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4 사건: Part 3: 확전

Part 2: 협상

"같은 악덕사또면 차라리 구관이 명관"

"안녕, 클레프?"

"웬일이야, 드라키?"

"별일은 아니고. 이번 주말에 너네 고양이 좀 빌려가도 될까?"

"빌려가. 왜 하필 맨날 변기통에만 처앉아있는 지저분한 내 고양이를 빌려달라는진 모르겠지만 뭐 괜찮아, 걱정 말고 빌려가. 아마 지금 조시한테 또 배 맞추러 갔으려나. 그 자식 너무 띨빵해서 조시가 발정 냄새 풍기든 말든 아래쪽이 없으면 아래쪽 공략 못한다는 것도 모르니깐."

"감사. 근데 너, 그거 무슨 지랄하려고 꺼내놨어?"

"아. 아까 로렌조 박사가 찾아와서 784랑 발렌타인 박사를 감사 좀 해달라고 공식 요청을 하더라고. 발렌타인이 자꾸 선 넘고 또 격리 절차를 부적절하게 설정했다고. 나보고 브레이크 좀 밟아달라는 거지."

"그 얘기가 그거랑 무슨 상관…"

"아 지금 말하려 그러고 있는데. 내가 말이지, 이 자리로 처음 왔을 때 하루도 안 빠지고 사람들이 나한테 찾아와서 맨날 병신머저리 같은 불평들만 싸지르더라고. 윗사람이 개드립 치거나 휴식시간 뺏기만 해도 여기로 쪼르르 달려와서 징징 빽빽 감사 들어가서 모가지를 날려달래. 그래서 정말 심각한 상황인지 테스트를 시작했다. 테스트 중에 하나가 책상에다 칼 올려둔 다음에 정말 내가 감사를 들어가야겠으면 자기 손가락 하나 자르라고 하는 거야. 칼을 집어들었다 그러면 내가 괜찮아, 하지 마, 그러고."

"…로렌조 그 친구 정말 열렬하게 감사를 기원했나 보네."

"중지를 숭덩 잘라버리고 쳐들어서 내 얼굴에다 집어던지고, 나보고 어머니랑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라고 욕했지. f로 시작하는 단어 많이 써서."

"…개멋지다."

"로렌조는 의무실로 보냈어."

"그래, 그럼 진짜 감사 들어가려고?"

"뭐가 뭔지 알기는 해야겠어."

"내 앞이라고 표현 부드럽게 하는 거야?"

"어디 가서 말은 하지 마, 나도 지킬 이름값이 있지."

"걱정 마. 제랄드 면상 한번 쏴버리면 대번에 "클레프 더 킬러" 타이틀 얻을걸. 거기다 브라이트도 2천 달러 벌고."

"뭐라고?"

"아니야."


"이것 봐봐." 창Chang이 말했다. "나 여기서 온갖 해괴하고 병신같은 상황들은 다 겪었어. 주일학교 나온 애들이 무슨 개같은 바이러스에 다 감염돼서 살기등등 돌연변이 되어가지고 분대자동화기로 싸그리 쓸어버린 적도 있어. 지옥문 너머에서 반짝이는 바다도 본 적 있어…"

"…그 모든 시간들은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 로이발Roybal이 드립을 쳤다.

"닥쳐 봐, 로이." 창이 뇌까렸다.

"닥쳐서 뭐 봐줄까, 새끼야." 로이발이 받아쳤다.

"너네 둘 다 당장 입 안 싸물면 알 두 개씩 짜르고 경단 만들어서 쪄먹어 버릴 거야." 그러면서 타카하시Takahashi는 한숨을 내쉬고는 안대를 매만졌다. 안대는 코소보에서 낙하를 잘못했다가 왼눈에 파편이 박힌 뒤에 따라온 기념품이었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왼눈은 아파오곤 했는데, 바로 지금 지옥같은 아픔이 밀려왔다.

"불공평합니다, 소위님. 안 가지고 계신다고 남의 거 막 잘라가겠다고 그러시는 건…"

"창 병장, 10초 안에 말귀 못 알아처먹으면 진짜로 알까기 집도 들어갈 줄 알아." 타카하시가 말을 끊었다.

"아이 누님…"

"소, 위, 님이라고, 창. 내가 장교지 무슨 주부나 룸살롱 아가씨냐."

"아이 소위님, 그러니까 제 말은 뭐냐면, 소위님, 무슨 병신같은 좀비 나노머신 괴물 뒤치다꺼리나 해주는 지금 상황이 병신같은 일만 하고 산 제 커리어 중에서도 제일 병신같은 짓이다 이런 얘깁니다, 소위님." 창이 말했다.

"그런데?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본부로라도 발령시켜줄까?"

"아, 아닙니다." 창이 입을 합 다물었다. '본부'는 D계급 인원으로 지정된다는 뜻이었다. 기동특무부대 대원 누구한테나 죽음의 입맞춤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냥 뭐 혀 움직이는 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해본 말씀입니다, 소위님."

"그렇게 살아봐, 창. 너 땜에 머리에 총 맞는 기분 들기는 싫으니까."

"조용하십쇼, 철의 썅년 옵니다." 그렇게 빅스Vicks가 말하며 정향담배를 바닥에 떨구고 부츠로 불을 비벼 껐다.

"일동 차렷!" 기동특무부대 델타-9 (파인만의 바보짓) 대원들이 모두 차렷하고, 이사관보 재니스 발렌타인이 브리핑실로 들어왔다. "쉬어." 발렌타인이 말하며 노트북 컴퓨터를 책상에 올려놨다. "아무래도 너네들 빨리 출격해서 잡것들 막 죽이고 싶을 테니까 짧게 갈게. 산도발Sandoval 요원이 크리스탈 동굴에서 움직이는 고위험 바이오모프(biomorph)를 찾았다고 보고했어. 그놈을 격리하러 784가 파견됐지. 너네 임무는 작전 중 지역으로 784를 따라가서 필요하다는 대로 지원해 주는 거야. 그게 끝. 질문 있는 사람?"

"아, 저요." 창이 손을 들며 말았다. "바이오모프란 게 무슨 소립니까?"

"괴물이란 뜻이겠지, 등신아. 존나 개크고 질퍽한 괴물." 홉킨스Hopkins의 한숨.

"지랄하네 개새끼가. 어르신한테 질문 좀 처하자고." 창이 딱딱거렸다.

"음경 빨아 똘추야."

"우리 다정한 어르신한테 질문 좀 처하겠습니다." 빅스가 손을 휙 들어올리며 말했다. "저희한테 무슨 지도라든가, 표적 관련 정보라든가, 지원이나 임무 목적 같은 건 개미 똥꾸멍만큼도 안 가르쳐주시는 겁니까?"

"알아야 될 정보는 784한테 다 가르쳐줬어." 발렌타인이 내뱉었다.

"어떻게 임무 정보가 싸그리 스킵 새끼한테 다 간 겁니까? 우리한테 안 오고요?" 창의 볼멘소리였다.

"그야 너네는 알아야 할 정보 같은 거 없으니까. 그리고 재단에 현장 파견 SCP한테 특무부대 지원 꼭 붙이라고 규정이 있으니까 내가 지금 이러지, 없었으면 너네 같은 바보들은 내가 진작 심판의 날까지 화장실 청소나 시킬 거거든!" 발렌타인의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 씨발년이 지금 무슨 소리…"

"창, 차렷!" 타카하시가 소리쳤다.

"가만 있어 봐요 소위님, 이 미친년이 지금…"

"너 지금 공개 항명이야, 창 병장!" 타카하시가 더 크게 소리쳤다. "빨리, 차렷!"

방 안에 아무 말도 없었다. "창이랑 빅스만 빼고 다 10분 내로 장비 챙겨서 격납고 가서 대기해. 빅스 이병, 창 병장… 아니 창 상병은 체육복으로 환복하고 784 격리실로 가서 보고한다. 임무 시간 동안 거기서 격리실 청소하고 있는다. 그래고 두 사람, 아주 자세하게, 자기를 돌아보는 심정으로, '반항'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 시간 동안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해산."

"아니 소위님…"

"해산!" 다시 외치는 소리. 델타-9 대원 나머지 6명은 방을 줄지어 나섰다.

"애들이 기강이 말이 아니네." 발렌타인이 한 마디를 꺼냈다. 그리고 서류를 다시 마닐라 봉투에다 집어넣었다. "여자가 대장 하는 기동특무부대한테 기대를 너무 많이 하면 안되겠구나."

"이사관보님,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직접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타카하시가 응수했다.

"뭐래니. 고함 빽빽 지르고 명령이나 내리고 하는 건 남자들이나 하는 거야. 여자의 리더십은 좀더 미묘한, 우아한 데서 나온다구. 그래도 뭐, 둘 다 아닌 여자라고 할 거 같으면 그냥 팔자대로 살아야지." 발렌타인이 노트북을 탁 닫았다. "소위 씨, 크고 아름다운 물건 막 만지고 총 탕탕 쏘고 하면 진짜를 모르는 자기 인생이 덜 처량해지고 그런 거야?"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그럼 이만 실례." 타카하시가 발을 딱 붙이고 발렌타인에게 90도로 인사한 다음, 바로 발을 돌려 뻣뻣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었다.

"하아, 이 썅년 봐라." 발렌타인의 한숨.


"진짜 그 썅년 좀 보십쇼." 빅스가 투덜거렸다. 그리고 양동이에 대걸레를 푹 찍고 퍽퍽 물을 묻혔다. "하아, 그새끼 모가지에다가 손만 갔으면 바로 목 졸라서 눈 튀어나올 때까지…"

"입 닥쳐, 빅스. 다 너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 창이 칫솔을 들고 타일 그라우트를 가까이 살폈다. "에유, 이런 짓이나 하는 나도 공무원이구나."

"소위님이 왜 그 개 같은 년 안 잡아족치는지 모르겠습니다. 난 진짜 돈 주고 볼 수 있으면 본다." 빅스가 대걸레에 몸을 기댔다. "특히 둘 다 란제리룩에다 진창통 안에 들어가는 상황이면."

"뭐야, 스카페이스 아지매가 너네 엄마만큼 나이 처먹은 썅년하고 진흙탕에서 몸의 대화 나누는 게 보고 싶어? 너 진짜 머리 홰까닥 돌았냐, 빅스?"

"아휴 병장님, 솔직히 안 그렇습니까. 스카페이스는 아지매치고 몸매 되게 좋고, 철의 썅년은 되게 섹시한 할마시 아닙니까. 거기다 이름이 발렌타인인데 침대에서 진짜로 이름만큼 예쁜 짓해줄 거 같지 않습니까."

"씨발 토 나와 빅스, 군대에서 얼마나 오래 처썩었으면…"

"저기들, 잠시 끼어들어도 되나?" 어떤 목소리.

아웅다웅하던 두 군인이 고개를 들었다. 문간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하얀 실험 가운에, 모자는 경외심 담아 '쩐다'라고밖에 표현 못 할 모자였다. 입에는 불가능하리만치 찢어진 웃음기, 코는 크고 빨개서 토마토처럼 생겼다. 그런 것 빼고는 뭐랄까 딱히 다른 특징 없는 남자였다. "안된다고 그러면 좀 있다 또 오려고."

"아니요, 아닙니다, 클레프 님… 박사님… 씨."

"클레프는 별명이야. 뭘 아는 사람은 날 부를 때 흐우우우웅." 마지막 단어를 클레프는 불렀다. 두 군인이 음악적 소양이 있었다면 (하지만 없었다) A장조 화음인 줄 수월하게 눈치챌 만한 소리였다. "여기 앤드루 방이지?"

"784 격리실인데, 네 맞습니다." 빅스가 대답했다.

"그렇구나. 원룸 멋지다." 클레프가 방 중앙으로 걸어와, 얇고 넓적한 플라스틱 조각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톡톡 쳤다. 얇고 섬세한 것치고 놀랍도록 강한 물질이었다. "이건 뭐지?"

"784가 만든 겁니다. 그걸로 둥지 비슷한 걸 짓나 그렇습니다." 창이 격리실 도처에 얼추 원형으로 쌓인 같은 물질 무더기를 가리켰다. "해는 없어서 내버려둡니다."

"알겠어." 클레프가 손을 아래로 뻗쳐 USB 드라이브 하나를 집고, 옆면에 쓰인 글씨를 읽었다. "에릭 드렉슬러 책을 읽게 해주는 거야?"

"발렌타인 이사관님 지시였습니다. 이론을 배워두면 신체를 잘 활용하게 되는 효과를 볼지도 모른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군. 고생 마저 해." 클레프가 뒤돌아 방을 나섰다. 그리고 육중한 철문을 닫고 나갔다.

"우와아, 미친." 창이 호들갑을 떨었다. "조만간 문제 싹 다 해결될 각인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빅스가 궁금해했다.

"클레프 이사관보잖아. 감사관이라고."

"회계감사맨이 저희 문제 해결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회계감사 아니야, 등신아. 처리 감사관이라고. 만약에 상황을 살펴봤을 때 누가 죽어야겠다 싶으면… 퓩." 창이 검지로 머리를 겨누고 총을 쏘는 시늉을 했다. "SCP 하나 직직 그이는 거지. 항간에는 일처리가 너무 교묘해서 스킵들이 다 죽고 나서야 지가 죽은 줄 안대."

"에이, 병장님." 빅스가 웃었다. "암만 교묘해도 그렇겠습니까."

"난 모르지." 창이 말하며 턱을 벅벅 긁었다. "확실한 건 지금 784의 둥지 재료 샘플이랑 USB 드라이브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나갔다는 거야."


"로렌조 박사."

"클레프 박사님."

"앉죠. 손은 어떻습니까?"

"한결 낫네요. 의료진에서 손가락을 다시 키워주는데, 좀 걸릴 수도 있댑니다. 타자 치기는… 좀 어렵네요."

"공감이 가는군요. 어쨌거나 감사는 다 마쳤습니다. 이 보고서 O5한테 제출하기 전에 먼저 한 번 읽어보세요."

"감사합니다."

"…"

"…진심입니까?"

"완전요."

"…진심일 리가요."

"로렌조 박사, SCP-784는 현 격리 절차를 유지하는 한 위협 요소가 전무하다, 이게 제 결론입니다. 그런 관계로 처리 감사는 반려합니다. 다만 박사에게는 짤막하게 병가를 추천드립니다. 정신감정 결과 스트레스랑 피로 지수가 높게 나오십니다."

"…진심 아니시죠?"

"사인해 주세요. 24시간 안에 모든 의무를 조수에게 위임하시면 됩니다. 내일 정오에 의무실로 찾아가서 2주 후 정신감정 및 상담 예약하러 왔다고 말씀하세요."

"야 이 개새끼야! 이 좋빡대가리 개새끼야, 저 괴물새끼가 우리 모두 죽일 거라고!"

"로렌조 박사, 협조하지 않으시면 정당방위를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처웃을 줄만 아는 개새끼가, 너 진짜 죽 —"

<퓩>

"…쐈냐?"

"…안 아픕니다."

<털푸덕>

"하아… <한숨> 보안실, 이사관보 클레프입니다. 로렌조 박사가 사무실에서 진정제를 맞았어요. 몸 좋은 사람 보내서 끌고 가서 침대에다 묶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와, 말이 의도보다 좀 야릇하게 나왔는데…"

Part 4: 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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