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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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살같이 지나가자 마천루들이 녹아 없어지고, 그 뒤에 도사린 허무 속으로 사라져간다. 차가 에우르텍의 미로를 구불구불 오가니, 네온등들이 뭉개지더니 곧 늘어나 줄로 변한다. 더 세게, 더 빠르게, 몇 마일만 더 가면 된다고 기관을 몰아치니 쥐어짜이는 기관이 죽는 소리를 낸다. 지평이 실재하기를 그만두었다. 법률이 실재하기를 그만두었다. 도시가 실재하기를 그만두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드래곤, 그리고 길 뿐.

이렇다할 보행자는 없다 — 경주 날에는 이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함을 모두들 알고 있으니까. 그는 심장에 자유를 새기고 적색등과 그 다음 적색등과 그 다음 적색등을 연달아 부숴나간다.

차내에선 속력이 두 눈을 안와 속으로 밀어처넣고 있다. 트럭처럼 들이받는 관성력에 장기들이 항의의 비명을 지른다. 심장은 전신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 분투하고, 탄소섬유 스티어링휠을 잡은 손은 새하얗게 질렸다. 후사경에 걸려있던 솜털이 보송한 주사위가 뒤로 튕겨나가, 전율하는 금속 지붕과 평행하게 날아간다. 이를 악무니 구리 맛이 난다.

급하게 왼쪽으로 꺾어 대기업 마천루에 뿌린 케첩 신세가 되는 것을 아슬아슬하게 모면한다. 도로가 왼쪽으로, 왼쪽으로 합쳐지더니 쭉 위로 올라가서 진입차선이다. 속력이 세 자리 수이긴 해도, 진입로를 딱 30초만에 쳐올라간다. 드래곤이 스카이라인을 스치는 황금 혜성이 된다.

그리고 하늘을 찢어놓았다.

고속도로의 이 층은 거의 비어 있다. 위층의 와글와글한 아우토반과는 다르다. 함께 달리는 다른 차는 차고가 너무 낮아 길거리에 섞이기 딱 좋은 은색 프로메테우스 Q19 한 대 뿐. 저 차는 끈끈이에 붙은 파리처럼 길바닥에 딱 붙어, 메가고속의 굽이길을 따라 미끄러진다. 번호판 — 순전히 장식용이지만 — 에는 "나가"라고 적혀 있다.

목표물을 찾았다.

드래곤이 포효하고, 저쪽 차와 나란해질 때까지 시속 수백 마일을 더 가속한다. 엄청난 압력에 맞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려 나가의 차내를 들여다본다. 선팅해서 시커먼 창문만 되돌아볼 뿐이다.

머리를 도로 쪽으로 홱 돌린다. 두 차는 막상막하다. 두 개의 기관이 회전수를 올리고,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딱딱댄다. 목을 길게 빼서 계기판을 내려다본다. 지평 너머에서 에우르텍시가 희미하게 빛난다. 경주의 조건이 갖춰졌다. 선들이 그어진다. 1등상은 에우르텍에서의 비할 데 없는 영향력, 그리고 2등상은 죽음. 승자독식제다.

기관을 몰고 가속한다.

250 MILES

나가가 먼저 방아쇠를 당긴다. 후드에서 수나사들이 떨어져 저 뒤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과체중에서 벗어난 차가 앞으로 요동친다. 냉각시스템이 타이어 타는 것을 우선사항으로 지정하고 에어로졸 냉각제를 분사하고, 그 대신 차내가 더워진다.

드래곤은 관심을 빼앗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과열된 기체를 역류처럼 토해내며 우렁차게 울부짖는다. 차대의 수나사들이 비틀리고 떨어져나가 배경에서 튀어다닌다. 동력 출력이 두 배로 증가하고, 차내는 추가 에너지로 웅웅거린다. 그야말로 풀려날 계기만 기다리는 성난 황소다.

바로 그 때 나가가 충각해왔다.

드래곤은 몇 초 동안 방향이 틀렸다가, 반대쪽으로 밀면서 복원한다. 두 차는 서로를 비비며 밀어내는 힘싸움을 하고 있다. 나가가 먼저 물러나고, 드래곤보다 살짝 뒤로 처진다. 얼굴을 찌푸리고, 드래곤이 다시 속력을 폭발시키도록 구슬른다. 현재 드래곤의 속력은 시속 230 마일. 이제 시작일 뿐이다. 시야 구석에서 나가가 갑자기 사라진다.

그리고 갑자기 60 피트 앞에 다시 나타난다. 파워플레이다. 60 피트 따위, 이 경주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나가에 탄 게 누구든, 제 자랑하기 좋아하는 놈이다.

계기판은 광란의 도가니다. 십수 개의 전구와 디지컬 판독기들이 번쩍거리며 나가의 배기가스에서 낯선 에너지가 읽힌다는 것을 알려준다. 엔진을 250까지 올리고, 드래곤의 후드와 나가의 범퍼 사이 거리가 1 피트로 좁혀질 때까지 은색 연무를 맞으며 밀고 들어간다. 재단의 인장이 금속에 나사못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이 때 왼쪽으로 홱 꺾고 옆으로 밀고 들어간다. 다시 두 차가 나란해졌지만, 꼬락서니는 둘 다 말이 아니다. 드래곤은 단포스 모델 99. 이런 경주에 달리기 위해 최고 중의 최고 수준의 개조들을 가했지만, 저 나가 같은 커스텀 악귀에게는 당해낼 수 없다. 그리고 그 점에서, 나가는 지금 그 안에 타고 있는 싸패놈이 의도하는 것 같은 난폭한 호전광 수기요법 도구로 설계된 것이 아니다. 두 차가 모두 결승선에 도착하기만 해도 기적일 것이다.

그 순간 메가고속도로가 끝나고, 두 차는 함께 무저갱으로 날아들어갔다.

200 MILES

드래곤이 먼저 정신을 차렸다. 타이어는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고, 제트기관의 래칫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화, 그리고 화염을 토해낸다. 디지털 판독기가 비명을 질러댄다: DANGER! CURRENT SPEED ABOVE SAFE LIMIT! “이 알림을 다시 보여주지 않기”를 누르고 무시해 버린다. 측면 카메라가 경보를 보내온다. 나가도 변신한 참이다.

두 차가 호수의 수면을 스쳐 지나가자, 그 아래 물이 흰색으로 폭발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차들이 저 아래의 물에 꼴아박는 최후를 맞았을 것이나, 드래곤은 아니다.

나가가 속력을 높이고 드래곤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는 한편, 두 차는 함께 도시의 일렁이는 빛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공중에서 충각을 했다가는, 두 운전자 중 최소 한 명은 반드시 죽는다. 이제 이 짓도 끝낼 때가 왔다. 대시보드의 단추를 갈기고 레버를 꺾는다.

그 즉시 드래곤의 제트기관에서 나오는 연기가 변모한다. 색조는 황금색이 되고, 덩어리져서 뱀처럼 감기는 형태로 뭉친다. 가스기둥에서 부속지, 꼬리, 털, 머리가 자라나더니 딱딱하게 고체화된다. 고대 중국의 용의 도펠겡거다. 황룡(Lóng)이 놀이에 나섰다. 비장의 무기다.

황룡은 골때리는 속력에 개의치 않고 느긋하게 차 위를 떠다닌다. 그러더니 공중에서 위로 몸을 비틀고 나가를 향해 헤엄쳐간다. 나가는 흔들리는 기색도 없다. 황룡이 나가의 후드에 자리잡고, 뱀 같은 신체로 차를 휘감아 옥죈다. 그리고 기관부를 조준해 물어뜯기 시작한다.

두 차가 내는 굉음 가운데서도 와그작 하는 소리는 분명히 들린다. 황룡의 반짝이는 눈동자가 좁아지더니, 입 속의 은색 물체에 눈의 초점을 맞춘다. 구불구불거리며 유색(遊色)을 발하는 그것은 —

나가의 후드가 산산조각나고 안에서 무언가 튀어나온다. 뱀처럼 생긴 것이, 후드 위에 또아리를 틀고 황룡에게 갈고리발톱을 내민다. 즉 이것이 나가 쪽의 비장의 무기 — 바실리스크다.

황룡은 나가와 드래곤 사이의 틈을 뛰어넘어 지붕에 안착한다. 두 마리 뱀은 서로 상대가 먼저 덤벼들라며 쉿쉿 소리를 낸다. 두 차는 여전히 아래의 물을 증발시키면서 동시에 에우르텍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최우선 사항은 — 1착하는 것이다. 생존은 두 번째다.

100 MILES

드래곤이 방향을 홱 틀어 나가에게 충각을 건다. 나가는 충격에 떨리면서도 전진함으로써 손해를 보충한다. 이 눈 깜짝할 새의 혼란으로 황룡은 산성 타액을 바실리스트에게 튀기면서 나가에게 뛰어들 틈을 잡았다. 두 마리 뱀은 나가의 지붕 위에서 원을 그린다. 은과 금의 대결이다.

단추가 울린다. 이 단추를 갈기지 못하게 막는 것은 플라스틱 안전박스 뿐이다. 아직은 아니다. 더 기다려야 한다.

황룡이 먼저 바실리스크의 목을 향해 돌진한다. 바실리스크는 뒤로 물러서 피하고 반격한다. 황룡의 뒤를 잡으려는 것이다. 황룡은 바실리스크의 수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것으로 대응한다. 고통의 울부짖음이 마치 금속 찢어지는 소리 같다. 한 쌍의 뱀은 씨름을 거듭하여 하나의 돌돌 말린 에너지 볼이 되었다. 황룡이 바실리스크의 턱을 억지로 열고, 나가의 제트기관에 바실리스크의 머리를 갖다 박았다. 나가는 미친듯이 방향전환을 하여 황룡을 떨쳐냈지만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니.

안전박스를 제껴 열고 붉게 빛나는 단추를 때렸다.

드래곤의 지붕이 슈우욱 하는 증기와 함께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서 물에 빠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뒷범퍼가 지붕의 뒤를 따른다. 그 다음으로 사이드레일, 트림, 균형추, 드라이브스파이크, 시트, 금속판들이 떨어져 내린다.

불과 몇 초만에 드래곤은 램제트를 타고 망각으로 돌진하는 자동차 뼈대가 되었다. 이렇게 무게를 최대한 덜어냈음에도, 겨우 몇 피트 앞당겼을 뿐이다.

하지만 그거면 충분하다.

드래곤이 나가로부터 20 피트 앞까지 거리를 벌렸을 때, 바실리스크가 자기 몸을 찢고 황룡을 떨쳐냈다. 나가는 즉시 방향을 복원하고 직진 코스를 밟는다.

드래곤은 나가의 바로 앞에서 브레이크를 때려밟는다. 허를 찔린 나가도 똑같이 한다. 1 나노초동안, 두 차는 후드 대 후드로 마주한다. 그리고 드래곤이 기관을 재점화하고, 나가의 후드에 남은 것은 불길에 휩싸인다. 기관부 파이프가 팽창하고 수축하지만, 압도적인 고온에 유동액이 기화한다. 지붕의 바실리스크는 황룡을 물어올리다가 드래곤의 램제트를 맞았다.

바실리스크는 화염 속에 들어오기 전까지 자기가 끌려가고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황룡이 몸을 위로 틀면서 바실리스크를 뿌리쳐 화염 속으로 더 깊이 몰아넣고, 자기는 드래곤의 지붕에 착륙한다. 나가의 엔진은 펑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죽는다.

불 속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돌연 멈추더니, 화염이 은색이 된다. 드래곤이 경련한다. 그리고 속력이 네 배가 되고, 반쯤 녹아버린 나가였던 것은 먼지 속에 버려두고 달려나간다. 2초만에 속력이 시속 850 마일에 도달하고 음속장벽을 돌파한다.

1 MILE

거리에는 차가 한 대도 없지만, 팬들과 마권팔이들이 보안 울타리에 들이대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도착점의 중계석에서는 아나운서들이 난리를 떨고 있다.

“찰리, 이번 경주가 진짜 지난 2년간 가장 쩔었던 승부들 중 하나, 아니 가장 쩔었던 승부였다고 봐야겠죠. 카메라 판독이 끝났습니다. 저게 바로, 나가, 에우르텍의 악귀, 재단의 플라이어, 써킷의 황제, 였던 것이 허벌났습니다! 이게 믿어지십니까?”

“제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저 뱀을 끌어내린 자는 싸패거나, 인간이 아니거나, 둘 다일 거라는 것 뿐이네요. 리플레이 좀 틀 수 있을— 그래요, 저것 좀 보라죠! 저 아바타라 — 용인지 뭔지 같은데 — 바실리스크를 제트기관에 먹여서 부스트를 만들어냈습니다. 저런 게 가능한지도 몰랐네요! 단언컨데 이번 경기는 역대— 오오 씨발 저기 그가 옵니다!”

흐린 금색 형체가 미쳐 날뛰는 경주 팬들을 지나쳐 텅 빈 거리를 쏜살같이 달려간다. 하나, 둘, 셋, 넷, 열여섯 개의 스톱게이트를 줄줄이 뚫고 지나가 거리를 강타한다. 멈추지 않는다.

드래곤의 뼈대가 아스팔트탄소 포장도로를 1마일이나 미끄러지면서 불똥이 튀고, 스키드마크의 검은 타맥이 그슬렸다. 중계석에서 불과 몇 피트 떨어진 곳에 드래곤이 멈췄다.

차에서 내린다. 검은색과 황금색의 경주복은 화재로 얼룩졌다. 마찬가지로 파손된 하이바가 승리자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 황룡이 그를 감싸고, 자기 다리 하나를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무언가 들고 있다.

나가의 범퍼에 박혀 있던 재단 인장이다. 황룡이 그것을 주먹쥐어 분쇄하고, 은가루가 비처럼 내린다.

승리자가 말한다.

“짭새새끼들이 경주에 끼고, 물관리 제대로 안하지?”

거리가 폭발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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