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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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드는 비틀거리며 기숙사로 걸어가고 있다. 양손가득 짐을 들고. 뭔가를 잊어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일단 무시하고 올라간다. 잠시 휴대폰을 살피고, 다시 올라가다가, 잠깐 멈춰 서서 카페에 접속한다. 오늘은 뭔가 재밌는 거 없나 살피다가, 잊어버린 게 뭔지를 기억해낸다. 그래, 데반 님의 생일이었구나. 그런 걸 잊어먹고, 나도 참 잘하는 짓이다.

방에 틀어박혀서, 노트북을 켠다. 잠시 동안 스크린을 내려다보다가, 인터넷을 켜고, 글을 쓴다. 이번에는 좀 '밝은' 글을 써볼까. "네. 축하합니다. 또다시 1년을 살아남으셨군요…" 아니 잠깐,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지우고. "재밌는 얘기 들려드릴까요?" 이것도 어디서 봤는데, 지우고. 젠장. 없는 필력으로 아이디어를 짜내려니 머리가 다 아프군.

아시드는 잠시 자판만 쳐다보고 있다가, 글을 모두 지운다. 그리고 다시 몇 자를 적는다. 잠깐 스크린 위의 글자들을 바라보다가, '확인'을 누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스크린의 검은 배경에는 단 세 단어만이 남아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가장 간단하면서도, 친근한 생일 인사말.

"생일 축하합니다, 데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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