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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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자매가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은 재단 전체에 비상 경보가 발령되기 10분쯤 전이었다. 그것은 또한 케인 B. 잭 레이븐이 179를 연구하는 어느 한 천문학 연구소의 귀퉁이에서 치즈버거를 씹고 있을 때이기도 했다.

케인은 남은 치즈버거를 입안에 욱여넣고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두 잿빛 눈동자가 흥미와 호기심에 반짝거렸다.

케인은 이전까지는 179가 반응하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는 타우미엘 급의 그 어떤 SCP도 직접 관리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의 책상 서랍 밑에는 구겨진 SCP-179의 지금까지의 행동 양상을 기록한 파일이 있었다. 그것도 0.01초 단위로. 그러나 그런 게 있다 "카더라"와 그런 것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다.

현존하는 인류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낸 초고주파-레이저 카메라가 모니터로 전송하는 장면을 케인은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확실히 진동하고 있었다. 육안으로 알아채기는 힘들지만, 분명 179의 피부는 진동하고 있었고, 모니터 왼쪽으로 밀어내진 온갖 장치의 깜박거리는 아이콘들이 확실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마치-추워서 덜덜 떠는, 혹은 경련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케인이 말했다. "으흠?"

케인은 바로 재단의 중앙 관리부에 연락하려다가 관두었다. 어차피 이 거대한 시설에서 그 혼자 179를 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벌써 누군가가 연락했을 것이다. 그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지금 이 거대한 몸뚱이가, 이번에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를 유추해내는 것이었다.

SCP-179의 보고서와 각종 부록들이 순식간에 화면 위에 나타났다. 이것이 그동안 취했던 포즈들과 비교를 시도하려던 케인 교수는, 곧 문제에 부딪혔다. 179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몸을 떨거나, 그 어떤 의미 있는 진동을 나타낸 적이 없었다.

"좋아, 너무 쉽게 알아내면 재미없지." 케인은 다시 179의 모습을 비추는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얼씨구. 이젠 찡그리고 입까지 벌리면서 경연을, 아니 발작에 가까운 행위를 하고 있었다.

케인이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해보려는 찰나, 그의 책상 위에서 전화기가 울렸다. 시간 변칙 부서에서 아라 박사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쓰던 특별 보안 화선이었다. 그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제1780기지 5등급 인원 케인 잭 레이븐이다." 가운데에 바칸도르프가 빠지긴 했지만, 레인워커라는 성은 재단 전체에서 그밖에 쓰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기에 그냥 정정하지 않았다.

"규약 세피로트가 발령되었다." 전화기 넘어의 목소리가 말했다. "모든 시간 변칙 부서의 전/현직 인원들과, CK급 시나리오 대응 부서의 모든 인원에게 전달한다. SCP-001-KO로 인한 에너지 모순값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현재 SCP-616의 완전한 활성화가 70% 진행되었다. 이 메시지는 30분 후 재단 내의 모든 3등급 이상의 인원들에게 전달된다. 다시 한번 반복한다. 규약 세피로트가-"

전화기 저편의 긴급 명령을 전달하는 차가운 기계음이 케인 교수의 귀를 파고들었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케인은 생각했다.

곧이어 재단 시설 전체가 빨간 불로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이었다. 케인은 수백 번도 더 수정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내었던 규약의 내용을 떠올렸다.

이 시간부 이후로 인류는 아마 더이상 다시는 전과 같은 모습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는 다시는 동네 교회에서의 크리스마스 파티도, 천둥신이 나오는 만화책도 볼 수 없게 될지 모르지만, 적어도 완전히 달라져서 살아남는게 아예 사라지는 것보다는 나았다. 인류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뿅 하고 없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고, 이 사실을 곧 그 빌어먹을 SCP-001-KO와 우주 저편의 잘난 별딱지들이 알게 될 것이다.

케인은 실험복 가운을 벗어던지고 코트를 챙겼다. 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모니터를 -자기가 완전히 잊고 있었던-의 전원을 끄려다가 멈췄다. 모니터 속의 이미지, SCP-179는 두 손으로 자기 목을 조르고 있었다. 거대한 형체의 입술 사이로 혀의 형태가 살짝 보였다. 곧이어, 179의 몸뚱이가 산산조각났다. 아름다운 태양풍과 먼지 파편들이 은은하게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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