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408-KO-1 개체의 일기
평가: +5+x

부록3: SCP-408-KO-1 개체의 일기

이하 내용은 SCP-408-KO-1 개체 중 하나가 수기로 작성한 일기이다. 대상은 망상장애를 앓고 있어, 전문의와 상담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이전부터 약한 의처증을 보이고 있었다고한다.

10월 20일
아내가 수상하다. 요즘 들어 나를 피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내 직감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항상 누군가와 즐겁게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가도 내가 돌아오면 전화를 끊는다. 뭔가 수상하다. 언젠가 발뺌할 것 같아 이렇게 일기로 남겨둔다.

10월 21일
아내가 빵을 태웠다. 그것도 완전히 숯덩이로 만들어 버렸다. 탄내가 코를 찌르고 이빨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타 있었다. 그럼에도 아내는 뭐가 탔느냐며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 치웠다. 혼자 맛있게 먹으라지.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을 했더니 기운이 없었다. 기분이 상해 밖에서 저녁을 대충 때우고 들어왔다.

10월 22일
우라질. 이제 그 망할년은 나를 대놓고 죽이려고 하고 있다. 내가 샐러드를 좋아하는 것을 이용해서 날 죽이려 들었다. 샐러드에서 뭔가 이상한게 씹히더니 곧 끔찍한 통증이 찾아왔다. 나는 그대로 개수대에 뱉어버렸다. 입 안은 난도질되어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년이 내 샐러드 그릇에 면도칼을 넣은 것이다. 그 년은 발뺌했다. 토해낸 샐러드 조각을 뒤져보아도 면도날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건 숨기면 그만이라는 걸 모를 줄 아는 모양이다. 오늘부로 각방을 쓰고, 아침도 내가 해 먹기로 했다.

10월 24일
근처에 모텔에서 지내고 있다. 어제로는 성이 차지 않은 모양이다. 그 년이 음료수에 제초제를 섞어 놓았다. 병원에 가서 위세척을 몇 차례나 했다. 끔찍했다. 차디 찬 액체가 내 위장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 거렸다. 그런데 의사의 답변이 가관이었다. 위장에서는 어떠한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단다. 분명 그 망할년과 하룻밤 잔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즐거웠나? 남편을 놔두고 그런 혐오스러운 남자에게 엉덩이를 들이대다니. 역겹다. 오늘부로 그 집에서 나오기로 했다. 어차피 그 여자가 나올 일은 없으니 내가 먼저 나올 수 밖에. 방이나 좀 치우고 자야겠다.

10월 25일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다. 그 여자가 사람을 고용했다. 돌아와보니 내 방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모텔 주인에게 CCTV를 확인해 달라고 했으나, 주인은 내 방에 들어 온 사람이 없단다. 단지 내가 들락날락한 게 전부라고 한다. 그럼 내가 그랬다고?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다들 한 패다.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

10월 26일
휴대전화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 여자의 신음소리였다. 대체 내게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다. 나와 이혼해서 위자료라도 얻을 속셈인가본데, 난 한 푼도 줄 수 없다. 그 여자가 먼저 이혼하자는 소리가 나올 때 까지 버티는 수 밖에 없다.
추가로, 누군가 날 따라다니고 있다. 아무래도 내 방을 어지럽힌 그 놈인 것 같다.

10월 30일
유치장에서 며칠을 있다가 간신히 풀려났다. 27일 저녁 쯤, 옆방에서 누군가 낄낄대는 소리가 들리길래 벽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그것은 그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여자는 내 흉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즐거워하고 있었다. 화가 나서 옆 방의 문을 두드렸다. 나온 것은 더럽게 생겨먹은 이탈리아 놈이었다. 분명 그 여자와 바람을 피웠던 그 놈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정당한 복수를 감행했으나, 어째서인지 경찰은 나를 심문했다. 이젠 경찰들 마저 한 패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경찰들 사이에 익숙한 누군가가 섞여있었다. 촌스러운 레인코트를 입고 입에 담배를 문 남자. 대체 거긴 어떻게 나온걸까? 경찰서를 나올 때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11월 2일
젠장, 그 놈은 내게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망할 놈은 모텔 주인의 입을 빌어 내게서 돈을 뜯어내려 했다. 나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얼빵한 모텔 주인은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내 소중한 돈이 그 망할 놈에게 넘어가면, 그 놈은 약간의 수수료를 떼고 그 여자에게 넘기겠지. 안 봐도 비디오다.

11월 3일
그 놈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처음엔 단순히 신경쓰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점점 놈이 두렵다. 방금 전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맞은편 건물에서 놈이 보였다. 그 놈은 항상 같은 차림이었다. 레인코트를 입고,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대체 뭐하는 놈 이지? 그 여자와는 무슨 관계이길래 나를 이토록 쫓아다니는 거지? 그 여자의 걸레같은 그 곳이 그렇게도 마음에 들었나? 오늘은 쉽게 잠에 들 수 없을 것 같다.

11월 5일
약 4시 쯤 부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렸고, 이번에도 아무도 없었다. 노크 소리는 규칙적이고, 차분했다. 동시에 위압감이 있었다. 마치 한 번만 더 두들기게 했다가는 널 죽일거야, 라는 뜻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 버렸다. 총 소리가 들렸고, 내 오른쪽 귀가 날아가 버렸다. 나는 티셔츠로 귀를 감싸메고, 문을 열었다. 당연히 거기엔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왔는데, 누구도 날 믿지 않았다. 내가 망상증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상처까지 증명할 순 없었다. 경찰에게 도움을 받으라곤 하지만, 그 무능한 선생들을 어떻게 믿으라는 건지.
기억났다. 병원에 그 놈이 있었다. 레인코트에 담배.

11월 6일
모텔 주인이 날 내쫓았다. 아직도 자신이 이용당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내가 레인코트를 입은 놈에 대해 아무리 설명해도, 모텔 주인은 이해하지 못했다. 경찰을 부르겠다는 소리가 나왔고, 나는 그 얼빵한 주인의 얼굴에 지폐 몇 장을 던져버리고 나왔다.
이전의 일도 있고 해서 조금 멀리까지 나왔다. 그 모텔에서 차로 3시간이나 걸리는 곳이다. 일부러 길도 뺑뺑 돌아왔다. 다행히 날 쫓아오는 차는 없었다. 레인코트를 입은 그 놈도 여기까지 오진 못하겠지. 오늘은 푹 잘 수 있겠다.

11월 7일
그 놈과 마주쳤다. 놈은 점점 대범해지고 있었다. 가면 갈 수록 나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길 건너편 행인들 사이에 섞여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다. 그렇게 선명한 환상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래도 내가 여기 있다는 게 발각된 모양이다. 대체 어떻게 알아 챈 것인지 모르겠다. 설마 차에 추적기를 붙여놓은 건가? 그러고보니 차에서 삑삑대는 소리가 울린 것 같았는데. 차를 팔아야겠다.

11월 8일
이젠 정말로 미쳐버릴 것 같다. 차는 팔아버렸다. 대신 노선을 뱅뱅 꼬아가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몇 번 씩이나 갈아탔다. 그렇게 해서 이젠 어디 있는건지도 모를 장소에 와 버렸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무심결에 창 밖을 보았다. 거기엔 놈이 있었다. 레인코트에 담배. 반대편 차선에서 차를 타고 있었다. 놈은 검은색 영구차에 타고 있었다. 내가 곧 거기에 타게 될 것이라는 암시가 분명했다. 다소 난동을 피우긴 했지만 버스에서 내려 뛰어다녔다.
그리고 지금은 한 모텔에 와 있다. 알 수 없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목소리를 들리지 않고 누군가의 숨소리만 들렸다. 그 놈의 목소리라고 직감했다. 휴대전화를 던져 박살내버렸다. 대체 어떻게 내가 있는 곳을 알아채는 것인지 모르겠다. 설마 위성감시인가? 내가 그렇게 잘못 한 적 있었나? 잠을 잘 수가 없다.

11월 9일
문을 열기가 두렵다. 먹을거리를 방에 두고 바람도 쐴 겸 방을 나서는데, 복도 끝 모퉁이에서 놈이 보였다. 놈은 여전히 같은 자세로 날 보고 있었다. 놈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무심결에 소리쳤다. 내가 뭘 잘못했어, 내가 뭘 잘못했냐고 이 개자식아, 라고. 방에서 사람들이 나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멍청한 그 사람들은 놈을 보지 않았다. 나를 엉뚱한 곳에 짖기나 하는 개 마냥 쳐다보았다.
이후로 계속 이 방에만 있다. 한 시간에 한 번,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목소리를 보아 모텔 주인이겠지만, 그럴리가 없지. 분명 놈이 흉내를 내거나, 아니면 모텔 주인을 협박한 것이 분명하다. 지금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방에서 조용히 나갈 방법은 없는 걸까? 창 밖? 여긴 6층이다. 최소한 사망이다. 창 밖으로 나가는 건 최대한 미뤄두자. 냉장고에 미리 사 두었던 빵이 조금 있으니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11월 10일
부서진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린다. 미친듯이 발로 밟아대도 울린다. 벨소리는 곧 숨소리로 변했다.

11월 A일
오늘이 몇 월 몇 일 인지 모르겠다. 멍청하게도, 나는 잠들고 말았다. 날짜 개념이 완전히 망가져버렸다. 그 엿같은 모텔 주인은 방에 달력조차 가져다 놓지 않았다. 휴대전화는 완전히 박살나서 쓸 수도 없다. 하루가 지났는지, 이틀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게 아닐까? 배가 고프다 못해 속이 쓰릴 정도라면 한 시간은 아닌 것 같지만.
문 밖에서 숨소리가 들린다. 벨소리가 변해버린 그 숨소리와 비슷하다. 날 내버려둬 제발.

11월 A+1일
더 이상 숨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 남자는 지금 내 방에 있다.

11월 A+2일
손목을 [보이지 않음]버렸다 피 때문에 [보이지 않음]되었다 알 게 뭐야 놈의 [보이지 않음]이제야 기억[보이지 않음]

추가 기록: 일기의 작성자는 11월 12일에 모텔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깨진 거울 조각으로 손목을 그었으며, 흉부를 강하게 쥐어뜯은 흔적이 있었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강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