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케이크가 있을 거예요
평가: +9+x

“정말 직원용 카드는 쓸 일이 많은 거 같아.”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문도 딸 수 있잖아. 봐봐.”
그녀는 조용히 문과 벽사이의 틈에 카드를 꽂아 넣고 지렛대처럼 한쪽을 눌렀다. 조금 힘을 주자 곧 털컹하며 잠금쇠가 빠져나갔다. 그러고 나서 끼이익하는 약간 신경을 긁으면서 동시에 소름끼치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방안은 어두컴컴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그것이 여기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곧 벽을 따라 조심조심 짚다가 손끝에 닿는 플라스틱의 느낌에 무심코 그걸 눌렀다. 그러자 어두운 방안이 밝게 빛나자 서류실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러나 이리 야심한 밤에 서류작업을 하며 SCP들의 데이터를 만들거나, 번역을 하던가, 혹은 오늘의 보고서를 쓰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으리라. 그녀의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바로 냉장고 안의 케이크 한 조각이었다.

그녀는 낮에 또 서류실에 틀어박혀서 번역을 하고 있었다. 남들에겐 쓴 고통이지만 그녀에게 번역은 상당히 쉬운 편에 속했다. 오늘도 열심히 이것저것 분류하고 적고 타이핑하다가, 우연히 녹차라떼가 케이크를 냉장고에 넣는걸 보았다. 녹차라떼는 자기가 먹겠다고 냉장고에 넣은 거 같은데, 시간이 없다고 공용냉장고에 넣었으니 그건 아무나 먹어도 책임을 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그 장면을 캐치한 노래마인은 서류작업이 끝날 때까지 차마 케이크 생각에 일이 집중이 안됐다.

‘뭐 두 조각 남았는데 한 조각 먹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냉장고를 연 그녀는 냉장고 안에 남아있는 케이크를 보고 놀랍게도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으므로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간 채 케이크를 꺼냈다.
‘잘 먹을게요. 녹차라떼’하면서 서랍장에서 접시를 꺼내려던 중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황급히 케이크를 집어넣으려고 했지만 이미 그 사람은 문 앞까지 와있었다.

“노래마인님? 지금 뭐 하시는 중이에요?” 하고 그가 물었다.
“아 샐, 케이크 먹으려고 하는데요? 왜요?”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그 케이크 저…는 아니고 어쨌든 샐리가 먹으면 안 될까요? 뭐 딱히 신경 쓰는 건 아닌데 음 아까 샐리가 요즘 징계 안 받았다고 칭찬 좀 해달라고 하는데, 그녀가 단걸 좋아해선 아니고… 어, 어쨌든 샐리한테 양보해 주세요.”
“싫은데요?” 노래마인은 쌀쌀맞게 대답했다
“예? 하지만 샐리는 단 게 필요…“
“케이크들은 제거에요. 전 일을 끝내면 항상 케이크를 먹어왔어요.”
“아 그러니까 요즘 샐리가 아오자이 사ㅈ…음 그냥 몸을 바꾸는 게 나을 거 같아요.”
“헹, 그러시던지. 몸 바꾸는 동안 케이크 먹을게요.”
노래마인은 곧 직원 카드를 꺼내 들고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다.

“어머, 샐이 그러는데 좀 주지 안 그랬어요?”
잠시 쳐다보던 노래마인은 곧 퉁명스럽게
“쳇, 거참 몸 바꾸는데 뭐 그리 빨리 걸리나요?” 하고 케이크를 자르던 카드에 묻은 크림을 손가락으로 모아먹었다.
“뭐 이젠 상당히 많이 적응됐어요. 어쨌든 요즘 나도 단걸 못 먹어서 입이 심심하거든요.” 그녀는 금테안경 때문에 약간 어지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럼 내 냉장고에서 사이다 가져다줄게요. 전 케이크에요.” 하면서 노래마인은 냉장고로 걸어갔다.
“오, 케이크를 양보하시는 것 같은데요. 고맙습니다.” 그러고 나서 샐리가 조심스레 케이크 근처로 걸어가자 노래마인은 곧바로 뛰어와서 케이크를 등지고 샐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 이, 케이크, 는, 제꺼, 에요“
“어라? 그건 녹차라떼 님 것 아닌가요?”
“공용냉장고에 있었어요. 그러니 좀 비켜주시죠?”
“나도 케이크 먹고 싶단 말이에요. 설마 샐이 말해서 질투 나는 건 아니죠?” 하고 샐리가 짓궂게 말하자, 노래마인은
“어서 빨리 가시죠, 이 도.롱.뇽.”하고 응수 했다.
“…도롱뇽이라뇨. 너무하세요.”
“아 그럼 성전환 가능한 도롱뇽씨.” 노래마인이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이봐요 이건 SCP-995-KO의 영향입니다. 그러지 마ㅅ”
“성전환 가능한 나르시스트 도롱뇽.“
“어? 뭐라고요? 나르시스트?” 샐리가 약간 화난 듯 물었다.
“샐한테 온갖 징계는 다주는 성전환 가능한 나르시스트 도롱뇽.”
샐리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았다.
“더 이상 이러시면 윤리위에 징계 요청합니다. 마지막 경고에요.” 라고 샐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시야에 무언가가 날아왔다. 그리고 빠그작 하는 소리에 샐리가 쓰고 있던 안경의 정확히 가운데가 부러졌다.

“아악 뭐에요 이건!”
“제 카드의 수많은 역할 중 하나입니다. 안경을 쓰신 걸 다행으로 여기세요.” 하고 노래마인이 다시 되돌아오는 카드를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이거 샐 건데 이러시면 안 되시죠! 이거 비싼 건데 샐이 물어내야 되는 거잖아요. 아 샐 지갑에서 돈 나가니까 그래요. 제 돈이기도 하니까요. 딱히 뭐 샐이 나중에 자기 좋아하는 사탕 못살 돈 없을까봐 걱정하는 건 아니고, 여튼! 이제 못 참아요. 빨리 비켜요!” 샐리는 씩씩대며 성큼성큼 노래마인 앞으로 다가갔다.
“…”하고 잠시 머리를 굴리던 노래마인은, 곧 케이크를 들고튀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하필이면 튀어나와있던 모서리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곧 콰당하는 소리와 함께 노래마인은 그대로 땅과 격렬한 입맞춤을 했고 케이크는 붕 떠올랐다. 그리고 그 붕 떠오른 케이크는 걸어오던 샐리의 손안에 들어갔다.
“훗, 이제 내거네요. 고마워요 노래마인 님~” 이라고 땅바닥에 아직도 엎어져있는 노래마인에게 윙크를 날리며 그녀는 케이크를 그대로 입에 넣으려던 순간, 샐리는 발밑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어, 안…안ㄷ”
“안되긴 뭐가 안 돼. 나부터 한입 먹어보자” 하며 샐이 곧 몸을 다시 가져가고 말았다. 샐은 맛있게 케이크를 먹으려고 손을 들었다. 그러나 곧 다시 키가 줄어들며 샐리가 인격을 잡았다.
“뭐야, 이 케이크는 내거라고.” 하고 샐리가 다시 입안으로 케이크를 넣으려고 했다. 허나 곧 샐이 나타나 먹으려던 걸 막고, 다시 샐이 먹는다 싶으면 샐리가 나타나 싸우는, 남들이 보기엔 꽤나 괴상망측한 싸움을 몸을 몇 번이고 바꿔가며 하던 중이었다.
“야 샐리, 이제 그만 좀 해!”라면서 샐이 몸이 줄어드는 걸 느끼며 외치는 순간이었다.

‘푸욱’
“…어?”어느새 몸을 교환한 샐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
“케이크의 일부는 남겼잖아요. 그건 먹어요.“ 하면서 어느새 일어나있는 노래마인이 이미 다른 한 조각을 해치운 채 말했다. 그러고 나서 노래마인은 그대로 카드 위의 케이크를 한입에 꿀꺽하고 처리하고는 그대로 서류실을 나왔다. 아 물론 뒤에서 싸우는 샐/샐리 콤비는 내버려둔 채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서류실은 녹차라떼의 비명으로 활기차게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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