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외교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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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죽음처럼 화려한 도시 한 길가를 거닐고 있었다.

골목은 한산했다. 덕분에 남자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로서는 퍽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그가 이 도시의 거류민들과는 조금 다른 존재라는 것을 아무도 모를 테니까. 그의 얼굴이 심각하게 불안해 보인다는 것도 모를 것이다. 도시 정중앙에서 들려오는 쾌락과 타락의 노랫소리가 어찌 된 일인지 그의 기분을 조금도 나아지게 만드는 것 같지 않음도 알 수 없었으리라.

남자는 붉은 외투에 검은 바지, 노란색 셔츠에 검정과 하양이 뒤섞인 우는 표정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고서적의 향기가 대기에 가득 퍼진 상황에서 가면을 쓰고 장시간 걸음을 옮기는 것은 분명 불편한 일이었으나 별수는 없었다. 어차피 벗을 수도 없는 일이었으므로.

남자는 한 단체의 특명을 받아 이곳 알라가다에 발을 들여놓았다. 남자로서는 전혀 마음에 들지 않는 처사였지만, 다른 열두 명의 동료가 그에게 거의 협박하다시피 강권한 일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평의회의 이름은 무거웠다. 그들이 알았고, 그 역시 이를 알았다. 퇴로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차마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곳의 풍토가 그가 즐겨 노니던 곳들과 그렇게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조금 위안이 되었다. 이따금 나타나는 광란의 춤사위와 매혹적인 인간의 관능은 이미 겪어본 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시에 발을 내딛자마자 그를 유혹하는 탕인(蕩人)들의 행위는 수백 번 돌려본 고전 영화나 다름이 없었다. 어쩌면 그래서 다른 감독관들이 그를 이곳으로 보냈는지도 모른다. 표면상으로는 여태까지 그가 수행했던 모든 직무의 경험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O5-4는 한숨을 내쉬었다.

걸음에 밟히는 흙무더기마저도 초현실적인 이 땅의 특성은 언제 그 발톱을 드러낼지 몰랐으므로, 감독관은 걸음을 빨리했다. 비록 익숙하다 한들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큰길을 고사하고 골목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도시의 심장부로 걸어갈수록 수억 단지의 조청처럼 단 냄새가 더욱 강해졌다. 마치 사탕 공장 안에 들어선 것만 같았다.

4는 걸음을 옮기면서 재단 연구원들이 귀에 못이 박이도록 지껄여댄 수칙을 짚어보았다.

SCP-2264-1과 접촉하지 마라. 상대적으로 쉬운 수칙이었고, 이미 지나온 관문이었다.

SCP-2264-3과 접촉하지 마라. 이 역시 지킬 수 있었다. 먼발치에서 바라본 가면대부들의 모습은 아주 먼 옛날 오페라 극장에서 노래하던 가수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아주 크고 거대해 보이던 그들의 이미지는 고스란히 대부들에게 투영되고 있었다.

SCP-2264-4에 말려들지 마라. 이건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4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한 발자국씩 걸음을 떼었다. 탐사에서 프사이-9는 전멸했다. 한 사람은 살아서 돌아왔지만 진실로 산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그는 알라가다에서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대사란 그 존재의 놀잇감이 되어 서로 죽고 죽인 뒤 본인은 대사의 전령으로 사용되어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비참한 신세에 놓인 그자.

파파도…풀러스. 문득 남자의 뇌리에 그 이름이 떠오른다. 그가 지금 도달하려는 곳에 처음으로 간 기동특무부대의 일원. 유일한 생존자.

이곳에 오기 사흘 전 4는 그자를 만나러 갔었다. 파파도풀로스, 살아남은 자. 자신을 죽여달라고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는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끔찍한 일들을 숱하게 목격해 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 4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감독관은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애쓰며 요원의 모습을 응시했다. 그러나 응시하면 응시할수록 염려와 고통은 더해갈 뿐이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자신의 미래에도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된 충격은 적지 않았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파파도풀로스의 격리실 창문에 손을 대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미래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그래, 정말 아직 모르는 일이었다.

감독관은 궁궐의 입구에 도달했다. 스산한 바람이 누런빛 하늘 아래서 활개치며 돌아다니는 소리가 그의 귀를 간지럽혔다. 목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 점차 강해졌다. 심장을 쥐어짜는 공포는 이미 오랜 친구가 되어있었다.

4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궁궐의 내부로 들어섰다. 보기만 해도 한기가 느껴지는 질감의 궁궐 바닥은 꿈에 휩싸인 듯 일렁였고, 조금만 눈을 떼면 금방 구조가 바뀌어버리고 말았다. 4는 본능에서 비명을 지르는 꺼림칙한 감정을 애써 억누르고 문제의 계단에 발을 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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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은 지옥 끝까지 이어져 있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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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은 그 밖에 있었다.

O5-4는 이전보다 더욱 조심스러워진 발걸음으로 바깥에 나왔다. 지상의 농염하고 고혹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그곳은 죽음처럼 깡마른 풍취가 음산하게 일렁이는 공간이었다.

4는 잔뜩 겁먹은 표정을 채 숨기지도 못하고 자신에게 부착된 개량형 스크랜턴 닻과 소형 반-정신재해 방어구, 그레이브스-베인 과밈성 방어 체계를 작동시켰다. 그마저도 모자라 4는 별도의 공격 무기들을 소지한 참이었다. 그의 임무는 암살이 아니었으나 그에 준하는 준비를 해둬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슨 짓을 당할지 몰랐으므로.

알라가다의 대사는 보이지 않았다.

4는 다시 궁궐 내부로 진입했다. 지하의 궁궐은 지상에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는 살금살금 거닐며 어떠한 인기척이라도 있는지 오감을 곤두세우고 두리번거렸다. 이따금 건물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한숨처럼 기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어느 순간부터 그는 더 놀라지 않았다.

그래서 알라가다의 대사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을 때는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감독관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뒤로 주춤 물러섰다. 대사의 모습은 생존자가 증언한 그대로였다. 단지 한 가지, 훨씬 더 끔찍하다는 점이 달랐다. 아무것도 없는 얼굴에 하이힐, 새까만 살덩이. 놈은 거대했고 당당했으며 필연적인 오만과 자부심의 아우라가 그의 전신에 퍼져 있었다. 4는 그에 압도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응시하고만 있었다.

그대는 그대들이 보낸 한심한 종복들과 다른 위치에 서 있구려. 그대가 바로 그 낯선 땅의 노예 상인이겠군.

대사가 말했다. 프랑스어였다. 감독관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들리는 듯한 대사의 말을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대사는 말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대의 머릿속에는 비참한 공포 뿐이군. 노예 상인의 심장은 노예와 같으니… 모든 부정적인 생각이 그대의 핏줄에서 요동치는구나. 죽음, 고통, 두려움… 이 모든 것이 그대 유약함의 방증일러니. 허나 그대는 진정으로 인간이오… 내게 목적이 있어 왔겠군. O5-4, 장 르뮤 베트랑.

"나 역시, 나의 동료들과 하급 직원들에게는 대사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당신이 말했듯이, 당신에게 아주 사소한 용건이 있어 왔지요. 정확히는, 우리가."

4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려고 애쓰며 대꾸했다. 힘없이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전락하여 스스로 찢고 죽이는 결말이 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주 큰 성과를 거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린 당신에게 협상을 제의하려고 합니다."

당돌하군, 억압자여. 알라가다 궁정의 모든 이들은 지엄하신 왕의 옥좌 아래에 제 내장을 바치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나니. 어찌 그대들만이 특별한 길 위에서 실과(實果)를 얻어내려 하겠소.

"당신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강력한 카드가 하나 있기 때문이죠." 4가 목소리에 힘을 주고 대꾸했다. "내 내장은 다음 기회로 넘기도록 하고—"

대사가 웃음기를 거두고(어떻게 그렇게 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4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원초적인 공포가 골수를 타고 흐르는 감촉이 느껴졌다. 감독관은 최대한 주저앉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우린 고뇌의 가면을 쓴 흑대부를 억류하고 있습니다. 왕의 하나뿐인 궁정 의사 역시 우리 소관 하에 있죠."

곧 공포는 생존 본능으로 바뀌었다. 온몸의 세포가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4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강하게 발을 굴렀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저도 모르게 달아나버릴 것만 같았다. 대사는 이제 거의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4는 간신히 다음 말을 내뱉었다.

"우리가 그들에게서 무얼 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습니까? 알게 된다면, 아마 당신은 나를 목매달린 왕에게 데리고 가고 싶지 않을 텐데요."

대사가 잠시 그를 노려보았다.(정확히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뭔가.

"…그 옛날 진시황과 같지. 불로불사요. 적어도 우리의 과업을 완수할 때까지만이라도."

과업이라, 그대들의 단어는 초라하고 빈약하구나. 나는 나의 탐욕으로 그대들의 탐욕을 느낄 수 있다. 이미 그대들은 정상성이라는 이름 아래에 불로불사로 가는 길을 스스로 억제해놓지 않았는가.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감독관이 항변했다. "검증된 절차도 아니며, 우리의 모토와 모순되죠. 우리는 변칙성을 사사로이 이용하기 위해 그러한 것들을 격리하는 단체가 아닙니다."

그러면서 나와 협정을 맺겠다고. 대사가 웃었다. 위험하다? 아니지. 나약한 게지. 그대들의 정신은 너무나 유약하고 말라비틀어져 있어 위대한 카르시스트를 따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육체가 강인한 것도 아니라 톱니장치 정교 주교단의 가르침을 따를 생각 역시 없네. 약함을 정의로 가림은 정의를 약하게 만듦이니, 세상의 악은 모두 그대들에게서 나옴이라.

대사가 말을 이었다. 허나 나는 이미 그대의 머릿속에 나 이외에도 수천 가지의 불멸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어찌 나를 찾았는가.

4가 힘겹게 대꾸했다. "…모든 게 다 프로파간다였습니다. SCP-500로는 외상이나 자연사를 치료할 수 없었고, 영원한 젊음의 샘은 애시당초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13을 제물로 죽음을 평의회에 끌어들이기도 하였으나… 이는 오로지 죽음뿐이었고. 우릴… 젊게 해주지는 못했으니. 간신히 발견한 몇 가지 변칙 현상으로 젊음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곧 사라질 현상들입니다. 우리에게는 영구적인 불멸이 필요한 겁니다."

그게 대다수 감독관의 생각이군.

4가 고개를 들어 대사를 응시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대의 본심은 달라… 다른 것을 염원하고 있으니… 이는 자신의 소멸을 막는 데에만 급급한 다른 평의원들과는 다르다… 숨기는 것이 있군.

감독관은 새파래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내 눈에는 다 보여, "대사". 다… 보이네.

"내 머릿속에서 나가." 감독관이 숨을 헐떡였다.

가장 먼저 무단으로 이 영토에 발을 들여놓은 자가 누구던가? 허락을 구하지 않고 타국의 궁정을 어지럽힌 자가 누구던가? 내 진실로 말하노니, 감독관, 누구든 무릇 이곳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자기 것을 내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도모코로의 저주받은 땅과 이곳의 기작은 너무나 흡사하지.

"나, 나는…" 4가 고개를 숙였다. 천천히, 그의 몸이 철거 공사를 하는 건물처럼 무너져내렸다.

도망치지 말라, 무슈 베트랑. 그대의 입으로 이야기하라… 그대 뇌리의 가장 깊은 곳에서 꿈틀대는 갈구의 기생충을. 심장을 파먹고 들어가는 절망이라는 이름의 물뱀을… 고하라.

"…죽음 이후에," 4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죽음 이후에… 벌어질 일을, 막을 수 있습니까?"

지식이란 보기보다 무겁고 성가신 법이지. 대사가 노래하듯 대꾸했다.

"나, 나는…" 4가 중얼거렸다. "전임 O5에게 들었소. 우리의 육체가 어떻게 된 건지. 우리가… 어떤 운명 앞에 놓여 있는 건지. 우리는… 대사, 우리가… 그 일을 겪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까?"

전임 감독관은 어찌 되었지?

"자살했습니다. 스스로 SCP-106 격리실 내에 들어가 죽었죠. 사람들 말로는 그가 106에게 무슨 제안을…했다던데."

그렇다면 어리석은 자여, 그대는 이미 답을 알고 있노라. 대사가 조소하듯 킥킥댔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같이 106 격리실 안에 들어가서 자살이라도 하란 말인가!"

4는 순간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러한 격분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감독관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었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겁니다. 분명히!"

애처롭도다, 대리인이여. 대사가 음울하게 대꾸했다. 허나 그 분노는 전혀 무용(無甬)한 것이 아니니, 보라, 그대는 진정으로 답을 목전에 두고도 그를 모르니라.

"그게 무슨—"

그대가 SCP-106이라고 부르는 자는 홀로 된 몸이 아니니, 그 이전에도 수십 명의 인간들이 나의 축복을 받았더라. 그들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니니… 오로지 목매달린 왕의 비극을 알리기 위함이라. 그대의 미천한 종복 파파도풀러스는 그 과정에 있으니, 오직 시간만이 그를 도우리라.

"파, 파파도풀러스가… SCP-106이 된다는 말입니까?" 4가 창백한 얼굴로 반문했다.

두려움이 그대의 인지력을 저하시키는구려, "대사". 분명히 그렇소이다! 대사가 킬킬거렸다. 그리고 그들은 지식의 축복을 받을 거요! 그대가 원하는 웰-다잉의 진리를, 영혼 덫의 해소법을, 죽음의 순리를 알게 되겠지…

4는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떨었다. 대사는 말을 이어나갔다.

이쯤하면 내가 알려줄 것은 다 알려준 것 같구려, 장 르뮤 베트랑. 이제 그대는 여기서 나가주어야겠소. 그리고 다시는… 대사의 말투가 사나워졌다. 여기 나타나지 마시오. 그대의 종복 모두! 감히 왕을 뵈려고 하지 마시오… 협박은 그대가 끝이어야 할 거요. 그대의 세상에서 권력을 오래 누리고 싶다면…

그리고 순식간에 감독관의 시야에 어둠이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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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 깨어난 것은 일주일 후였다.

감독관은 전에 없이 상쾌한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났고, 그제야 자신이 7일 동안 의식 불명 상태로 누워 있었으며, SCP-2264 입구에 쓰러진 채로 발견되었고, 퇴출 투표가 열리려다가 무산되었다는 사실을 들었다. O5-11의 술수였다.

11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려던 감독관은 문득 자신의 비서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파파도풀러스 요원은 어떻게 되었나?"

"글쎄요, 찾아볼까요?"

"그래 주면 고마울 것 같군."

잠시 뒤, 한창 자판을 두들기던 4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비서가 창백한 얼굴로 전화기를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며 불편하게 전화를 받았다.

11이었다.

"4, 깨어났다는 소식은 들었네."

"단목사, 무척 감사하다는 말부터 드리고 싶군요. 퇴출 투표가 무산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이렇게 전화한 이유는 그런 감사를 받겠다고 한 게 아닐세. 파파도풀러스 요원 탓이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자네가 돌아오고 13시간 후, 이상 증세를 보이더니 SCP-106과 같은 변칙성을 보이기 시작하더군. 지금은… 완벽하게 그와 같네. 이성은 잃은 듯하고."

"대사가… 맞았습니다."

"물론 그자는 맞지. 결코… 거짓을 말하지는 않아. 특히 우리에게는. 노섬벌랜드 백작은 최대한 많은 안전장치를 해놓았더군."

4는 귀를 의심했다.

"…꼭 갔다 온 것처럼 말하는군요."

"장, 나 역시 다른 감독관들처럼 영생을 꿈꾸었고, 자네처럼 온전한 죽음을 꿈꾸었네."

단목사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서 있지 않나."

4는 숨을 헐떡였다.

"…좋은 하루 되게, 4."

전화는 끊어졌다. 감독관은 침대에 다시 주저앉았다. 머릿속이 너무나 복잡했다.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4는 눈가에 묻은 검은 액체를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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