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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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열심히 펜을 놀렸다.
그녀… 줄리아를 구해야한다.
하지만, 글자가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이 모여 문단이, 문단이 모여 하나의 글이 되었지만,
어떻게 해도 난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모든 엔딩은 그녀의 죽음으로 끝이 났다.
돌파구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난 펜을 놓을 수 없다.
어떻게든 찾고야 말 것이다.
그녀는 어둠속에 혼자 떨고 있다고. 내가 반드시 구해주어야만 해!
넌 절대 그녀를 구할 수 없어.

어디선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가 내가 상상해낸 상상속의 목소리라는 것을 깨닫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니야, 반드시 방법이 있을 거야. 내가 찾아낼 거라고!
방법 따위는 없어. 그녀는 반드시 죽게 되어있다고.
거짓말, 거짓말이야. 난 반드시 방법을 찾을 수 있어.

귀속에 맴도는 말을 무시하며 나는 펜을 잡고 계속해서 글을 써내려갔다.
줄리아를 구할 방법이 반드시 존재할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이 잔혹한 이야기의 결말은 결국……
닥쳐! 닥치라고!
……그녀의 죽음으로 끝을 맞이할 거니까.
닥치란 말이야!

쨍그랑!

컵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목소리는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다시 펜을 들었다.
어느새 나는 완전하게 믿고 있었다.
내가 줄리아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됐어, 됐다고!
드디어 그녀를 살릴 방법을 찾았어!
넌 절대로 그녀를 살릴 수 없어.
아니야! 정말로 방법을 찾아냈다고!
이제 그 방법을 써놓기만 하면……

글을 써내려가기 위해 펜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손은 결코 뻗어지지 않았다.
내가 말했지? 넌 결코 그녀를 살릴 수 없어.
목소리의 말이 맞았다. 난 결코 그녀를 구할 수 없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피가 보였다.
조금전만해도 내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녔을 피가 밖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힘이 빠진다.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펜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펜과 내 손과의 거리는 무한하기라도 한 것인지 결코 닿을 수 없었다.

흐려지는 의식 가운데에서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를… 구할 수 있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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