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것은 노래와 함께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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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멸망은 노래와 함께 시작된다.

너는 그들이 사탕마냥 나누어준 진통제에 취해 일어난다. 누군가가 네가 나가 있는 동안 라디오 채널을 돌렸고, 지금은 스포츠 중계 대신 노래가 흘러나온다. 너의 정신은 두통도 없이 재빨리 깨어난다. 너는 라디오 채널을 돌리기 위해 다가가다가 멈춘다.

전혀 아프지가 않다.

너는 너의 팔과, 팔에 꽂혀있는 관을 쳐다본다. 그리고 축 처져있던 피부가 다시 팽팽해지고, 완전히 고쳐진 것도 본다. 너는 일어나 앉고, 노랫소리는 더 커진다. 그리고 너는 네가 한달만에 일어나 앉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너는 네가 죽은 것은 아닌지, 네가 그저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노래가 나온 지 1분이 지났다.

너는 그저 일어날 수 있는지를 확인해 보려 하고, 또 일어날 수 있으며, 전혀 아프지 않다. 너는 어색하게 걷기 시작한다. 다리는 아직 뻣뻣하고, 걸음걸이는 그 긴 시간동안 어색해졌다. 너의 맨발이 카펫에 닿자 발바닥이 따끔거린다. 창가에 작은 선인장이 있는데, 너는 그 선인장이 흔들거리고, 그 가시가 자라나는 것을 보았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너는 이것이 꿈이라고 결정한다. 꿈이라면 즐겨봐야지. 복도로 걸어 나온다. 그리고 건물 안의 모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를 듣는다.

저 끝의 암병동까지 모든 문이 열린다. 그리고 하늘색 환자복을 입은 창백한 사람들이 비틀거리며 걸어나온다. 너는 그들 몇 명은 여전히 종양이 달려 있다는 것을 본다. 그리고 너는 너의 목으로 손을 가져간다. 거기에는 작은 덩어리가 있었다. 너는 치료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치료된 것처럼 느껴지는데…

건물에 생기를 불어넣으려고 놓아둔 작은 분재 나무들은 미풍이 부는 것처럼 흔들거린다. 너는 갑자기, 그리고 반사적으로 너 자신을 꼬집어 본다. 어쩌면 자의가 아닌 행동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상당히 좋은 꿈이다. 아픔이 찾아왔지만, 그 아픔은 금새 사라진다. 너는 메인 데스크를 지나, 맨 윗층으로 올라가서, 요양소까지 올라간다. 접수계원은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고, 너는 그녀가 해고될 것이라는 생각에 웃는다. 이게 현실일까? 아니겠지. 하지만 현실처럼 보이고, 또 느껴진다. 그리고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다. 너는 목에 난 덩어리를 다시 만져본다. 그 덩어리는 더 커진 것 같다.

2분이 지나고, 노래는 계속된다.

하늘을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3분이 지났다.

옥상에 올라서, 모든 방향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듣는다. 풀밭은 푸르고, 가을이라 낙엽이 졌던 나무들은 다시 잎을 맺기 시작한다.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가만히 서서 듣기만 한다. 너는 웃는다. 큰 소리로, 그리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고. 그리고 노래를 따라 부르려 하지만, 노래는 네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되어 있다. 마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 창세기의 노래를, 생명의 노래를.

생명이 응답한다.

둔탁한 아픔이 목에 느껴진다. 너는 깨닫는다. 그리고 덩어리는 더 무겁게 느껴진다. 마치 종양에 무엇인가가 매달린 듯이. 너는 너의 손을 갖다 대고, 전보다 두 배 크기가 된 살덩이를 느낀다. 나무들은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모든 것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

노래가 시작된지 4분이 지났다.

너는 아래에 서 있는 누군가가 갑자기 쓰러지는 모습을 본다. 그녀는 토하고, 작은 나무가 그 자리에서 솟아난다.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배를 부여잡고, 누군가는 넘어지고, 많은 사람들은 토하기 시작한다. 작은 나무들이 그 자리에서 솟아난다. 너는 살덩이가 자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너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가만히 서 있다.

노래가 시작된 지 5분이 지났다.

모든 것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잔디는 어느 새 키가 두배로 자라났다. 모든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가 뻗어나오기 시작한다. 사람들 모두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고, 너는 그들의 초록빛 피가 하늘까지 닿을 만큼 뿜어지는 것을 본다. 그것은 삶이다. 너는 무심히 깨닫는다. 병원은 깨끗했다. 너는 몇 달 동안이나 튜브로 음식을 공급받아왔지만, 너의 몸 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무엇인가가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너는 그것을 신경쓰기에는 너무나 오랫동안 죽어 있었다.

너는 자라나는 숲 위에 주저앉는다.

6분이 지났다.

너는 무엇인가가 너의 옆에서 미끄러지더니 옥상에 부딪히는 것을 느낀다. 너는 그것이 옥상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는다. 종양이 터지고, 너는 그것이 보글거리면서, 덩굴손을 여기저기 뻗으면서 자라나는 것을 본다. 마치 살아있는 당밀처럼 퍼지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혈관으로 가득 차 있고, 옥상의 우둘투둘한 곳을 지나면 따끔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무엇인가 회색 물체가 저멀리 있고,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것은 나무를 덮어가며, 연기와 같은 구름을 내뿜고 있다.

7분이 지났다.

너는 아마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종양은 천천히 계속 자라나고 있고, 옥상을 완전히 덮는다. 마치 거대한 망토 같다. 너는 왜 네가 아직도 살아있는지 궁금해한다. 회색 물질은 곰팡이의 산으로 자라났고, 너는 그 산이 구름에 닿지 않을까 궁금해한다. 회색 물질은 더이상 다가오지 않는다. 다만 - 그 앞의 나무들은 거미줄 같은 물체로 뒤덮인다. 그들은 모두 하나로 연결된다. 그것은 회색 포자를 잡아두어 나무를 지키고 있다. 너의 발 밑으로, 도로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풀밭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간간히 나무들도 보인다. 잔디는, 너의 생각에는, 그 옆의 가지들에 연결되어 천천히 자라나고 있다.

어떻게 아직도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는 거지? 전기를 통해서는 아닐 거다. 스피커는 완전히 묻혀 버렸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도 그 노래는 모든 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전과는 다르지만. 아까 전에는 노래는 전기 제품을 통해 나왔다. 지금은, 너는 그 소리가 마치 합창단이 등뒤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8분이 지났다. 너는 무슨 노래가 이렇게 긴지 궁금해한다.

아래의 잔디들은 함께 연결되어 나무를 잘라내고, 그것을 먹어치우고는 더 커진다. 거미줄은 불규칙한 지형과 싸우면서, 곰팡이의 산을 덮어버리기 시작한다. 너는 옥상 전체를 뒤덮었고, 이제는 벽을 타고 내려가고 있고, 창문에 닿을 때마다 그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사라졌다고 너는 단언한다. 아니, 그 종양이 느낀다. 종양은 눈이 없지만, 너는 종양이 움직일 때 느껴지는 온기와, 공기의 떨림과, 건물의 흔들림을 모두 느낀다.

9분이 지나고, 너는 너의 방 창문을 통해 방으로 돌아온다.

방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자 무엇인가가 너를 찌른다. 가시가 너의 종양이었던 살덩이를 찌른다. 선인장이다. 아픔에 척추 근처의 피부는 움츠러들었지만, 더 많은 부분은 계속 자라나고 있다. 날카로운 감각은 종양으로 전해진다. 가시가 병원 맨 윗층에서 뻗어나온다. 멈출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는 속도로. 이상하군. 너는 생각한다. 아직도 무관심한 느낌으로. 네가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너는 건물의 모든 방향을 동시에 볼 수 있다. 선인장은 빠르게 자라나는 초록빛의 공을 밖으로 던진다. 공은 바닥에 떨어질 때는 이미 두세배 커져 있다. 아프다. 하지만 그건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너는 이 가을에 선인장이 자란다고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지만, 너에게는 더이상 웃을 수 있는 입이 없다. 입은 이미 완전히 뒤덮혔다.

선인장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작은 지뢰 같은 가시달린 씨앗들이 몇 초만에 성체로 자라난다. 그것들은 또다시 자손을 뿌린다. 풀밭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마치 물처럼 흔들리면서 선인장 씨앗이 바닥에 닿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다. 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가시는 어떻게 해서건 바닥에 닿아서, 어떻게 해서건 뿌리를 내린다. 그리고 다시 씨앗을 뿌린다.

10분이 지났고, 죽을 때가 되었다.

그로부터 20분 후, 노래가 갑자기 멎었다. 네가 더이상 듣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는 살아남았다. 다만 너의 뇌는 수없는 작은 가시들이 꽂혔고, 종양으로부터 떨어진 몸뚱이는 그 종양의 자양분이 되었다. 살점 약간은 살아남아, 옥상에 붙어 있었다. 그것은 아마 영원히 살아남을 것이다.

네가 떠나간 자리는 황무지가 더이상 아니다. 노래가 멎자, 변화도 끝났다. 적어도, 변화의 속도는 느려졌다.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이전부터 그랬듯이. 한때 병원이 있던 곳은 가시의 세상이 되고, 잔디는 너의 선인장과 함께 자라나 앞으로 올 동물들에게 메세지를 남기려 한다. 어떤 동물이 생겨나건, 너는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곰팡이는 여전히 산처럼 우뚝 자라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렇게 있을 것이다. 거미줄은 두껍게 자라났으나, 어떤 벌레도 거기 걸리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단 한 명도 남지 않았다. 한 이상한 지점에는 한때 사람이었던 무엇인가가 있다. 뼈의 산, 한쪽 눈은 그 사이로 살짝 보이고, 털로 뒤덮인 팔이 네 개에 다리는 없는 어떤 생명체들은, 그들이 완전히 죽어나갈 때까지 의미 없는 암각화를 끄적거릴 것이다. 옷과 비슷한, 흐를 것 같은 살덩이들은 선인장들 위로 수 마일씩 뻗어나가고, 흩어졌다 모였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은 노래와 함께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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