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문게이저의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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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대공연장은 굉장히 넓고 탁 트인 공간이라서, 처음에 문게이저가 하는 말을 제대로 들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잠시 후에 기술감독이 황급히 달려나와 마이크를 문게이저에게 건네주고 나서야, 그 노인이 하는 말을 관객들이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아까 했던 말이 잘 들리지 않았겠군요. 다시 하도록 하죠.

제 이름은 문게이저입니다. 물론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은 아니지만, 제 부모님은 오래 전에 제 곁을 떠났고, 이 이름은 제게 있어 소중한 사람들이 지어 주었던 이름이었으니 옛날부터 저도, 제 친구들도 저를 문게이저라고 불렀습니다. 저는 55년 전인 세 번째 푸른 까치의 해부터 지금까지 노래를 불렀고, 노래를 배웠고, 노래를 지었습니다.

기쁘게도 사람들은 제 노래를 좋아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굶지 않을 수 있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을 수 있었고, 음악가로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는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한때 제게는 그 어떤 노래도 주어지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어른들은 잔혹했고, 저항할 수 없는 소년에게서 그 아이가 간신히 만들어낸 미약한 노래를 무자비라는 몽둥이와 잔혹이라는 회초리로 빼앗아 가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 제게는 노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푸른 달 아래서 저는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의, 힘없는 아이였지만 그 아이에게는 노래가 있었고. 신께 감사하게도 그 아이는 제게 자기의 노래를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음악가로서, 또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오늘 이 자리에까지 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아이를 다시 보고 싶었습니다. 유치해 보이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밤이었고, 저는 떡갈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그녀는 달을 등지고 서 있었으니까요. 저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녀의 이름을 물어보고,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고맙다고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제 뜻대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녀를 찾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고마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저는 그녀를 찾아낼 수 없었습니다. 딱 한 번, 바로 이 곳 광장에서 마지막 가능성이 있었지만 저는 그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실의에 빠졌습니다. 내가 그녀를 진짜로 보았는지조차 알 수 없었죠. 그렇게 절망하는 사이에 세월이 빠르게 지나갔고, 저는 이렇게 늙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저는 뿌리가 들렸습니다. 아마 이렇게 피아노를 칠 수 있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만난 어떤 오랜 친구가 제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그 친구는 다른 사람의 말을 빌려서,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던 그 시절의 약속을 상기시켜 이 늙은이로 하여금 다시 나아갈 마지막 힘을 낼 수 있도록 저를 일으켜 세웠습니다. 덕분에 팜플렛에 적힌 마지막 곡의 연주가 끝나면, 저만의 앙코르 연주를 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보니 단장님께는 이런 이야기를 미리 해 줘야 하는 건데 말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가 지금 연주할 곡은 제가 그녀와 만났던 파란 달 아래에서 처음 악상을 얻어, 딘과 함께 여행하면서 작곡을 시작해 이곳에서 끝낸, 제 삶이 담긴 곡입니다. 이름은 <문게이저의 랩소디> 정도로 하면 되겠군요. 이 곡에는 제 삶과 삶 속에서 만난 모든 것들, 그리고 블루 문에 대한 제 마지막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은 떡갈나무의 날에 마지막으로 연주되는 곡은 광장 뿐 아니라 그 바깥으로 멀리멀리 그 소리가 전해진다고들 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제 노래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간 노래가 이 행성을 벗어나서, 제가 늘 꿈에 그리던 푸른 달까지 닿았으면 좋겠습니다.

닿을 수도 있고, 닿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노래가 우리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리 상상보다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길었군요. 연주를 시작하겠습니다.


페레그린은 처음 문게이저가 단장의 자리를 차지했을 때 그가 드디어 노망이 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단 노인이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는 당장에라도 그 노인에게 달려가려던 그 자세로 굳어 버렸다. 마치 온 몸이 마비된 것만 같았다. 노인이 이야기를 끝내자, 페레그린은 천천히 앉았다.

관객들 중에 문게이저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 노인이 마이크를 쥐고 말을 시작했을 때 객석에서는 약간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있었다. 그런 그들의 소란이 잠잠해진 것은 노인이 앙코르 연주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였다. 과연. 앙코르 연주 때문이었군. 조용히 해 봐, 지금 시작하잖아.

반대로 예술감독은 노인이 자기 마음대로 앙코르 연주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화를 냈다. 오케스트라를 제쳐두고 앙코르를 피아노 독주로 끝내겠다고? 이게 무슨 소리야? 잠깐, 그런데 단장님이 앙코르로 뭘 하기로 했더라? 예술감독은 공연 계획서를 들여다 보았다. 거기에는 앙코르 연주에 대한 계획이 하나도 적혀있지 않았다.

단장은 문게이저가 이야기하는 동안 작은 의자를 하나 가져와 조용히 앉았다. 그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할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이 당황하고 어리둥절하며 심지어 문게이저 본인조차 굳은 표정을 하고 앉은 바로 그 순간에,

미소를 지은 사람은 두 사람 뿐이었다.


연주는 조용한 화음으로 시작했다. 바람처럼 부드러웠지만 동시에 흑백 화면처럼 메마른 화음이 계속해서 연주되었다. 노래는 무언가 겁에 질린 듯, 눌린 듯한 음으로 시작되어 조용히 그 메마른 화음을 반복해서 연주해 나갔다.

그러다가 그 메마른 화음 속에 한 가지 주제가 나타났다. 지금까지의 메마른 화음과 반대되는 소박하지만 밝고 명랑한 멜로디가 연주 속에 들어가 곡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이제 흑백 화면에 색이 입혀지기 시작하며, 소년과 소녀의 대화가 밝은 멜로디를 타고 튀는 듯한 높은 음으로 사람들의 귀를 잡아끌었다.

멜로디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하며 더 강해지고, 더 풍성해졌다. 마침내 멜로디의 세기가 정점에 달한 순간, 문게이저는 피아노의 건반을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미끄러지듯이 연주하며 곡의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바꾸었다. 이제 곡의 배경은 소년과 소녀가 만난 자리에서 한때 문게이저의 절친한 친구가 여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클럽으로 옮겨 갔다. 흥겹고 빠른 템포의 주제가 이제 곡의 주된 멜로디를 차지해 사람들을 유쾌함과 행복, 밝은 조명과 웃음소리로 가득한 스페이드 에이스의 바로 이끌었다.

흥겨운 노래는 점점 차분해지면서 이제 조용하지만 친숙한 음조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문게이저의 노래가 커다란 바에서 조그만 카페로 옮겨 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하나의 종 소리처럼, 높은 음이 울리며 연주가 잠깐 동안 멈추었다.

문게이저가 다시 연주를 시작했을 때 그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모험하고 여행하며 방랑하고 있었다. 첫 번째 주제인 소녀와 대면한 소년과 두 번째 주제인 클럽의 젊은 가수가 함께 어우러지고 서로 싸우며, 또는 협력하며 긴 여정 속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땅, 다양한 사람들의 멜로디를 그들의 노래에 엮어 넣었다. 사람들은 다채로운 음조에 귀를 기울였고, 두 주된 가락에 넋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젊은 가수의 멜로디가 노래 속에서 사라졌다. 소년의 멜로디는 여전히 여행을 계속했지만, 더 이상 그의 노래는 그렇게 많은 주제를 하나로 묶을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다. 곡의 결합이 약해지고 엮어진 주제들이 이탈하기 시작하자 첫 번째 주제는 더 소리를 높이고 처음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밝은 멜로디를 다시 곡에 가져왔다. 마치 처음 메마른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그 멜로디가 이번에도 같은 일을 해 주길 바란다는 듯이, 밝은 곡조는 더더욱 그 소리를 크게 내어 점차 곡의 모든 것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밝은 곡조는 붙잡기에는 먼 곳을 겉돌고만 있었다. 문게이저는 마치 긴장한 사람의 심장이 더 빨리 뛰듯 템포를 더 빠르게 이끌었다. 곡의 주제는 빠르게 진행되었고 마침내 그 밝고 명랑한 멜로디를 붙잡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빠르게, 더 빠르게-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연주가 완전히 멈춰 버렸다.

모든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연주자를 바라보았다.

문게이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건반에 손가락을 대고만 있었다.

곡은 완성되지 않았던 것이다.

문게이저 혼자의 힘으로는 그 멜로디를 붙잡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어떤 음도 더 누르지 않았다.

침묵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그 때 누군가가 살포시 건반을 눌러, 그 멜로디를 천천히 연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충격에 빠졌을 때, 건반을 누른 누군가는 사람들의 경악에 개의치 않고 조용히, 그러나 부지런히 곡을 전진시켜 마치 나무 위에 걸린 풍선을 잡듯이 간단하게 문게이저가 애타게 쫓았던 멜로디를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문게이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건반을 누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밤이었고,

문게이저는 떡갈나무 아래 앉아 있었고,

그녀는 조명을 등지고 서 있었으니까.

문게이저는 활짝 웃었다.

그녀 역시 활짝 웃었다.

관객들은 물건을 하늘 높이 던지며 함성을 지르고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피아노에 앉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블루 문과 문게이저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문게이저는 다시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갓난아기의 시선처럼 새롭고, 자고 일어난 사람처럼 상쾌한 멜로디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동시에 블루 문이 또 다른 멜로디, 아이를 감싸 안는 어머니처럼 섬세하고 아이를 번쩍 들어올리는 아버지처럼 힘찬 멜로디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멜로디가 하나로 엮이자, 떡갈나무 광장은 마법의 장소가 되었다.

심장은 더더욱 빨리 뛰고 호흡은 더더욱 가빠지면서 사람들의 정신을 저 멀리 천상으로 이끄는 듯한 격렬한 곡조가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마침내 완성된 이야기가,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른 모험이 구름 위에서 그 어느 것에도 가려지지 않은 강렬한 햇빛을 받아 황금처럼 빛나며 공연장 전체에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끝없는 환희와 기쁨의 멜로디 속에서,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이것은 문게이저의 랩소디이며,

블루 문을 위한 교향곡이며,

떡갈나무의 시작의 음률이었다.

두 사람의 노래 속에서 떡갈나무는 자라났다.

그들의 노래는 곧 유랑극단의 노래였고

떡갈나무의 여섯 가지들의 노래였고

개척자가 부르는 귀향의 노래이며

벨의 노래이기도 하고, 딘 미첼의 노래이기도 하고, 페레그린의 노래이기도 했다.

동시에 이는 단장과 오케스트라의 노래였고

떡갈나무에 대해 아는 모든 사람들이 염원하는 바로 그 노래였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이것은 마침내 그 삶을 완성한 어느 검은 옷의 음악가에 대한 송가였다.


관객들은 마침내 물건을 하늘 높이 던지며 함성을 지르고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단장은 눈물을 흘리며 웃었고, 페레그린은 전혀 말이 나오지 않아 박수를 힘껏 치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문게이저는 만족스러운 듯이 한숨을 내쉬며 땀이 가득한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그는 손을 한데 모아 쥐고
마치 기도를 들어 준 신에게 감사하듯이 고개를 숙여 손을 이마에 가져다 댔다. 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켰다.

"거기서 뭐 해?"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가 공연장의 온갖 소란을 뚫고 문게이저의 귀에 닿았다. 문게이저는 블루 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와는 다르게 늙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치 고대의 여신처럼 위풍당당하면서도 어머니처럼 상냥했다.

세상의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문게이저는 마침내 입을 열어, 그녀를 꿈에서라도 만나게 된다면 꼭 해 주고 싶었던 말을 했다.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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