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명: █ ███ -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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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P-001의 정체를 숨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전체공지 001-알파를 작성한 관리자에게 이 질문은 참 난감했을 테다. 재단이 맞닥뜨린 그리고 맞닥뜨릴 모든 변칙존재 중에 가장 귀중한 녀석을 어떻게 숨겨야 할까? 재단에 변칙존재 이천 개를 짊어지운 장본인을 어떻게 숨겨야 할까? 최후의 무기를 어떻게 숨길까? 우주 자체를 어떻게 숨길까? 그보다 더한 걸 어떻게 숨길까? 관리자의 정체처럼, 이 존재가 최종 목적지로 흘러들어온 사정은 신비에 싸여서는 선택받은 몇몇에게만 알려지게 되었다.

과정이 쌩고생이었든 돈오(頓悟)마냥 한순간에 지나갔든, 결과는 누가 봐도 명백했으며 정확히 계획대로 작동했다. 001 목록에는 완전히 다른 파일들이 있었고, 그 파일들로 가는 길 바로 앞의 자리에 이들 중 0개, 1개, 복수개, 어쩌면 모두가 진짜 SCP-001이라고 말하는 서문이 있었다. 작전은 의도대로 흘러갔고, 서로 어긋나는 설명들이 그득하게 쏟아져 나와 자기가 맞음을 증명하려 싸웠지만 그 누구에게도 서로를 반증할 증거들은 충분하지 못했다. 제일 간단한 결론이 가장 널리 퍼졌다. 진짜 001은 없고, 페이지는 재단 직원들에게 목적의식을 불어넣으려 O5 위원회가 장만한 술책일 뿐이며, 그 속 변칙개체들에게는 아무 자료도 의미도 없다는 생각. 아니면, 파일들 모두가 진짜 001이고, 무슨 운명의 장난 덕분에 왠지는 몰라도 병립하여 존재할 방법을 찾아낸 거라는 생각.

이 모든 논란들 사이로, 또다시 그런 생각이 나타났다. — 생각의 상자 밖에 있던 정말, 정말 얼마 안 되는 생각. 정말로 소수만이 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데이터 말소]에서 회수한 녹음기록의 녹취본

<기록 시작, ████/██/██, ██:██>

프랭크 ██████: 좋아요 저는 프랭크 ██████고 지금 여기는… 어… 이 우주선 이름 뭐였냐 데이비드?

데이비드 ██████ (멀리서): S-C-P-S [데이터 말소].

프랭크 ██████: SCPS [데이터 말소]? 알았어. 여기는… 잠깐, 진짜로? 우주선 이름이 [데이터 말소]고 우리는 지금… 에이 알게뭐야. 저는 프랭크 ██████고 여기는 SCPS [데이터 말소], 발사까지 한 시간쯤 남았습니다. 평의회에서 꽤 오래 전부터 지금 이 우주선을 만들었다는데, 저희들을 보내서 우리가 아직 보지 못하는 우주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라 해야겠다고 결정한 모양입니다.

저는 뭐랄까, 그냥 지금 여행을 기록 관리하는 담당인데 출발하기 전부터 기록을 시작하면 편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뭐 그럴 수 있잖아요,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까.

어쨌거나 시스템부터 먼저 보고를 드려야겠습니다. 원자로 보면은 잘 돌아가고 있고, 무기는 괜찮은 것 같고…


<기록 시작, ████/██/██, ██:██>

프랭크 ██████: 프랭크입니다. 지금 막 출발할 참인데요, 제가 보기에 이게 전례가 없는 임무인 만큼 제가 지금, 어 괜찮은 명언 하나를 생각해 왔습니다.

<프랭크가 3초 동안 멈춘다.>

까먹었습니다. 아이씨 그거 있었는데 뭐였더라…

<프랭크가 7초 동안 멈춘다.>

맞다! '이제 우리는 저…'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방에 있던 여러 물건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프랭크가 웅웅거리는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알아듣기 어려운 소리를 내뱉는다.>

프랭크 ██████, (잘 안 들리게): 아이씨 똘빡새끼들 적어도 출발한다고 경고는 해달라고. 씨발 지금 말하는 거 다 망쳤네. 에이씨 이새끼들…

<기록 종료, ██:██>


<기록 시작, 00/00/18, 04:18>

프랭크 ██████: 우선, 가장 중요한 겁니다만, 저희가 지금 지구에서는 정확히 며칠인 건지 모르기 때문에, 출발했을 그때부터 세어보면 되게 모든 날짜랑 시간들을 다 맞췄습니다. 지금은 출발한 지… 18일 4시간에다가그러니까… 19분, 되겠습니다. 저희가 아직도 최대 출력으로 진행하고 있기 땜에 밖에는 어둠 말고 보이는 게 딱히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가는 중입니다. 훨씬 빨리 갑니다.

하지만 큼, 네. 저희가 막 방금… 야 데이비드, 방금 우리 지나간 곳 이름이 뭐냐? 메시 뭐 그랬나? 그래 그런 거 비슷하게. 뭐라고?

데이비드 ██████ (멀리서): 메시에Messier 팔십삼!

프랭크 ██████: 아 맞다! 저희가 방금 메시에 83을 지나갔습니다. 지구에서 1500만 광년쯤 떨어진 곳이죠. 집에 발 닦으러 가기엔 좀 먼 곳이네요, 헤헤.

데이비드 ██████ (멀리서): 오파이브들 그런 유치한 개그 갖다가 별로 안 웃기다고 할걸!

프랭크 ██████: 이거 그냥 메모하는 거야, 공식기록 아니라! 에이 참, 데이비드가 이럴 땐 참 꽉 막혔어요. 그래도 맨날 기계 수리만 하면서 사는 친구니까 좀 이해는 가네요.

더 중요한 어떤 사건 생기면 다음 기록 남기겠습니다.

<기록 종료, ██:██>


<기록 시작, 00/02/24, 23:18>

프랭크 ██████: 프랭크입니다. 두 달인가 넘게 지났네요. 딱히 일어난 일 같은 건 없는데요, 방금 GN-Z11을 지났다고 하니까는 공식적으로 지구 망원경이 못 보는 곳으로 나오게 된 셈입니다. 아, 당연히 지나치면서 사진도 찍고 있었어요.

뭐가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여기저기 조그만 은하계들이 널려 있는 게 보입니다. 높으신 연구진 쪽에서 '기가파섹'이라는 말을 자꾸 써먹는데 얘네들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짐작시켜 줄 거 같습니다. 또 뭐신지 수상한 이야기를 자꾸 쑤근거리기는 하는데, 그거 말고는 별 일은 없습니다.

우주선에 탑승한 승무원 중에서 향수병이 생긴 사람이 꽤 있는데요, 시간 좀 지나면 그래도 수그러들겠죠.

어찌됐건 간에 모두가 조화롭게 잘 되고 있습니다. 자동 식당만 빼고요. 아 맞다 데이비드, 니가 나중에 식당 고치러 갈 거지?

데이비드 ██████ (멀리서): 아니라고, 무슨 잘못된 거 아무것도 없다고!

프랭크 ██████: 근데 페이스트는 똥맛이 난다고!

데이비드 ██████ (멀리서): 씨발라먹을 영양분 페이스트잖아, 당근 똥맛이 나야 정상이지!


<기록 시작, 00/03/20, 14:37>

프랭크 ██████: 네 여기는 지금 큼… 지금 연구진에서 머리 싸매던 그것을 발견을 했습니다. 제일 가까운 은하계 속이 들여다보일 만큼 가까이 왔는데 지금 뭐라하지…

뭐, 일단 우리 은하를 복사해 놨달까요. 근데 완벽하게 복사한 건 아닙니다. 빠진 항성들이 몇 개 있는데 식별이 될 만큼은 다들 똑같이 있네요.

우리는 어, 내려가서 지구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 하면 거주민들 찾아보고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두말하면 잔소리겠지만 그렇게 되면 변칙존재로 등록될 수도 있겠죠. 공식 SCP라기까지는 아니더라도 E 대시 정도 붙을 수는 있을 겁니다. 은하계가 복제가 돼서 만들어질 확률이란… 네, 꺽해봐야 메기 눈물만하겠죠.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04/02, 06:48>

프랭크 ██████: 이곳은 분명히 변칙존재입니다.

처음엔 우리 살던 데하고 비슷하게 생겨서 의심이 좀 갔는데 이건 무슨… 훠얼씬, 이거는 완전히 비정상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습니다. 지구 비슷한 걸로 가는 동안 "빠진 항성들 있던 자리" 몇 개를 지나왔는데, 알고 보니 항성은 거기 그대로들 있더라고요. 상상도 못했을 만큼 개판이었습니다만.

얼마나 개판이냐? 목동자리 엡실론에… 프라임인가? 알판가? 어쨌든 그 큰 쪽 항성 있잖아요? 그게 아이스크림으로 돼 있습니다. 샘플을 떠 봤는데, 아보카도랑 담배연기 맛이 납니다. 딱 그 맛이에요. 작은 쪽은 그냥 액체 엽록소 공인데, 참 어떻게든 서로 붙어 있긴 있네요.

안타레스는 고체 요오드입니다. 불도 없고, 철도 없고, 그냥 그렇습니다. 거대하고 차가운 요오드 공.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또 숯으로 돼 있고요.

그러고 나서 뭐 '지구'에… 저희끼리는 '서브프라임Sub-Prime'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만, 어쨌든 도착을 했습니다. 이거는 그냥 난장판이랑 오류로 똘똘 뭉친 덩어립니다. 지구처럼 보이긴 합니다. 대륙은 다 있고, 모양도 다 맞고, 그런데 다 이상한 걸로 만들어져 있어요. 오스트레일리아는 고체 금 블록이고, 바다는 파랗게 빛이 나고, 아메리카 대륙은 전부 다 메이플 시럽으로만 돼 있고…

되는 대로 정보들은 다 모았고, 지금은 다른 은하계로 뜨려는 중입니다. 이거는 그냥… 진짜 해괴해요.

다음 소식은, 마리Marie ████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 되겠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다들 딱히 물어보진 않습니다. 특히 뭐 애가 남편 애인지 완전히 확신을 못 해서요. 그럼… 네.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05/02, 07:48>

프랭크 ██████: 이런, 쳐, 뒤져, 썩을.

그 다음 가까운 은하계에 도착을 했습니다만, 내용은 똑같습니다. 우리 은하의 또다른 실패한 복제작인 건요. 참고로 똑같이 이상하게 생겼다 하는 거는 아닙니다만, 전번 거랑 기본적으로는 비슷합니다.

수성은 얼음으로 돼 있고, 목성은 젤리인데 먹을 수도 있습니다. 지구는 무슨 사르킥들 유토피아 같습니다. 죄다 육이고, 뼈고 피입니다. 접근하는 건 별로 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기계를 안 좋아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때랑 지금이랑 해서 두 개뿐이었으면 좋겠지만, 의심스럽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05/17, 12:01>

프랭크 ██████: 내게 쓰기. 다음번 탐사 때는 퍼즐이랑 장난감들 더 가져올 것. 다 떨어졌음.

<프랭크가 4초 동안 멈춘다.>

에이 참, 좀더 가치있는 이야기를 할 걸 그랬네. 아… 다들 괜찮습니다. 저희끼리는 지금 도착하려는 세 번째 은하계가 전번 두 개를 재탕한 것처럼 보인다고 합의를 내렸습니다. 그닥 중요한 건 아닙니다. 우리가 계속 만나는 놈들이 자꾸 똑같은 변칙존재만 나온다는 게 쫌 괴상하잖아요.

아, 지난주에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조나단이 밑쪽에 있는 이상한 기계 고장을 고치고 있었는데 뭐가 느슨해져서 팔이 부러졌습니다. 지금은 고치기는 다 고쳤고요, 의사 쪽에서는 몇 주 지나면 나을 거랩니다. 조나단은 이게 일어날 만한 일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하고 있는데, 그래서 조사를 좀 하는 중입니다.

더 이상 생각나는 게 없네요. 너 다른 거 기억하는 거 있냐?

<프랭크 ██████가 데이비드 ██████에게 말하고, 데이비드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또는 비언어로 대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았어. 기록 종료.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06/07, 01:59>

프랭크 ██████: 우리 은하 복사본이 또 나왔습니다. 놀랍지도 않네요.

여기까지 와서 있는 게 이런 것뿐일까요? 끝없는 고향의 복사본에, 갈수록 전엣것보다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들뿐?

<프랭크가 3초 동안 멈춘다.>

지구는 이번엔 무슨 유리 같은 걸로 돼 있습니다. 화성은 드라이아이스고요. 천왕성은 지독하게 자성이 쎕니다. 이거 땜에 엄청 혼이 날 뻔했네요.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죠.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08/30, 00:00>

프랭크 ██████: 또 두 개 나왔습니다. 두 곳 다 왠지 분명하게 똑같은 변칙존재에 속하는 것 같네요.

변칙존재 말인데, 이네들이 천지빼까리로 널려 있습니다. 우리가 못 갈 은하계가 여전히 즐비하고, 딱 봐도 멀어 보이고, 컴퓨터가 안 집어 줄 것도 분명한 놈들도 있지만 어쨌거나 분명하게 널려 있습니다.

우주 자체가 저희들한테 말을 건 적도 있었습니다. 저 미친 거 아닙니다. 저희가 분명 들었고 특정 지역으로 귀를 기울여서도 들었습니다. 갑자기 동력이 떨어져서 꽤 오랫동안 떠돌아다녔는데 한순간에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돌아갔을 때도 있었습니다.

우주는 평평한 걸까요? 우리가 가장자리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는 걸까요?

<프랭크가 4초 동안 멈춘다.>

까먹을 뻔했네요. 마리가 무슨 이유인지 격리되었습니다. 보안 때문에 자세한 건 못 들었습니다만 실수로 우주선에서 무슨 병을 얻어걸린 거 같네요. 아기가 괜찮았으면.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10/10, 05:14>

프랭크 ██████: 가장 최근 지구는… 어, 서브프라임 10이었나 싶은데, 인류 문명의 흔적이 있습니다. 분명히 우리 문명입니다.

여기는 무슨… 라스베가스 같은 게 있는데, 포커 칩 무더기랑 카드들로만 만들어져 있습니다. 뉴욕은 엄청 큰 흑요석 한 개로 됐는데 고향에 있는 뉴욕과 완전 똑같아지게 침식이 되어 있네요.

그런데 인간은 없습니다. 생명의 징후는 눈을 씻고 찾을래야 없고, 바다가 순수한 시안화수소로 된 걸 보면 여기서 진화해 나온 생물도 없을 거 같습니다.

고향이 복제가 되었는데 왜 우리는 안 된 걸까요?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11/18, 16:05>

프랭크 ██████: 도쿄는 해초로 만들어져 있고 북극에 있습니다.

미국은 화약이 굳은 고체 블록으로 만들어졌는데, 시카고는 거대한 망고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태양은 키틴질 껍데기로 에워싸여 있는데 돌들이 엄청 많이 서식하고 있고, 그만 쳐다볼 때마다 지맘대로들 움직이고 있습니다.

화성은 낙타 가죽으로 돼 있고 무슨 빡친 불사의 생물이 표면을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천왕성은 조용히 돌아가는 톱니바퀴들로만 돼 있습니다.

혼돈과 난장판밖에 없습니다. 지금 집으로 돌아가려고 방향을 트는 중입니다.

마리 때문에 보안이 강화된 모양입니다. 경비원 스무 명이 완전무장하고 자동소총에 수류탄 장비까지…? 대체 무슨 병에 걸린 걸까요?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12/23, 23:17>

데이비드 ██████: -발 시발 시발 시발 시발…

데이비드입니다. 프랭크가 죽었습니다. 승무원들이 거의 다 죽었습니다. 마리가 무슨 지랄같이 섬뜩한 괴물을 낳았는데 그게 날뛰면서 사람이란 사람은 다 죽이는 중입니다. 제가… 시발, 제가 볼 때는 보안팀에서 이건 못 막습니다. 왜 하필 지금 이런 빙신같은 시간에 이런 사태가… 씨이팔!

이곳이 어떤 곳이건 오지 마세요. 변칙개체 소굴이고, 우리 은하계들의 등신같은 복제품들밖에 없고, 그게 계속 계속 계속 그거밖에 없습니다.

이곳을 뭘로 만들었건 이건 절대 현실은 아닐 겁니다. 계속 팽창하고 있고, 커지고 또 커져서 나중…

<데이비드가 2초 동안 멈춘다.>

그렇지. 이게 [데이터 말소] 때문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평의회는 우리가 뭘 찾아낼지 벌써 알고 있었던 겁니까? 아님 그냥 확인이 하고 싶었던 겁니까?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1/03/14, 02:02>

데이비드 ██████: 식당은 파괴됐고, 쥐약만 내뱉고 있습니다. 우리는 못 돌아가겠지만, 이 배는 돌아갈 수 있겠죠.

저희가 배가 너무 많이 변형될 만큼 멀리 온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배 안에 다른 변칙개체들은 안 보이네요. 식당에 있는 건 빼고.

<데이비드가 4초 동안 멈춘다.>

우리 가족한테 사랑한단 말 정도는 전해 줘요.

<기록 종료>


<기록 시작, 00/00/00, 00:00>

<해당 기록의 오디오는 이전 기록 중의 오디오에서 가져온 조각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자동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디오가 변화하는 지점은 개행으로 표시하였다.>

프랭크 ██████: 저는 프랭크 ██████고 여기는 SCPS [데이터 말소],
지금
부터 세어보면 되게 모든 날짜랑 시간들을 다 맞췄습니다.
저희가 지금 지구에서는 정확히 며칠인 건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가장 중요한 겁니다만,
우주선에 탑승한 승무원
은 잘 돌아가고 있고,
최대 출력
보다 빠르게 가는 중입니다. 훨씬 빨리 갑니다.
모두가 조화롭게 잘 되고 있습니다.

우주선에 탑승한 승무원 중에서 향수병이 생긴 사람이 꽤 있는데요,
지금 집으로 돌아가려고 방향을 트는 중입니다.

뭐가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끝없는 고향의 복사본에, 갈수록 전엣것보다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들뿐?
그런데 인간은 없습니다.

너 다른 거 기억하는 거 있냐?
아 맞다!
아, 지난주에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은 고치기는 다 고쳤고요
다들 괜찮습니다.
시간 좀 지나면 그래도 수그러들겠죠.

어찌됐건 간에 모두가
괜찮습니다.
모두가
좋아요
저 미친 거 아닙니다.
그치?

데이비드 ██████: 그렇지.

데이비드 ██████ (멀리서): 잘못된 거 아무것도 없다고

프랭크 ██████: 어쨌거나
저희가
도착하려는
메시에 83
보입니다.

집에 발 닦으러 가기엔 좀 먼 곳이네요, 헤헤.
그럼… 네.

<기록 종료>


수집된 정보들과 명단의 이름들은 결코 다시 빛을 보지 못하리라. 재단의 최고위 인원들은 이들을 직접 전달받아, 들어 보고 생각해 보고 행동을 결정했을 것이다. 사실들과 기록들이 암시하는 것들을 결부짓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므로, 관리자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모든 사항들이 말소되고 편집되었으리라. 탐사는 전혀 일어난 적 없는 일이 되었고, 예기치 못하게 일어난 한갓 변칙존재가 되었으리라. 정보들은 운명이 이들을 다시 꺼내줄 때까지, 진실을 숨기고자 땅 속에 묻혀 다시는 인간의 눈을 만나지 못하리라.

SCP-001, 우주의 건축가이자 그 수많은 결함들의 정체를 숨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SCP-001로 두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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