜 선실 "지붕"에 붙어 있는 저장고에 다가갔다. 번호식 자물쇠에 비밀번호를 때려넣은 지영이 조심조심히 금고를 열었다.

"야, 미하일?"

그가 돌아보았다.

"내가 오늘 네 기분을 달래기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그녀가 금고 속에서 반투명한 플라스틱 칩을 낚아냈다. "…내가 인베트위너 정거장에 있었을 적에 이걸 노름에서 땄거든. 25만 솔 짜리야." 그녀가 그것을 미하일에게 날리자, 그것을 받아낸 미하일의 눈이 커졌다.

"너… 지금 나한테—"

"너 해. 목성계로 돌아가면 그걸로 콘도 한 채 사라고. 아니면 이 채굴짓 같이 계속 하던가, 너 하고 싶은 대로 달렸어. 그런 일을 겪고 살았으면 이정도는 당연히 누려야지."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선실 끝의 문으로 이동해서 단추를 눌렀다. 금속문이 쉿 쾅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드론을 점검하기 위해 우주복으로 갈아입을 준비가 되었다. "아, 하나 물어보자."

"뭔데?"

"무슨 말을 하지? 사람들이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하는 말 말야."

"여러 가지 있지만, 뭐… 메리 크리스마스? 그걸 물어본 거야?"

"그래. 메리 크리스마스, 미하일."

밖에서는 드론들이 방호용 기적학 인발에서 열을 방출하면서 안전망에 돌무더기를 모아담고 있었고, 제타 고리의 얼음조각들이 떠다녔으며, 천왕성의 하늘이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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