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가 그녀를 품에 안고, 그의 사무실로 짧은 거리를 걸어가 그녀를 소파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녀는 시체같이 창백했고, 천장을 멍하게 응시하며 떨면서 숨을 옅게 내뱉고 있었다. 지금조차도 그는 그녀의 어두운 머리카락이 이마를 가로질러서, 그녀의 눈을 가리고 얼굴의 아름다운 선을 완성하는 것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미소지으며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쓸어냈다. 그녀의 완벽한 피부에 부주의하게 흙과 피를 묻히며.
23기지가 땅을 찢는 폭발을 할때 바닥이 흔들렸다. 회반죽 조각이 둘을 향해 쏟아져내렸고 그것은 그가 그녀를 다시한번 돌아볼때 설 곳을 잃을 뻔하게 했다. 자동 타이머에 보이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안에 아직도 있는 불운한 사람들에게 가까운 탈출구로 도망치라고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용 없었다. 지금쯤이면 탈출구는 모두 잠겼을테고, 모두가 피할 수 없는 똑같은 운명속에 같혔을 것이다. 그는 한숨을 내쉬고, 마지막 담배에 불을 붙힌 후, 돌아가는 꼴을 감상했다. 숫자가 지나가는 동안, 그의 기억도 지나갔다.
10.
그들은 휴게실에서 함께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가끔은 사격연습장을 찾아오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고, 그녀는 승낙했었다. 그녀의 장난스러운 작은 미소가 그의 마음을 거의 녹여버렸다.
9.
그는 그녀에게 차 한잔을 가져와 권했다. 그들의 손가락이 아주 잠깐 맞닿았고 그는 거의 전류가 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느꼈고, 둘은 미소지었다.
8.
그가 그녀에게 자신의 보좌관이 되어달라고 묻기 직전의 느낌은 전투 영웅의 훈장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만드는 것이였다.
7.
그들은 그녀를 기지에서 가장 키가 작은 여자라고 놀렸었다. 그녀는 그들 중 하나의 사타구니를 가죽 부츠로 걷어차는 것으로 일을 빠르게 마무리지었다.
6.
그녀의 벨트는 살짝 자리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는 벨트를 고쳐매주었고, 그녀는 그를 멈추지 않고 수줍게 미소지었다.
5.
그들은 예광탄을 보며 그것들이 얼마나 유성과 비슷한지 재잘거리면서 달빛이 비추는 들판에 함께 앉아있었다. 가까운 유류장이 폭발했고 그들은 처음으로 키스를 나누었다.
4.
그녀는 연장된 배치 임무에서 실종되었다. 그는 매일밤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도했으며, 깨어있기 위해 수중에 있던 담배를 전부 피웠었다.
3.
그녀는 그의 사무실 문으로 걸어들어왔다. 비록 붕대투성이지만 살아있었다. 그때 그가 처음으로 그녀에게 우는 모습을 보였었다.
2.
그녀는 전투복을 입으며 그의 손을 꽉 쥐었다. 잘될거라고 말하는 무언의 표현이였다.
1.
부서지고 망가진 몸뚱이들 사이에서, 그녀가 손을 들어 그를 마지막으로 불렀다. 카운트다운이 완료되자 불이 나갔다. 내부 탄두가 폭발하고, 23기지의 핵이 분해되며 복도를 온통 자신만의 힘이 있는 밝은 백색의 섬광으로 채워나갔다. 그녀가 손을 들어올렸고, 그는 빛이 그들을 삼키는 순간 그녀의 손을 잡았다.
드디어, 끝났다. 이제 그들은 영원히 함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