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재단이 격리에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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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조던 박사Dr. Hal Jordan는 자신의 컴퓨터로 온 메세지 한 장을 읽었다.

시트라 아크라 프로젝트에 관련하여, 외무부 소속, 셀베스티아 링컨.


메세지를 받은 지 20분 뒤, 할 박사는 한국 지역사령부 중앙기지 외무부 보안 회의실 앞에 서있었다. 박사는 눈에 띄지 않게 침을 삼켰다. 좋아, 겁먹지 말자. 그는 문을 똑똑 두드렸다.

"들어오세요."

박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눈에 띄는 무기, 없음. 기억소거제, 없는 듯함. 공격하려는 의지, 없는 듯함. 그는 그제서야 맘을 조금 놓을 수 있었다.

셀베스티아 링컨은 나이가 어린 흑인 여성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초리는 그가 일찍이 보아왔던 모든 사나운 사람들의 그것보다 몇 배는 더 한 듯했다. 할 박사는 의자를 조심스럽게 끌어 링컨의 앞자리에 앉았다.

"제가 여기 당신을 부른 이유는 시트라 아크라 프로젝트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그럼 그렇지, 뭐가 없겠어?

"본사와의 공조 작업을 권유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공조 작업이요? 어떤 SCP가 문제를 일으키기라도 한 겁니까?"

"아니요, 이건 아직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할은 손을 꽉 쥐었다. 링컨은 그런 그를 응시했다. 그녀는 그를 잘 알았다. 적어도 재단의 그는 잘 알았다.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내부보안보고서가 그녀에게 지식을 제공해 주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매우 워커홀릭적인 피폐한 사람이었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그런 사람들을 꺼려했다. 통계학 상에선 그런 사람들은(혹은 그러한 척하는 사람들은) 위험한 일은 요리조리 잘도 피해갔다.

"제가 뭘하면 되죠?"

그리고 위험한 일을 맡는 사람들은, 통계학 상으로 매우 중증의 또라이였다. 마치 그녀 앞에 있는 이 피곤해 보이는 연구원처럼.

"당신은 몇 개월동안 사라진 경전을 추적해야합니다."

"경전이라뇨?"

"SCP-2075SCP-2480에 관한 건은 들어보셨겠죠?"

당연하다. 박사는 이전 부서에서 읽은 사르킥의 문건을 기억했다. 그 정신병자들의 발악. 그는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 경전, 소네 고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르킥 경전으로 취급받았어요. 재단이 이를 발견한 건 유한회사 마셜, 카터 & 다크 경매장에서였는데, 그게 아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죠. 결국 그걸 낙찰 받은 건 우리였지만."

잠깐, 이 여자 지금 농담한 거야? 링컨은 그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할 박사는 억지로 입꼬리만 슬쩍 올렸다. 그는 전혀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경전은 곧바로 우리가 격리하지 않았어요. M C&D 직원들과의 접전 와중에 유실되었거든요. 결국 이게 발견된 건 5달 전 버지니아 주의 한 헌 책방에서였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죠?"

"이번에도 우리가 확보하지 못했어요. 우리 요원이 그 책방에서 그 책을 구하자 주인이 겁먹은 표정으로 이미 누군가에게 팔았다고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먹었다니. 할 박사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 누군가는 누굽니까?"

"에드윈 브란트 4세, 유망한 건설업과 서비스업 사업체 소유자이자 아디툼 각성회의 일원입니다. 아니, 습니다. 그는 며칠 전 변칙 예술가로 추정되는 인물로 인해 살해당했어요. 그리고 경전은 그에 의해서 도난당했고요. 에드윈 브란트의 집은 완전히 폐허나 다름 없었습니다.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그 경전을 노리고 살해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제부터 해야할 일은 그 경전을 회수하는 것인가요?"

"덧붙여 그 경전을 격리해야죠. 그 경전은 충분히 위험해요."

할 박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가 아무리 일을 원한다지만 이 일은 그에게도 조금 컸다.

"잠시 뒤에 제 81기지로 가는 비행기가 준비될 겁니다. 그곳에서 주디스 로우 박사Dr. Judith Low를 만나세요. 그녀가 앞으로의 일을 알려줄겁니다."

박사는 쓴 알약을 씹어먹는 심정으로 회의실에서 나왔다.


서류가방은 이제 대서양을 넘어 유럽으로 돌아왔다.

모스크바로 떠나는 역사학자 피터는, 그것을 무시했다. 도쿄로 떠나야만 하는 골동품상 마태오는, 그것에 관심을 조금 보였지만 이내 떠나갔다. 멋진 거래를 끝내었다 생각하며 브란덴부르크에서 방금 도착한 밀수꾼 게오르크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것은 홀로 놓아져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모든 역사학자와 골둥품상과 밀수꾼들이 우러르고 찬양할 보물이 이곳에 있는데. 하지만 그 보물은 모두에게 잊혀진 듯했다… 직접 그것을 빼앗은 그 괴상한 남자에게도.

"아하! 너 거기 있었구나!"

그것을 부정하듯 흰 장갑을 낀 손이 서류가방을 덥썩 움켜쥐었다. 너무 강하게 움켜쥐어 아무래도 손잡이가 떨어져나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요 쿨한 놈."

흰 장갑이 서류가방을 연인 대하듯 조심스레 쓸어내렸다. 그 몸짓에 욕망이 가득한 것을 느낀 것은, 비행기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아닌, 제레미Jeremy라는 이름의 취향이 단순한 코기 개였다.

제레미에게는 다채로운 과거가 있었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제일 그의 마음에 든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여왕폐하 때도 재미있긴 했어.

제레미는 그 시절을 회상하는 듯이 헐떡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 좋았다. 우편물도 배달하고 뭐도 먹어보고 뭐로 변신도 해보고 뭐도 설계하고. 저번엔 아이스크림도 먹었지, 왜? 사실 그의 개-두뇌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았다.

현재 그의 자애로운 주인님은 철학박사 이사벨 헬가 아나스타샤 파르바티 원더테인먼트 박사 5세Doctor Isabel Helga Anastasia Parvati Wondertainment V, PhD.였다. 제레미는 마침 생일을 맞은 그녀를 위해 무언가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저기 빨간 코에 창백한 얼굴에 회색 서류가방에.

아무튼.

저기 선물할 무언가가 온다.


"이봐! 일어나."

웅얼웅얼.

"자네 이러다 추가근무 설 것 같네."

엉? 연구원 저기요Hey는 엎드린 자신을 발견하고 퍼뜩 일어났다. 이미 시간은 오전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끄응 소리를 내고 일어났다.

"뭐야, 아, 박사님…"

할은 금세 그를 깨운 것을 후회했다. 그의 수다에 걸려들어가 몇분을 탕진해버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또….

"어디 가십니까?"

"음… 그렇지."

"정말요? 허, 무슨 일이래. 설마 강제 휴가입니까?"

할 박사의 차림을 보면, 어딘가로 끌려가는 것 같이 보인다는 점에선 모두들 동의할 것이었다. 허둥지둥 입은 옷차림, 정돈되지 않은 머리칼, 그리고 반쯤 썩어들어가는 표정이 이를 반증했다.

"아니, 휴가는 아니야."

"엥이? 그럼 일이란 말씀이십니까?"

"그래. 잠시 본사 쪽에 다녀와야할 것 같아."

저기요는 얼굴을 찌푸렸다.

"몇 주 동안이요?"

"몇 개월이야."

할 박사의 얼굴에 그늘이 생긴 것을 보고 저기요는 입을 다물었다. 분명 지금은 농담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리라.

"무사히 어디 잘린 데 없이 돌아오십시오."

"그래야지. 그럴거니까 자네는 좀 그 노망난 할망구에 대해서나 제대로 쓰고 있어."

휴, 이제야 대화가 끝났군. 할은 인상이 찡그려지는 것을 감추려고 얼굴이 쥐가 날 지경이었다. 저기요는 뒤에서 졸음을 쫓으며 박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할은 분명히 그가 다시 잠드리라 생각했다.

할은 그런 방면에서 매우 예측력이 뛰어났다.


아, 잠깐…. 이게 뭐야.

"오, 깬 것같아! 제레미, 그리고 제레미. 당장 약물을 가져와! 내가 뭐 말하는지 알지? 그리고 제레미! 잘했어."

철학박사 이사벨 헬가 아나스타샤 파르바티 원더테인먼트 박사 5세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광대 앞에 서서 그를 데려온 제레미를 잡고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제레미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광대는 이보다 더 우스꽝스러운 광경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음, 으음…."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 우리 제레미가 당신에게 아주 멋진 솜씨로 클로로포름을 먹여주었죠."

그래, 그거 기억난다. 하지만 내가 본 건 웬 귀여운 앞발이 내 입에 뭔갈 쑤셔넣던 거였어.

"으음….음…. 겨… 경전."

"겨엉전?"

"아니..그…"

광대는 슬슬 눈앞의 이 여자가 짜증나기 시작했다. 엄청나네. 광대를 짜증나게 하긴 어려운데 말이지. 이 여자 좀 쿨하군. 그와 별개로 짜증나지만. 이내 저쪽 복도에서 도도도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원더테인먼트 박사 옆의 개와 똑같이 생긴 개들이 입에 어떤 병을 물고 나타났다.

"좋았어, 제레미, 그리고 제레미! 이제 이 굉장한 내 선물이 어떤 부속품을 달고 있는지 볼까?"

"으… 무..어… 해…부.."

"해부?"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등을 돌려 제레미를 바라보았다.

"이상도 하네. 해부를 원하는 사람들은 없었는데 말이지. 엠마?"

그녀가 부르자 책장 사이의 문에서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나왔다.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조교 엠마 아일소프브라운Emma Aislethorp-Brown이었다.

"네?"

"사람들이 해부를 원하나?"

"대체로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해부가 사람들을 원하나?"

"음… 글쎄요.(그녀는 무척 고심하는 듯이 보였다.) 해부는 사람이 없으면 성립이 안되니 원하지 않을까요?"

"그래? 그럼 그걸 적어 놓도록해. 좋은 아이디어야. 엠마, 적어놔! 지금 당장!"

엠마는 부리나케 문으로 다가가 사라졌다.

"자, 그럼 다시 돌아와서, 부속품을 보자."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메스를 집어들었다.

"와, 이거 정말 쿨하지 않군. 오히려 좆같다는 느낌이 스멀스멀 드는데, 잠깐, 그거 당장 안 내려놔?!"

광대는 말하는 도중 자신의 마취가 풀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재빨리 그의 몸을 뒤흔들었지만, 그를 속박하고 있는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맞춤 속박대™는 그를 쉽사리 놓아주지 않았다.

묶음, 묶임, 속박.

광대의 눈이 커졌다.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지며 눈 아래 눈물 자국이 더욱 도드라졌다. 젠장할, 젠장할! 그는 자신의 머리에 구멍이 뚫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 그 뚱땡이 새끼 대갈통에 내가 뚫어놓은 것처럼 말야 그 구멍으로 뭔가가 자꾸만 들어오고 있었다. 올가미에 목이 매달린 베일을 쓴 존재가 왕좌에 앉아 고통에 몸부림쳤다 광대는 칩입자의 성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동산은 뱀의 곳이다. 우리는 뱀의 손이다.씨발 그만 좀 해. 그는 발작하듯이 몸을 비틀었다. 이건 어릴 적 그때 그-

"이런, 버둥거리잖아, 제레미?"

제레미는 원더테인먼트 박사의 손에 "칭차뇽! 하나 가져가세요!"라고 적힌 병을 갖다대었다.

"칭찬용을 잘못 썼잖아."

원더테인먼트 박사는 발작하는 광대의 입속에 알약을 두개 집어넣었다.

광대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의 온몸이 경직되어지는 걸 그는 느꼈다. 그리고 그는 온 몸이 나른해지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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