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폴리스 슬래셔 사건 경험담
평가: +17+x

File E/███Sector11

Level 6 Document

Category-Ghost;AgentTraining_RegularCourseE02

  • Ghost Territory Agent Training Orientation
  • Case Police Slasher« 01.15.19██/code name
  • Case Black Ship
  • Rules and Precautions
  • Closing Remarks
  • Supplement Reinforcement for Elite

Related: IIOC, E Administration, Agent Training Institution, Staff Management Center, GhostBastards, Task force Gamma-11, U.S.A Government, FBI, _


한 경찰관이 난도질당하는 사건으로 시작됐습니다. 뉴올리언스였죠. 그러니 당연히 갱스터가 관련됐을 거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감시 카메라를 살펴보니 아니더군요. 피해자는 혼자 쫓기는 시늉을 하더니 경련을 하며 멈추다가 갑자기 몸 여기저기에 구멍이 났습니다. 칼자국이었죠. FBI에서 직접 연락이 왔고, 우리가 출동했습니다.

감시 카메라 외에 건질 것은 없었습니다. 피해자는 무참히 난도질당했고, 그동안 가해자는 찍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단정 짓기 전에 비슷한 사례가 더 있었는지 조사했습니다. 최근 10년간 경찰이 몸 여기저기에 칼자국이 난 상태로 살해당한 사건은 꽤 많았는데, 뭐 뉴올리언스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사건이 터진 외진 골목길을 주변으로 일어났던 게 네 번 있더군요. 뚜렷한 용의자도 없었고, 딱히 어떤 패거리의 구역이라고 볼 수도 없었습니다. 불길한 소문이 돌아서 아무도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 곳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이번 사건을 심령 현상으로 규정했습니다. 공공 감시 카메라에 찍히지 않았으니 도깨비나 폴터가이스트보다는 유령에 가까웠고, 한 장소에 묶여있으나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3급 지박령이었으며, 유독 경찰만 노리는 걸로 봐선 원령인데 물리력을 행사하는데다 제복만 보이면 무조건 죽인다는 점에서 1급이었죠. 그마저도 오래 묵었으니 슬슬 돌아서 악령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대로 놔뒀으면 아마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공격했을 겁니다.

요원 모두에게 소금 주머니를 차게 하고, D 하나를 요청했습니다. 경찰 제복을 입힌 뒤 골목 안으로 들여보내기로 한 거죠. 개인용 카메라를 달았는데, 대체로 유령은 공공 카메라보다는 사적인 것에 잘 찍히기 때문입니다. 이윽고 경찰이 살해당한 시간인 11시 경에 D가 투입됐습니다.

요원들이 화면을 둘러싸고 모였습니다. 골목은 어두침침했고, 가로등은 저 멀리 하나밖에 없었는데, 언제 나타났는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어떤 사람의 형상이 걷고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멀어서 앞으로 가는지 뒤로 가는지 구분할 수 없었지만, 우리는 곧 형상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증거는 없었지만 우리 모두 그것이 우리가 찾는 놈이라는 걸 알았죠.

폴리스 슬래셔는…… 이번 사건을 언론에서 '폴리스 슬래셔 사건'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우리도 그냥 놈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습니다. 하여튼 놈은 곧장 다가왔고, 우리는 D에게 뒤로 돌아 도망치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는 명령대로 달렸으나, 기묘하게도 놈과의 거리가 전혀 줄어들지 않는 것을 보았습니다. 움직임에 전혀 변화가 없는 상태로 형체만 그 거리를 유지한 채 못박혀 있는 겁니다. D는 놀라 자빠질 뻔했고 우리도 놈이 큰 길로 나올 때까지 따라붙는 것을 보고 그랬습니다. 꼴에 유령이라고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았나봅니다.

D는 죽을 힘을 다해 달렸으나 슬래셔와의 거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결국 D는 숨이 찼고, 속도는 천천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놈의 속도는 변하지 않더군요. D가 붙잡혔을 때 우리가 본 것은, 온 시야를 뒤덮는 놈의 검은 형상과 빠르게 날아오는 길고 뾰족한 촉수였습니다. 거기서 반응이 끊겼습니다.

마지막에 보여준 놈의 거대한 형상에 놀라 소금을 뿌리라는 지시도 잊었지만, 당연히 놈은 그렇게 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놈이 환(幻)령의 특징까지 갖추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놈을 제압해야하는 우리 입장에서 절대 좋지 않은 소식이었죠. 저는 사후 세계를 믿지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엑소시즘이나 굿 따위로 '성불'을 시켜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이번 경우는 그걸 시도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커보였습니다. 따라서 녀석을 없어버리는 것이 싸게 먹힐 거라고 판단했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부분의 원령은 자신이 살해당한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복수하기 마련이고, 역으로 똑같은 방식으로 다시 제압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성공하면 소멸하죠. 일종의 충격요법입니다. 저는 경찰 기록을 뒤졌습니다. 운 좋게도 빨리 찾았는데, 10년 전에 남자 아이 하나가 경찰 여럿에게 둘러싸여 칼부림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 때라면 연줄이 있는 마피아가 경찰이 되던 시절이라. 당장에 유령에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복숭아 나무로 만든 단도를 요청했죠. 테디가 죽은 게 그 때입니다.

그는 다음 날에야 발견됐습니다. 골목에서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었고 심지어 큰 도로 하나 건너였습니다. 경찰복도 입지 않았었죠. 감시 카메라를 살펴보니 테디는 미친 듯이 뛰면서 뒤를 향해 소금을 뿌리더군요. 아무 소용이 없었나봅니다. 소금을 견뎌낼 정도라면 보통 원한이 아니었던 거죠. 우리의 목적을 알아차린 놈이 방어 체계를 작동한 겁니다. 테디는 똑같은 방식으로 칼부림을 당했죠. 어깨 위로 네 번, 뱃가죽과 가슴팍에 일곱 번, 다리 아래로 다섯 번. 잊을 수가 없죠. 불쌍한 친구 같으니, 바깥 직장 시절부터 함께 올라온 친구였는데.

7시 무렵 아직 해가 다 지지 않았을 때 저는 장소를 살피러 골목길 주변으로 나왔습니다. 군데군데 소금이 뿌려진 것을 확인하고 수거할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죠. 앞에 놈이 보였습니다. 노을빛이 쨍쨍할 때 말입니다. 자신이 살해당한 시각이었을 겁니다. 자신의 패턴, 두려움을 깨면서까지 나타날 정도로 미친 게 틀림없었습니다.

저는 자리에 멈춰섰지만, 놈은 제가 걷던 속도 그대로 다가왔습니다. 녀석과 최대한 속도를 맞추면서, 천천히 뒤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꼬마는 더 이상 거리를 좁힐 수 없었고, 저는 무턱대고 그냥 그렇게 갔습니다. 전화를 해서 요원들에게 경찰복을 입고 단도를 챙겨오라고 불렀죠. 계속 뒤로 걷는데 점점 몸집을 불리는 놈이 보였습니다. 환상이라는 건 알았지만 검은 형상이 옆골목을 막아놓은 것을 보자니 그렇다고 확신할 수도 없었습니다. 어디였든간에 놈의 그림자에 닿였다면 전 죽었을 겁니다.

전 그제서야 놈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놈은 절 큰 도로로 몰고 있었습니다. 영악한 자식 같으니라고. 차에 치여죽던 신호를 기다리다 따라잡히던. 절 죽이기 위해 그 소름끼치는 전략을 세웠던 겁니다. 저는 테디가 어째서 거기서 죽었는지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요행히 첫 번째 도로는 어찌어찌 피했지만, 달려드는 차를 피하다가 속도를 올렸고 놈의 추격 속도도 따라서 올랐습니다. 이대로 오래 버틸 수는 없었습니다.

두 번째 도로가 머지 않아 절망하고 있을 때 드디어 요원들이 저를 따라잡았습니다. 모두가 복숭아 나무 단도를 꺼내들고 놈에게 달려갔습니다. 상황이 역전됐죠. 꼬마가 당황하는 것이 뻔히 보였습니다. 검은 형체는 부르르 떨며 우리에게 물러섰으나, 곧 제가 놈에게 뛰어들어 단도를 꽂았고 그냥 그대로 미친 듯이 뽑았다 찔렀다하며 마구 쑤셨습니다. 다른 요원들도 마찬가지로 행동했고, 꼬마는 몸부림치더니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그래요, 그게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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