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
그치지 않는 매미 소나기(止まぬ蝉時雨)
원작: http://ja.scp-wiki.net/cicadas-rainy-singing
저자: ©︎amamiel
역자: Salamander724
배꽃괴담문학상 출품작.
이것은 제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밤, 할아버지는 기묘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 내용은, 「할아버지가 밭일을 하러 가는 도중에, 민민매미 한마리가 땅바닥에 벌렁 누워서 허우적대는 것을 보는」 꿈이라는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는 별로 이상할 일도 걱정될 일도 없겠지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그로부터 며칠에 걸쳐 「땅바닥에 벌렁 누워서 허우적대는 매미」가 나오는 꿈을 매일 밤 잘 때마다 보게 됩니다.
그런 할아버지의 꿈에 변화가 생긴 것은 7일째 밤의 일이었습니다. 그 날의 꿈 속에서, 할아버지는 땅바닥에 허우적대는 매미를 아무렇지도 않게 걷어찼대요. 걷어차인 매미는 미ㅡ인ミーン하고 약하디 약한 우는소리를 내며 용수로로 떨어지고, 더이상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심 「꼴 좋다」고 생각하고 있던 때, 돌연 하늘에서 떨어진 뭔가가 할아버지의 어깨를 받고 땅에 나뒹굴었습니다.
그것은 민민매미였지요. 신체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날개뿌리가 이지러진 것을 보아, 아무래도 방금 전과는 다른 매미입니다. 할아버지가 기분나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을 때, 이번에는 가까운 땅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어요. 보니 거기에는 또 다른 매미가 땅바닥에 벌렁 누워서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그 다음 매미들이 하늘에서 떨어져왔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 보니 발 밑에는 벌렁 누워 허우적대는 매미들 투성이로. 겁이 더럭 난 할아버지는 허우적대는 매미들을 밟는 것도 개의치 않고 와악 하고 뛰쳐나갔습니다. 한편 매미들은 밟힐 때마다 와작 하는 마른 소리를 내고, 미ー인 하는 비명 같은 울음을 내었습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결같이 달리기만 하다가 갑자기 눈을 떴대요.
이런 기분 나쁜 꿈을 꾼 탓인지 할아버지는 몸이 안 좋아지더니 열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 뿐이 아니고, 자나깨나 매미가 짜부가 되는 건조한 소리와, 민민매미의 새된 울음소리의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대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한 달 정도 뒤 할아버지는 매미 꿈을 꾸는 일도, 매미 울음소리 환청을 듣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한여름 낮에 뜨거운 가운데 밭일을 하는 바람에 질 나쁜 열중증이라고 걸렸던 걸까」라는 오래간만의 할아버지의 우스개소리 한 토막과 함께, 이제 누구도 꿈의 내용에 신경쓰는 사람은 없어졌습니다.
……그랬습니다만, 7년 정도 지날 무렵, 할아버지는 돌연 꿈에 그 날의 매미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저번과는 다른 의미에서 이질적인 것이었습니다. 꿈에 등장하는 것은 매미의 사체들이고, 배경 어디에서인가 끊임없이 들리는 미ー인민민…… 하는 시끄러운 울음소리.
어떤 꿈에서는, 할아버지가 마당을 들여다 보았는데, 수십 마리의 매미 시체가 땅에 나뒹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또 어떤 꿈에서는, 할아버지가 경트럭을 운전하는 길을 수십 마리의 매미 시체가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꿈 속에서 할아버지는 그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신경쓰지 않고, 마치 그 사체들이 보이지 않거나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 것처럼 생활을 보냈습니다. 당연히 길을 걸을 때마다 시체를 밟고, 그 때마다 짓밟는 감촉과 낯익게 와작 하는 마른소리가 분명히 들리는데, 꿈 속의 할아버지는 전혀 어랑곳하지 않았답니다.
그런 악몽과 환청을 다시 경험하기 시작한 그 같은 달, 할아버지는 마당에 나왔다가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발견된 시신 곁에는 몇 마리의 매미의 허물이 떨어져 있었더랍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7년 전 환청에 시달릴 때 할아버지는 「밭일 하다 맨발로 지면에 나뒹구는 민민매미를 밟아 죽였는데, 그 때문이 아닌가」 따위의 헛소리를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장례식 때도 「매미의 저주」라느니, 불근신한 소문까지 나돌았지오. 뭐어 물론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만.
……이걸로 제 할아버지 이야기는 끝입니다. 그래서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했냐면, 사실 방금 저도 땅에 나뒹구는 민민매미의 시체를 밟은 것 같아서. 그래서 갑자기 이 옛날 이야기가 생각이 났네요.
아뇨, 아뇨. 하지만 발바닥 들어 보면 으깨져 죽은 민민매미 같은 것 붙어있지 않거든요. 그러니 아마 단순한 오해겠죠. 어쩌면 밟히기 직전에 날아가서 아직 살아 있는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아무렇지도 않을 거에요, 그렇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