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홀리데이

나는 제일 선배인 박사의 복슬복슬한 빨간색 담요에서 깨어났어. 이름은 모르겠지만 상관없어. 그 여자는 다정하고, 조용하고… 다른 데로 가버린 모양이네. 어디로 간 건지 궁금해…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목이 말라지네, 이제 잠은 그만. 흐암… 좀 돌아다녀 봐야겠어.

나는 탑에서 종이로 가득한 목제 책상으로 뛰어내려. 아직 졸린 채로, 의자 위에서 포근하고 푹신한 바닥으로 기어 내려가. 내가 알기로 그 여자는 이걸 "카펫"인가 뭔가라고 부르던데. 나한테는 그냥 커다란 잠자리일 뿐이지만. 잠자기에 그다지 좋은 곳도 아니야. 여기에 누워 있다가 깨어나면 늘 몸이 좀 뻐근하거든. 엉덩이 쪽이 쑤시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어쨌거나, 갈증 해소를 해야겠어. 운이 좋으면 누군가 우유를 줄지도 모르지, 그럴 만큼 내가 귀엽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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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잠깐- 이게 뭐지? 바깥에 하얀 가루가 내리고 있어. 저게 모두를 살짝 얼어붙게 만드는 차가운 반짝이인가? 나를 밖으로 내보내 주기 전까지는 추측만 해볼 수 있겠네. 그렇지만, 난 이곳의 사람들과 따스함이 좋은걸. 따스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내 생각에는 모두들 추위가 없는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 그 사람들에게 마실 것도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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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드디어. 찾았다. 콰페- 가 아니라, 카페트- 흐음. 여기를 뭐라고 부르더라? 아 그래, 카페테리아. 흰색 외투 입은 사람들이랑 주황색 작업복- 아니, 주황색 파자마 입은 사람들이 먹을 거랑 마실 거 먹으러 오는 곳이지. 마실 것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나도 뭔가 좀 마실 때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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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

"핫초콜릿에 혀 데였어?"

"응."

"마시기 전에 잠깐 호호 불어."

"…"

후루룩.

"그거 또 마시게?"

"이거 진짜 맛있거든."

"정말로?"

"초콜릿의 달콤한 쓰디씀과, 휘핑크림의 가벼움, 그리고 내 손끝까지 퍼져나가는 우유의 아, 그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훈훈함이란, 넌 이해 못하겠지만."

우유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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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그래도 난 커피가 더 좋아."

"올해 이맘때는 수프 같은 걸 준다는데 넌 맨날 마시는 지겨운 블랙 커피야?"

"응."

야옹.

"이야, 조시잖아."

하, 나를 알아챘구나! 나도 여기서 마실 것 좀 얻을 수 있는지 알아?

"좋은 아침, 조시."

미야오오옹.

"나 조시 잠깐만 안아 볼래."

오, 안돼.

오, 안돼.

오, 안돼안돼안돼안돼.

젠장, 너-

"넌 늘 귀엽구나, 조시."

그르르르릉.

뭐, 쓰다듬는 솜씨가 괜찮다는 건 인정해 줘야겠네.

"야, 조시한테 우유 좀 줘야지."

드디어!

"너 핫초콜릿도 한 잔 더 가지러 갈 거지, 응?"

"…"

"아냐?"

"이번엔 마시멜로도 좀 올리려고."

"에휴. 가자."

할짝-할짝. 할짝-할짝. 할짝-할짝. 할짝-할짝.

"야옹."

"그래, 우유 맛있게 마셔, 조시."

고마워, 그럴게.

"그럼 이 핫초콜릿 마셔보려는데, 이거 느끼해?"

"딱히, 확실히 에그노그만큼 느끼하진 않아."

에그노그가 뭐지?

"잠깐, 올해도 에그노그를 만들고 있다고?"

"응, 호튼이 만들고 있대. 에그노그가 뭐 어때서? 어쨌든 크리스마스 시즌이잖아."

"호튼은 에그노그 만드는 게 금지되어 있는데…"

"잠깐만, 뭐라고? 어째서?"

"너 작년에 휴가 중이었지, 어?"

"응."

"그게, 작년에 호튼이 에그노그를 만들고 나서 불상사가 좀 있었어. 그 이후로 호튼의 에그노그는 꽤나 악명이 높아졌고,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에이, 호튼이 만든 에그노그가 그 정도로 나쁘진 않겠지."

"저기. 멈칫. 내 말을 이해 못했나 보네. 작년에 경보를 울리고 기지 전체를 봉쇄해야 했다니까."

"에그노그 때문에 기지를 봉쇄해야 했다는 말이야?"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마. 호튼이 듣겠어."

"호튼이 거기다 뭘 넣었어? 어떻게 만들었는데?"

"나도 몰라. 제기랄, 에그노그에 들어가는 평범한 재료가 도대체 뭔지도 모르겠어. 내 말 잘 들어. 작년에 있었던 사건 이후로, 에그노그는 경계성 변칙개체로 간주하고 있어."

"그 염병할 용어는 뭐야? 우린 더 난해한 것들을 분류하잖아."

"표결에서도 괜찮다고 했어. 어, 그리고 내 생각인데 우리가 여기에서 관리하는 변칙개체 몇 개는 에그노그의 절반만큼도 괴상하지 않은 것 같아."

미야오오오옹.

"너 말고, 조시."

하아아아악.

"뭐, 네 말은 잘 모르겠지만, 호튼을 여기서 내보내야겠어."

"내가 거들어 줄게."

"가자."

음, 우유가 바닥났네. 가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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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런 세상에! 호튼 에그노그에서 떨어ㅈ-"

흐음. 뭔가 타는 냄새가 나네. 그리고 왜 비명소리가 들리는 거지? 내 생각에 누가 뜨거운 코코아에 또 혀를 데였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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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내가 있었던 곳이 어디더라? 내 쉴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왼쪽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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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엉뚱한 복도로 왔네. 나만 이러는 건가, 아니면 복도는 죄다 똑같이 생긴 건가? 다시 왼쪽으로 가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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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이게 뭐지? 엄청 큰 반짝이 나무다! 빨강색이랑 금색으로 반짝여. 정말 빛이 나네, 이 전구들, 반질반질한 공들… 하나 툭 쳐 보고 싶어.

딸랑.

재미있네!

딸랑.

잠깐, 저 위에 새가 있잖아? 한 마리 잡아야지!

흐읍.

하, 잡았다!

"어, 좀 도와주시겠어요? 조시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올라간 것 같아요."

"잠깐, 뭐라고요?"

"방금 조시가 비둘기 장식 하나로 뛰어올라갔어요."

이야, 여기에다가 복슬복슬한 걸 뒀네! 여기가 내 새 쉴곳이야.

"아직도 거기 있나요?"

"네, 제가 보기에 장식을 갖고 놀고 있는 것 같아요."

"젠장, 남은 캣닢 좀 있는지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조시! 쉬쉬. 이리로 내려와."

응, 그렇게는 안 될걸. 여기서 굉장한 낮잠을 잘 거거든. 아마 저기 보푸라기 든 알록달록한 상자들 속에서도 이따가 한번 더 잘 거야. 그동안 뜨거운 코코아나 뭐 비슷한 거나 마시고 있으라고.

"어서 내려와, 조시."

잠에서 깨고 나서 보자고. 아, 까먹기 전에,

메리 크리스마스,

조시
Pa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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