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런번호: SCP-ZH-774 (ISACT-774-a 내부 암호화 판본)
등급: 케테르 (Keter)
특수 격리 절차: ISCAT-774-a 인원은 가능한 한 대상을 "알리시아 여사"라고 지칭해야 하며, 해당 프로젝트 번호를 이용해 지칭해서는 안 된다. "이 물체, 이 개체, 저 개체" 등의 중립적인 명칭은 SCP-ZH-774의 "복수 효과"를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고 밝혀졌으나, 해당 대상과 대면했을 때 사용해서는 안 된다.
SCP-ZH-774가 기지 밖으로 외출하고 싶다고 요청한다면, ISACT-774-a 인원은 되도록 완곡어법을 이용하여 대상의 외출 의지를 꺾어야 한다. 이에 따라 모든 ISACT-774-a 인원은 매일 2시간, 사회적 대화법 훈련을 받아야 한다.
SCP-ZH-774에서 털실과 뜨개질 바늘을 떼내는 행위는 매우 위험하며 불가능하다. ISACT-774-a 인원은 해당 행위를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SCP-ZH-774-1의 밈적 효과에 노출되지 않은 인원은 SCP-ZH-774-1을 목에 두르지 않아야 한다.
이안의 사무실 안, 젊은 연구원 클라이드가 이안을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클라이드는 오늘 막 그냥 지옥에서 무간지옥으로 첫발을 내딛은 참이었고, 그래선지 지금 보고 있는 문서의 내용이 예전과 전혀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고도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괴랄한 위조 문서를 봤을 때, 이미 여러 사람들의 저항을 받을 것쯤은 예측하고 있었다.
"한 배에 탄 것을 환영하네, 클라이드 군." 이안이 말문을 열었다. "좋은 소식과 안 좋은 소식이 있어. 어느 쪽부터 듣고 싶나?"
"좋은 소식부터요."
이안이 미소지었다. "좋은 소식은 이 기지에서 제정신인 사람은 우리 둘 뿐이고, 높으신 분들은 안전하게 대피했으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세."
"나쁜 소식은 뭐죠?"
이안은 계속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폭소를 터트렸다. "우리가 죽었댄다."
설명: SCP-ZH-774는 자신을 "알리시아 여사"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아시아계 여성으로, 자신이 73세라고 주장한다. 해당 대상은 뜨개질로 목도리를 만드는 데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일부 기록에 따르면 털실이 아닌 섬유로도 목도리를 뜰 수 있다고 한다.
사용 재료, 뜨개질 방법, 코의 크기에 관계 없이 SCP-ZH-774가 뜨개질로 만든 목도리는 SCP-ZH-774-1로 지정한다. 대상은 평균 3일에 한 번씩1 SCP-ZH-774-1을 생성해 인원의 목에 두르도록 설득한다. 목도리를 두른 인원은 의식을 잃고 SCP-ZH-774의 조종에 따르는 꼭두각시가 된다.(이하 SCP-ZH-774-2)
"그래서, SCP…"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안이 클라이드를 매섭게 째려봤다.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대상은 할머니처럼 목도리를 떠서 두르는 사람마다 사랑스러운 손주로 바꾸는 그런 건가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이안이 말했다. "다음엔 말하기 전에 그 여자의 것이 될 각오를 하고 말하게나."
클라이드가 말을 잇기 전에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대화를 끊어버렸다. 모서리에 누가 있는지 본 이안이 먼저 일어서자 따라 일어난 클라이드는 몸을 돌리고 나서 공포에 질려서 손끝 하나 꼼짝 못 했다.
"알리시아 여사님!" 이안이 말했다. "언제나처럼 아리따우십니다."
문 앞에는 클라이드 정도 되는 키의 나이든 여성이 총을 든 경비원 두 명과 같이 앉아 있었다. 경비원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클라이드는 이들이 SCP-ZH-774보다는 자기와 이안에게 총구를 겨누는 데 거리낌이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호호, 말도 참 이쁘게 하네. 옆에 있는 이 꽃미남은 누구야, 앤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클라이드를 보며 이안이 말을 이어갔다. "이 사람은 오늘 첫 출근한 클라이드에요. 기초적인 사항 몇 가지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자, 클라이드 씨, 얼른 알리시아 여사님께 인사드리세요."
"어, 안녕하세요, 알리시아 여사님."
"안녕, 귀여운 꽃미남." SCP-ZH-774는 말을 하며 어깨에 매고 있던 삼베 가방에서 매우 화려한 목도리를 꺼냈다. "자, 너를 위해 뜬 목도리야."
혼란스러워진 클라이드는 고개를 돌려 이안을 처량한 눈빛으로 처다봤다. 하지만 이안은 클라이드의 때아닌 요절을 애도하듯, 눈을 감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클라이드는 속절없이 SCP-ZH-774 쪽으로 돌아섰지만, 목도리를 쥔 손은 이미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알리시아 여사님!" 클라이드가 목도리를 낚아채자, 뒤에 있던 경비원 두 명의 표정이 험악해지며 총을 겨눴다. "이렇게 예쁜 목도리를 떠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만, 방 안에는 바람이 잘 안 통해서 아주 더운지라, 땀을 흘려서 여사님 작품을 더럽힐까 걱정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받기만 하겠습니다."
알리시아는 클라이드의 이마에 맺힌 커다란 땀방울이 방안의 텁텁한 공기 따위 때문은 아니란 것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SCP-ZH-774는 너털웃음만 몇 번 흘리더니 두 경비원을 데리고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사무실에 다시금 찾아온 평온에 두 명은 자리에 몸을 기댔다.
"방금 그거… 아주 끝내줬어, 클라이드." 이안이 말했다.
지옥 한복판에서, 둘은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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