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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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욱, 심호흡 한 번.

후우우우우욱, 또 심호흡 한 번.

집중해. 집중해야 해. 침착하게 있어.

밈은 훈련 다 받았잖아, 해리Harry.

할 수 있어.

돌파할 수 있어.

그저 정신 집중만 해.

격리실은 6피트 높이에 바닥은 1제곱미터 남짓, 가운데에는 나무 한 그루. 서 있을 공간은 빠듯하게나마 충분하지만, 편안하게 누울 만한 공간으로서는 아니었다. 더구나 나무까지 있으면. 벽 짚고 팔굽혀펴기를 해 본다.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결의를 북돋우려고. 오늘은 여기서 나가야 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치익, 부드러운 유압 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나온다. 격리실 옆방으로 누군가 들어왔다는 알림소리다. 뒷목의 털들이 쭈뼛 곤두선다. 마이크가 켜진다. 몇 분 동안 저들에게 말을 할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벽을 덮은 판이 걷히자, 강화유리 너머로 웃음짓는 발렌트Valente가 보인다. 지난번보다 많이 자란 턱수염이 눈에 딱 들어온다.

심호흡하자. 씨발 진짜 심호흡하자.

"좋은 아침입니다." 발렌트가 말한다.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군요."

대답하지 않는다. 시작할 때 의례상 하는 말은 웬만하면 기록하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을 생각해서 말은 아끼는 편이 나았다.

발렌트의 눈이 아래로 내려가고, 팔이 조금 슥슥 움직인다. 가슴팍부터 위로만 모습이 보이지만, 준비해 온 면담 내용을 본다는 점은 알겠다. 대놓고 짠 대본은 아니라 하면. 이것만 성공하면 이놈도 임기응변 좀 부려야겠지.

"기록을 위해 자신의 이름을 말씀해 주기 바랍니다."

진실의 순간.

"안녕." 시작한다. 친숙하다. 보편적이다. 내가 겪는 이 초언어적[preterlinguistic] 지랄을 뚫고도 들릴 만하다. "내 이름은 히라드 상가Heerad Sangha. 지금은 전에 네가 불렀던 대로 SCP 이삼삼칠로 지정된 상태다."

숨을 죽인다.

발렌트의 표정에 아무 변화도 없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씨발!"

"자, SCP-2337—"

"나 씨발 해리 상가라고, 발Val!"

"—당신이 저희가 관리하는 더 위험한 개체들 여럿과 모종의 관계를 미리 구축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주먹으로 유리를 두들긴다. 발렌트의 반응이 없다. 소리지른다.

"씨바알!"

"예. 이 관계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기 바랍니다."

"그래 씨발, 자세히 말씀해 줄게, 발! 내가 좋같은 우주적 러시안 룰렛 해서 그렇다 새끼야. 너랑 다 똑같은데 내 방에 무슨 총알 하나 있어서 그랬다고. 그러니까 내가 거깄던 그 쓸데없는 소프트포인트 찔러봤지. 너 같아도 그랬을걸, 이 친구놈아. 그때부턴가 이 병신같은 짓거리가 모두 시작됐다고. 결국은 또 이 유리 서로 반대편에 있으면서. 씨발!"

발렌트가 혼란스런, 살짝은 짜증이 난 기색이다. 유리창을 두들겼더니 주먹이 아려온다. 숨이 가빠온다. 침착할 수가 없다. 집중할 수가 없다.

여기서 나가야 한다.

여기서 나가야—

"재단이 사용하는 형태의 말투로 진술을 다시 말씀해 주기 바랍니다."

"지옥 가, 발 이 새끼야!"

후두둑, 내 몸이 바닥에 부딪힌다. 무릎 꿇고 엉엉 울음이 나온다. 이마를 나무 밑둥에다 꾹 짓누른다. 여기 있는 몇 달 동안이나 냉정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박사까지 딴 다 처 큰 남자가 되어서, 죽을 때까지 내가 볼 씨발 엠창난 마지막 나무에다가 눈물을 쏟아붓는 중이다.

"요들을 그만해 주십시오."

맨팔로 얼굴을 훔쳐 눈물 콧물을 닦아낸다. 두 물들이 나무조각과 모래와 섞이고, 정신을 와수수 무너뜨린 행동이 후회되기 시작한다.

"너 내 말 전혀 이해되게 안 들리지?"

"대답을 조리 있게 하셔서 협조해 주기 바랍니다."

"씨발 그게 무슨 소용인데? 오만 지랄을 다 해봐도 죄다 못 알아처먹잖아! 너 하고 싶은 질문이나 그냥 다 해, 어차피 소용 하나도 없으니까!"

발렌트 쪽을 본다. 인상이 아주 몇십 년 학위 따느라 날린 과학자 상이었다. 모든 인간관계를 끊어가면서 그림자 속 기관에 들어와서는, 이런 지루하고 실망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이나 처리해야 하는 사람 상. 한때는 나도 그런 상이었다. 질투가 난다.

"제 말 듣고는 계신 겁니까?" 질문이 날아온다.

"씨발 니가 내 말을 안 듣잖아, 빡대가리야. 꺼져 씨발!"

발렌트는 잠깐 멍하니 나를 바라봤다. 그 똘추같은 눈알이 위로 잠깐 굴러갔다 오는 모습이 보였다.

"… 깨액?" 발렌트가 말했다. 눈초리 꼬라지가 딱 청소년 아이돌보미가 방금 기저귀에다 똥 싼 아기 보는 꼴이었다.

또다시 유리를 내리쳤다. 저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씨발 내 말이 그딴 식으로 들리는 거야?! 개씹창 염병 씨발 씨바알!"

발렌트가 지친 한숨을 크게 내쉰다. 팔짱을 끼고 그 호로 쌍놈의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짓는다. 내 손이 떨려온다. 모두 다 사라지고 그 엿같은 얼굴, 그 지랄 개좋같은 웃음만 남는다.

"잘먹밥한가 스팽코 박사, 깨액!" 발렌트가 지껄인다. "너몸이 딴이들한테라 잘나갈놈이나? 게 말씀주기오."

시간이 잠시 멈춰섰다가 갑자기 한번에 몰아쳐서 흐른다. 언제 꺾었는지도 모르는 두꺼운 가지로, 유리창을 쾅쾅쾅 내리친다. 발렌트가 깜짝 놀란다. 반응이 있다. 잡히는 모든 물건으로 유리를 계속 때린다. 손에 숭숭 생기는 핏자국도 신경쓰지 않고.

유리가 우지직 갈라진다. 지금 일이 가능할 리 없어. 이 모든 일이 가능할 리 없어. 이것들이 진짜로 일어났을 리 없어. 웃음소리가 더 커지고 눈앞은 보이지 않는다.

유리가 깨진다.

파편이 산산이 흩어져나가자, 발렌트가 황급히 눈을 가린다. 손에 들었던 나뭇가지가 달라졌다. 이제는 그냥 내 손이었다. 그 끝에서 유리가 자라난다. 안될 건 뭐야? 몇 달만에 처음으로, 진심어린 웃음이 얼굴에 떠오른다. 이것들이 진짜로 일어나는 일일 리 없지. 그리고 너한테 일어날 리 없을 거야, 발.

발렌트가 바닥에 널브러진다. 내가 옆방까지 다다른다. 갑자기, 뒷구멍을 뭔가 찌른다.

웃음소리가 옅어진다.

세상이 어두워진다.

왐마, 세상에나 세상에나. 이거 성스러운 병 생길 각인데. 지금 뒷구멍에다 맞췄잖아, 임마!

그래, 이거 땜에 우리 다 지옥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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