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액스마스 캐롤
평가: +5+x

2016년 12월 24일. 제59기지 복도는 조용했다. 물론 격리실 2337호에 방음 및 소음방지 자기장 그리드를 겹겹이 가져다가 네트워크를 정성들여 설치한 덕분이었다.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는 기필코 고요한 밤이 되어가려고 했다. (근데 세 층 내려가면 되게 눈치 없는 케테르가 있어서 "거룩한 밤"은 그냥 진작 망했다.)

격리실 2337호 문밖에는 조그만 빨간 양말이 덕트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양말 안은 지렁이 젤리가 한가득이었다.

격리실 안에서 SCP-2337은 구석에 얌전히 있던 합성소재 침구류 무더기에다가 신이 존재한다는 자기 의견을 피력하기를 막 마친 참이었다. 논리에 감동을 먹었는지 초록색 실가닥이 으등그러져서 산산이 가루가 나자, 흡족해진 이 메추라기뜸부기는 깃털을 으쓱 부풀렸다. 그리고 어두운 색 휴지심에다가 머리를 박아넣고, 이제 밤이야 밤이야 하면서 자기암시를 넉넉히 걸다가, 바닥에 벌렁 쓰러져 코를 골았다. 신하고도 삐까뜰 그 낮잠 기술 덕분에 격리실 벽이 우들우들 떨렸다.

그때 격리실 중앙에 빛이 번쩍—

"뭐떤?!" 이라고 소리친 SCP-2337은 기겁해서 날개를 파닥거렸다. 머리를 여기저기로 굴리며 저 불청객 "뭐"가 어딨는지 찾아보다가, 눈에 문득 가늘고 파란 "뭐"가 보였다. 심령사진 같은 안개 한 조각 안에, 지렁이 젤리 하나가 떠 있었다.

"스팽코 박사." 젤리가 읊조렸다. "네가 심판받을 날이 찾아왔다."

"목조를열매!" SCP-2337이 말했다. "요 무엔 깨액스마스 밍기적이라!"

"조용! 나는 과거의 지렁이 젤리 유령, 네 행실의 과오를 보여주고자 왔다. 네 게걸스런 잔학함으로 내 동족이 학살당한 지 오래됐다. 그러나 종국에 진정 피식당하는 이는 누구더냐? 약하나 삶을 일찍이 벗어던졌을지언정 구원받은 자더냐? 아니면 강하나 제 무게에 짓눌려—"

말이 끝나기도 전에 SCP-2337은 유령을 부리로 잡아채, 잽싸게 한 번 몸을 놀려 목구멍으로 스르륵 삼켜넣었다.

며느님의 깨액복이,

보리 호두에게!

(당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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