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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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이 왔을 때, 소피아 라이트는 자신이 얼마 전부터 기다려왔던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동안 그녀의 상관과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소리 없이 일어난 혼선도 아니었다. 마치 그녀의 행동이 감시되는 듯 했다. 무선으로 이어진 침묵.

라이트의 자부심과 즐거움이 얼어붙은 황야에 묻히게 한 제41기지에 대해 물어보려는 건가? 그녀의 프로젝트에 대해? 에르데네트에 대한 얘기까지?

회동은 스발바르 기지 깊은 곳의 작고 밝은 대기실에서 준비되었다. 감시와 속기를 위한 라이트의 조수 보도 함께였다. 평의회 일원인 칠은 짙은 갈색 피부에 땋은 머리을 한 키 큰 여성이었다. 거기에 80년대의 벼룩시장에서 사온 모습의 청록색 스커트 수트를 입었다. 라이트는 이 사실을 처리하기 위해 현실 감각을 재조정해야했다. 이 여자 말고는 누가 저런 옷을 입을 수 있겠어?

“만나줘서 고마워. 라이트 박사.”

“저 또한. 거부할 순 없었을 겁니다.”

칠은 크게 웃었지만, 이빨만 드러낸 미소였다. “난 최근 논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묻기 위해 평의회를 대신해서 왔어. 당신은 이제까지 많은 경력을 쌓아왔지. 넌 어느 연구부장보다 더 많이 담당 개체를 ‘해명’으로 재분류했으니까, 내가 기억하기론. ”

“제가 직접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그렇긴 합니다. 제가 그런 기록을 세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무도 '해명'을 신경 쓰지 않아. 혹시 재단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걸 설명해야하는 것이란 취지의 말을 한 적 있지 않아?”

라이트는 얼굴을 찌푸렸다. “딱히요. 저조차도 모든 변칙개체 하나하나가 합리적인 설명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지 않습니다. 연구자들이 제1순위는 결국 격리를 돕는 것이고, 그동안 재단과 세계에 책임감을 가지고,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의 전체적인 능력을 길러야 한단 말은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과학의 수위를 올리는 거라고요.”

“아 그래. 좀 겸손한 느낌이 나네.”

라이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변칙성도 현실의 일부니까요.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이상한 점을 없애고 ‘정상 과학’에 넣는 일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더군요. 변칙성은 이미 여기 있는데 말입니다.”

“흥미롭네.”

몇 초가 지나갔다. 라이트가 물었다. “제가 뭘 생각해내길 바라는 겁니까?”

“뭐. 문서를 봤겠지. 네가 이것과 좀 연관이 있거든. 기동특무부대 오메가-7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건 라이트가 예상한 방식이 아니었다. 라이트는 잠깐 생각했다. “말하자면 총체적 시발이라 생각합니다."

“좋지 않았다는 거군.”

“분명히요.”

“나중에 보니 다 알 수 있다고 하던데.”

“후판단 편파는 요인입니다. 저라면 그렇게 계획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아벨을 없앨겁니다.”

“그리고?” 칠이 웃었다.

“음. 그들을 분산시킬 겁니다. 부대 단위로 움직이는 게 대응 시간이 줄어들 테니까요. 훈련에서의 피로도를 낮추고, 부대 내의 계급 채계에서 지휘권을 가지게 할 겁니다. 빡빡한 명령보단 유동성이 더 중요하고 —”

라이트는 멈췄다. 그녀는 사람 마음을 읽는데 소질이 없었지만 보의 안내견이 그의 불안함을 눈치 채고 짖으면서 보의 무릎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두 단계 거쳐 라이트에게 알렸다. 칠은 정말로 웃고 있었다.

“보” 라이트가 말했다.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가도 좋아.”

“괜찮습니다.” 보가 말했다.

“계속 해봐.” 칠이 말했다. “좋은 점을 지적했어.”

“뭘 원합니까?” 라이트가 물었다.

“이사관, 우린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거야. 비슷한 특무부대지. 알파-9 ‘마지막 희망’. 우린 당신이 지휘관이 되었으면 좋겠어.”

평의회가 그런 결정을 내렸을 땐 평의회의 어느 누구든 허가를 내려줘야 할 텐데. “…꽤나 논란이 생길 말 같은데요.”

“정말 그래. 실제로 그럴 거고. 그래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걸. 누가 지휘권을 잡을 지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네 이름이 나왔고.”

시간이 느려진 듯 했다. 라이트의 눈은 잠시 다른 길로 샜다. 라이트는 아주, 아주 빠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또 누구 이름이 나왔죠?”

“먼저 러멘트에게 얘기했어. 인상 깊은 실적을 가진 다른 선임 요원이야.”

“러멘트는 뭐라고 했습니까?”

“자기가 지금까지 들은 얘기 중 최악의 아이디어고 사에게 꺼지라고 했어.”

라이트는 코웃음 쳤다. 그래야 러멘트지! “또 누가 있나요?”

“너 다음엔, 우린 기어스 박사에게 말해볼 거고, 그 다음엔 우리 선택권 내에서 찾아봐야지.”

기어스? 기어스라면 분명 할 터이다. 아주 잘할 것이다. 그는 고위 평위회의 목표를 정확하게 이행했다. 기어스 같은 사람은 위험했다.

다른 한편으론, 평의회가 네 번째 선택지가 아직 없다면, 그들은 덜 능숙한 이를 찾을 것이다. 그건 위험했다. 하지만…

“전 특무 부대를 지휘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 일만으로도 바쁘고요.”

“우린 네가 어떤 의미 있는 직책이든 기지 관리자로서의 지위를 놓지 않으리라 예상했지. 우린 네가 잘하리라 확신해.”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에 있다면, 운전사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중요하지 않죠. 전 당신이 사고를 낼 때 운전석에 앉아있기 싫습니다.”

“우린 갔다 박을 생각 없어. 우린 전과 다르니까. 넌 자치권, 자원, 모든 원하는 걸 가지게 될 거야. 전통적인 방법은 전세계의 변칙개체들의 유입을 감당할 수 없어.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어, 지휘관,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낸 진보를 포기하고 싶지 않고. 세상은 알파-9을 원하고 있어.”

“실례하겠습니다.” 보가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망고의 목줄을 잡고 불안정하게 방을 나갔다.

라이트는 칠을 바라봤다. “진심이군요.”

“격리 실패 후에 남겨진 시체만큼.”

“당신이 제 O5인가요?”

칠은 눈을 깜박였다. “응?”

“음—” 라이트는 말을 골랐다. “대부분의 선임 직원들이 승진을 했는데, 어, 그게 몇몇 O5가 그들에게 잠재력이 있고 도와줬기 때문이란 말을 들었습니다. 저를 택한 사람이 누군지 아직 몰라서요.”

“아, 아니야. 난 클레프를 택했어.”

“아.”

“네 O5는… 간섭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하지만 그들도 널 이 자리에 추천했어.”

라이트는 그 증거를 생각했고, 선택지를 지웠다. “제가 맡죠.”

“좋아.” 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더 설득력 있을 거 같더라.”

“그 말 대롭니다. 이 일에 저보다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 맡는 꼴을 보긴 싫거든요. 생사가 달려있습니다. 제가 볼 때 이건 실수 같지만, 저에게 재앙을 피하는 실적이 있다 믿습니다.”

“내가 예상한 반응은 아닌데. 하지만 옛말에 이르듯이,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지. 나중에 연락할게, 지휘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라. 그렇네. 하.


그 뒤, 라이트는 아트리움에서 보 옆에 앉았다. 보는 말없이 라이트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넸다. 그녀는 한 모금 마셨다.

“방금 그 여자가 내 눈을 보고 ‘우린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열거야’라고 한 거 맞지?”

“넵.”

라이트는 신음을 흘렸다. “이걸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3일 뒤, 가장 급했던 행정 업무가 재배정되었다. 여행 가방이 꾸려졌고, 사무실이 정리되었다. 가장 친근해 보이던 정장을 입은 평의회 대리인이 스발바르 기지에서 대기하면서 특무 부대에 대한 예비 세무 사항을 검토하고 있었다. 칠 본인은 회동을 하고 잠시 뒤에 떠났다.

회의실의 형광등이 눈에 보일 정도로 깜박거렸다. 소피아 라이트는 무시하려고 했다. 라이트는 눈을 감았다. 아주 잠시 후에 여기를 떠날 터였다.

“보호가 필요해,” 라이트가 말했다. “난 이 프로젝트의 어느 곳에 내 이름이 붙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걸로 추적당하지 않고, 이걸로 내 파일에 아무도 연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재단에서나, 밖에서나.”

“그렇게 되진 않을 겁니다, 지휘관.”

“저 바깥의 총을 든 모든 요주의 단체들은 이게 실현된 순간에 피에 굶주릴 테지. 난 보호가 필요해.”

“그럴 겁니다.” 정장을 입은 평의회 대리인이 동의했다. “하지만 알파-9은 재단 내에서 희망적인 움직임으로 보이진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들은 적 있거나 존경하는 사람이 책임자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그들은 당신이 하는 모습을 확실히 봐야 합니다.”

“시발. 적어도 이게 실현되기 전까지 내 이름을 뺄 순 없는 거야?”

“그건 할 수 있겠군요.”

“좋아. 그럼 경호원 얘기로. 잘 훈련 받고, 다양한 기술에, 충성도가 높을 것. 교황 경호차 정도? 내가 표적이 된다면, 차라리 쉽지 않은 표적이 되려니까. 개인적으론 차선으로 죽었으면 해.”

대리인은 메모를 하면서 무표정을 유지했다. “당신은 저희의 자원에 접근 가능할 겁니다. 경비는 물론이고요.”

“그리고 변칙성 기반의 호신용품도. 평의회가 각자 자기 걸 가지고 있는 거 알아. 넌 그들의 대리인이니까, 너도 가지고 있겠지. 뭐, 나도 있으면 좋겠어. 새 디자인으로.”

“이미 생각해 두신 것 같군요.”

“물론.”

“당신의 전임자 처럼요. 파일에서 더 찾아볼 수 있습니다.”

라이트는 얼굴을 찌푸리고 바래진 파일철과 벗겨나간 라벨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보위 장군”. “이 분이 내 전임자라고? 확실해?”

대리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의내림의 문제죠. 아쩌면 상징적인 문제라고도 하겠군요. 특무부대 이름을 오메가 대신 알파로 하면서, 그는 어느 누구의 전임자도 아닙니다.”

“흠, 마지막으로…” 라이트는 생각했다. 그녀는 원래 감상적이지 않았지만, 힘은 원래 있을 수 없던 일도 일어나게 했다. “중간에 어딜 들리고 싶어.”

대리인은 신음을 흘렸다. “지금요? 평의회는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특무부대는 9년 동안 서랍 속에 잠들었잖아? 6시간 정도는 더 기다리겠지.”

“어디로요?”

“제14기지. 내가 이상한 놈들에게 영원히 붙잡히기 전에 마지막 작별을 하고 싶어서.”

“흠. 그 쪽에서 좋아하진 않을 텐데요.”

“내가 하는 모든 일에 행복해야 한다면, 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나랑 여기서 일하든가.”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보겠습니다. 그게 답니까?”

“지금으로선. 고마워, 제이. 나중에 봐.”


라이트는 보를 건물 외곽에서 만났다. 활주로에 자신들 짐을 놓고 대기한 채였다. 그는 패딩으로 몸을 감싼 상태에서 망고와 테니스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라이트는 보에게 갑작스럽게 중간에 어딜 들르게 되었으며, 그를 바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라이트는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고 오래된 번호를 눌렀다. 첫 번째 벨이 울리기 전에 반대편에서 전화를 받았다.

라이트는 발을 까닥거리며 바닥에 두드렸다. “응 트로이, 나 소피야. 아직 멀쩡해. 넌? 그래. 있잖아, 방금 전에 결정하긴 했지만, 몇 시간 동안 14기지에 들렸다 갈 거야. 잠깐 시간 좀 낼 수 있으면 —”

(보는 망고를 향해 입을 움직였다. “소피”?)

“그래, 그거 괜찮네. 응. 비행기로 갈 거야. 오래 말 못해. 도착하면 전화할게.” 라이트는 웃었다. “너도.”

라이트가 전화를 끊었다.

“날씨 좋네요.” 보가 말했다.

스발바르의 나날을 생각하면 그러긴 했다. 추웠지만, 툰드라 목초지와 돌 언덕에 해가 밝게 빛났다. 라이트는 자기가 그리워하게 될 장소에 춥고 조용한 기지를 더할까 했다.

보는 여전히 그녀를 바라봤다.

“왜?” 라이트가 물었다.

“왜 그 자릴 받은 겁니까? 지휘관 자리 말입니다. 그건, 음. 그 자리를 당신에게 권한 게 좀 이상해서요.”

“그 사람들이 이 모든 우주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 적 없다고 하잖아.”

“라아아아이트. 그건 개소리에요.”

라이트는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그러네. 이 경우엔, 난 고위 평의회가 나한테 관심이 있다는 걸 내 경력 초반부터 알았거든. 사람들은 내가 승진한 이유가 올림피아 프로젝트나 브라이트와 관계가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는 하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야. 거기엔 다른 게 있어.”

“그래서 계획이 잘못 풀렸을 때 그들이 저희에게 총을 쏠 일을 걱정하지 않는 건가요?”

“그냥 나만 쏠 걸.” 라이트가 한숨을 쉬었다. “보, 그녀가 나한테 제안했을 때, 난 확신이 안 섰어. 네가 핵 발전을 믿는다고 상상해봐. 넌 노골적으로 지지할 순 없겠지, 이건 정치적인 금기니까. 그… 어리석은 관료주의적 이유 때문이지. 하지만 넌 그게 인류를 싼 에너지, 맑은 물, 음식, 건강, 기회를 인류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걸 봤어.”

“하지만 위험하잖아요.” 보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래 위험하지. 하지만 넌 그게 사용한다고 해서 전보다 위험해지진 않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어. 넌 그걸 시도해 보려는 사람들을 말릴 수 없을 거야.”

“이제,” 라이트가 말을 이었다. “정부가 널 핵무기 프로그램에 널 넣었다고 생각해봐.”

“…아.”

“내가 뭘 어쩌겠어?” 라이트는 몸을 뒤로 젖히고, 툰드라를 바라봤다.

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당신을 죽이려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세요?”

“누군간 그러겠지, 거의 확실해, 하지만 평의회는 아니야. 내가 말했듯이, 그들은 날 좋아하니까. 왜인진 나도 모르겠지만.”

“아.” 그들 위로 비행기가 도착하는 엔진의 위이잉 소리가 들렸다. 보는 망고가 돌아오도록 휘파람을 불었고, 목줄을 채웠다.

“하지만,” 라이트가 말했다. “난 그 이유를 찾아내고 싶어. 그리고 그걸 이용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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