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기지 크리스마스 캐롤

주석: 이하의 총 72페이지 분량 원고는 제19기지 식당 쓰레기통에서 버려진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추가 주석: 제19기지 프린터 잉크는 재단 업무에 쓰라고 있는 점 제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평가: +9+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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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찰스 디킨스

희곡 각색
djkaktus

한국어 번역
XCninety


등장 인물

잭 브라이트Jack Bright
장고 브리지Django Bridge
랄프 로제Ralph Roget
에버렛 만Everett Mann
소피아 라이트Sophia Light
로즈 라벨Rose Labelle
어린 잭 브라이트Child Jack Bright
젊은 잭 브라이트Young Jack Bright
알토 클레프Alto Clef
애거서 라이츠Agatha Rights
티모시 번즈Timothy Burns
틸다 무스Tilda Moose
꼬마 진Tiny Zyn
프리츠 브리지Fritz Bridge
첼시 엘리엇Chelsea Elliott
픽셀 알렉산드라Pixel Alexandra
드미트리 스트렐니코프Dmitri Strelnikov
제이컵 콘월Jacob Conwell
디트리히 러크Dietrich Lurk
맥티리스McTiriss 박사
로젠Rosen 박사
실버Silver 박사
토프Toph 감독관
플럭스Flux 감독관
케스트럴Kestrel
벌처Vulture
팔콘Falcon
부랑소년 헤이든The Little Street Heiden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
해설자 1
해설자 2
해설자 3
해설자 4
해설자 5
노래하는 소년
가로등지기
성가대/노래꾼들/춤꾼들/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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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만의 유령

눈길을 밟으며 걸어가는, 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수많은 발소리가 일제히 들린다. 걷는 소리도 있고 달려가는 소리도 있다. 뒤쪽에서 사람들이 앞뒤를 오가며 뛰어가다, 다함께 앞으로 나와 눈밭에 홀로 엎드려 누운 한 사람에게로 모인다. 발소리가 갑자기 멈춘다.

한 소년이 사람들 속에서 앞으로 걸어나와 노래를 시작한다.

소년:

너희 기뻐하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편안케 하신다
그리스도 우리 구세주는
성탄절에 태어나셨도다
우리가 죄악에 빠질 때마다
사탄의 아귀에서 우리를 구하시고자
위로와 환희, 위로와 환희의 은혜를
위로와 환희의 은혜를

사람들 속에서 두 사람이 더 앞으로 걸어나온다.

해설자 1: 만은 죽었다는 것부터 말씀드려야겠군요. 에버렛 만은 죽은 사람이었습니다. 마치 오래 전에 죽어버린… 사람man처럼요.

소년이 계속 노래한다.

소년:

너희 기뻐하는 자들을
하나님께서 편안케 하신다 …

해설자 2: 만이 죽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이 점을 매우 잘 알아두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이야기에서 쓸모있는 결론이 조금이라도 나올 줄 모를 테니까요.

모든 배우가 같이 노래를 부른다.

모두:

우리가 죄악에 빠질 때마다
사탄의 아귀에서 우리를 구하시고자
위로와 환희, 위로와 환희의 은혜를
위로와 환희의 은혜를

잭 브라이트(원숭이)가 들어온다.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면서, 멍하니 그릉거리면서 무대를 가로지른다. 이따금 무대 끝 쪽으로 움직이면서 관객에게 꽥꽥 원숭이 소리를 내지른다. 그러다 마지막에 브라이트가 자기 책상으로 가 앉고, 서류 뭉치를 뒤적이기 시작한다.

해설자 1: 브라이트는 만의 유일한 유언집행인, 유일한 상사, 유일한 친구, 유일한 문상객이었어요. 자신만의 괴상한 원숭이 같은 방식으로요.

해설자 3: 한마디로 브라이트는 짠돌이…

브라이트: (원숭이 비명소리)

배우들이 브라이트 반대쪽으로 황급히 도망쳐 구석에 모인다. 코웃음치고 다시 으르렁거리며 브라이트가 서류작업을 계속한다.

해설자 4: …일중독자…

해설자 5: …인원부족…

해설자 1: …은퇴할 때도 훨씬 지난…

해설자 2: …싹싹 긁어서…

해설자 3: …쓱쓱 쓸어가는…

해설자 4: …거지 발싸개 같은 기지 이사관이었죠!

해설자 2: 말 그대로 꽉 막힌 위인이었답니다.

해설자 3: 원숭이 털의 온기 너머로 추위가 느껴진다 하더라도, 브라이트는 추워하기를 보여줄 줄 몰랐어요.

해설자 4: 반짝이는 작은 눈에 서리가 앉아도…

해설자 5: …원숭이 케이크 위에 토핑하는 듯 눈이 쌓여도…

모두: …눈물 한 방울 흘릴 줄 몰랐답니다!

브라이트: 아오! 좀 꺼져들.

해설자 1: 브라이트는 사무실 온도를 거의 영하로 맞춰 두었어요. 물론 유인원의 털은 두꺼워서 한기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브라이트는 사무실을 같이 쓰는 다른 직원이 추워할지는 털끝 하나 신경 쓰지 않았답니다. 브라이트의 사무실은 여름에도 냉랭했고, 겨울에도 1도도 그보다 따뜻해질 줄 몰랐어요.

해설자 2: 옛날 옛날에 - 한 해 중에서도 가장 좋은 날인 크리스마스이브에, 잭 브라이트 영감은 제19기지의 자기 자리에 앉아 바쁘게 일하고 있었어요. (브라이트가 펜으로 급하게 종잇장을 긁어댄다) 브라이트의 책상 가까이에는 난방기가 있었는데, 예산 문제 때문에 브라이트의 조수 장고 브리지 박사 옆에 있는 다른 난방기는 너무 작아서 브리지 박사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녹이면서 업무를 계속해야 했어요.

장고 브리지가 우스꽝스럽게 작은 책상 앞에 앉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캐나다 국기가 아무 이유 없이 책상에서 튀어나와 있다.

브리지: (관객에게) 하-하지만 학구파에 헌신적인 조수 장고 브리지는 조금 더 큰 난방기가 들어가면서 예산이 되는 방을 못 찾았고, 배터리 다 닭은 휴대폰의 침침한 화면으로 손을 녹이려 했어요. 상상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실패했지만요. (덜덜)

브리지가 돌아앉아서 일을 계속한다. 브라이트의 조카, 랄프 로제가 들어온다.

로제: 즐거운 크리스마스입니다, 브라이트 삼촌! 하느님이 축복하시길!

브라이트: (원숭이 비명소리) 하느님 같은 거 없어 (원숭이 비명소리) 나가 죽어.

로제: 죽어요? 크리스마스에? 진심으로 말씀하신 거, 아니시죠?

브라이트: 진심이야! 즐거운 나가죽을 크리스마스. 네가 뭐가 즐거울 자격이 뭐가 있다고 그래? 직장도 없고 돈도 없으면서!

로제: 그럼 삼촌은 그렇게 우중충하실 자격이 뭐가 있다고 그러세요? 직장도 이렇게 있고, 돈도 이만큼이나 있으시면서.

브라이트: 집어쳐 랄프. 너한테 크리스마스란 안 가진 돈으로 물건 사고 선물 사고, 안 가진 직업 생각도 안 하고 가족이랑 시간 때우는 날 말고 되는 게 또 뭐가 있어. 나 같았으면 "메리 크리스마스" 이 지랄하면서 이 주위 걸어다니는 개놈들 하나하나 잡아다가 말 그대로 지가 만든 칠면조 안에다 집어놓고 도마뱀한테 먹여주고 싶다.

로제: 삼촌!

브라이트: (비꼬듯) 조카! 크리스마스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게 좀 냅두고.

로제: 하고 싶으신 대로요? 하지만 아무것도 하질 않으시잖아요!

브라이트: 그럼 안 하게 좀 냅두든가.

로제: 전 늘 크리스마스가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행복해지고, 술기운에 취하고, 홀리데이 와인에 몸을 아예 푹 절이는 날이잖아요. 한 해 중에 남녀가 모두 자기 닫힌 마음을 - 그리고 등짝을 - 활짝 내놓는 날이라구요! 하느님의 축복으로!

브리지가 난데없이 박수를 친다.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을 훔친다.

해설자 1: 장고 브리지는 엉겁결에 박수를 쳤지만, 곧바로 그것이 브라이트 부하직원 중에 정확히 0명에게만 허락된 특권임을 깨닫고 돌아서 조그만 난방기를 폭폭 쑤셨어요. 우주의 무정한 성질이 장난을 쳤는지, 불은 푹 사그라들다 꺼지고 말았죠.

브라이트: 거기서 무슨 소리 한 번만 더 나 봐, 브리지. 내가 너 뒷구멍을 내 머리 들어갈 만큼 확장공사해서 한 뼘도 안 빼놓고 오후까지 불꽃놀이를 시켜줄 거니까. (로제에게) 너 혓바닥은 언제 그렇게 길어졌니. 어디 고위 경영진 하고 싶다고 자소서라도 써 봐.

로제: 화내지 마세요, 삼촌! 자, 내일 저희 집에 같이 식사하러 오세요! 팟 타이를 먹을 거예요!

브라이트: 차라리 팟 타이를 나랑 같이 요리해라.

로제: 도대체 왜 그러시는데요, 삼촌?

브라이트: 왜냐고? 너 결혼은 도대체 왜 했어?

로제: 그야, 사랑에 빠졌으니까요!

브라이트: (비꼬듯) 사랑에 빠졌으니까시라고.

해설자 2: 브라이트는 "사랑"이란 단어를 이 세상에 "메리 크리스마스"보다 유일하게 더 웃긴 말인 것처럼 내뱉었어요.

로제: 아 제발요, 삼촌. 한 번도 저희 집에 찾아오신 적 없잖아요. 왜 이제 와서 그런 이유를 대시는 거예요?

브라이트: 그만 가 봐.

로제: 전 그냥 서로 곰살갑게 지내고 싶은 것밖에 없다구요, 삼촌.

브라이트: 그만… 가 봐.

로제: 그렇게까지 하시니 저도 마음이 아프네요. 하지만 저는 좋은 기분을 계속 유지할 거예요! 그러니 메리 크리스마스, 삼촌!

로제가 문을 연다.

브라이트: 그만 좀 처 나가시기나 하라고.

로제가 웃으며 나간다.

해설자 3: 랄프 로제가 나가자, 또 다른 두 남자가 들어왔어요.

만나 자선재단 회원 1이 문을 노크한다. 문이 스르륵 열리고, 두 남자가 들어온다.

해설자 2: 들어온 두 사람은 늘씬한 신사였어요. 뺨은 밖의 추위 때문에 발그레했지만 선의를 가득 담은 얼굴로, 제19기지의 유인원 이사관 앞에 섰답니다.

만나 자선재단 회원 1: (브리지에게) 아, 여기기 제19기지입니까? 브라이트 감독관님, 만 감독관님 계신 곳? 지금 말씀드리는 분이 브라이트 박사님이신가요, 만 박사님이신가요?

브리지가 브라이트를 가리킨다.

브라이트: 만 박사는 7년 전에 죽었습니다만. 딱 오늘 밤, 7년 전에 죽었죠. 솔직히 아마 코카인 때문 같긴 한데.

만나 자선재단 회원 2: 안타까운 말씀 듣게 되었습니다, 박사님. 하지만… 요즘은 한 해 중에서 축제 분위기 가장 높고 즐거운 시간인 만큼, 우리들보다 불행한 사람들, 더 큰 고통을 겪으시는 분께 드넓은 마음씨로 부드럽고 따뜻한 손을 내밀어 드리는 게 좋고 또 보통이리라는 말씀을 해 봅니다.

브라이트: (꼼짝도 안 하고 장고에게) D계급 수급이 요즘 안 되나?

무대 주변에 서 있던 모든 배우들이 대놓고 야유한다. 만나 자선재단 회원들이 근심하는 눈빛을 서로 교환한다.

모두: 우우.

브리지: 어 이런… 음… 아니요 감독관님, 쓸 D계급이야 숱하게 많은데…

브라이트: 그리고 기억소거제는? 아직도 잘 듣고 있겠지?

배우들이 조금 더 크게 야유한다.

모두: 우우우우우!

만나 자선재단 회원 1: 그렇겠습니다만, 그런 것들이 불필요한 면이 있다고 저희는 말씀드리고 싶습—

브라이트: 내가 불운한 사람들 모아서 실험에 쓰는 데, 또 우리 목표 추구하다 충격 받는 사람들 기억 지우는 데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곤궁한 사람들이 그렇게나 간절하게 도움이 필요하다 하면, 그런 데를 찾아가시라고 하세요.

가장 큰 야유.

모두: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해설자 2: 아 브라이트, 아주 쳐돌았네요.

만나 자선재단 회원 1: 실험이나 기억소거제요? 차라리 죽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브라이트: 차라리 죽겠다 하면 잘됐네요. 말한 대로 하라 하시죠. 보호할 인류도 적어지고 좋구만. 그럼 그만 가보시죠, 손님들.

해설자 3: 유인원을 더 찔렀다간 보람도 없고 잠재적으로 위험하겠다고 느낀 두 만나 자선재단 회원은 바로 물러갔어요.

두 사람이 나간다. 모든 배우들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브리지가 잠깐 손을 흔들어 주다가, 브라이트가 던진 눈길에 손을 빼고 뻘쭘해한다.

해설자 1: 얼마 시간이 지나고, 제19기지가 마치는 시간이 되었어요. 장고 브리지는 재빨리 물건을 가방에 쓸어담고 얄팍한 코트를 집어들었죠.

브라이트: 내일 하루 종일은 아마 놀고 싶겠지?

브리지: 브라이트 박사님만 상관없으시다면요.

브라이트: 당연히 상관있지.

브리지: (관객에게) 장고는 브라이트에게 한 해에 한 번밖에 없는 날이라고 말했어요.

브라이트: 매년 12월 25일마다 소중한 부서 예산 낭비하는 답지않은 변명이지 그건, 브리지. 하지만 내일 하루 종일 놀게는 해 줘야 할 것 같군. 대신 모레 더 일찍 나올 생각해.

해설자 2: 조수는 그러겠다고 약속했고, 브라이트는 끄르릉, 으르렁 하면서 걸어나갔어요.

브라이트가 제19기지를 나서 이사관 사무실과 직원 숙소 사이의 마당으로 나온다. 바람이 세차고 눈이 브라이트 주위로 쏟아진다.

해설자 5: 브라이트는 우울한 직원 술집에서 바나나와 위스키로 빈약한 식사를 때우고… (브라이트가 식당을 나서 마당을 가로지르려 한다. 걸어갈 때 많은 젊은 직원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브라이트를 삼킨다.) …집으로 돌아갔어요.

브라이트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와 멍한 듯 휘청거린다. 정신을 가다듬기를 포기하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본다. 군중들이 없는 곳이다. 만족스런 듯이 걸음을 계속 내디디자, 사람들이 다시 등장한다. 군중들 때문에 브라이트가 앞뒤로 밀쳐지고 흔들려진다.

브라이트: 개같은 거.

브라이트가 마당 어두운 곳으로 사라진다. 빛이 쏟아져 성가대가 "The Carol of the Bells"를 노래하는 모습을 비춘다.

배우들:

들으라 저 종소리
달콤한 은종소리
이렇게 말하구나
걱정은 털으라고
크리스마스니까
푸짐한 성찬을
노소 모두에게
온화히 선명히
딩 동 딩 동
기쁨에 넘치는
그들의 노래로다
모두의 캐롤
어디선가 들은
성찬의 말들
사방에서 나와
하늘을 채우네
한껏 소리높여
힘차게 나아간다
높낮음을 넘어
이야기를 전하려
사람들 노래할 때
화사히 울린 소리
성찬의 노래로다
크리스마스라고
메리 메리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메리 메리 메리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톤으로
모든 집집이
끝이 없도록
그들이 보내도다
딩 동 딩 동 … 동!

음악 페이드아웃. 성가대가 그림자 속으로 사라진다. 브라이트가 다시 나타난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며 자기 집의 문으로 걸어간다.

해설자 5: 집에 도착하자 브라이트는 대문으로 다가갔어요.

해설자 4: 대문에는 별달리 특이하달 점이 없었죠. 매우 크다는 것만 빼면…

해설자 3: 그리고 물론, 대문 두드리는 고리쇠도 있었죠…

고리쇠에 에버렛 만의 얼굴이 떠오른다.

만: 브라이트!

브라이트: 뭐야 시발, 만?! (브라이트가 돌아서서 감각이 이상해졌나 하고 생각한 듯 자기를 때려본다. 정신이 충분히 돌아오자 다시 문 쪽으로 몸을 돌린다. 만의 얼굴이 사라져 있다.) 별꼴이군… 술 좀 끊어야 하는데.

해설자 1: 브라이트는 안으로 걸어 들어가 자기 방으로 올라갔어요.

해설자 5: 브라이트가 옷을 벗고 자기 원숭이침대로 올라가자…

해설자 3: …이상한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어요.

브라이트가 잠옷을 벗어 던지고 독서용 안경을 쓴다. 바깥에서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쇠사슬이 흔들리는 소리가 난다.

해설자 2: 재애애애애액…

해설자 3: 브라아아아아트….

해설자 5: 이이이이이이이이이…

해설자 1: 미이이이이이이이이….

해설자 4: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인…

해설자 3: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옴…

해설자 4: 재애애애애애애애애액…

해설자 3: 브라이트!

브라이트: 아 세상에 좀 닥쳐, 시발 하나님 맙소사.

쇠사슬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자 속에서 만이 나타난다.

만: 재애애애애애애액!

브라이트: 오오오오오 안돼. 두 번은 안돼. 술 때문에 이런 거야, 난 안 믿어!

해설자 3: 바로 에버렛 만의 유령이었어요! 유령의 몸은 투명해서 뒷면까지 보였고, 정신은 아주 멀쩡했어요.

해설자 1: 이것저것 다 볼 때, 만은 이것이 업그레이드임을 아마도 알아차렸던 것 같아요.

브라이트: 원하는 게 뭐야?

만: 많지.

브라이트: 당신 누구야?

만: 누구"였는"지를 물어봐야지.

브라이트: 뭔— 아 알았어. 당신 누구였지?

만: 생전의 난, 당신의 친구이자 제19기지의 동료 감독관, 위대하고 끔찍한 만이었다네.

브라이트: 아, 미친, 정말 너였구만. 알았어, 뭔진 몰라도 빨리 끝내자고. 앉을 순 있나?

만: 있지.

브라이트: 그럼 앉아 봐.

해설자 4: 브라이트가 이렇게 물은 것은, 그렇게 투명한 유령이 앉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였고, 또 의자를 싫어하는 만 박사가 죽어서까지 그 습관을 못 버렸는지 확인해 보고 싶어서였어요.

만이 앉는다.

만: 그래. 어떤가?

브라이트: 예전 모습이 더 좋아 보이는데.

만: 나도 그 생각 했다네.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아무 곳이나 쑤시고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지. 그 배라먹을 조각상으로 가까이 다가가고, 목매달린 왕의 비극을 아무 위협 없이 감상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게나. (만이 숨을 깊이 들이쉰다.) 자유는 곧 해방이라네, 잭.

브라이트: 네가 진짜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만: 왜 자네는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나?

브라이트: 사실 말이지 원숭이 감각이 속임수를 덜 당하기는 하네. 하지만 감각이란 참… 감각적이지. 예민해. 조작하기 쉬워. 이게 배가 아파서, 머리가 아파서, 기억소거를 잘못 받아서, 반 시간 전에 술집에서 마신 술 한 잔 반 때문일지도 모르지. 알 게 뭐야.

해설자 5: 사후의 가장 강렬한 욕망이었던 술 이야기가 나오자, 정령은 끔찍하게 울부짖으며 쇠사슬을 흔들어 무시무시한 절그럭 소리를 냈죠. 겁에 질린 브라이트는 의자 뒤쪽으로 떨어졌어요.

만이 쓸데없는 격노의 비명을 내지른다.

만: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브라이트: 하나님 맙소사, 만! 진심 진짜! 이번엔 또 원하는 게 뭐야?

만: 모든 인간은 본디 자기 이웃들과 팔짱을 끼고 뭇 인생들 사이의 길을 돌아다녀야 한다네, 브라이트. 만약 그 혼령이 살아 있을 때 그리하지 않았다면, 죽은 뒤에도 그리해야 하는 형벌을 받는 걸세!

브라이트: …그거 우리가 격리해야 할 사항인가 아니면…?

만: 아아아아아아… 스으으으으으으—

배우들 모두가 "슬"을 함께하며 소리를 키운다.

모두: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을-

만: —프도다!

만이 자기 몸을 휘감은 쇠사슬을 흔든다.

브라이트: 그건 그렇고, 쇠사슬 그건 다 뭔가?

만: 내가 입은 이 쇠사슬을 보게, 잭 브라이트. 이 사슬들은 모두 내가 살아 있을 때 만든 것이네. 한 고리 한 고리를, 한 줄 한 줄을 내 자유의지로 그러모았고, 내 자유의지로 입은 것일세. 이 모양새가 괴상해 보이나, 잭? 자네가 입은 사슬의 무게와 길이를 느끼는가? 7년 전에 보았던 자네 것도 나와 같았네. 대단히 크고 무거운 사슬이었는데, 그 오랜 시간 동안 자네가 사슬을 얼마나 키웠을지 상상해 보게!

브라이트: 에버렛, 제발. 위안이 되는 말 한 마디만 해 줘.

만: 자네한테 애초에 줄 것조차 없어, 잭. 난 이제 사슬밖에 없는 몸이야.

브라이트: 하지만 에버렛, 너는 좋은 이사관이었잖아. 사업에도 항상—

만: 사업이라고!

모든 배우와 브라이트가 만의 말에 흠칫 놀란다. 빛나는 빨간 빛이 만을 비춘다.

만: 진정한 내 사업은 인류뿐이었네. 다른 이에게 베푸는 친절, 자비심, 우리 중에 가난하고 나약한 이를 보호함, 그게 바로 내 사업이었어! 난 그걸 저버렸던 거야! (멈춘다. 들어보라는 듯이) 내 말 잘 듣게, 브라이트. 같이할 시간이 거의 다 지났으니. 자네에게 이 말을 예고할 것이야. 지난날에 나도 이런 예고를 받았으면 좋으련만, 자네는 내게 선고된 운명을 벗어날 기회가 아직 있다는 예고를.

브라이트: 너… 너는 언제나 좋은 파트너이나 친구였어, 에버렛…

만: 세 정령이 자네를 찾아올 걸세.

브라이트: 저— 정령? 그게 네가 말하는 기회야?

만: 그렇다네.

브라이트: (멈춤. 고민하다) 그러면… 어, 안 했으면 좋겠는데.

만: 첫째 정령은 새벽 한 시에 찾아올 것이네, 잭. 하루의 오전이 한 시간 지난 순간에!

브라이트: 진짜 찾아오는 건가? 그냥 한번에 다 모아놓고 끝내면 안 돼?

만: 둘째는 다음날 똑같은 시간에 찾아올 걸세. 셋째도 또 그다음 날, 자정의 마지막 종이 칠 때 찾아올 것이야.

만의 모습이 천천히 어둠 속으로 흐려진다.

해설자 1: 만의 유령이 이 말들을 하자, 어둠이 만을 감쌌어요.

해설자 2: 브라이트가 만에게 가까이 다가갔죠.

해설자 3: 그러나 만은 더 다가오지 말라는 듯, 한 손을 척 내들었어요.

만이 거의 완전히 사라져 있다.

만: 조심하게, 제19기지의 잭! (사라진다. 목소리만이 메아리쳐 남는다.) 조심하게!

브라이트: 아오… 진짜 당분간 술 끊어야겠네. 농담할 때가 아니야. 제대로 지금 문제 될 지경이니깐.

해설자 2: 브라이트는 침대로 돌아가, 곧바로 잠에 빠졌어요.

브라이트 쪽 조명이 어두워진다. 바깥에서 가로등지기가 길을 내려와 가로등에 불을 밝힌다. 걸어가면서 조용히 노래한다.

가로등지기:

오 거룩한 밤, 별들이 밝게 빛나니
우리의 구세주가 태어난 밤이로다
오랫동안 죄와 잘못으로 신음하던 세상이
주가 나타나자 영혼이 가치를 느끼구나
지친 세상이 기뻐할 희망의 전율
새롭고 영광스런 아침이 밝아오네
무릎을 꿇으라!
오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으라!
오 거룩한 밤!
오 그리스도가 태어난 밤!
오 거룩한 밤!
오 밤, 오 거룩한 밤!

모든 빛이 꺼진다. 침묵. 브라이트가 크게 코를 곤다.


snow.png

2막

세 정령 중 첫 번째

해설자 4: 브라이트가 잠에서 깼을 때, 방이 너무 깜깜해서 브라이트는 잠깐 자기가 눈이 멀어버리지는 않았는지 겁에 질렸어요.

코 골던 브라이트가 갑자기 깨어난다.

브라이트: 으악! 눈이 멀어버린 건 아닐까? 겁나!

해설자 4: 그 말 제가 했는데요.

브라이트: (해설자 4에게) 아. 미안.

해설자 4: 당신 눈 멀쩡해요.

브라이트: 그래, 그런 것 같네 이제.

해설자 4: 그냥 되게 깜깜한 거예요.

브라이트: 정말 화장실 불이라도 켜두고 자든지 해야겠어.

해설자 4: 좋은 생각인 듯.

해설자 1: 갑자기, 종이 울렸어요.

합창단 여성부 모두

여성부: 딩!

합창단 남성부 모두

남성: 동!

해설자 5: 번쩍 빛이 방에 비치더니, 브라이트 앞에 웬 인물이 나타났어요.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 기어스Gears 박사가 나타난다. 따스한 미소와 쾌활한 눈을 띤, 부드럽고 상냥한 모습이다. 새햐안 로브를 입은 몸체가 부드럽게 빛난다.

해설자 3: 그 모습은— 아이 같기도 하지만 또… 아이 같진 않은데, 다 큰 남자니까, 그 모습이… 유령 같기도 하고, 근데 아이 같다는 느낌은 또 있어서 그런… 아무튼 그래요.

브라이트: 코그?

기어스: 안녕하세요 브라이트.

브라이트: 네가 만이 나한테 예고한 그 정령이야?

기어스: 바로 그 정령을 실물로 보고 계십니다.

브라이트가 눈을 멀뚱멀뚱 뜬다.

기어스: "실물"은 비유적 표현입니다, 잭.

브라이트: 그래서 네가 뭔데?

기어스: 저는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입니다.

브라이트: 한참 지난 과거?

기어스: 아뇨, 당신의 과거요.

브라이트: …한참 지난 과거네 그러면.

기어스: 그렇죠.

해설자 4: 그렇게 말하며 정령은 브라이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살포시 꽉 짓눌렀어요.

기어스가 브라이트의 팔을 조금 너무 세게 짓누른다.

브라이트: (원숭이 비명소리) 악! 미친, 이거 뭐하는 거야?

기어스: 일어납시다, 잭. 같이 탈것을 타시죠.

브라이트: 탈것? 탈 게 뭔데? 그냥 걸어가면 안 돼?

갑자기 눈부시고 장엄한 치명적인 무스Deadly Moose가 천상에서 내려온다. 기어스가 안장에 올라타고, 브라이트에게 똑같이 타라고 손짓한다.

브라이트: 이게 더 빨라?

기어스: 시간을 뚫고 걸을 수 있습니까?

브라이트: …아니.

기어스: 그럼 맞습니다. 타시죠.

세찬 바람이 불어오고, 치명적인 무스가 날아오른다. 브라이트가 무스를 붙잡으려고 몸부림친다. 그 와중에도 기어스는 밤하늘을 똑바로 쳐다본다. 눈바람이 둘에게 몰아친다.

해설자 2: 두 사람은 밤하늘로 빠르게 날아올라갔다가, 그만큼 빠르게 나무가 둘러싼 긴 흙투성이 길에 내려앉았어요. 브라이트의 어두침침한 집은 사라지고, 눈앞에는 춥고 맑은 겨울날의 빛과 갓 내린 눈이 보였죠.

브라이트: 아… 잠깐! 여기가 어딘지 알겠어! 제17기지 있는 데로 이어지는 길이잖아! 내 첫 임무를 받았던— 얼마나 오래 전이지? 그땐 아주 꼬맹이였을 텐데.

해설자 1: 브라이트는 친근한 향기와 소리들이 뭉친 진실한 불협화음에 곧바로 흠뻑 빠졌어요. 모두 오래 전 잊었던 수만 가지 행복한 생각들과 이어진 자극들이었죠.

기어스: 눈가에 뭔가 있습니다, 잭?

브라이트: 뭐? 아 아냐아냐, 그냥… 아무것도. 추워서 그런가 보지.

기어스: 기지로 가는 길은 기억합니까?

브라이트: 기억만 하겠어? 눈 감고도 갈걸!

브라이트가 몇 걸음을 내딛었다가 멈춰서서 깊게 숨을 쉰다.

기어스: 그런 곳을 그토록 오랫동안 잊어버리고 계셨다니, 이상하군요. 가시죠.

둘이 제17기지의 입구로 들어간다. 입구 주위에 코트 걸친 젊은 박사들 무리, 진압복 입은 기동특무부대 요원들, 박스와 파일들을 옮기는 직원들 등등이 있다.

해설자 3: 기지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어요.

해설자 4: 온 세계를 눈에 품은 젊은 연구원들.

해설자 5: 양성소를 갓 나온 요원들…

배우 5: …또 현장 파견에서 돌아오는 요원들…

해설자 2: …모두 자신들의 유일한 집으로 돌아왔죠…

해설자 3: …가장 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

해설자 4: …옛 제17기지로.

기어스: 아, 하지만 이들은 지난날의 그림자들일 뿐입니다.

브라이트가 기지의 움직임과 축제 분위기에 사로잡힌다. 사람들에게 인사하지만,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는다.

브라이트: 우와, 앤더슨! (멈춤.) 리빙스턴 박사님, 오랜만이에요! (멈춤.) 칼라일, 와, 정말 그 오랜 시간에—

기어스: 의식을 가진 존재는 아닙니다, 잭. 그저 투영이에요.

사람들이 물러나며 어린 잭 브라이트가 나타난다. 옆에는 잭의 아버지, 아담 브라이트가 잭을 야단치고 있다. 어린 브라이트는 의기소침해진 모습이다.

브라이트: 나- 나잖아! 또 내… 내 몸, 난 그냥 애였지… 전에는… 그리고 아버지는—

기어스: 이건 그저 시작이라는 것, 아시겠나요? 영겁의 심판이 기다리지만, 이 소년은 아버지의 야단과 멸시밖에 모른답니다.

어린 브라이트가 한숨을 쉰다.

브라이트: 기… 기억나. 저 먼 꿈처럼, 정말 오래 전이지만, 아직도… (브라이트와 기어스가 계속 걷는다. 어린 브라이트와 아담 브라이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다시 가서… 아, 하지만 너무 늦었겠지.

기어스: 무슨 일인가요?

브라이트: 지난밤에 사무실 바깥에서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던 목소리가 있었어. 아무래도 젊은 연구원이 데려온 아이였겠지. 그… 그냥 뭐라도 들려보냈으면 좋았겠다 싶어서. 그냥 그것밖에.

해설자 2: 기어스는 다 이해하겠다는 듯한 미소를 지었어요.

기어스: 가 보죠, 잭. 또 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러.

둘이 문을 열자, 실험실이 나타난다. 실험실 중앙에 젊은 잭 브라이트가 혼자 앉아 있다. 몸이 바뀌어서 한때 자신이었던 남자가 더 이상 아니다. 이제 브라이트는 다른 사람이고, 자기 손을 쳐다보면서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났는지 느끼고 있다. 목에는 빛나는 빨간색과 금색의 부적이 걸려 있다.

브라이트: 이건…

기어스: 보시죠.

뒤에 있는 문이 열리고, 소피아 라이트가 달려나온다. 금발을 쪽 찐 머리에, 안경 너머로 크게 뜬 눈이 보인다.

라이트: 박사!

브라이트: 소피아?!

라이트: 잭!

브라이트가 팔을 벌려 안으려고 하지만, 라이트는 브라이트를 뚫고 들어가 젊은 브라이트에게 달려간다.

브라이트: 소피아! 소피아가 여기 있어! 다시 살아나서!

라이트: 잭, 무사했구나! 아니… 지금 무사한 거, 맞지?

젊은 브라이트: 나… 나는 지금… 이— (부적을 가리킴) …이게 날 구해준 것 같아.

라이트: 이게 SCP-963이구나, 맞지? (손을 뻗는다.) 어디 한번—

젊은 브라이트: 안돼! (몸을 뒤로 뺀다.) 안돼, 혹시… 혹시 나랑 똑같은 짓을 이게 너한테—

라이트: (그럼에도 브라이트를 안는다.) 아, 걱정 마. 살아 있어서 정말 기뻐, 브라이트 박사. 널 아주 잃어버릴 줄 알았어.

젊은 브라이트: (웃는다.) 고마워, 소피아. 계속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좋네.

어둠이 둘을 에워싼다.

기어스: 좋은 박사였습니다, 소피아는. 진실로 우리 중에 제일갔죠.

브라이트: 정말 그랬지. 맞는 말이야.

기어스: 몇 년 뒤에 죽었고, 자식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브라이트: 아들 하나였어. 격리 실패 와중에 아들을 지키다가 죽었지.

기어스: 당신이 조카로 입양했고요.

브라이트: 그치.

둘이 잠시 멈춰 있다가 다음 문으로 움직인다.

해설자 4: 유령은 다음 사무실로 움직였어요. 지금까지 본 것들보다 훨씬 축제 분위기가 가득한 곳이었죠. 기어스는 브라이트에게 이곳을 아냐고 물었어요.

브라이트: 아냐고 물었어? 내가 처음 부감독관을 맡은 곳이라고! (애거서 라이츠가 들어온다. 키 크고 통통한 모습으로 포장한 선물 및 와인들을 들고 있다.) 라이츠 감독관님! 세상에, 라이츠가 다시 살아나다니!

라이츠: 잠깐 거기! 잭! 알토!

(젊은 브라이트와 알토 클레프가 들어온다.)

클레프: 저희 왔습니다, 이사관님!

브라이트: 내 눈이 어떻게 됐나 봐! 알토 클레프를 다시 보다니. 절친한 동료였고, 여기서 몇 년을 같이 보냈지.

라이츠: 자, 두 사람! 오늘 일은 여기까지 하지. 격리는 내일 해도 되니까. 크리스마스 이브잖아, 알토! 크리스마스라고, 잭! 서류 정리만 해놓고 오늘은 여기서 즐겨보자고!

젊은 브라이트와 알토 클레프가 서류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클레프: 잭, 나한테 꿈이 하나 있어.

젊은 브라이트: 뭔데, 알토?

클레프: 언젠가… 크리스마스에 라이츠 감독관님만큼 멋진 파티를 열어보는 거야.

젊은 브라이트: 이사관님 것만큼?! 불가능해! 하지만… 나도 똑같은 꿈을 꾸기는 했어. 얼마나 멋진 파티가 될까!

클레프: 그럼 제19기지에서 함께 파티를 여는 거야! 친구들을 모두 초대하고—

브라이트: (슬프게) …친구들을 옛날에 다 잊어버렸어…

클레프: —그리고 음식도 먹고-

젊은 브라이트: —마실 것도!

클레프: 그래! 마실 것도 많이! 그리고 전 직원한테 선물도 돌리고!

젊은 브라이트: 그리고 너랑 나랑 역대 최고로 위대하고 친절한 기지 이사관으로 존경받는 거야!

클레프: 모두가 우리를 사랑하겠지!

(티모시 번즈 박사가 들어온다. 아내만큼 즐겁고 쾌활한 모습이다.)

번즈: 허허, 누가 누구를 사랑한다고?

클레프: 아 박사님, 또 왜 그러세요.

젊은 브라이트: 안녕하십니까, 번즈 박사님!

번즈: 가세나, 친구들! 오늘은 굉장한 밤이 될 거야! 자, 이제 우리 아내 찾아서 쇼를 시작해 보자구!

라이츠: 아! 사랑하는 우리 남편 왔네. (라이츠와 번즈가 안는다.) 여기 청소 좀 해 줘, 두 사람! 우리들 춤 춰야 할 시간이 하룻밤은 되니까!

번즈: 암, 두말하면 우드득 할 소리지!

라이츠: 그리고 우리 남편보다 더 멋있게 댄스 파트너가 되어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번즈: 오호! 내가 당신 청을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나 봐?

라이츠: 30년 동안이나 청을 받아준 사람이고, 그때부터 매력이 시든 날이 없으니까! 내가 왜 당신이 안 받아줄지 걱정해야 하나 몰라!

(모두 웃는다. 배우들이 양쪽에서 들어와 실험복을 아무렇게나 벗어두고 대신 축제용 크리스마스 복장으로 갈아입는다. 음악이 시작하고, 모두가 춤을 춘다.)

해설자 3: 아름다운 여자들—

해설자 1: —그리고 멋진 남자들.

해설자 2: 박사, 연구원, 요원, 경비원 모두!

해설자 4: 라이츠와 번즈는 아무 계급질도 보지 못했어요. 아무 특권도, 아무 부유함도 보지 못했죠. 제18기지 안에서 보이는 것은 오직 좋은 마음과 좋은 영혼들뿐이었어요.

배우들이 "Deck The Halls"를 부르기 시작한다. 모두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브라이트도 분위기를 타고 춤을 추면서 사람들 사이를 오간다.

모두:

홀리나무로 방을 장식하자
파랄랄라 랄라 랄랄라
모두 즐거워지는 계절이다
파랄랄라 랄라 랄랄라
이제 우리 화려한 옷 입고

기어스가 한 손을 들자, 방이 한순간에 조용해진다. 브라이트가 잠시 동안 계속 춤추다가, 다들 음악 없이 춤추는 모습을 보고 머쓱해한다.

기어스: 이들은 사람들이 매우 행복하게, 감사에 차도록 만들었습니다.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닌데 말이죠.

브라이트: 대단한 일이 아니라고?

기어스: 왜 그러시나요?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라이츠 감독관은 이 파티에서 푼돈 몇 푼 정도밖에 쓴 게 없습니다. 15달러, 20달러 정도 될까요? 그렇게 희생이라고도 못 할 사소한 짓거리가 이렇게나 찬양받을 일이라고 생각합니까?

기어스가 손뼉을 치자, 배우들이 노래를 마무리한다.

모두:

옛날의 캐롤을 불러보자
파라랄라 랄라 랄랄라!

배우들이 둘로 나뉘어 양쪽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브라이트: 기어스! 감독관님은 우리를 행복하거나 불행하게 만들 힘을 갖고 계셨어. 우리 업무를 가볍거나 무겁게, 축복이나 처벌로 바꿀 힘을. 이사관님이 주신 행복은 마치 우리한테 거금을 쓰신 것이나 같다구.

해설자 1: 브라이트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어요. 생각에 잠기는 듯이.

기어스: 왜 그러시나요?

브라이트: 그… 그냥 우리 조수한테 몇 마디라도 해 줄 걸 싶어서. 그냥 그것 때문에.

기어스가 다시 미소짓는다.

기어스: 갑시다, 잭. 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군요. 여길 보시죠.

둘은 치명적인 무스에게 올라타고, 이번에는 눈 덮인 마당으로 활강한다. 젊은 브라이트가 약혼자인 로즈 라벨에게 말하는 모습을 한 줄기 빛이 비춘다.

젊은 브라이트: 왜 그래, 로즈. 자꾸 이상한 이야기 하지 마.

라벨: 잭, 나 이상한 이야기 하는 거 아니야! 설마 맞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한테 이상한 이야기 좀 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 아냐?

젊은 브라이트: 나까지 이상한 이야기 할 시간은 없어, 로즈. 나 이제 이사관이야. 내가 생각해야 할 커리어들이 있다구!

라벨: 사랑할 시간은 남아 있어?

젊은 브라이트: 사랑? 사랑은… 바보들이나 하는 거지.

라벨: 그럼 날 바보라고 해, 잭. 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는 바보라고. 이제 난 너한테 중요하지 않지? 네 마음속에 다른 게 대신 들어가 버렸으니까… 그게 내가 하려 했던 것처럼이나 너한테 행복과 위안을 준다면, 내가 슬플 이유도 없겠지.

젊은 브라이트: 대신 들어가? 뭐가 대신 들어갔다는 거야?

라벨: 네가 하는 일.

젊은 브라이트: 세상이란 원래 그런 거야, 로즈! 세상에 명분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브라이트가 두 사람에게 뛰어들어, 자신의 젊은 그림자가 말하는 것을 절박하게 막으려 한다.

브라이트: 안돼, 안돼 멍청아, 제발. 더 말하지 마…

젊은 브라이트: …그리고 그 명분 반대편에 서는 사람은 우리가 격리하려는 것만큼이나 멍청하고 위험한 것들이라고!

라벨: 넌 세상을 너무 두려워해, 잭. 여태 네가 갖던 희망들은 모두 필연의 손아귀 너머의 존재가 되려는 희망, 심지어 네가 경험한 모든 것 이후를 보고서도 그 희망에 파묻혀 버렸어.

젊은 브라이트: 널 바라보는 내 마음이 바뀌지는 않았어.

라벨: 넌 바뀌었어. 우리 둘이 약속을 맺을 때, 넌 다른 사람이었어. 그 망할 부적을 목에 걸기 전에 넌 달랐다고.

젊은 브라이트: 난 그때 너무 어렸어!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고. 이 부적이 날 살려주고, 날 어둠에서 꺼내주고 균형감을 줬단 말이야, 로즈. 우리한테 닥칠 재난을 멈추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간, 우리의 모든 경험들이 무가치하게 돌아간다고. 난 우리를 위해, 널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는 거야.

브라이트: 안돼, 아냐 아냐 아냐, 제발—

라벨: 날 위했다고?

젊은 브라이트: 안전이 모든 것으로 이어지는 열쇠야.

라벨: 아냐, 잭. 사랑이 그 열쇠지. 우정과 함께함. 어떻게 그걸 잊어버릴 수가 있어?

젊은 브라이트: 로즈, 난 정말 널 사랑해. 하지만 내가 해야만 할 것을 모르고는 살아갈 수가 없어. 너한테도 나한테도 그건 온당하지 않아.

라벨: 우리가 맺은 계약은 다 옛말이 됐어. 약속할 때 우린 둘 다 가난하고 무지하고 행복했지. 게다가 그런 우리들이 아주 만족스러웠고.

브라이트: 그만해, 제발… 제발, 안돼…

라벨: 마음속으로 알고 있잖아. 그 안에 뭐가 남았건, 너는 그때의 네가 아니라는 걸. 날 사랑한다 하지만, 일에 집착하는 마음이 나를 덮어써 버렸다고.

젊은 브라이트: 로즈,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라벨: 너랑 나, 우리 둘이의 마음은 하나였어. 이제는 아냐.

브라이트: 아냐 로즈, 우린 아직 하나야, 다시 그렇게 될 수 있어…

라벨: 네가 내게 한 모든 약속들에게서 널 놓아줄게, 잭 브라이트.

젊은 브라이트: 난 아무것도 놓아달라고 말한 적 없어.

라벨: 당연하지. 말로는.

젊은 브라이트: 그럼 뭘로?

라벨: 말해봐, 잭. 내가 다시 네 편이 되도록 만들어 줄 자신 있어? 네가 지금 아는 걸 알고서?

젊은 브라이트: 내가 이제 생각해야 할 건 내 일과 내—

라벨: 날 다시 찾아낼 수 있어?

젊은 브라이트가 대답하지 않는다.

브라이트: 대답해, 멍청아! 이 빡대가리 등신아, 무슨 말이라고 하라고!

침묵.

라벨: 아닐 것 같아. 네가 선택한 길에서 네 행복을 찾아내길 빌어, 잭.

라벨이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젊은 브라이트가 그 자리에 조금 더 남아 있다가 사라진다.

브라이트: 정령! 기어스, 누구든 간에, 제발. 이것들 좀 그만해. 아무것도 보여주지 마.

기어스: 과거의 그림자들이라고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잭. 저것들은 저것들인 대로 저것들일 따름입니다. 절 탓하지는 마세요.

브라이트: 왜 날 찾아온 거야? 내가 뭘 잘못했다고?

기어스: 하나만 더 보러 가시죠.

브라이트: 그렇게 재미있어? 날 갖고 노는 게?

기어스: 따라오세요, 잭.

둘이 짧은 길을 걷는다. 저 멀리서 빛이 보인다. 빛으로 다가가자 다른 기지의 다른 숙소 창문이 나타난다.

해설자 5: 그곳은 또 다른 곳이었어요—

해설자 3: 그리 크진 않았지만—

해설자 2: 편안함으로 가득한 방!

나이를 먹은 라벨이 앉아 있다. 방 반대편에는 라벨의 딸이 있다.

해설자 1: 방 저편에는 브라이트가 사랑했던 여자가 있었어요.

해설자 5: 수 년 전에 떠나보내야 했던 바로 그 여자가.

브라이트: 기어스? 저 사람… 로즈잖아! 하지만 어떻게? 더 나이 들고 원숙해 보이는걸…

라벨: 또 크리스마스이브가 찾아왔구나.

딸: 밤이 정말 아름다워요!

라벨: 모든 크리스마스이브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름다움이 있단다.

딸: 엄마 조금 있으면 집에 들어오실까요?

라벨: 길만 새지 않으면 그러지 않을까? 엄마가 예쁜 딸한테 예쁜 선물 사 주려고.

딸: 아 엄마! 엄마가 뭐 사오시는지 왜 말씀 안 하시는 거예요?

라벨: (웃음.) 우리 뭐 사 오실지 기다렸다가 같이 볼까?

브라이트: 모습이… 아름다워. 눈을 봐. 머리도, 입술도… 지금이라도 정말—

로즈의 아내가 들어온다. 로즈가 달려가 아내의 짐을 내리기를 도와준다. 딸은 기뻐서 꺅꺅거린다.

아내: 로즈! 세상에, 너무 보고 싶었어.

라벨: 나도 보고 싶었어.

둘이 입을 맞춘다.

해설자 3: 불가에 편안히 앉아서, 아내는 로즈를 미소 띤 채 바라보며 말했어요.

아내: 로즈, 신기한 일 있었어. 이번 주말에 받은 임무 때문에 당신 옛날 친구 얼굴 봤거든.

라벨: 누구?

아내: 한 번 맞춰봐.

라벨: 파핫! 나 몰라. 어떻게 맞춰? (멈춤. 생각하다가 농담처럼) 잭 브라이트.

아내: 정답.

라벨: 아하! 그 사람하고 어떻게 마주쳤대?

아내: 제19기지에 유물 수송품 배송하러 갔는데, 그 사람 사무실을 지나가게 됐거든. 아직 문을 안 닫았는데 안에서 불이 비치니까 그냥 눈이 가더라고. 파트너가 사경을 헤맨다던데, 그냥 방에 혼자 앉아 있더라. 이제 혈혈단신일 거야, 아마.

브라이트: 정령, 제발… 이곳 아닌 데로 보내 줘.

기어스: 말씀드렸습니다, 잭. 이미 있었던 일들의 과거라고요. 저는 이것들을 바꿀 수 없습니다. 단지 보여 드릴 뿐이죠.

해설자 1: 브라이트가 다시 입을 열었을 때, 옛 친구의 얼굴이 있어야 할 곳엔 정령이 자신에게 보여준 모든 사람들 얼굴의 파편들이 있었어요. 어두침침하고 조용한 얼굴이었죠.

브라이트: 돌려보내 줘, 기어스. 더 쫓아다니지 마.

해설자 2: 기어스가 엄숙하게 끄덕이자, 잭 주위의 세계가 무너져 내렸어요. 옆에 있던 벽들이 붕괴하고 밑의 바닥들이 사라져 갔죠. 빛이 깜박거리다가 완전히 꺼져버렸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건 아직 빛을 내던 벽난로였어요. 의식의 마지막 순간에 잭은 로즈에게 닿으려는 듯 손을 뻗었지만, 울부짖는 바람이 모든 것을 휩싸고 빛마저 마침내 증발했어요.

해설자 1: 잭은 재빨리 일어났어요. 곧바로 자신이 자기 침실로 돌아온 것을, 그리고 매우 피곤하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죠. 아주 무거운 졸음이 갑자기 찾아온 브라이트는 바로 쓰러져 깊이 잠들고 말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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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막

세 정령 중 두 번째

해설자 4: 엄청나게 크고 거칠게 코를 골던 브라이트는 별안간 깨어나 침대에 일어나 앉았어요. 생각을 정리해 보느라 바쁜 나머지, 오른쪽에 있던 시계의 문자반이 막 오전 1시를 가리킨 것도 놓쳐버리고 말았죠. 하지만 브라이트는, 침실 문 밑에서 비쳐 나오는 밝은 빛은 놓칠래야 놓칠 수가 없었어요. 슬리퍼를 챙겨 신고 브라이트는 살금살금 다가가 문을 열었죠.

해설자 5: 문 뒤는 의심할 여지가 없이 자기 집 자기 방이었지만, 방은 놀랍도록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어요. 브라이트가 익숙해하는 어둠과 추위는 온데간데없고, 벽과 천장에 늘푸른식물들이 주렁주렁 내려와 있었죠. 모퉁이마다 호랑가시나무, 겨우살이, 담쟁이덩굴들이 수많은 작은 거울들처럼 빛을 반사하고 있었어요. 그 뒤에 벽난로에서 불이 이글이글 타올랐고, 또 그 뒤에는 브라이트가 도대체 본 적이 없을 만큼 과즙이 넘치고 맛있는 음식들이 왕좌처럼 쌓여 있었죠.

해설자 2: 칠면조고기, 오리고기, 날짐승고기, 햄, 케밥, 소시지 등 가지각색 고기, 사과 파이, 호박 파이, 체리 파이, 고기 파이, 굴, 조개, 가재, 새우, 물소 말 그대로 통구이, 온갖 과일들, 오만 농산물들이 모여서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최고의 자리를 이루었어요. 자리 주변에는 더한층 좋은 보물들이 있었죠. 럼주, 진, 보드카, 버번, 위스키 등 별의별 술이 있고, 아예 폭포처럼 몇 통어치가 마구 쏟아지는 맥주도 있었답니다. 이 모든 것들 맨 위에, 키 크고 호리호리하며 두꺼운 빨간 망토를 두르고 황금 브로치를 단, 횃불이 타오르는 긴 지팡이를 쳐들고 축제용 겨울모자를 쓴 트로이 러멘트Troy Lament가 앉아 있었죠. 러멘트가 브라이트에게 처음 건넨 말은 쾅 터지듯, 그러나 친근한 어조로 흘러나왔어요.

러멘트: 브라이트! 이 늙다리 좀만아, 들어와! 얼렁— *딸꾹* -얼렁 오라고 이 씨박새끼, 밤은 길지 않다구.

브라이트: 트로이? 트로이 러멘트? 너는 뭐 하는 놈이야?

러멘트: 나? 아 잠깐만, 음식. 나는, (헛기침.)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이지. 지금의 현재고, 말하자면. 날 쳐다보고 절망해 봐, 잭 브라이트.

브라이트가 주저한다. 러멘트가 브라이트를 잠깐 빤히 보다가 웃음을 터뜨린다.

러멘트: 나 땜에 잠깐 쫄았다, 그치?

브라이트: 트로이, 이게 다 뭐야? 이해가 안돼, 난—

러멘트: 아마 나 같은 놈을 이제껏 본 적이 없었겠지, 안 그래?

브라이트: 전혀 없지. (멈춤.) 너도 그럼 이제…?

해설자 2: 정령 트로이 러멘트는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어요. 하지만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지는 않았죠.

러멘트: 그래, 잭 브라이트. (음식의 왕좌에서 내려온다. 약간 휘청거린다.) 우리가 볼 게 너무나도 많아.

브라이트: 그럼 바라는 대로 날 데려다 줘. 간밤에는 그저 이끌리기만 하면서 이리저리 다녔는데, 이제야 정령의 말 속에서 교훈이 보여. 지금부터 가르쳐줄 게 있다면, 어서 나한테 도움을 베풀어 줘.

러멘트: (손을 내민다.) 내 손을 잡아.

브라이트가 손을 잡는다.

해설자 3: 한 줄기 가느다란 연기, 그리고 가볍게 타는 느낌이 일며, 둘은 휙 다른 곳으로 사라졌죠. 둘이 다시 나타난 곳은 키 작은 집이 늘어선 크리스마스 아침의 거리 한복판이었어요. 브라이트는 그곳이 저임금 직원들이 집을 구하거나 가족을 부양하는, 제19기지 근체의 조그만 마을 중 하나임을 알아차렸죠. 이곳은 다른 마을과 딱히 다른 점은 없었어요. 크기는 작고 사람은 빽빽하고 북적거렸지만, 그럼에도 깔끔한 데가 있었죠. 하늘은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어요. 아침 하늘이 회색빛을 띠었는데도 그곳에는 유쾌한 분위기가 있었어요.

해설자 4: 둘의 주위에는 연구원들과 요원들, 관리인들, 기술자들, 그 외 직업 모를 마을 사람들이 제각기 아침 임무를 다하러 움직이고 있었어요. 이따금 누군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면 모두가 똑같은 말로 대답해 주곤 했죠.

해설자 5: 곧 둘은 잭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단지 모습을 들어보기만 했던 곳에 도착했어요. 벽에 구멍보다 조금 더 나은 듯한 어떤 집이, 자기만큼이나 조그맣고 거무칙칙한 아파트들 사이에 끼어진 채로 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집은 깨끗하고 창문이 불빛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죠. 문 위에는 "Mr. 브리지 & Mrs. 무스"라는 글씨가 있었어요. 그제야 브라이트는 자신이 자기 조수의 집 밖에 서 있음을 깨달았죠.

러멘트: 아하! 도착했구만. 봤지, 브라이트? 나는 파티가 어딨는지 언제나 안다니깐. 의심하덜덜 *딸꾹* 마시라고.

해설자 1: 둘은 벽을 뚫고 들어가 그 안의 장면을 보았어요. 크리스마스 아침 식사 준비로 욱적북적 바쁜 이 풍경에는 장고의 아내 틸다 무스가 있었고, 큰아들 프리츠도 있었고, 또 어린 남자아이 하나, 여자아이 하나가 아침 캐서롤의 첫 조각을 자기가 먹을 거라고 서로 다투면서 오만 데를 돌아다니고 있었죠. 러멘트는 이 광경을 보며 아주 기쁘게 웃었어요.

러멘트: 와 미친, 졸라 좋은 장면일세. 가족이 *딸꾹* 모두 함께 모여서 졸라 좋은 시간 보내는 거 봐봐. (약간 휘청거린다.) 완전 바랄 게 더 *딸꾹* 없다 그치?

무스: 프리츠! 이리 오렴. 너희 아버지는 어디 가셨대니? 또 너네 동생 꼬마 진도 말이야.

해설자 2: 무스가 말을 끝마치기 무섭게, 장고가 너덜너덜한 겨울 외출복 차림으로, 막내딸 꼬마 진을 어깨에 앉힌 채로 문을 열고 들어왔어요. 저런, 불쌍한 꼬마 진! 작은 목발을 들고 있고, 두 다리는 보철로 받쳐져 있군요. 어떤 재난이 꼬마 진에게 닥쳤는지, 변칙적 사건 때문인지 어땠는지 우리가 알 길은 없겠죠.

브리지: 안녕 부인! 나 이제 왔어! 이제 가렴 얘들아. 꼬마 진 좀 자기 방에 데려다 줘, 아침 시간 다 됐으니까. 자 이제 어서, 빨리빨리 올라가.

아이들이 재빨리 올라간다.

무스: 그래 우리 꼬마 진은 어땠어?

브리지: 최고였지, 틸리. 더 바랄 게 없을 만큼. 요즘은 얘가 사색할 때가 많고 그렇잖아? 오늘 아침에 킴메리안 박사님께 편지 드리러 의무실까지 갔는데, 그 시간 내내 자기 가능한 한 똑바로 서서 대기실에 다른 사람들한테 기분 북돋워 주는 말을 하는 거야. 이럴 땐 정말 아픈 곳 하나 없는 애 같더라고.

브리지가 훌쩍인다. 목소리가 떨린다.

무스: 됐어, 장고. 이제 아침 먹자. 슬슬 애들 배고프겠어.

해설자 5: 두 사람은 서둘러 아침 준비를 끝마쳤어요. 식사는 보잘것없었죠. 캐서롤 하나, 토스트, 계란 몇 개, 치즈랑 주스 약간뿐이었어요. 하지만 이것이 이 가족이 가진 것이었고, 가족에겐 이것으로 충분했죠. 트로이와 브라이트가 지켜보는 앞에, 가족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빈약한 식사를 맛있게 먹으며 그릇을 싹싹 비웠어요. 식사를 마치자 무스는 입가심할 음료를 가져왔어요. 아버지 어머니한테는 브랜디를…

해설자 2: …분명히 이럴 때 쓰려고 오래 갖고 있던 물건이겠죠…

해설자 3: …그리고 아이들한테는 초코우유를. 모두 자기 잔을 받자, 장고가 건배를 하려 일어났어요.

브리지: 우리 사랑하는 멋진 가족들,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다. 다음 해도 올해처럼 축복이 있길 빈다. 하느님의 축복이 있길.

해설자 4: 모두가 이 말을 따라 외쳤죠. 마지막으로 꼬마 진이 조그맣게 이렇게 외쳤어요.

꼬마 진: 하느님의 축복이, 우리 뭐냐에게 있길.

해설자 1: 가족들이 건배하러 옹기종기 모일 때, 꼬마 진은 아버지 옆에 자리를 잡았어요. 잠시 함께 앉아 서로 별 말 없이 있다가, 장고는 진의 조그만 손을 부드럽게 잡아 주었어요. 얼마 안 지나서 장고는 담담하게 콧노래를 불렀죠…

해설자 2: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자기에게 불러주었던 그 노래를…

해설자 5: 브라이트는 장고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어요. 꼬마 진도 따라서 눈물을 흘렸죠. 아버지의 눈물을 누더기가 다 된 소매 끝으로 닦아 주면서.

꼬마 진: 울지 마, 아빠. 다 괜찮을 거야.

브라이트: 트로이, 제발. 진이 계속 살지 알려줘.

러멘트: 브라이트 임마, 일로 와봐. 얘네들은 다 현재의 그림자들이야. 제일 명확한 그림자란 말이지. 시간의 준엄함에도 미래의 *딸꾹* 불확실함에도 때가 안 묻은 종류라 이 말이야. 근데 만약에 *딸꾹* 이 그림자들이 안 바뀌고 있다 하면, 저기 빈 구석에 홀로 남은 목발이랑 주인 없는 자리가 보이네. 우! 암담하구만.

브라이트: 안돼! 안돼, 친절한 정령, 제발. 살아남을 거라고 말해줘.

러멘트: 못 살아남아, 잭. 이 그림자들이 앞으로도 *딸꾹* 안 바뀐다 한다면 애는 사라지는 거지. 어어, 떠나가는 거야, 지금 상태론. 시간이 얘 편도 아니고, 얘 시간은 *딸꾹* 계속 줄어들고 있어. 그런데 그게 되게 좋지 않나? (웃음.) 보호할 인류 한 명 줄어드니까 좋겠네. 하, 이거 참 *딸꾹* 심란한 일이겠지?

해설자 1: 자신의 말이 되돌아와 자기를 질책하는 것을 느끼며, 브라이트는 고개를 푹 숙였어요.

러멘트: 내가 사실 저세상 이야기는 *딸꾹* 하면 안되는 처진데 말이야, 잭. 내가 지금 너를 아마 병신보다 더한 새끼라고 느끼고, 너 살 가치가 이런 어린이 수백만 명만큼 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하는 걸 막을 수가 없네? 심판이라는 *딸꾹* 그 이름 앞에서, 너한테 가치가 쟤보다 있다고 어떤 방식으로 설명할 건데?

해설자 3: 정령의 말에 브라이트는 완전히 풀이 죽었어요. 땅바닥을 내려다보는 눈이 계속 떨렸죠. 하지만 브라이트는 빠르게 다시 고개를 들었어요. 장고가 건배하면서 자기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렸거든요.

브리지: 잭 브라이트 박사님을 위하여. 브라이트, 이 잔치를 열어준 사람께 건배!

무스: 파핫! 잔치를 열어주다니, 참내! 진짜 여기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참교육 좀 시켜줄 텐데. 잡아 잡숴 보라고 내 목구멍에 있는 말 한가득 해줄거야. 그거 다 받아먹을 만큼 식욕이 있으셨음 좋겠네.

브리지: 에이 틸다, 우리 부인, 왜 그래. 크리스마스잖아. 애들 앞인데…

무스: 그래 진짜 크리스마스긴 하다, 당신까지도 드럽고 쩨쩨하고 몰인정한 잭 브라이트 그 인간 건강하기 바라면서 건배하는 거 보니까.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장고. 당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라고.

브리지: 부인… 크리스마스라니까.

무스: 알았어. 같이 그 사람한테 건배해 줄게, 당신이랑 크리스마스인 거 생각해서… 그래도 그 사람 생각해서 아니야. 그분한테 건배, 살 만큼 마저 다 사시길. 정말 행복할 거야, 아무렴.

해설자 1: 가족들은 건배를 했지만, 집 안에 온기는 온데간데없었죠. 브라이트에게도 느껴졌어요. 정령이 든 횃불이 가까이서 온기를 주었음에도, 이 가족에게 자기 이름이 얼마만큼의 오한이 되는지 충분히 느껴지고도 남았죠. 그 이름이 입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집안에는 어둠이 드리웠고, 그 기분은 쉬이 떨쳐낼 수 없었어요.

해설자 5: 갑자기, 아무 예고도 없이, 잭은 밝고 보송보송하고 환한 방 한복판에 있었어요. 정령은 바로 옆에 서서 미소짓고 있었죠. 그리고 조카의 웃음소리가 터져나왔어요.

둘이 주위를 돌아보자, 로제, 그 아내 알렉산드라, 그 친구들 첼시 엘리엇, 제이컵 콘월, 드미트리 스트렐니코프, 디트리히 러크 들이 앉은 채로 있다. 다들 흥겨운 분위기에 잔뜩 취한 모습이다.

로제: …그래서 내가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하니까, 대뜸 나가 죽으래! 진짜로, 거짓말 안 하고! 거기다 진심이었다니까!

첼시 엘리엇이 크게 코웃음친다.

엘리엇: 참내, 그분도 참 자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스트렐니코프: 부끄러움? 그런 것 있겠나? 성질 고약한 늙은이가. 뭐 더 기대하자고?

로제: 웃기는 영감은 맞아, 그거는 확실하지. 필요 이상으로 남을 불쾌하게 하시는 분이고. 그래도 난 그 고약한 버릇이 그 자체로 벌이라고 생각해. 해서 내가 삼촌 가지고 한소리 할 생각은 없어.

러크: 되게 돈 많으신 분 이냐? 네가 맨날 그렇게도 말하는 것처럼.

로제: 하, 그럼 뭐해. 재산이 아무 쓸모가 없어. 재산 가지고 아무것도 안 하시니까. 자신이나 주위 사람들 편안해지도록 쓰는 짓을 안 하신다니까. 나는 이제 모종의 만족감을 얻으시려고 그러시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 (웃음.) 세상 사람들한테 유익한 짓을 이렇게나 전혀 안 했다 하는.

알렉산드라: 원, 나는 그 사람 도저히 못 참겠던데.

로제: (웃음.) 아, 난 그래도 달라. 나는 삼촌이 진지하게 불쌍하거든. 그래서 화를 내려고 해도 내지 못하겠더라고. 기분을 개같아해서 누가 고생해? 자기만 하시지. 자, 삼촌은 자기가 우리 모두를 싫어한다는 생각을 머리에 딱 박아놓고 같이 식사 안 하시기로 고집부리시지. 손해 보시는 게 뭐 있어? 기껏해야 조촐한 저녁식사밖에 더 있을까.

콘월: 하!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굉장히 멋진 식사를 놓치셨는걸!

엘리엇, 러크, 스트렐니코프, 알렉산드라도 이 말에 동의한다.

로제: 뭐, 그렇게 생각들 해 줘서 솔직히 되게 고맙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삼촌이 우리를 이렇게 싫어하시는 결과 요런 순간들을 잃어버리시고 말았다 그 얘기야. 내 생각에 삼촌은 본인 생각 속에서나 저 차가운 제19기지 사무실에서 반가운 동료가 더 이상 없거든. 앞으로도 매년 똑같은 기회를 드릴 작정이야. 불쌍하신 분이니까.

알렉산드라: 그래봤자 계속 당신 돌려세울걸.

로제: 그럼 그렇게 두면 되고! 그 정도로 내가 발을 끊진 않아. 크리스마스를 욕하시더라도, 나를 욕하더라도, 이 세상 모두를 욕하더라도, 돌아가실 때까지, 음 돌아가실 때까지도… 그런다 해도 나는 계속 "브라이트 삼촌,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하고 인사하러 갈 거야. 내 말 한 마디에 기분이 좀이라도 풀려서 그 불쌍한 조수한테 보너스나 좀 주신다면, 그것만 해도 좋잖아. 어제는 내가 삼촌 좀 흔들리게 한 듯?

그 말에 모두가 웃는다.

러멘트: 하. 저 모습 좀 봐, 브라이트. 저런 모습들 보라고. 너 가지고 아주 *딸꾹* 괴상망측한 소리 하고 있지? 아무래도 네가 그렇게 *딸꾹* 병신은 아니었다 보다. 와 정말, 심지어 *딸꾹* 조카 입에서 저런 말이라니. 기분 쥑이게 오묘하지.

로제: 좋아, 이제 불쌍한 삼촌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자자, 게임이나 하자. 마피아 할래?

해설자 3: 사람들이 게임을 시작하자, 브라이트도 조용히 게임하는 자리에 끼어들어 다른 사람들처럼 정체를 추측하고 답을 외쳤어요. 정령은 기쁘게 그 모습을 구경했답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브라이트는 손님들이 전부 떠날 때까지만 계속 있자고 부탁했어요.

러멘트: *끄윽* 안될 말씀인데, 잭 이 친구놈아. 신경을 *딸꾹* 쓸 것도, 봐야 할 것도 몇 뭉텡이 남았거든.

브라이트: 아 제발, 트로이. 지금 게임 새로 시작하잖아. 30분만 더 줘, 부탁해.

러멘트: 알았어, 알았어. 게임 할 거 하시라고. 나 좀 *딸꾹* 부엌에 있을게.

로제: 좋아, 이번에는 열고개를 할 거야. 내가 뭐 하나를 생각하면, 너네가 OX 질문 10개로 알아맞히면 돼.

콘월: 쉽구만. 동물이야?

로제가 고개를 끄덕인다.

엘리엇: 살아 있어?

로제가 고개를 끄덕인다.

러크: 헤. 길들이는 동물?

로제가 고개를 젓는다.

스트렐니코프: 하면 야생이겠군. 불쾌한 동물인가? 짐승같은?

로제가 고개를 끄덕인다. 웃음을 겨우 참아가며.

콘월: 야생에 사는 거야?

로제가 고개를 젓는다. 얼굴에 눈물이 흘러나오려 한다.

알렉산드라: 정육점에서 잡는 동물이야?//

로제가 결국 큰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젓는다.

스트렐니코프: 성질 나쁘게 도시 사는 동물이라. 말이 답인가?

로제가 고개를 젓는다. 웃느라 정신없는 채로.

엘리엇: 괴성 내는 동물이야? 그르릉 으르렁 하면서?

로제가 평정심을 완전히 잃고 미친 듯이 웃는다.

러크: 나 알겠는 듯. 정답은 고양이!

로제: 땡! 아니야, 고양이 아냐! 마지막 질문!

콘월: 뭐 네가 집에 데려다 놓고 싶은 동물이야?

로제: 아니! 절대 안 그러고들 싶을걸! 질문 끝!

브라이트: 아! 알았다! 정답은—

알렉산드라: 나 알겠어! 알겠다고! 정답은 바로—

브라이트: …SCP-682!

알렉산드라: 당신 브라이트 삼촌!

로제: 정답! 정답이야, 우리 똑똑한 부인! 사랑하는 우리 삼촌!

해설자 4: 깔깔 웃는 소리들이 방 안을 가득 채웠어요. 브라이트도 역시 자기도 모르게, 정확하게 설명 못할 이유로 함께 웃었죠. 브라이트가 부엌 쪽을 보자, 정령은 브랜디를 열심히 마시며 다른 사람들만큼 크게 웃고 있었어요.

로제: 친구들, 삼촌이 오늘밤에 우리를 유쾌하게 해 주셨으니까 건강하시라고 건배나 해드리자고. 건배! 잭 브라이트를 위하여. 장수하시기를.

모두: 잭 브라이트를 위하여!

해설자 2: 즐거움과 가벼운 마음으로 가득 찬 브라이트는, 그곳의 사람들에게 기쁘게 자기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하고 멋진 연설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어요. 정령이 시간만 주었다면요. 하지만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졌죠.

해설자 1: 그리고 몇 시간 동안…

해설자 3: …혹은 며칠이었을까요? 몇 주? 몇 년?

해설자 1: 브라이트와 트로이는 교외로 발을 옮겨 병상을, 병원을, 감옥을, 격리실을, 가장 깊고 어두운 곳을, 세상의 가장 비참한 구덩이 속을 찾아갔어요.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정령은 자신의 축복을 두고 가며, 그곳을 조금 더 밝게 만들어 주었죠. 잭은 이때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 어떤 것임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데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충분함을 지켜보았어요.

러멘트: 여기가 우리 갈 길의 *딸꾹* 마지막이야, 잭 이 친구야. 지금까지 이 짓거리들이 도움이 *끄윽* 됐는지 모르는데, 뭐 전혀 되건 말건, 한 가지 명심 좀 했으면 하는 게 있어.

브라이트: 말해줘, 정령. 네가 하는 말이 내 영혼한테는 곧 선물이니까.

러멘트: 1번, 어윽, 그렇게 좀 *딸꾹* 살지 마시고. 2번, 네 주위에 사람들을 잊어먹지 마. 인간 경험은 서로 함께 공유하라고 *딸꾹* 있는 거거든. 진정한 행 *딸꾹* 복을 찾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하고 함께하면서 나누는 거야. 뭐 기쁨 그런 거 있지. 이 정도면 알아듣겠잖아.

브라이트: 고마워, 트로이.

러멘트: 아님, 아니면! 그냥 술이나 *딸꾹* 마시든가. 내가 해본 방법인데, 지금까지 보니까 좀 괜찮은 방법 같잖아? (정령이 브라이트의 등을 두드려 준다.) 좋아, 내가 할 건 *딸꾹* 여기까지야, 원숭이 자식아. 어서 가라고, 선생님.

해설자 2: 그리고 브라이트는 갑자기 자기 방에, 춥고 혼자인 채로 돌아와 있었어요. 브라이트는 눈을 방의 시계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에버렛 만의 말을 기억하며, 시계가 천천히 자정으로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았어요.

해설자 4: 바닥에서 캄캄한 실안개가 피어오르고, 주변의 벽이 무너져 내렸어요. 브라이트는 가슴에서 숨이 막혀오고, 털 북슬한 피부에서 강철 같은 오한이 피어나는 게 느껴졌어요.

해설자 1: 시계가 천천히 똑딱임을 멈추고, 불어오던 바람이 멈추고, 세상이 조용해졌어요…

해설자 3: …매우 조용했죠…

해설자 5: …그리고 그림자 속에서 엄숙하고 조용하게, 꼿꼿이 서서 지독하게 무서운 분위기를 풍기는, 영원 끝까지 뻗친 암흑을 걸친 혼령이 걸어나왔어요…

해설자 2: …그리고 잭 브라이트는 두려워졌어요…

해설자 3: …매우 두려워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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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막

마지막 정령

브라이트: 네… 네가 바로 패민Famine이군.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

패민이 대답하지 않고, 해골 손 하나를 꺼내 앞쪽을 가리킨다.

브라이트: 이제 네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의 그림자를 보여주겠군…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일들 말야, 그치.

패민이 브라이트의 말이 맞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해설자 5: 이때쯤 정령들과 같이 다니는 데 꽤나 익숙해졌는데도, 브라이트는 이 말없는 형체를 너무나도 두려워한 나머지 다리가 떨리고 거의 풀리기가 일보직전이었어요. 정령을 따라갈 준비를 하는데 두 발로 설 수가 없을 정도였죠. 정령은 그 상황을 관찰하려는 듯 잠시 멈춰서, 브라이트가 정신을 차릴 시간을 주었죠.

브라이트: 패민… 난 지금 네가 지금까지 본 정령 중에 제일, 내가 목격한 어떤 변칙개체보다도, 내 심장이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공포보다도 무서워. 하지만 난 뭔가 도움을 주려고 네가 왔다는 건 알고, 이제… 이제 달라지고 싶어. 지금까지보다 더 나은 인간성을 정말로 얻고 싶고, 널 따라갈 준비는 됐어. 그런데… 말 한 마디만 해 주면 안돼?

패민이 대답하지 않는다. 손이 아직도 둘의 앞으로 뻗은 채이다.

브라이트: 그렇다면야 가자고. 이끌어 줘, 정령. 밤은 얼마 안 남았고, 나한테 소중한 시간임을 내가 아니까. 앞장서라고.

해설자 4: 정령은 손을 뻗어 주위의 어둠을 커튼처럼 당겨젖혔어요. 둘이 있는 곳은 어느 새 어떤 기지가 되어 있었죠. 브라이트가 모르는 곳이었지만 약간 친숙한 감도 드는 곳이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던 브라이트는 벽에서 "S-13"이라는 표지판을 보았어요. 둘의 가까이 세 사람이 서 있었어요. 언뜻 보니 그곳 박사들 같았는데, 나지막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죠. 세 명의 뒤로 GOC 평화유지군 한 무리가 지나가는 것을 브라이트가 보았지만, 세 명 중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어요.

실버 박사: 아니, 자세하게는 잘 모르겠어. 아무튼 이제 사라졌다는 것밖에는.

맥티리스 박사: 거긴 언제 무너뜨렸대?

실버 박사: 지난밤이라 그러던 것 같은데.

로젠 박사: 왜? 거기는 영원히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버 박사: 알게 뭐야.

맥티리스 박사: 그럼 거기 직원들은? 전부 전근 처리야?

실버 박사: 거기까진 못 들었어. 아직 결정을 못 내렸는지도 모르지.

로젠 박사: 그러면… 그 인간은?

실버 박사: 으응?

로젠 박사: 에이 다 알잖아. 그 인간도 다른 사람하고 같이 나왔어?

실버 박사: 아, 그 늙다리? 아니, 나 알기론 아직 못 나왔어. 아마도 거기 잠들어 있으라고 거기 놔뒀을지도. 그 정도도 충분히 예우해 주는 거지.

맥티리스 박사: 그게 끝이라 그 말이야? 그 오랜 시간들을 그걸로 끝낸다고? 성대한 환송식도 의식도 아무것도 없이? 장례식까지 안 하고?

실버 박사: 그 인간한테? (웃음.) 그런 거 준비해 봤자 참석하러 올 사람이나 있었겠어?

로젠 박사: 나는 점심이라도 줄 것 같으면 갈려고 했는데, 에이 참 나도 밥은 먹어야 해서 말이지.

셋 모두 웃는다.

실버 박사: 뭐, 내가 여기서 제일 객관적인 사람 같긴 한데. 나는 그런 일 땜에 의식을 하는 것도 장례식도 맘에 안 들어. 그래도… 잘 생각해 보면 나는 갔을지도. 굳이 생각을 해 보면 내가 맨 마지막에 그 인간하고 제일 각별했던 사이 같거든. 몇 주에 한 번 복도에서 만났을 때 인사 정도는 했으니깐.

배우들이 들어와 복도를 채우며 부산하게 앞뒤로 오간다. 브라이트가 몇몇 박사들이 자켓 소매에 재단 배지가 있을 곳에 GOC 배지를 단 것을 본다.

해설자 1: 셋은 모두 자리를 떠났고, 갑자기 복도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 찼어요. 브라이트는 설명해 줄 말을 찾아 옆에 있는 정령을 바라봤지만, 정령은 대답하지 않았죠. 박사들은 모두 자신이 아닌 사람이었어요. 함께 일했던 이들이니까요.

해설자 2: 갑자기 둘의 앞에 단 두 사람만이 나타났어요. 브라이트는 두 사람이 자기처럼 평판 좋았던 기지 감독관임을 알아차렸죠. 두 사람은 자기처럼 재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인물들이었어요.

플럭스 감독관: 안녕하세요.

토프 감독관: 안녕하세요.

플럭스 감독관: 그 악마 같은 인간이 드디어 최후를 맞이했구만요?

토프 감독관: 그렇다데요. 믿기 힘든 소식이죠?

플럭스 감독관: 그렇죠. 나중에 골프 한 판?

토프 감독관: 별론데요.

플럭스 감독관: 그렇군요.

해설자 3: 그러고 두 사람은 헤어졌어요. 브라이트는 혼란스러웠어요. 이런 하찮은 대화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자신도 잘 아는 사람들이긴 하다만, 대체 누굴 가지고 하는 이야기였을까요? 적어도 에버렛 만은 아니었겠죠. 벌써 과거 속에 자리한 과거의 일이니까요. 어쨌거나 브라이트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이 상황에 맞는, 자신과 바로 관련 있는 사람을 생각해 내지 못했어요.

해설자 5: 갑자기 둘은 또 다른 곳에 있었어요. 이번 광경은 창고였는데, 어느 방향으로 눈을 돌리든 시야가 닿는 최대한까지 뻗은 곳이었죠. 박스 위에 박스며 컨테이너며 상자들이 저 멀리 천장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었어요. 브라이트는 이곳이 기록이며 수집품들을 영구 부관하는 어떤 저장시설임을 알아차렸어요.

해설자 2: 둘의 앞에는 세 사람이 있었어요. 재단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와 무한히 작동하는 기계의 일부를 맡는, 구금노동자들이었죠. 이들은 재단 내부운용의 한 축에 해당했고, 아는 거라곤 자기 하는 일과 탁자에 놓인 음식밖에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케스트럴: 짐 하나 더 왔으.

팔콘: 또 제19기지야?

케스트럴: 보니까 뭐, 아무래도. 이걸로 끝인 듯해.

벌처: 뭐가 왔어? 저기 저 상자야? 옆에 이름 써 있네.

셋이 이름을 보지만, 이름은 관중한테 안 보이는 쪽 옆면에 써 있다. 브라이트도 목을 빼 보지만, 보이지 않는다.

케스트럴: 알게 뭐람. 안에 한번 볼까? 이딴 데서 물건 하나둘 없어져 봤자 알 사람이 있을라구.

팔콘: 이야, 이것 봐라. 이것 좀 멋있는데? 무슨 황금 펜이야, 봐봐. 글쓰는 거.

벌처: 나도 이거는 좀 끌리기는 하네. 이 실크해트도 멋있다. 이상한 원숭이 조각이며.

케스트럴: 종이, 종이, 스테이플러… 전부 사무용품이네, 이네들아.

벌처: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 멋있는 사무용품이야.

팔콘: 깨나 중요인물이었나 보지, 이 사람.

벌처: 재단이야, GOC야?

케스트럴: 재단이겠죠. GOC 꺼는 전부 저네들이 우크라이나에 지은 요새로 옮겨갔어. 제19기지 무너지기 전에 있던 물건은 아닐 테고.

팔콘: 하! 이거 봐봐! 쪼끄만 신발 한 짝이네. 모양 이상하다.

벌처: 야, 케스. 이 물건들 그때 기지 무너질 때 끝장났던 그 늙은 사람 물건 같지 않아?

케스트럴: 그 사람은 잘 모르겠다. 근데 이름은 그 사람 맞아, 그거는 확실해.

벌처: 그럼 그 사람 거 맞네. 세상 떠나면서 밥숟가락 아주 거하게 와장창 놓은 그 사람이잖아.

팔콘: 그래도 이게 최선이지. 말을 들어보니까 아예 나올 생각을 안 했다더라고. 퇴역시키는 그때까지도 말이야. 문밖으로 끌어낼 수가 없었대.

케스트럴: 잘했네 뭐. GOC 타입에 그런 인성 있던 사람이 잘 맞아들 리가 없지.

벌처: GOC 타입이랑 잘 맞아드는 인성이란 게 언제 있었냐, 이 친구야.

셋 모두 웃는다. 셋은 상자를 짐수레에 싣고 가져간다. 브라이트가 상자 안을 보려고 발을 내딛지만, 방이 사라져 버린다.

해설자 1: 브라이트는 주위의 어둠 속을 바라보다가 저 멀리 있는 언덕을 발견했어요. 어둠 속에서도 옛날만큼이나 브라이트에게 익숙한 저 언덕의 마루에, 다 그을려진 건물의 잔해가 있었어요. 의심할 여지가 없이 한때 제19기지였던 그 건물이었죠. 타오르는 강철의 톡 쏘는 냄새와 공기 중에 돌아다니는 재 때문에, 콧구멍이 간지러워졌고 폐 속으로 매캐한 연기가 들어왔죠.

브라이트: 정령, 제발. 나 여길 알아. 알았다라고 해야 할까. 아까 그림자들이 말하던 사람이 나처럼 살았을 수 있단 걸 알겠어. 내가 내 삶을 바꾸지 않는다고 할 때. 세상에, 이게 다 뭐야. 어떻게 이런 일이.

해설자 2: 브라이트가 흠칫했어요. 광경이 또 갑자기 바뀌었거든요. 둘은 이제 기지의 입구가 있던 곳, 재단의 가장 중요한 시설로 가던 대리석 깔렸던 위대하고 영광스러웠던 길에 서 있었죠. 남은 거라곤 어두운 복도뿐이고, 양옆은 완전히 날아간 모양새였어요. 브라이트가 몇 걸음 물러났지만, 이내 멈추고 말았어요. 정령이 또 뻗은 손이 폐허가 된 복도 저편을 가리키고 있었죠.

브라이트: 패민, 여기 정말 무서운 곳이야. 여기 떠나도 교훈은 안 잊을게, 약속이야. 제발, 이제 가자.

패민이 그대로 있는다. 건물 쪽을 가리키는 채로.

브라이트: 이해해, 친구. 갈 수 있음 정말 갈 거야. 그런데 나한테 더는 힘이 없어. 정령, 내가 저 복도로 걸어갈 힘이 없다구. 제발, 만약에… 그 사람이 죽어서 아니면 이 기지가 파괴돼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라도 있다 한다면… 그 사람을 보여줘, 정령. 이렇게 애원할게.

해설자 4: 어둠이 다시 둘에게 밀려들어왔어요. 어둠이 물러나자, 둘은 브라이트가 한 번 보았던 그 조그만 집 밖에 서 있었죠. 바로 불쌍한 장고 브리지의 집이요. 둘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갔어요.

틸다 무스, 어린 아이들, 나이 조금 더 찬 프리츠가 안에 있다. 프리츠는 조용히 문 옆에 서 있고, 틸다는 소파에서 조용히 보고서를 읽는다.

브라이트: 너무 조용해, 패민. 아주 생기발랄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무스: 너희 아버지는 어디 있으시대니, 프리츠? 올 시간 벌써 다 됐는데 말야.

프리츠: 아예 지났어요, 엄마. 아무래도 옛날보다 요즘 좀 걸음걸이가 느려지신 것 같아요.

틸다가 대답한다. 쾌활하던 목소리는 이제 느릿느릿하고, 한 번은 흔들린다.

무스: 전에는 쌩쌩하게도… 전에는 꼬마 진을 어깨에 태우고도 쌩쌩하게도 걸어다녔는데. 너무 빨라서 집에 가는 동안 기분 좋아서 오만 소리 다 지르더라지.

프리츠: 저도 봤어요. 자주요.

무스: 그런데 걔는 가볍고, 아버지한테 많이 사랑받았으니까. 아버지한텐 문제도 아니지… 전혀 아니었지. 아, 밖에 오셨는가 보다.

해설자 3: 무스는 서둘러서 장고를 맞았어요. 불쌍한 작달막한 장고는 너덜너덜한 셔츠에 얄팍한 코트를 입은 채로 들어왔죠. 무스는 차를 탔고, 어린 두 아이들이 차를 장고에게 내 왔죠. 장고가 차를 받으려고 몸을 굽히자, 둘은 아빠의 뺨에 자그마하게 입을 맞춰 주었어요. "울지 마요 아빠, 슬퍼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듯이.

무스: 일요일인데. 오늘 갔다온 거야?

장고: 그래, 부인. 당신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 뻔했네. 정말 푸르르고 아름다운 곳이거든. 그래도 앞으로 자주 볼 거야. 약속해 줬거든… 일요일에는 보러 가겠다고. 우리 귀여운 딸한테. 우리 꼬마, 꼬마한테. 아, 하느님, 우리 꼬마 진한테.

해설자 4: 한순간에 장고는 허물어졌어요. 더 참을 수가 없었죠. 장고는 방을 떠나 서재로 올라갔어요. 서재는 아이들의 손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되어 있었죠. 장고는 그곳에 잠시 앉아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 받아들일 시간을 가지고는, 다시 행복한 기분을 꽤 되찾아 가족들한테 돌아갔어요.

장고가 가족들 곁에 앉는다. 가족들이 장고를 본다. 장고가 생각에 잠긴 듯 시선을 둔다. 미소 띄운 얼굴에 눈물 한 줄기가 흐른다.

장고: 살면서 뵌 제일 다정하신 분을 오늘 뵀어, 틸다. 새로 만든 엔지니어 창고에 신청서를 내러 갔는데, 전에 한 번 사무실에서 봤는데 제대로 이야기 못 해본 분이 계셨거든. 성함이 랄프 로제라고, GOC에서 일한다고 하셨는데, 옛날에 그 잭 브라이트의 입양한 조카라는 거야. 내가 조금 약간… 축 처져 있고 한데, 그런 걸 눈치챘는지 무슨 문제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

장고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다시 말한다.

장고: 태도 되게 다정해서 이야기를 해 드렸지. 그러니까 이렇게 말씀하더라고. "상심이 크시겠습니다, 브리지 씨. 댁에 부인이나 가족들도 많이 마음 아파하시겠고요.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만한 일이 있다면…" 그러고는 명함을 주면서 "제 주소입니다. 한 번 찾아오시고, 사무실에도 들러 주세요. 브리지 씨 같은 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우리 꼬마 진을 알듯이, 우리랑 같이 아파하듯이 그렇게 말하시는 거야.

무스: 되게 좋은 사람 같네, 심성도 착하고.

장고: 하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 모두 떨어져 지내더라도, 우리 불쌍한 꼬마 진을 잊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우리가 맞이한 첫 번째 이별이니까. 우리 모두 언제나— 언제나 진이 얼마나 참을성 있고 온화했는지 기억하자고. 아주 작은, 작은 꼬마였는데도 그랬던… 또 우리 모두 서로 쉽게 싸움질하지 말고, 그러는 통에 꼬마 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

모두: 안 그럴게요, 아빠. 절대로요.

장고: 난 아주 행복하다… 매우 행복해.

가족이 서로를 감싸안는다. 브라이트와 패민이 그 모습을 지켜본다.

브라이트: 정령… 우리가 헤어질 순간이 다가온 게 느껴져. 알 수는 있지만 왜 내가 아는지는 모르겠어. 저 사람… 지금까지 말한 저 사람이 누군지 가르쳐 줘. 어두운 그 복도 끝에 뭐가 있었는지 보여줘.

해설자 3: 어둠이 다시 둘을 감쌌어요. 둘은 다른 기지들의 복도와 조그만 재단 마을들의 길들을 따라 걸었죠. 브라이트는 자신의 흔적을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눈에 띄는 건 없었어요.

해설자 5: 마침내 둘은 제19기지의 그을려진 잔해에 다시 도착했어요. 브라이트는 오른쪽 저편의 직원 주택가를 희미하게 보았어요. 웬일인지 무너진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곳이었죠.

브라이트: 저기야, 정령, 저쪽에. 저기 내 집이 있을 거야, 이 길은 잘 알지. 저기 가서 내가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보게 해 줘.

패민이 멈춘다. 브라이트가 복도 쪽을 가리키는 정령의 손을 본다.

브라이트: 우리 집 저쪽이라니까, 정령. 왜 그쪽만 가리켜?

해설자 2: 냉혹한 손가락은 미동도 하지 않았죠. 브라이트는 휭하니 언덕비탈을 내려와 거주구역으로 달려갔어요. 대부분 빈 채로 있었고, 그나마 사람이 남은 곳도 자기 짐을 꾸리고 남은 일을 처리하는 데 여념이 없었죠. 자기 집까지 다다랐지만, 집은 깨끗하게 비어 있었어요. 아무도 산 적 없다는 듯이. 브라이트는 다시 언덕 위의 기지로 돌아갔어요. 유령은 여전히, 손가락을 뻗친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엇죠.

해설자 1: 브라이트는 정령에게 돌아가, 함께 어두운 건물 속으로 들어갔어요. "이곳이야. 여기가 그림자들이 말하던 그 가엾은 사람이 있는 곳이겠지. 이 돌무더기 어디엔가 묻힌 채로." 그렇게 브라이트는 생각했죠.

해설자 3: 그리고 브라이트는 또 생각했어요. "그런 사람이 누울 만한 곳이야. 참 어울리는 곳."

해설자 5: 정령은 손가락을 아직도 뻗은 채로, 미로처럼 널린 퇴락하고 파괴된 건물에 계속 깊숙히 들어갔어요. 머지않아 둘은 잭이 너무도 잘 아는 곳에 이르렀죠. 그곳을 보고 공포감에 브라이트의 가슴이 얼어붙는 듯했어요. 정령은 자리에 멈춰서서, 덩그러니 있는 출입구를 가리켰죠.

브라이트: 아냐, 안돼 안돼 정령, 제발. 그럴 리 없어.

해설자 4: 문에는 "감독관 잭 브라이트 & 에버렛 만"이라는 이름이 써 있었어요. 잭은 옛날 파트너의 이름을 딱히 떼어낼 생각 없는 사람이었으니까요. 눈앞의 문 안쪽에서 자그맣게 반짝거리는 한 줄기 빛이 보였어요.

브라이트가 문앞으로 간다.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연다. 안에 한 남자가 철 책상에 얼굴을 묻은 채로, 천장에서 떨어진 지주 조각에 찔린 채로 있다. 브라이트가 다가가자, 남자의 목에 걸린 더러워진 빨간색 금색 메달리온이 언뜻 보인다. 남자는 바로 잭 브라이트다.

브라이트: 안돼! 그럴 리 없어! 아니 아니, 아냐, 제발, 정령, 내 말 좀 들어 줘. 난 이제 옛날의 내가 아니야. 사람들이 말하던, 내가 그랬던 사람으로는 이제 안 돌아갈게. 왜— 왜 이런 걸 보여주는 거야, 내가 정말 가망이 없다면?

패민의 손이 떨린다.

브라이트: 좋아, 정령, 너 성품이 나를 동정해 주나 봐. 말해 줘, 네가 보여 준 이것들하고 다른 그림자를 앞으로 내가 남길 수 있다고. 내가 바뀌어 나갈 수 있다고!

해설자 1: 정령의 차가운 손이 떨렸어요. 주위에서 기둥이며 힘 다한 지주들이 삐걱이고, 돌 쌓이고 무너진 벽들이 바스러졌죠. 브라이트는 그 모든 소리를 들었어요.

브라이트: 앞으로 진심을 다해서 크리스마스를 존중할게, 정말 맹세야. 매년 잘 지킬 거야. 내 과거, 현재, 미래 모두 잊지 않고 살게. 세 정령들이 나한테 준 교훈을 마음속에 박아넣고, 이 가르침들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게, 제길! 제발 말해줘, 정령, 내가 저기 저 사람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설자 2: 괴로움에 찬 브라이트는 눈앞의 손을 꽉 잡았어요. 바로 그 때, 주위 세상이 온통 화염으로 가득 차 폭발했죠. 천장은 무너져 내릴 것처럼 울려댔고, 바닥은 꺼질 준비라도 된 듯이 울부짖었고, 결국 모든 것이 우수수 허물어졌어요. 아무것도 없는 바닥 속으로. 잭은 자신의 인생 속에 있는 정령의 손에 매달렸어요. 정령이 브라이트를 떼내려고 해도 완강하게 버텼죠.

해설자 5: 자신의 운명을 바꿔달라고 마지막으로 기도하며, 잭은 유령의 손을 놓고 두 손을 하늘로 쳐들어 자비를 간청했어요. 그때 브라이트는 보았어요. 정령의 어두운 후드 속에서 비치는, 그리고 점점 더 밝아지는 빛을. 너무 밝은 나머지 브라이트는 눈을 가렸죠.

해설자 3: 눈을 다시 뜨자, 브라이트는 자기 방 자기 침대 위에 앉아 있었어요. 햇빛이 창문 블라인드 사이로 삐져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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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막

이야기의 결말

브라이트: 내 방이야.

재빨리 일어난다. 주위를 서둘러 휙휙 둘러본다.

브라이트: 그래! 내 방이야! 내 침대! 내—

대문으로 달려 내려간다. 문을 벌컥 열고 문 바깥쪽을 살펴본다. 만의 얼굴이 없는 것을 보고,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브라이트: 크리스마스의 정령들이여, 축복들 받길! 그리고 만, 너도 축복 받아라, 이 시키야. 나한테 이런 다시없을 기회를 주었으니! 이제부터 똑바로 살아갈 기회를— 그리고 나 이제 똑바로 살아야겠지!

브라이트가 거실을 아예 아주 뛰어다닌다. 즐거운 원숭이 소리를 기쁘게도 내면서.

브라이트: 모두 여기 있어! 저기가 만이 들어온 문이고, 저기는 트로이 그 고주망태 새끼가 앉았던 곳이지. 다 괜찮아, 다 진짜 있었던 일이니까! 모두 있었던 일이야! 하하하!

해설자 1: 브라이트는 그러다, 자신이 오늘이 며칠인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브라이트: 오늘이 이번 달 며칠인지 모르겠는걸. 정령들하고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겠네! 완전 어린아이 된 기분이야. 아무렴 어때, 상관없어. 어린아이라도 하면 되지. 우 우! 안녕! 안녕 안녕!

브라이트가 침대 창문으로 가서, 창문을 활짝 열과 아침 공기 한 번 들이마시고, 집 앞을 마침 지나가는 소년 박사를 부른다.

브라이트: 거기 잠깐, 젊은 친구! 오늘 며칠인가?

헤이든: 예?

브라이트: 오늘 며칠이냐구, 이 친구야. 이번 달 며칠이지?

헤이든: 오늘요? 크리스마스잖아요, 선생님.

브라이트: 크— 크리스마스구나! 놓치지 않았어! 정령들이 하루만에 그 일들을 다 한 거야. 물론 그랬겠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아 세상에,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

헤이든: 뭐 하세요, 이상한 원숭이 선생님?

브라이트: 아 그래, 멋진 젊은 친구. 다음 길 지나서 그 다음 길모퉁이에 닭집 알지?

헤이든: …그런데요? 왜요?

브라이트: 아, 똑똑하구나, 정말 똑똑한 친구야. 거기 걸렸던 대짜 변칙적 칠면조 아직 걸려 있니? 아니 그 조그만 소짜 특등급은 집어치우고. 그때 벽에 걸렸던 누가 봐도 대짜, 아직 있어?

헤이든: 아, 그거 크기 저만한 거요?

브라이트: 정말 재미있는 친구구나, 같이 말하기도 재밌어. 그래, 이 친구야, 바로 그거.

헤이든: 아직도 걸려 있던데요.

브라이트: 그렇구나, 훌륭해. 그것 좀 사 오렴.

헤이든: (웃음.) 하. 에이, 장난 까고 계시네요.

브라이트: 아니 아냐, 진심이야! 그거 좀 사서, 여기로 갖다가 배달 좀 시켜 줘. 그거 어디다 보내줄지 말해줄 수 있게. 가서 같이 오면 너한테 200달러 줄게. 5분 안에 돌아오면 500달러야!

헤이든: 으앗 500달러! 그 돈이면 페디큐어가 몇 개야. 네 선생님, 물론입죠! (쏜살같이 출발한다.)

브라이트: (손을 비비며 미친 것처럼 킥킥 웃는다.) 그걸 장고네 집에다 보내 줘야지. 누가 보냈는지 모르도록 해서. 세상에, 꼬마 진의 5배는 되잖아, 그럴 거야!

해설자 2: 브라이트는 계단을 서둘러 내려와서, 떨리는 손으로 종이와 펜을 잡고 칠면조가 갈 곳의 주소를 적었어요. 그러면서 얼굴엔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했죠. 햇볕을 오래도록 보지 못한 마음 한구석에서 웃음이 아주 쏟아져 나왔어요. 대문 밖으로 나오자 브라이트는 멈춰서서 문을 쳐다봤어요.

브라이트: 만, 만, 만. 참 멋진 문이야. 사는 동안 계속 아껴줘야지. 정말 정직하고 좋은 문이라니까— 아! 칠면조 왔구나. 안녕하세요. 우 우!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해설자 5: 브라이트는 그 말을 할 때도 껄껄 웃고, 그 거대한 칠면조 값을 낼 때도 껄껄 웃고, 장고의 그 초라한 집으로 칠면조를 배달할 삯마차 값을 낼 때도 껄껄 웃고, 그 착한 소년 헤이든에게 약속한 돈을 줄 때도 껄껄 웃었답니다. 다시 집에 들어와 의자에 앉아 숨도 못 쉬게 웃을 때도, 웃다가 눈물까지 나올 때도 웃음소리는 자꾸 커져만 갔죠.

브라이트: 이제 알겠어! 여기 내 발을 묶어둘 순 없지. 크리스마스잖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가야겠어!

브라이트가 가장 좋은 겨울옷을 차려입고 당당하게 거리로 나선다. 길을 걸으며 사람을 만날 때마다, 너그러운 웃음을 지으며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한다.

해설자 4: 얼마 안 가서 브라이트는 어제 사무실으로 찾아왔던 만나 자선재단 회원 두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어요. 둘이 자기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니 속이 거북한 듯했지만, 자기 앞에 어떤 길이 곧게 펼쳐져 있는지 알았기에 그 길을 그대로 걷기로 했죠. 브라이트는 발걸음을 재촉해 둘을 따라잡고 어깨너머로 말을 걸었죠.

브라이트: 친절한 선생님들, 안녕하십니까. 어제 일진이 좋으셨길 바랍니다. 두 분 모두 친절하셨는데 말이죠.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들.

만나 자선재단 회원 1: 브라이트 박사님.

브라이트: 네 그럼요, 그게 제 이름이죠. 여러분한테 유쾌한 이름은 아니겠지만요. 허락하신다면 제가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제 호의를 만약에 받아준다고 하신다면…

브라이트가 회원 하나의 귀에다 속삭인다.

만나 자선재단 회원 1: 이런 세상에!

만나 자선재단 회원 2: 브라이트 박사님, 진심이십니까?

브라이트: 괜찮으시다면요. 1달러도 빼먹지 않겠습니다. 밀린 기부금 전부 다 받는다 생각하십쇼. 그럼 그렇게 해주겠습니까?

만나 자선재단 회원 1: 선생님, 이 너그러우메 어떻게 보답할지 모르겠습니다!

브라이트: 굳이 안 하셔도 됩니다! 이제 가시고, 나중에 저 찾아오세요! 두 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만나 자선재단 회원들: 메리 크리스마스!

해설자 1: 브라이트는 계속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앞뒤로 바삐 가는 모습을 보고, 지나가는 아이들과 놀아 주고, 노동자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부엌과 빵집을 구경하고, 그렇게 여러 일들을 사뿐사뿐 뛰어다니며 계속했어요. 이런 산책이, 이 모든 것들이 이렇게나 기쁨이 됨을 브라이트는 상상도 하지 못했죠.

해설자 2: 오후가 되자, 브라이트는 조카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해설자 3: 문앞을 몇 분이나 서성이고야 브라이트는 문을 노크할 용기를 내고, 자신의 오랜 원숭이 심장을 달랠 수 있었죠.

해설자 5: 하지만 결국 브라이트는 노크했고, 저편에서 조카의 대답이 바로 돌아왔어요.

브라이트: 랄프.

로제: 삼촌?! 이런 세상에, 진짜 삼촌이에요?

브라이트: 삼촌 맞아. 너 브라이트 삼촌. 저녁 먹으러 왔다. 들어가도 되겠니?

해설자 4: 들어가도 되겠냐고요? 어찌나 악수를 심하게 하는지 팔이 안 떨어져나간 게 신기할 정도였죠. 브라이트는 들어가 얼마 안 돼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고, 그날 밤은 그때 보았던 그대로 흘러갔어요. 게임도 했고, 술도 마셨고, 스트렐니코프도 자기 발을 실수로 쐈죠. ("걱정 말게, 금속 발이야. 동상에 벌써 한 번 잃었지.") 정말 멋진 파티였고, 브라이트는 행복했어요.

해설자 1: 다음날 브라이트는 일찍 일어나 일찌감치 사무실로 갔어요. 그래요, 아주 일찌감치요. 그래야 장고 브리지가 지각하는 모습을 볼 테니까! 바로 그걸 딱 노린 행동이었죠.

해설자 2: 그리고 장고는 정말 지각했어요! 시계가 여덟 시를 쳤지만, 안 왔어요. 10분이 지났지만, 안 왔어요. 15분도 넘게 지나고서야 그 불쌍한 장고는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와, 재빠르게 책상 앞에 앉아 펜을 들었죠.

브라이트: (무뚝뚝하게.) 안녕하신가, 브리지. 어쩌자는 거지, 오늘 이 시간에나 출근하는 건?

브리지: 정말 죄송합니다 박사님, 늦기는 좀 늦었네요.

브라이트: 하긴 정말 늦었지. 내 사무실 좀 와 봐, 브리지.

브리지: 죄송해요 박사님, 1년에 딱 한 번뿐인데요. 정말 다시 안 늦겠다고 다심하겠습니다. 어제 좀 즐길 일이 너무 많아서요.

브라이트: 정말 참을 수가 없군, 브리지. 이제 더 이상은 안 넘어갈 참이야. 이렇게 된 이상—

브라이트가 자리에서 뛰어올라 책상을 훌쩍 넘어가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는 장고 브리지와 눈을 맞춘다.

브라이트: — 자네 월급을 올려줄 수밖에.

브리지: 정말 죄— 네? 뭘 올리신다고요?

브라이트: 월급을 올려준다고, 장고 이 친구야. 메리 크리스마스야! 지금까지 내가 준 만큼보다 훨씬 더 즐거운 크리스마스라고. 이거 창피하구만. 그래, 자네 월급은 올라갈 거고, 오늘은 그냥 같이 앉아서 자네 힘들게 사는 가족들을 어떻게 해야 가장 잘 도와줄지 그 이야기나 해 보자고. 자, 이제 가서 난방기 온도 좀 올려 봐, 브리지! 뼛속까지 추위가 밀려오는데, 이야기는 좀 따뜻하게 해야지!

해설자 1: 브라이트는 말보다 훨씬 많이 실천했어요. 이 모든 것을 하고, 작은 것들을 하고, 어린 꼬마 진에게 두 번째 아버지가 되어 주었죠. 브라이트는 제19기지, 아니 어떤 기지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좋은 사람, 좋은 박사, 좋은 감독관이 되었어요. 어떤 사람은 그렇게 바뀐 브라이트를 비웃기도 했지만, 브라이트는 그냥 비웃게 내버려 두고, 자기도 함께 웃어 주었어요. 정신이 달라지고 항상 웃을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 브라이트에게는 충분했죠.

해설자 5: 그날 이후로 브라이트는 더 이상 정령을 만나지 않았고 (몇 년 뒤에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과 시끌벅적한 밤을 보냈을 때 한 번은 빼고요 (물론 이건 다른 때 할 이야기죠)), 주변 사람들은 모두 브라이트가 어떤 누구보다도 크리스마스를 잘 보낼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하게 되었답니다. 이런 말이 우리한테도, 우리 모두한테도 진실로 해당하기를! 그리고 꼬마 진이 적절하게도 말해 주었듯이,

꼬마 진: 하느님의 축복이, 우리—

무스: 어우, 갑자기 많이 덥네. 무슨 일이지?

브리지: 밖에서 오는데, 무슨 소리— 세상에!

증오에 찬 별: (웃음.) 하하하하! 메리 크리스마스다 이 병신들아! 하하하하하!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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