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의 카나리아
전투의 카나리아
By: MigueludeomMigueludeom
Published on 16 Jan 2022 13:43

평가: +6+x

What this is

A bunch of miscellaneous CSS 'improvements' that I, CroquemboucheCroquembouche, use on a bunch of pages because I think it makes them easier to deal with.

The changes this component makes are bunch of really trivial modifications to ease the writing experience and to make documenting components/themes a bit easier (which I do a lot). It doesn't change anything about the page visually for the reader — the changes are for the writer.

I wouldn't expect translations of articles that use this component to also use this component, unless the translator likes it and would want to use it anyway.

This component probably won't conflict with other components or themes, and even if it does, it probably won't matter too much.

Usage

On any wiki:

[[include :scp-wiki:component:croqstyle]]

This component is designed to be used on other components. When using on another component, be sure to add this inside the component's [[iftags]] block, so that users of your component are not forced into also using Croqstyle.

Related components

Other personal styling components (which change just a couple things):

Personal styling themes (which are visual overhauls):

CSS changes

Reasonably-sized footnotes

Stops footnotes from being a million miles wide, so that you can actually read them.

.hovertip { max-width: 400px; }

Monospace edit/code

Makes the edit textbox monospace, and also changes all monospace text to Fira Code, the obviously superior monospace font.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Fira+Code:wght@400;700&display=swap');
 
:root { --mono-font: "Fira Code", Cousine, monospace; }
#edit-page-textarea, .code pre, .code p, .code, tt, .page-source { font-family: var(--mono-font); }
.code pre * { white-space: pre; }
.code *, .pre * { font-feature-settings: unset; }

Teletype backgrounds

Adds a light grey background to <tt> elements ({{text}}), so code snippets stand out more.

tt {
  background-color: var(--swatch-something-bhl-idk-will-fix-later, #f4f4f4);
  font-size: 85%;
  padding: 0.2em 0.4em;
  margin: 0;
  border-radius: 6px;
}

No more bigfaces

Stops big pictures from appearing when you hover over someone's avatar image, because they're stupid and really annoying and you can just click on them if you want to see the big version.

.avatar-hover { display: none !important; }

Breaky breaky

Any text inside a div with class nobreak has line-wrapping happen between every letter.

.nobreak { word-break: break-all; }

Code colours

Add my terminal's code colours as variables. Maybe I'll change this to a more common terminal theme like Monokai or something at some point, but for now it's just my personal theme, which is derived from Tomorrow Night Eighties.

Also, adding the .terminal class to a fake code block as [[div class="code terminal"]] gives it a sort of pseudo-terminal look with a dark background. Doesn't work with [[code]], because Wikidot inserts a bunch of syntax highlighting that you can't change yourself without a bunch of CSS. Use it for non-[[code]] code snippets only.

Quick tool to colourise a 'standard' Wikidot component usage example with the above vars: link

:root {
  --c-bg: #393939;
  --c-syntax: #e0e0e0;
  --c-comment: #999999;
  --c-error: #f2777a;
  --c-value: #f99157;
  --c-symbol: #ffcc66;
  --c-string: #99cc99;
  --c-operator: #66cccc;
  --c-builtin: #70a7df;
  --c-keyword: #cc99cc;
}
 
.terminal, .terminal > .code {
  color: var(--c-syntax);
  background: var(--c-bg);
  border: 0.4rem solid var(--c-comment);
  border-radius: 1rem;
}

Debug mode

Draw lines around anything inside .debug-mode. The colour of the lines is red but defers to CSS variable --debug-colour.

You can also add div.debug-info.over and div.debug-info.under inside an element to annotate the debug boxes — though you'll need to make sure to leave enough vertical space that the annotation doesn't overlap the thing above or below it.

…like this!

.debug-mode, .debug-mode *, .debug-mode *::before, .debug-mode *::after {
  outline: 1px solid var(--debug-colour, red);
  position: relative;
}
.debug-info {
  position: absolute;
  left: 50%;
  transform: translateX(-50%);
  font-family: 'Fira Code', monospace;
  font-size: 1rem;
  white-space: nowrap;
}
.debug-info.over { top: -2.5rem; }
.debug-info.under { bottom: -2.5rem; }
.debug-info p { margin: 0; }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Noto+Sans+KR:wght@700&display=swap');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2?family=Nanum+Pen+Script&display=swap');
 
/* Flopstyle CSS Theme
 * [2020 Wikidot Theme]
 * Created by Lt Flops
 * Select CSS Styles Are Credited Where Necessary
 * -- (CC BY-SA 3.0) --
**/
 
/* ---- SITE HEADER ---- */
 #header h1 a{
     font-family: "Montserrat", "Arial", "Noto Sans KR", sans-serif;
}
 
/* ---- FORMATTING | [SPECIAL] ---- */
 @font-face {
     font-family: "D2Coding";
     src: url('https://cdn.jsdelivr.net/gh/projectnoonnu/noonfonts_three@1.0/D2Coding.woff') format('woff');
     font-weight: normal;
     font-style: normal;
 }
 :root{
     --mono-font: "D2Coding", "Fira Code", "Nanum Gothic Coding", monospace;
}
 
/* ---- CUSTOM DIV BLOCKS ---- */
 .journal{ /* ---- Journal Block (Adapted From SCP-4003) ---- */
     font-family: "Architects Daughter", "Nanum Pen Script", cursive;
}
평가: +6+x

????

새벽 2시 14분

SCP-682는 밤이 다 되어서야 멈추어 섰다. 그들은 숲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불을 피웠다. 아닌 밤중에 캠프파이어를 하는 것만 같아 카나리아 자신은 우선 헛웃음부터 나왔지만, 새로운 육체라 한들 피로감이 없는 것은 아닌지라 일정량의 휴식을 취하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나리아는 불 주위로 몸을 둥글게 말은 도마뱀의 옆구리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보고서로만, 소문으로만 들었던 SCP-682의 행동은 인간이 아닌 그에게는 아무런 위해도 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지켜주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야 말했잖느냐. 그 아인 네 육체와 본디 하나였다고.

"나도 말했을 텐데. 내 마음 함부로 읽지 말라고." 카나리아가 거칠게 쏘아붙였다. "당신 도움을 받았지만 그 때문에 내게 프라이버시가 사라지는 건 아니야."

불꽃은 웃음소리를 내며 사그라져 갔다. 카나리아는 팡글로스가 사라진 공간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다시금 도마뱀에게 등을 기댔다. 도마뱀은 피하지 않고 마치 그 자신이 배개라도 되는 듯 몸을 받쳐주었다.

"…고마워."

도마뱀은 대답 대신 툴툴거리면서 고개를 내렸다. 나름의 알았다는 반응임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성질의 정보였다.

"저기, 난 진짜 네 분신은 아니잖아." 카나리아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도 괜찮은 거야?"

"무슨 답을 원하는 거냐."

도마뱀이 말했다. 카나리아는 조금 놀란 기색을 애써 숨긴 채 그를 응시했다. 사실인즉 도마뱀이 말할 때마다 어떤 신기한 기분이 드는 것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다른 많은 이들의 느끼는 공포나 경외감 따위의 감정이라기보단, 그동안 함께 자라오던 반려동물이 갑자기 말을 하는 것과 같은 놀라움에 더 가까웠다. 숨길 수 없는 친밀감은 필히 그 육체에 근원을 두리라.

"그냥,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서."

"인간의 영혼아, 네 존재는 적어도 그 육체 안에서는 역겹지 않다."

카나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 너… 알고…?"

"당연히 알고 있었지. 네게선 익숙한 파동이 느껴지지 않아. 그 육체만이 내게 유일하게 친숙한 것이다."

"그럼 내가 이렇게 있어도…?"

"상관없다고 말했잖아."

도마뱀은 툴툴거리더니 고개를 낮추고 눈을 감았다. 규칙적으로 가슴이 들썩이는 것이 느껴졌다. 카나리아는 다시 한 번 기이한 기분을 느끼며 등을 파묻었다. 그러니까, 도마뱀이 수면을 취하기도 하는구나. 문서로만 보았던 그 흉악한 괴물의 일면을 발견한 기분은 색달랐다.

카나리아는 잠에 빠져들기 직전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찬란하게 춤을 추는 그 푸른 밤하늘의 존재는 어딘가 머나먼 공간의 향수를 느끼게 하고 있었다.


????

새벽 3시

그리고 그 밤하늘 아래에서, 수십이 도륙당하고 있었다.

어린 신의 행적은 생각보다 쉬이 발견되었다. 숲으로 거닐어 가던 소녀는 한 무리의 부대에 의해 가로막히고 말았다. 소녀의 행방이 밝혀진 순간 곧장 GOC에서 이카보드 캠페인 직속 부대가 출동했으며, 신의 앞길을 막아섰다. 텔레킬로 주조된 총알을 장전한 저격총을 어깨에 둘러메고. 그들 모두가 이런 일에는 잔뼈가 굵었다. 그들은 수많은 어린 신들을 해치워 왔고, 그들의 죽음으로 정상성을 수호해 왔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순식간에 생명 없는 팔다리로 찢어 사방에 흩뿌려졌다.

소녀는 자신의 힘이 점점 강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권능이 온몸에 깃들어 갔다. 신은 난생처음으로 전능함을 느꼈다. 자신이 다룰 수 있는 권능은 곧 힘이었다. 다룰 수 없는 권능이 저주임과는 정반대로.

한때 촉수 달린 육체를 소유했던 영혼은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생존했던 부대원의 허리를 끊어내고, 소녀는 잠시 시야를 하늘로 돌렸다. 언젠가 이런 감각을 느꼈었던가. 언제 이런 감각을 느꼈었던가. 기억하는 한 그는 언제나 타의에 의해 살고 있었다. 자신을 숭배하는 종교인들. 그 광기에 얼룩진 눈알을 들여다보며 공포에 질렸던 기억. 그러나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가 두려워한다는 것을 그들이 알게 되는 즉시 그는 신이 아닌 먹잇감이 되리라는 것을 본능으로 알았으니까.

그러나 그는 지금 자유롭다.

외침과 고함. 신은 그 순간 저 멀리서 방금 그가 찢어 죽인 것들의 후발대가 도착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중요한 사실은 아니었다.

소녀는 허공을 가르며 날아올랐다가, 곧장 나무 위에 내려앉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접근해 오는 부대의 발걸음 소리가 고막을 두드렸다. 육체는 점점 포식자처럼 기능하기 시작했다. 신은 유연하게 나무를 건너며 소리 없이 밤하늘 위를 떠다녔다. 그를 공격하려는 것들이 땅에서 기어가는 것과 동시에.

그리고 사냥이 시작되었다.

하늘에서 유성이 떨어지듯 소녀가 낙하했다. 그리고는 바로 아래에 있는 남자의 머리를 박살 냈다.

총격.

허공에서 소환된 촉수들이 빠르게 회전하며 총탄을 사방으로 퉁겨냈다. 총알에 맞은 충격으로 달려들던 부대원들이 쓰러졌다. 신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자의 흉곽을 뚫어 심장을 뜯어내곤, 그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아귀 안에서 으깨지며 서서히 길어지는 그 형태는 완연한 검의 모습이었다. 심장을 잃은 자가 바닥으로 쓰러짐과 동시에 그 검이 춤을 추었다.

고함, 비명.

신의 칼날은 적들의 공격이 이어지는 간극 사이를 갈라 내렸다. 대나무처럼 썰려나가는 부대원들의 몸은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하고 허공으로 날아갔다. 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적대의 시선은 어느새 예찬의 꽃송이가 되어 흩뿌려지고 있었다. 그중 인간인 자는 아무도 제대로 상황을 직시할 수 없었다. 이성은 어느새 힘을 잃고 말았으니.

시간이 느려지고, 총탄이 발사되던 총구에 꽃이 피었다. 그리고 이내 총은 부스러지고 만다. 마치 시간의 흐름을 정통으로 맞이한 듯. 놀람의 순간에 목이 베어진다. 신의 거룩함을 본 대가로, 적은 그리 죽는다. 이제 남은 적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적대감은 없다. 죽음과 경이의 공포 앞에 반항할 의지는 남아 있지 않다. 오로지 신의 은총만을 구걸할 뿐이다.

그리고 신은 죽음이라는 이름의 은총을 내리었다.


????

새벽 3시 30분.

카나리아는 잠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동시에 도마뱀도 깨어난 것을 알았다.

"…방금 느꼈지?"

도마뱀에게서 몸을 떼어낸 카나리아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SCP-682 역시 자못 심각한 얼굴이었다. 비늘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그의 몸에 솟아 있었다. 긴장했다는 것이 느껴져 왔다.

"그래."

"그러니까 그게—"

"권능. 그 몸에 깃들어 있던 권능이다. 너와 교체되면서 유약해진 상태지만 그래도 강해. 게다가…" 도마뱀이 말을 멈췄다. "불신자의 육체에 들어앉아 더욱 강해진 것 같군."

"불… 뭐?"

"신앙이라는 것 자체와 배척되는 상징성을 가진 몸. 아까 불덩이가 이야기하던데. 네가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

카나리아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며 도마뱀을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 팡글로스에게 퍼부어줄 욕을 한 사발 생각해두며.

"그,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지?"

"가야지, 그곳으로."

카나리아는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도마뱀을 응시했다.

"그, 아까 그 불꽃, 그러니까 팡글로스— 그게 말해주는 대로 해야 하는 거 아냐?" 카나리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디로 간 거야 그건?"

"놈은 한때 나였던 것의 스승이었지 내 스승은 아냐. 내 주인은 더더욱 아니고. 우린 우리가 알아서 결정한다. 넌 따라올 거냐, 아니면 여기 앉아 있다가 불꽃인지 산불인지 올 때까지 기다릴 거냐?"

"…따라갈 거야."

"그럼 업혀라."

"뭐?"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에, 카나리아는 정신이 확 들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 안 갈 거냐?"

"아, 알았어. 가자고."

카나리아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682의 위에 올라탔다. 올라가는 것만 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 간신히 자리를 잡자, 도마뱀이 일어섰다. 갑작스레 하늘로 쳐들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 카나리아는 저도 모르게 그것의 등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682가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이 권투 선수의 라이트 훅처럼 강하게 안면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카나리아는 이를 악문 채 최대한 도마뱀의 등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인간의 몸이었다면 금방 뒤로 쓸려나갔을 속도였다.

그러나 지금 카나리아는 사람의 육체에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무의식 중에 신체를 변형시켰다. 팔이 늘어나면서 관절이 불어났고, 그 길어진 팔로 도마뱀의 몸을 휘감았다. 인간의 몸에서는 필요치 않은 근육들이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온몸으로 SCP-682를 붙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몸은 흔들리지 않았다. 떨어진다는 두려움은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둘은 그렇게 밤하늘을 달려나갔다.


????

새벽 3시 40분.

무언가를 느낀 것은 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녀의 형상을 한 신은 쓰러진 통나무에서 일어나 별들 사이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거센 것이 몰려오는 듯한 느낌. 몸으로는 느낄 수 없었지만 익숙한 기억이 뇌리를 잠식하고 있었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경험했던 무언가를 되짚는 듯한 기분.

점차 강렬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신은 저 너머에서 무언가가 달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예의 그 감각은 강렬해지고 있었다. 아직은 멀리 있었지만, 속도로 볼 때 곧 도달하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 경로는 분명히 신을 가리키고 있었다.

손님이 오는군. 신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신은 입을 다문 채로 눈을 감았다. 땅의 울림. 동물들의 울음소리. 하늘과 바람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그의 내부로 들어왔다. 여전히 경로는 바뀌질 않는다. 떠다니는 상념이 존재의 알림과 동시에 지상으로 추락한다. 재단에 처음 격리되었을 때, 재단에서 겪은 그 모든 일. 인간은 지극히도 나약한 존재라는 인식이 다시금 일출처럼 떠오른다. 그들은 두려워하는 것들을 가두고 베고 죽임으로써 자신의 인지 용량을 벗어나는 일을 극복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그것이 좌절될 때 광기에 빠지면서 숭배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고풍스럽고 성스러운 말들로 치장해도 그것이 진리다. 그래서 인간은 나약한 존재다.

어쩌면 이 몸에 들어왔음에도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 이전보다도 더욱 강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 인간의 몸에 들어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신은 생각한다.

바람이 거칠어진다.

나약한 인간. 그러나 이 인간은 조금 다르다. 어릴 적에 겪은 심리적 충격, 그러한 단어가 머리를 스친다. 인간의 기억이 신의 기억과 섞여 휘몰아친다. 단층으로 이루어진 수십억 개의 파편들이 합쳐지고 흩어지는 과정 중에서 떠오르는 것들은 유한하다. 그 사건, 그 옛날의 그 사건이 발생한 그 순간부터 카나리아란 인간의 의식은 오로지 일정한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무한한 복수의 길.

신은 잠시 어둠 속을 헤매이다가 뭔가가 숨겨져 있음을 깨닫고 조금 더 아래로 침전했다. 아래로, 아래로 가는 길에 스쳐지나가는 어떤 다짐과 생각들. 수많은 조언들. 이런 것들은 전부 방어기제일 뿐이다. 신은 손쉽게 인간의 정신 그 밑바닥에 가닿았다.

그리고 신은 그곳에서 수십억 명의 비명 지르는 카나리아를 볼 수 있었다.

자책과 죽음과 공포와 슬픔. 끝없는 비애. 끝없는 애도. 신은 인간의 육체 안에 이렇게 강렬한 분노와 강렬한 슬픔이 혼재되어 있을 수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웃음이 난다. 그래, 이래서였군. 신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감정이 담긴 눈물 한 방울을 흘린다.

고통은 한순간이다. 슬픔 역시 그러하다. 인간은 본디 변덕스럽고 줏대 없는 종족이라, 극한의 감정은 순식간에 썰물처럼 저 밖으로 흘러나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신의 눈에 보인 이 카나리아란 인간은 그 극한의 감정을 언제나 내부에 품고 있었다. 실어증 환자라는 이야기가 다시금 뇌리를 스친다. 아, 그렇구나. 실어증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가져다준 병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것은 코르크 마개 노릇을 하고 있던 장치였을 뿐이었다. 속에 들어찬 고름—고통과 비탄에 젖은 썩어 문드러진 마음을 밖으로 꺼내지 않으려는 카나리아 자신의 의지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카나리아는 그 마음을 충분히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제 그 무기에 권능이 더해졌다.

어렴풋이 지금까지 질문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신은—

달려오던 SCP-682에게 받혀 저만치로 나가떨어졌다.

"야, 미친놈아 저거 내 몸이야!"

누군가가 날카롭게 외쳐댔다. SCP-682의 덩치에 가려져 보이질 않는 그자는 듣자하니 도마뱀과 큰 친분을 쌓은 모양이었다. 신은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기이하면서도 익숙한 감각이 머리를 진동시켰다. 모든 감각이 저 도마뱀, 그러니까 죽지 않는 파충류가 일으키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확연하게 전달되어 왔다. 신은 처음으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은 순전히 소녀와 몸이 바뀐 탓으로 생각했는데.

도마뱀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렸다.

"반갑네, 내 몸."

신은 흠칫 놀라며 뒤로 반 발짝 물러섰다. 그 목소리, 그 모습, 그 눈빛. 기억하는 자신의 몸이 아닌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나름 풍채를 자랑하던 그의 몸은—

"…이게 남의 몸을 어떻게 만들어 놓은 거야?"

"그러는 넌 남의 몸을 탈취해서 잘도 이런 짓거리를 벌여놨네?"

카나리아는 사방을 훑어보았다. 나무 사이사이에 과실처럼 매달린 GOC 요원들의 모습은 흉측하다 못해 기괴할 지경이었다. 살덩이로 흩어진 인간의 육체는 죽었는데도 아직 고통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어찌 되었든 저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자신이 아니라 SCP-2662 그 자식이었으니까. 게다가 권능까지 강해진.

"잔말 말고, 그 몸이나 빨리 내놔." 카나리아가 소리쳤다. "아니면 영영 못 돌아갈 줄 알아."

"그렇게 못 하겠다면?"

"…뭐?"

카나리아는 귀를 의심했다. 지금 몸을 되돌리자는 이야길… 거절 한 거야?

"궁금해졌거든." 신이 신중하게 말을 이었다. "진실된 신자의 존재를 검증해보고 싶어졌어."

신자, 라는 말에 본능적으로 카나리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네 신자들이 원하는 진정한 미치광이 신이 되려고 하는 거야?"

"그들은 진정한 신자가 아니었어." 소녀가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겼다. "진정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래. 아마 미치광이 신이 되었을지도 모르지. 허나 그들은 날 방해하고 귀찮게 했을 뿐이었다."

카나리아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고대의 뭐시기 뭐시기 신이시여, 다음 계획은 뭘 하시려나? 개신교 교회라도 부수고 다니시게?"

"그래야 한다면."

소녀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떠올랐다. 카나리아는 자신의 얼굴에 그런 표정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섬뜩한 기분을 느꼈다. 이미 그것은 인간을 넘어선 다른 무언가가 지을 법한 표정이었다. 길게 늘어뜨린 입술과 기이할 정도로 밝은 눈웃음. 저런 표정은 고사하더라도 웃음조차 자주 지어본 적 없던 카나리아에게는 더없이 거북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신앙의 시대가 인간을 지배했지. 그리고는 이성의 시대가 왔고. 이제는 검증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리고 그 시험관은 바로 나야."

SCP-2662가 말을 이었다.

"신앙을 빌미로 수많은 악행을 저지른 자들은 그 시대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이게 네가 원하던 거 아닌가, 카나리아?"

"…뭐?"

"네 부모는 그릇된 신앙의 소유자에 의해 죽고 말았지. 그 순간들을 기억할 텐데. 그 도끼질 한 번에 갈라지던 그 육신들…"

소녀가 목소리를 낮추었다.

"죽음은 결코 가볍지 않아. 넌 평생 네가 사랑하던 걸 되찾을 수도 없었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증오만을 안으로 삼키고 삼키며… 그렇게 적들을 찍고 베어나가는 삶은, 그래, 네가 당한 걸 돌려주는 삶일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나 넌 매일 밤 트라우마에 시달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다.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이냐?"

도마뱀은 말없이 카나리아를 곁눈질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저 말에 흔들릴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으니까.

그리고 카나리아는 조용히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런 미동도 않은 채.

SCP-2662는 더욱더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제 네 부모를 뺏어간 그릇된 세상을 뜯어 고칠 수 있어. 잘못되고 남을 해하기만 하는 신앙의 소유자는 모두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소녀의 목소리가 더욱 끓어올랐다. 카나리아는 그것에 자신의 분노가 들어갔다는 생각에 흠칫 놀랐다. 눈앞에 서 있는 저 존재는 바로 자신이 분노하는 형태로 열변으로 토하고 있었다.

"그들이 온당히 받아야 할 대가지."

소녀와 카나리아의 눈빛이 마주쳤다. 카나리아는 소녀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그 안에 들어간 것의 존재를 다시금 확인했다. 그것은 지극히 인간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인간이 아닌 무언가였다. 바로 저런 식이구나. 바로 저런 식으로, 지금의 나 역시 존재하게 된 거였구나.

"바로 네 부모가 아니라 그들이 땅속에서 썩어 문드러져야 마땅한 거다! 네 부모가 아—"

그리고 소방도끼 모양의 촉수가 날아와 다시금 신을 날려버렸다.

"…뭐야?"

"저 새끼가 남의 부모 시체를 거론하잖아."

카나리아는 고개를 돌려 침을 뱉고는, 몸을 일으키고 있는 신을 노려보았다. 눈가와 콧날, 입술 전체에 구석구석 짜증이 깃든 얼굴로.

그리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몸을 채 일으키지도 못한 채, 신은 다시 한 번 날아드는 도끼를 피해 몸을 굴렸다. 카나리아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고 있었다. 어린 신은 이전에 만난 것들에게 그리했듯 카나리아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통하지를 않았다. 오히려 카나리아의 화를 더욱 돋우기만 한 것 같았다.

신은 내리치는 도끼의 옆면을 걷어차 날려 버리곤 몸을 틀어 카나리아의 명치를 걷어찼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잠시 숨을 골랐다. 권능이 직접적으로 통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럴듯했다. 어쨌거나 지금 신이 가진 것은 권능 뿐이요, 몸은 카나리아에게 있었으니.

하지만 상관없었다.

신은 숨을 헐떡이며 자신을 노려보는 카나리아의 눈을 응시한 채, 공간을 비틀었다. 카나리아의 등 뒤에서부터 순식간에 날아들던 소방도끼가 궤도를 바꾸었다. 그리고 그 속도 그대로 외려 카나리아의 몸을 공격하고 말았다. 카나리아가 고통에 찬 신음을 내었다. 그가 시도한 모든 공격은 피격되고, 깨지고, 되돌려지며 족족 방어되었다. 순수한 전투 경험은 카나리아가 우위였지만, 신적 존재의 삶은 어린 신이 우위였으니까.

그리고 신은 지면을 붕괴시켰다.

카나리아는 균형을 잡으려고 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땅바닥에 그는 그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그러나 그가 균열 사이로 떨어지려는 그 순간에, 누군가가 그를 붙잡았다. 682였다.

"…고마워!"

682는 카나리아를 입으로 물어올려 자신의 등 위에다 내팽개쳤다.

신은 맥빠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가만히 둘 리가 없었다.

카나리아는 정신을 차리려고 애쓰며 682의 등 위에서 자세를 잡았다. 다행히 이전보다는 훨씬 정신을 차리기가 수월했다.

"괜찮냐?"

"꽤!"

도마뱀은 이내 잠시 달리다가 거리를 넓힌 채로 신을 마주 보았다. 소녀는 전혀 다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더욱 강해진 것만 같았다.

"어이."

카나리아가 도마뱀을 내려다보았다.

"난 저거 공격 못 해."

"뭐?"

"저것도 날 제대로 공격 못 할 거야. 아까 그 불덩이가 해준 말이야."

"왜, 네가 저거랑 본래 하나였다는 그런 것 때문에?"

"정확하네." 682가 시인했다. "하지만 넌 달라. 넌 일종의… 이물질이야."

"되게 고맙네."

"똑바로 들어. 네가 이 모든 걸 끝낼 수 있다는 거야. 넌 저 녀석의 힘에 대항할 몸이 있고, 싸움 실력이 있지. 다른 누가 아닌 네가 이 싸움을 끝낼 수 있어. 저 녀석의 급작스러운 광란을."

소녀의 손에서 붉은 기운이 번뜩이더니, 이내 허공에서 수백 개의 장창이 생성되어 그들에게로 날아갔다. 682의 말대로, 장창은 전혀 그의 몸에 꽂히지 않았다. 간신히 몸을 피한 카나리아는 귓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느꼈다. 스치고 지나간 모양이었다.

"…그래, 그거 말 되네."

카나리아는 저만치서 굴러다니고 있는 총을 촉수로 끌어당겼다. 소총에는 GOC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카나리아는 전투에 뛰어들었다.


????

새벽 4시.

O5-2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그곳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제21K기지 인사이사관보 구미래는 굳은 표정으로 그의 차가 기지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특색 없는 검은 차. 그러나 미래는 그곳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방비가 되어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변칙과 비변칙을 막론하고.

붉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리자, 구미래는 다가가 그와 악수했다. 손아귀 힘이 강한 그 남자는 어딘지 모르게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붉은 눈과 의안이 동시에 미래를 응시하자, 미래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O5-2는 드러내지 않고 사람을 내리누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남자였다. 구미래는 지금까지 그런 사람을 둘 보아왔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자와, 2와 함께 만나러 갈 자.

2, 레드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아무런 긴장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만 지을 수 있는 미소였다.

"오랜만이군, 구 이사관보."

"오래간만입니다, 감독관님."

"이렇게 예고 없이 찾아오게 되어 미안하군." 레드가 씩 웃으며 말했다. "특별한 사안이라서 말이지."

"특별한 사안이 아니라면 찾아오시지도 않으셨을 테니 말입니다. 들어가시죠."

엘리베이터는 지하 2층에 멈춰 있었다. 그들은 바로 그걸 타고 상부로 향하기 시작했다. 잠시간,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말문을 연 건 구미래였다.

"계획을 시작하셨다고 들었는데요."

"10의 훼방이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었거든." 레드가 피식 웃었다. "유란에게 미리 손을 뻗어뒀더군. 그가 조금만 더 속물적이거나, 혹은 조금만 더 강직했다면 모든 걸 그르칠 뻔했지."

구미래가 한쪽 눈을 치켜뜬 채로 2를 돌아보았다.

"그럼 유란 요원은 어떤 부류였습니까?"

레드가 구미래를 바라보았다.

"…감정적이었지." 그가 피식 웃었다. "감정적인 인간들이 제일 다루기 쉽거든."

"왜인지 알 것 같군요."

레드가 너털웃음을 웃었다.

엘리베이터는 어느새 그들이 가려고 목적한 층계에 도착해 있었다. 구미래가 먼저 나서고, 그 뒤를 레드가 이었다. 큰 면적의 창문은 저편의 서울을 비추고 있었다. 밤의 서울은 붉고 푸른 기운으로 얼룩진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기계적인 생명력이 지배하는 그 도시의 심야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저 어떤 원리에게 바쳐진 제물과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리고 그 밤에게로 누군가가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이사관님, 감독관님께서 오셨습니다."

구미래는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소리는 층계 전역으로 울려 퍼져 나갔다. 창 밖의 네온사인이 일렁이며 창가에 서 있는 남자의 뒷목에 새겨진 뱀 문신을 드러냈다. 이글거리는 뱀의 눈이 감독관의 의안과 시선을 교환했다. 인간이면서 인간을 넘어선 무언가 간의 의사소통이란 으레 그러했다.

이강수 이사관이 등을 돌려 손님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입니다, 레드."


????

새벽 4시 30분.

신의 정신과 신의 육체 간의 싸움은 쉬이 끝나지 않았다.

카나리아는 인간의 정신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수많은 것들을 보았다. 땅과 하늘이 갈라졌다. 수많은 얼굴을 가진 죽음을 보았다. 부모의 얼굴을 하고 기어오는 뱀들과 죽어도 죽지 못한 병사들이 덤벼들었다.

그 모든 것들이 고래였던 도마뱀과 신의 육체를 한 여자의 손에 분쇄되었다.

한 번도 본체에 유효한 공격을 날리지는 못했지만, 형세는 여전히 좀처럼 기울어지지 않았다. 소녀나 카나리아와 도마뱀 모두 서서히 지치기 시작하고 있었다. 카나리아는 소녀로부터 거리를 둔 채 682의 등 위에서 숨을 골랐다. 어린 신은 어디서 그런 걸 배웠는지는 몰라도 능률적인 종심방어 전술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저 전쟁이었다면, 물자의 부족으로 언젠가는 끝판이 났을 것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신이었다.

카나리아는 한참 전에 수명을 다한 GOC 소총을 옆에다 던져버리고는 땅에 박혀 있는 장창을 뽑아들었다.

"한 번만 더 가자."

그리고 682는 부탁에 순응했다.

소녀는 둘이 다시금 달려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면서 온몸이 공명하는 듯 울리기 시작했다. 신의 권능을 인간의 몸으로 너무나 오래 사용한 탓이려니 싶었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었다. 한몸인 양 자유롭게 자신의 공격에서 피해 다니는 저 두 존재를 막을 때 허점이란 있을 수 없었으니까.

신은 허공에 진을 그려내었다. 장창을 꼬나들고, 자신이 무슨 로마의 전사인 것마냥 달려드는 저 여자. 저 여자만 잡으면 게임은 끝이다. 어린 신은 예의 그 붉은 검을 허공에서 잡아채었다. 그리고는 진을 과녁 삼아 정조준했다. 여자가 가진 육체는 강하다. 하지만 영혼은 아니다. 영혼만 없애면 모든 건 다 제자리로—

그리고 신은 자신의 몸이 허공으로 나가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뭐야?"

카나리아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존재에, 그리고 그 존재가 방금 한 일에 놀라 682를 멈추어 세웠다. 그 존재는 방금 신의 공격을 튕겨내고는, 그리고 그 힘을 그대로 신에게 되돌려 주었다. 전혀 힘들이는 기색 하나 없이.

그 존재는 재단의 인장이 새겨진 슈트를 입고 있었다. 여기저기 긁히고 색이 없어진 부분도 있었지만, 그걸 제외하면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오히려 본래 용도보다 더한 개조를 받은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카나리아는 지금까지 재단에서 일하면서 이런 슈트를 본 적이 없었다. 그 존재, 금속질 외골격을 입은 존재가 카나리아에게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여태 쓰고 있던 헬멧을 벗었다.

"안녕, 카나리아."

유란이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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