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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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동안 계속 먹어야 한다면, 치킨하고 케이크 중에 뭐가 좋아?”

 갑작스럽게 날아 들어온 바보같은 질문에 나는 치킨이라고 답했다. 그 놈의 달달한 케이크는 내 눈에 드는 것조차 싫기 때문이다.
 그러더니 재단 애들은 나를 포함해 주황색 옷 입은 애들을 난방 잘 땐 비행기에 태우고, 바다 건너 일본까지 보냈다.
 거기서 들은 설명도 역시 영문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달간 계속 치킨을 먹고, 그러면 해고라니. 단지 그것만으로도 사형 판결을 뒤집고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 이게 최고의 생활이 아니라면 무엇이 더 따로 있을까. — 그렇게 생각하지?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한 달. 대략 30일이다. 매일 매일, 내 목전에 배달되는 닭 요리를 위장 속에 쌓아 넣어 가는 거지. 가슴, 날개, 갈비, 허리, 다리. 부위 어느 하나 남김 없이 내 눈앞에 내어지고, 또 마실 걸 달라고 하면 닭 수프야. 알겠어?
 맛을 느낄 수 있는 건 처음 한두 날 뿐. 일주일 정도 지나면 그 기름진 맛에 질리게 되고, 다음 주가 되면 모두 아주 죽은 눈으로 치킨을 먹지. 식후에는 영양제 아니면 위장약 밖에 없고, 운동하는 시간이 좀 주어질 뿐이고, 그 뒤는 그저 치킨, 치킨, 치킨.
 푸아그라 있잖아. 요 한 달 동안, 나는 계속 같은 꿈을 꿨어. 거위가 된 내가 그저 위장에 치킨을 집어넣는 꿈. 분명 다른 주황색 옷 입은 애들도 비슷하겠지.

 반항 못 했냐고? 총 가진 놈들한테 맨몸으로 덤비는 걸 용기라고 부르지는 않지.
 아 그래도, 주황색 옷 입은 애들 중 하나가 드디어 미쳐버려 가지고, 가지고 온 프라이드 치킨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밟아버린 일이 있었어. 나는 걔가 총알로 벌집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
 그래도, 그래도. 걔는 총으로는 안 죽었어. 불사신이라는 게 아냐. 걔의 배가 위로 갑자기 잡아 뜯겼거든.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새한테 쪼인 것 같았지.
 그걸로 모두가 이해했을 거야. 미치는 것도 결국엔 안 된다는 걸. 그냥 그저 징역 30일 — 치킨만을 먹는 형벌을 받는 것밖에는 달리 길이 없다고.

 으으, 나는 버텼지. 마지막 치킨 소테의 맛은 잘 느낄 수 없었다. 그것보다는 이제 두번 다시 치킨 같은 것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치킨 지옥이 끝난 뒤 처음 마셔보는 물이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기껏 일본에 왔는데 일본 요리를 하나도 입에 못 댄 게 조금 짜증이 나지만, 이 물을 마셨다는 게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았다. 일본은 이런 맛있는 물이 수도꼭지를 트는 것만으로 나온다니! 아 그렇지, 자유의 몸이 된다면 일본으로 이주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지금은 눈이 쌓여 있지만, 봄이 되면 좀 나아지겠지.
 그런 일들을 생각하며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다른 주황색 옷 입은 전우들과 같이 웃고 있자, 마치 싸움에서 이겨 돌아가는 병사와도 같은 느낌이다.
 생각해보면 한여름 날의 일이었다. 사형 선고를 기다리며 머리를 쥐던 내게 이런 이야기를 갖고 왔던 것이 재단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락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는 감사마저 느끼고 있다.

 아니, 잠깐만. 여름? 재단이 나한테 왔던 게 여름?
 히터 튼 비행기. 지금은 겨울. 고용되고 나서 분명 한 달이 지났을 터이다.
 갑자기 흘러나온 위화감에 뭔가를 외칠 것만 같다. 머리가 이상하게 무겁다. 뭐지?
 주위를 둘러본다. 주황색 옷 입은 애들은 모두 자고 있다. 뭐지?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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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다. 그러니까, 뭐가 어떻게 된 거였지.
 그래 그래, 재단. 사형 선고를 받고 기다리던 나는 1개월 간 재단에서 근무하는 걸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D-352398, 아침이다.”

 좁은 개인실 문이 열리고 작업복을 작업복을 입은 녀석들이 쟁반을 들고 온다. 빵과 돼지고기, 그리고 우유. 그걸 보고 나는 안심했다.
 아, 다행이야. 밥이 좀 시들하지만 치킨은 아니야. 나는 눈에 치킨이 드는 것조차 싫거든.
 ……응? 난 왜 이렇게 치킨을 싫어하는 거지?
 고개를 갸웃, 하는 나를 무시하고는 하얀 옷차림을 한 사람이 엷은 웃음을 띠고는 질문한다.

 “한 달 동안 계속 먹어야 한다면, 치킨하고 케이크 중에 뭐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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