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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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

별다른 느낌 없이 일어난다. 오늘도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떨쳐버리고 곧바로 숙소에서 내 사무실로 직행한다.

물론 아침밥은 식당 시간이 지났으므로 생략한다.

12:00

점심은 먹어야한다. 피곤에 지친 내 뇌를 가볍게 당분을 보충해줌으로써 효율을 보다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당분 때문에 무언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일이 생각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14:00

방금 지나간 사람을 보자마자 내가 무엇을 까먹고 있었는지 생각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발,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 왜 하필 지금!

15:00

시계가 울린다. 다급한 마음을 도저히 잡아둘 수가 없을 것 같다.

"제, 제발… 으아아! 미치겠네!"

어렴풋이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를 BGM삼아 여전히 업무를 계속해야한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들은 나를 놔주지 않고, 더 이상 나에게는 정신력이라고 하는 사치는 남아있지 않았다.

이 업무도 급하고, 다른 것도 급한데!

18:00

저녁 따위 오늘은 생략해주겠어! 난 야식을 먹겠다고!

20:00

일이 완전히 끝났다. 드디어 내가 본격적으로 며칠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1:00

전혀 진척이 나지 않는다. 10분 만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방심했던 내가 미쳤지. 이건 무려 일주일짜리 프로젝트였어!

22:00

원칙상으로는 벌써 퇴근하고 자야할 시간이지만 뭐 상관없다. 일단 동료가 가져온 샌드위치를 먹으며 다시금 작업에 들어간다.

이거 맞춰서 끝낼 수 있을까…?

23:00

나는누군가여긴또어딘가내가지금무엇을하고있는건가

23:30

뒤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이때는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23:45

틀렸어. 이젠 마감이고 뭐고 다 글러먹었다고.

어렴풋이 무언가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일어나시오 용자여

23:50

내 손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정신이 대략적으로 멍해지는 그 순간 나는 내가 본능적으로 타자를 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될 대로 되라. 진짜로 10분 안에 끝낼 수 있을까?

23:59

끝났다. 이제 난 자유라고! 난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어!

하지만 난 이때까지 내 뒤에서 느껴지던 살기의 정체에 대해서 정확하게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24:00

[데이터 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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