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명 무색의 녹색
평가: +1+x

일련번호: SCP-3125

등급: 케테르(Keter)

특수 격리 절차: SCP-3125는 제41기지 1층의 제3125인식재해격리단위 내에 보관되어 있다. 이 격리단위는 10 m × 15 m × 3 m의 입방형 방으로, 내벽이 납으로 발라져 있고 방음 및 텔레파시 차폐 처리가 되어 있다. 접근하기 위해서는 격리단위 한쪽 끝의 에어락 시스템을 통해야 한다. 이 에어락은 한 번에 한 사람만 격리단위 안으로 들여보내며, 먼저 들어간 사람이 나오기 전까지 잠김으로써 다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논리정합적인 정보가 격리단위 내부에 남겨져서는 안 된다. 논리정합적 정보란 전자기록, 사진, 녹음, 녹화, 소리, 전자기 및 입자신호, 사이오닉 에마네이션을 포함한다. 격리단위에서 나올 때는 에어록에 부설된 숙청 시스템이 작동하여 3분간 에어록 내부에 기억소거 기체를 가득 채움으로써 해당자의 기억을 씻어내린다.

항정신자 부서의 선임 직원이 SCP-3125를 매 6주(42일)에 한번씩 방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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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요. 이게 전부라고요?"

"그게 전부야." 휠러가 말한다.

물론 이게 폴 김이 데이터베이스에서 본 것 중 가장 이상한 것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것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설명도 없고, 회수 보고도 없고, 실험 기록도 없고, 부록도 없다고요? 단위를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나 얼마나 많이 방문했는지 또는 누가 이전에 방문했는지, 방문하면서 무얼 가지고 들어갔는지, 얼마나 오래 방문했는지 일언반구 말이 없다고요?"

"바트 휴즈Bart Hughes가 단위를 만들었다는 건 자명하지." 휠러가 말한다. 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남자 특유의 격리 설계 방식은 몇 마일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맵시 있고, 흰색이며, 무지막지한 중장비가 없는 한 난공불락이다. "그러니 적어도 7년은 되었다는 거야. 60번은 더 방문했다는 말이고. 나머지가 빠진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야. 어쨌든…시간 계측기를 보니 때가 되었다네."

"우리가 왜 서술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조차 서술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인지재해에 주기적으로 노출되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요." 김이 말한다. "특히 이런 식으로는 사용할 만한 정보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말이에요. 당신은 안에 들어가서, 두 시간 동안 의사소통이 단절된 뒤 기억이 사라진 채 싱글싱글 웃으며 나오겠죠. 거기서 도대체 뭘 얻겠어요? 탈주 위험 말고 더 있나요."

휠러는 그 말을 전부 들은 뒤 완전히 무시하기로 한다. 항목에 적힌 내용은 막연하게 친숙하다.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몇 가지 단어 선택에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바로 알고 있는 이가 항목을 작성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쩌면 휠러 자신이 작성했을지도 모른다.

김은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냥 저 마지막 줄을 데이터베이스 항목에서 지우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그 방 안에 뭔가 좋은 게 있을 리가 없어요."

휠러는 투입구에 키 카드를 집어넣는다. 초록색 LED에 불이 들어오더니 에어록 문이 돌아가 열린다. 에어록은 출입구가 하나인 가느다란 수직 원기둥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에어록 전체가 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그 안에는 한 사람이 어깨를 벽에 닿지 않고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공간이 없다.

"뭐 드시고 있는 건가요?" 김이 묻는다.

휠러는 안으로 들어가려 몸을 숙이다가, 김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껌 하나."

"현장 장비 가져다드릴 수 있어요." 김이 말하는 동안, 에어록은 다시 회전하기 시작하며 기계가 작동한다고 경고음을 내듯이 낮고 차분한 소리를 낸다. "창고를 뒤져볼게요. 15분만 주신다면 일인 군대로 만들어드리죠."

만약 그에 대한 대답으로 휠러가 뭔가 말한다면, 그 말은 에어록이 회전하면서 방음이 되어 들리지 않는다.

김은 대기실에 혼자 남는다. 그는 우려스러운 마음으로 바깥 문을 바라본다. 김은 문에다가 귀를 가져다 대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에어록 장치가 내는 희미한 진동 소리조차도.

*

안쪽은 아주 짧은 순간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가, 숨겨진 센서가 휠러의 존재를 감지하고는 형광등을 켠다. 절반 정도 킨 것이지만, 어쨌든 불을 켠 것은 켠 것이다. 나머지 형광등은 켜지지 않거나 짜증
날 정도로 깜빡인다.

방의 내벽은 우윳빛 유리(휴즈라면 방탄유리를 사용한 것이리라)로 되어있으며, 군데군데 서류 뭉치를 테이프와 블루택으로 발라놓았다. 서류가 없는 곳에는 사람들이 매직펜을 벽에 직접 사용했다. 길고 타원형의 회의용 탁자는 더 많은 서류와 노트북, 구불구불한 전원 케이블로 뒤덮여있다. 기계에는 전원이 돌아오며 서서히 부팅되고 있다. 데이터 프로젝터가 켜지며 반대쪽 벽에 세계 지도를 쏘아, 한데 휘갈겨진 주석과 거의 맞춰진다. 다채로운 색의 포스트잇이 가을 낙엽처럼 카펫을 수놓고 있다.

그런 것들을 제한다면, 방은 비어있다.

휠러가 서류를 훑어보니, 거의 전부가 손으로 직접 쓴 것이며 대다수는 대화의 진척도를 기록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서류 대부분에는 날짜와 서명이 있었으며, 대부분 일주일 간격이다. 대화는 결론도 없이 허둥지둥 겁에만 질려 다수의 SCP에 관해 벌인 논쟁으로, 그중 여럿이 항정신자적인 것이었지만 서로 관련 있는 것은 없었다. 메모 중에 SCP-3125를 언급한 것도 없었다.

휠러가 알아보는 이름은 10개에서 20개의 메모를 봤다 치면 한 번 나오는 자신의 이름뿐이었다. 메모는 진본인 것 같으며 글씨체가 그의 것이다. 하지만 휠러가 작성한 메모 또한 다른 이들의 메모와 마찬가지로 절박하며 확신이 없는 어조이다. 그 사실에 휠러는 불안해진다.

벽에도 도표가 있었지만, 한눈에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나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아파지기에는 충분히 복잡하다.

여전히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해석할 시작점을 찾지 못한 채, 휠러는 모든 전임자를 욕한다. 비동기 연구는 — 연구 주제를 매번 완전히 잊으며, 계속해서 재발견하게 된다 — 항정신자 부서에서는 완전히 표준 관행으로 받아들이며, 휠러의 사람들은 이보다는 더 잘하도록 훈련받았다. 나머지가 말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읽어야 할 당연한 문서가 하나 있어야 한다. 입문ㅅ—

"매리언, 나야."

휠러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듣는다. 그는 노트북에서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탁자 주변을 맴돈다. 이 방에서 노트북 카메라로 녹화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의 매리언 휠러는 의자에 앉아있으며, 영상을 보고 있는 휠러 본인이 분명하게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낯설었다. 지친 것도, 아픈 것도, 육체적으로 다친 것도 아니다. 휠러는 저런 상태의 자신을 거울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여성의 의지는 사라졌다. 이미 패배했다.

"SCP-3125가 이 방에 없다는 것은 알아차렸겠지." 그가 말한다. "사실, 이 방이 세상에서 SCP-3125가 없는 유일한 장소야. '역격리'라고 불러. SCP-3125는 그 영향에서 보호받도록 만들어진 장소를 제한다면 모든 현실에 스며들어 있어.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지. 우리의 유일한 피난처. 이 방은 이 전쟁의 기간과 규모를 나타내.

"모든 훌륭한 항정신자 연구 프로젝트는 그게 언제가 되었든 간에 SCP-3125의 흔적을 찾게 되지. 전 세계에 수천 가지의 형태로 나타나. 대다수는 변칙적이지도 않고. 개중에는 메인 데이터베이스 목록과는 완전히 별도의 목록에 올려놓은 것도 있어. 그 중 극히 일부만이 격리되어 있지. 말도 안 되게 치명적인 종교, 망가진 산수 체계, 마천루만큼이나 커다란 투명 거미에다가 아무도 볼 수 없는 장기를 추가로 달고 태어난 사람들까지. 그걸 미가공 데이터라 보자. 그 자체만으로도 상대하는 게 골칫거리인데…"

영상 속의 휠러는 주변을 뒤지더니, 밝은 녹색의 사인펜과 빈 종이를 집어 든다. 여전히 말을 하는 채로, 카메라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지만 뭔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더 간다면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보게 되지. 정신자 과학 교육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단 교육을 받았고 데이터가 눈앞에 있다면, 아주 조금만 노력해도 데이터 포인트를 관념적 공간에 배치하여 윤곽을 그릴 수 있어. 그 데이터 포인트들은 SCP-3125의 외피야. 놈이 우리의 현실에 드리운 그림자를 나타내는 것이지. 네다섯 가지의 SCP를 하나의 도형으로 묶는다면, 볼 수 있어…그러면 놈도 널 볼 수 있지…."

여전히 그리고 있다. 자세하다. 올려다보지도 않고, 아이들을 위한 괴담의 결말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조에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눈이 마주친'다면, 널 죽일 거야. 널 죽이고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죽이겠지. 물리적인 거리는 상관없어. 문제는 정신적인 거리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나, 같은 정신 상태인 사람. 네 공동 연구자들을 죽이고, 연구팀 전체를 죽일 거야. 네 부모님을 죽이고, 자식도 죽이겠지. 넌 텅 빈 사람이 되는 거야. 현실에 난 구멍을 인간 모양 껍데기로 두른 게 되는 거라고. 그리된다면, 네 프로젝트는 완전히 잊히고, SCP-3125가 무엇인지 아는 이는 없게 되지. 놈은 항정신자 과학의 블랙홀이야. 부주의한 연구자를 먹어치워 정보를 남기지 않으며, 오직 간접적인 관측으로만 감지할 수 있어. SCP-3125가 무엇인지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이나, 놈의 정체에 대한 암시조차도 격리에 실패한 것이며 치명적인 간접 인지재해가 될 거야.

"이제 알겠어? 방어 기제야. 이 정보 포식 행위는 놈의 외피에 불과해. 독이 둘려 있는 거야. 놈이 현실을 뒤덮는 동안 발견되는 것을 막아주는 거지.

"그리고는 시간이 흐르면, 징후는 점점 짙어지고 짜 맞춰지며 계속될 거야…전 세계가 놈에게 잠식될 때까지.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왜 아무도 이런 일이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야?'라면서 소리치겠지. 누구도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할 거야. 알아차렸던 이들은, 이 시스템에 의해 살해당했으니까…

"알겠어, 매리언? 이제 알도록 해."

휠러는 재단 항정신자 과학의 중심에 있다. 모든 기초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벽에는 수식이 잔뜩 적혀있었지만, 읽을 필요는 없다. 머릿속에서 전부 할 수 있다. 약간의 동기, 아주 약간의 제안이 필요한 전부이다. 초점 없이 눈을 크게 뜬 상태로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휠러는 어떻게 그 모든 것이 한데 엮이는지를 이해한다. 휠러는 SCP-3125를 본다.

휠러는 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전에도 모든 정신자적 단계에서 끔찍하고, 강력한 생각과 맞닥뜨리며, 진압하거나 심지어는 설득한 적도 있지만, 지금 그리고 있는 것은 가능하다고 알고 있던 것에서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이제 놈이 있다는 것을 아니, 휠러는 우주 방사선처럼 놈을 느낄 수 있다. 놈에 대한 수천 가지 흔적이 세계에 구멍을 뚫으며 더 커다란 패턴을 인식하는 이를 자유로이 망가뜨리고 있다. 현실의 것도, 인류의 것도 아니다. 더 상위의 더 안 좋은 현실의 것이며, 이제 다가오고 있다.

영상 속의 휠러가 완성한 그림을 보인다. 잔뜩 뒤틀리고 프랙탈같이 복잡한 5중 대칭의 우악스러운 손을 그렸다. 손목이나 팔도 없이, 길쭉한 인간의 손가락 다섯 개가 다섯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오각형 구멍이 있다.

하지만 그 그림은 이미 있었다. 영상 배경에, 눈에 뻔히 보이는 곳에, 아마도 반지름 2미터는 될 법한 정밀한 초록색의 콜라주로, 똑같은 정신자 복합체를 백 배는 더 세밀하게 그렸을 법한 것이. 다른 작은 입면 도해들이 그 주변에 포자같이 배열되어 있으며, 팔은 그 입 바로 앞에,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휠러를 껴안으려는 듯이 펴져 있다.

영상을 보고 있는 휠러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뒤로 돌지 않는다.

"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어떻게 싸울 수 있을까?" 영상 속의 휠러가 질문한다.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 채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칠 년 전만 해도 전 세계에는 사백이 넘는 항정신자 연구 집단이 있었어. 정부 기관, 군부서, 사기업에 대학 프로젝트까지. 대다수는 요주의 단체이거나 그 하위 부서였지. 우린 그중 대부분과 협력했어. 우린 전 세계의 수천수만의 사람들과 연결된 항정신자 연합의 선봉이었어. 모두 이젠 존재하지 않아. 최후의 생존자가 지난 72시간 안에 사라졌어.

"삼 년 전, 재단 항정신자 부서는 사천 명이 넘는 기관이었지. 이젠 구십 명이야.

"전쟁은 없어. 우린 전쟁에서 졌어. 끝이 났다고. 이건 뒤처리 작전이야. 우리가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는 전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 나은 기억소거 생화학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 SCP-3125를 본다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것뿐이니까. 도망쳐서는 본 것을 잊으려는 거…화학 물질이나 술, 혹은 두뇌 외상을 통해 망각을 구하는 것 말이지. 가끔은 그것마저 먹히지 않을 때도 있어. 놈은 우릴 옥죄고 있어. 놈을 만나고 또 만나지만 우린 그 사실을 알 수조차 없지. 놈을 다시 찾는 일을 막을 방법은 없어! 우린 너무 똑똑해!"

그는 노트북 카메라 바깥의 벽에 있는 무언가를 가리킨다. 영상을 보는 휠러는 몸을 돌려 그쪽을 본다. 방 위쪽 구석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도식들이 잔뜩 붙어있다. 바트 휴즈의 서명이 페이지마다 적혀있다.

"기계 하나가 있어. 만드는 데 8년쯤 걸리고, 웨스트 버지니아만 한 연구실과 전 세계 모든 돈이 필요하지. O5 위원회에 들고 간다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그런 거지. 하지만 그 목적조차 알지 못한 채 어떻게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 마치 달의 존재를 추론하는 기술자 한 명 없이 아폴로 11호를 만들고 쏘아 올리는 것과 같을 거야. 제정신이 아닌 듯한 논리이지만, 비밀을 유지하는 건 불가능을 넘어선 수준이야. 누군가는 질문하기 시작할 거야. 그러고 나면 끝이겠지. 그렇다면 뭘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을 찾아." 휠러는 말을 들을 수 없어도 영상에 대고 말한다. 영상 속 휠러의 운명론적인 어조가 화를 돋우고 있다. "너 도대체 뭐가 문젠거야?"

"…모두에게 떠나라고 할 수도 있어. 나 자신에게 '이 길로 계속 가면 위험하니, 항정신자 부서를 해체하고 다른 프로젝트로 갈아타'라는 내용의 작은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면 난 의심을 하겠지. 질문하고 다닐 거야. 그러고 나면 끝이겠지."

휠러는 이젠 영상 앞에 쭈그리고 앉아, 지금 보고 있는 영상을 이해하려 애쓴다. "뭐가 문젠거야, 매리언? 괜찮은 거야?"

"여기서 그냥 자살해버릴 수도 있어." 영상이 말한다. "하지만 그런다면 내 팀은 나 없이 SCP-3125를 찾아낼 거고, 나 없이 SCP-3125와 싸워야 할 테지. 무슨 일이 일어나든 간에, 결국에는 그렇게 될 거야. 길어봐야 2달이겠지. 올해에는 끝이 날거고. 난 결국에는 여기서 죽을 거야. 기억제를 너무 많이 투여해서 내분비계가 망가지고 있어. 기억소거제를 함께 먹는 것은 화학적으로 보자면 천공술이나 마찬가지지. 애덤에 대한 악몽을 꾸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던 게 언제였을까. 게다가 SCP-4987이 진짜인지, 아니면 내가 내 삶에 부여한 숫자인지도 잊어가고 있어—"

"넌 이렇지 않잖아." 휠러가 속삭인다. "넌 이것보다 강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애덤은 누구고?"

"어떻게 살아남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이겨야 할지 모르겠어. 우리가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생존자야. 이다음에는 아무도 없을 거고."

휠러는 믿지 않으려 고개를 저었다.

"이제 난 끝났어. 저 문밖으로 나가 내가 누군지 잊어버리고는 너, 매리언이 되겠지. 난 할 수 없었으니, 이제 네가 춓븥젊 찾아내야 할 거야." 휠러는 일어나서 화면 바깥으로 나간다. 깊은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린다. 말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맙소사, 눈이 아프네. 퍹캁 안쪽에서부터 흚섮틏빍 시작하는 것 같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날카로운 소리와 빛이 고동치고는 영상이 끝난다.

*

휠러는 오랫동안 검은 화면을 응시한다.

자신이 저토록 약한 모습을 본 적이 없기에, 영상을 본 것만으로도 자존심에 크나큰 상처를 입었다. 꼭 저 영상 속의 내용이 다른 세상에서 일어난 것처럼 단절된 느낌이다. 저런 모습에 반감과 충격을 받았고, 저 모습이 아직도 자신 안 어딘가에 있을 것을 아니 더더욱 그랬다. 말이 안 돼. 지금 같은 사실을 전부 보고 있어. 뭣 때문에 포기하게 된 거지? 내가 알지 못하는 뭘 알고 있던 거야?

애덤은 누구고?

그 질문의 답은 너무나도 명백하고 소름이 끼치기에 본능적으로 믿지 않는다. 휠러는 해답 인근을 돌아다니며, 조사하고, 그 답을 부정할 이유를 찾아보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애덤은 영상을 찍을 때만 해도 자신이 알던 사람이고, 이제는 기억에서 완전히 지워진 사람이다. 애덤은 그의 안위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겁에 질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같은 정신 상태인 사람. 자신이 결코 잃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

그리곤 결국 잃은 사람.

하지만 만약에…

(그렇지만 이 방은 애초에 어떻게 지어진 걸까? 순전한 억측을 하나 해본다. 휠러는 휴즈가 개념 입증을 위해 지었다가, 연속적인 행운이 뒤따르면서 작전실이 되는 광경을 상상한다. 누군가 어쩌다 보니 이 방에 갇혀있다가 SCP-3125를 찾아낸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메모를 남겨 외부 SCP 데이터베이스 항목과 격리 절차의 뼈대를 만들고, 서류와 컴퓨터 하드웨어의 대다수는 그 이후 찾아온 방문자들이 남겨놓고 간 것이리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에 또 다른 방이 있다면?

예상 밖의, 흥미로운 생각 하나가 떠오른다. 제41기지는 완전히 비어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세하게 말하자면, 제41기지로부터 200미터 지하에는 비어있는 중공업 연구소가 있다. 하키 경기장만 한 지하 시설이다. 자가 격리되어 있고, 완전히 새것 같으며 사용된 적은 없다. 봉인되어 있으며, 원 목적은 잊혔다. 그 안에 들어간 뒤 기억을 그대로 남긴 이는 없을 것이다. 얼마나 오래전인지는 몰라도, 이미 죽은 세대의 항정신학자들이 지은 것이다.

거기서 무기를 만들었던 거라면?

내가 정말 그렇게 똑똑할까? 내 팀이랑 내게 그 정도의 식견이 있었다고? 그만큼 운이 좋았을까?

휠러는 에어록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머릿속으로는 계산한다.

나를 제외한 항정신자 부서 직원은 서른여덟 명. 다음 방문 때까지는 42일이 남았어. 그러면 올해가 지나가. 너무 늦어. 만약 이 방을 내가 나간다면, 다신 돌아오지 못할 거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계획은 앞으로도 그렇고 지금까지 나온 계획 중에서 최선인 계획이야.

우리가 마지막이야. 이다음에는, 아무도 없을 테지.

*

김은 자신의 단말기로 일하는데 열중하고 있고 에어록이 아주 조용하기에 문이 돌아 열리기 시작하는 것도 알아채지 못할 뻔한다.

"혹시 모르니 검사해봐야 해요." 김이 말을 하나, 매리언 휠러가 좁은 원통 바닥에서 몸을 말고 누운 채로, 방금 막 마라톤에 나갔던 것처럼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을 본다. 김은 손을 내미나, 매리언은 고개를 저으며, 무릎을 구부려 가슴팍까지 올린 채로 숨을 크게 들이쉬며 누워있기를 택한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에요?" 김이 묻는다.

"그냥…" 휠러가 헐떡인다. "…숨 좀 쉬게 해줘. 잠깐만 있으면…괜찮을 거야. 하아아아. 잠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아. 그 와중에 조금 들이마셨을지도 모르고. 하아아아. 괜찮은 것 같아. 계획은 기억하고 있어."

김은 잠시 혼란스러우면서도 걱정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곧 그들이 그를 대체한다.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어야 할 텐데요… 뭘 하신 거죠?"

"머리를 박았지." 휠러가 말한다. 그러고는 다시 제대로 숨을 쉬는 데에 집중한다. 휠러는 갑자기 김이 자신을 사실상 구석에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통절히 인식한다. 차차 머릿속에서 짜 맞추는 이유로 이 상황이 싫었기에, 휠러는 한쪽 어깨를 지렛대 삼아 일어서려 한다. 김은 한 손을 휠러의 어깨에 올리고는 그를 다시 내려 앉힌다.

"지금 모습이 말이 아니에요." 그가 말한다. "지금 뭔가가 목에서 샗멁빜춈 있어요. 보이세요?" 김이 휠러의 목 쪽을 가리키더니, 자기 목에 같은 위치를 톡톡 두드린다.

"뭐?"

"목에요. 뭔지는 몰라도 안에서 무언가에 감염된 것 킭뱉률. 서둘러야겠어요." 김은 열쇠고리로 손을 뻗어서는 맥가이버 칼을 꺼내어, 짧고 매끈한 칼날을 꺼낸다. 김은 이 행동을 정말로 체계적이고 평범하게 해냈기에 목을 그어버리려 김이 몸을 숙일 때 휠러는 반응하지 못할 뻔 한다.

못할 '뻔' 한다. 휠러는 김의 손목을 붙잡는다. 그 상태로 잠시 정지 화상처럼 멈춘다. 휠러는 폴 김의 눈을 들여다보지만, 더는 그의 눈이 아니다. 휠러는 눈을 찡그리며, 지금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 것이 공간에 난 구멍에 불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미 자신의 두개골을 짓누르며 뚫고 들어오려는 힘을 느끼고 있지만, 그 모양을 자신이 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몇 분에 불과할지는 몰라도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휠러는 김이 지나치게 빨리 굴복하지 않기를 바라고, 빈다. 김의 정신이 제자리에서 뽑혀 나올 때, 과장되게 몸을 꺾는 행동 같은, 무슨 신호가 적어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잠시 스치고 지나간다.

김이 칼을 찔러넣으려 할 때 손목이 경련을 일으킨다. 휠러가 이를 피하며 칼끝이 에어록 외부를 스치고는 끼익하는 소리를 낸다. 둘은 몇 초간 위험한 몸싸움을 벌이고, 휠러가 양발로 김의 배를 걷어차 그를 대기실 반대쪽으로 날려 보낸다. 휠러는 에어록 바깥으로 뛰쳐나와, 김을 뛰어넘어서는 격리 단위에서 달려나간다.

휠러는 달리는 동안, SCP-3125가 스포트라이트처럼 자신을 쫓아오는 것을 느낀다. 휠러는 기지 다른 쪽에서 들려오는 굉음을 듣고, 곧 천장의 첫 번째 조각이 떨어져 내린다.

당신의 마지막 첫날에서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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