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직원으로서, 세상을, 무엇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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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9
임무 중, 왼쪽 손목을 잃었다.
허나 나는 재단 직원이다. 이 정도는 아무 문제 없다.
이것도 세상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진 명예의 증표다.

02/21
구매부에서 의수를 받았다.
사용감도 이상적이다. 이거면 바로 임무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에게 할 변명 거리를 생각하는 것은 깨나 고생할 것 같지만 말이다.

03/05
임무에서 바로 의수가 도움이 되었다.
아들도 마음에 들어 한 것 같다.
아내는…… 응, 괜찮겠지.

04/24
오늘은 오른눈의 시력을 잃었다.
뭐, 양쪽 전부 실명인 것보다야 낫겠다.
허나 임무에 지장이 오지 않도록 특수 훈련을 받아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건 달라지지 않으니, 가족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05/11
팀의 동료가 죽었다.
걔와는 동기로, 몇 번이고 서로 도왔다. 하지만, 걔가 죽었다.
……어두운 표정은 그만. 가족에게 걱정을 끼친다.

06/19
오늘도 동료가 죽었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나는 무리를 해서라도 납득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재단 직원으로서 그를 향한 최고의 애도가 될 터이다.
그러나, 가족을 슬프게 하는 것은 싫다. 여기서 죽을까 보냐.

07/27
오늘은 아침부터 아내와 싸움이 나 버렸다.
갑자기 들어온 장기 임무에 모처럼의 가족 여행을 취소해야만 했다.
등 너머로 던져진 말이 아직 귀에 남아 있다…….
아니, 이제부터 길어질 거다. 더 집중해라.
이것도 세상을, 무엇보다 가족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일이다.

08/30
좆됐다. 개체의 인식 재해에 노출되었다.
치사성이 아닌 것이 다행이다. 아니, 과연 어떨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은 바뀌었다.
인간이…… 그, 모든 부분이 인간이 아니다.
그러면, 아내나, 아들도……?

09/01
진척 상황을 들었다. 노출된 게 나뿐이라 다행이다.
거기에, 보이는 것이 다를지언정 별 다를 건 없다.
나는 재단 직원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도 받았다.
그러나 검사로 한동안 집에 돌아갈 수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10/14
매일이 검사와 실험의 연속이다. 내가 보는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허나 어떤 형태로든, 이렇게 재단에 공헌할 수 있다.
하지만…… 아아, 빨리 가족과 만나고 싶다. 적어도 한 번만이라도.

11/31
검사의 최종 수단으로 기억소거를 받게 되었다.
내가 노출된 인식 재해도 어쩌면 사라질 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던 개체의 연구에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

아아…… 아니 아니야. 실은 내가 해 달라고 부탁했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재단 직원으로서 훈련을 쌓아 온 나라면, 분명 넘을 수 있는 벽이라고.
하지만, 무리였다. 결국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밖에 볼 수 없었다…….
미안하다…… 나를, 부디 용서해 다오…….

12/03
기억소거를 이용해도 인식 재해는 없앨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눈을 뜬 뒤에도 내가 보는 세계는 미쳐 있었다. 그러나, 상관 없다.
이것도 세상을 지키기 위해 진 명예의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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