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라디오 12.00pm

/*
    BLANKSTYLE CSS
    [2021 Wikidot Theme]
    By Placeholder McD and HarryBlank
    Based on:
       Paperstack Theme by EstrellaYoshte
       Penumbra Theme by EstrellaYoshte
*/
@import url('https://fonts.googleapis.com/css?family=Do+Hyeon');
 
#header h1 a::before, #header h2::before {
    font-family: 'Do Hyeon', 'Montserrat', sans-serif !important;
}
 
#header h1 a::before {
  content: var(--header-title, "제43연구격리기지");
}
 
#header h2::before {
  content: var(--header-subtitle, "흔한 관행을 부수다");
}
 
h1,
h2,
h3,
h4,
h5,
h6 {
    font-family: 'Do Hyeon', 'Montserrat', sans-serif !important;
}
평가: +8+x

지속가능 라디오 12.00pm




라디오 시작 종과 함께 기지 인공지능 음성으로 "지속가능 라디오가 12.00pm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공지를 송출함과 동시에, 발랄한 K-POP 아이돌 노래가 재생된다. 노래 중간중간에 불필요한 효과음들이 더해진다. 노래가 정확히 4분 재생되고는 서서히 라디오 배경음악, "Messages from the Stars"가 재생된다. 화면이 페이드인.

화면은 제145K기지 화단의 연못을 비춘다. 개나리와 산수유 꽃이 화면 구석에서 보인다. 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다가, 2분 후 화면 우측에서 30대 ~ 40대 정도의 여성이 걸어와 화면 중심에 선다. 여성은 기다란 빨간색 목도리를 두르고 있으며, 트렌치 코트를 입었다. 명조체 자막으로 소개하기를, "지속가능격리개발과장 임찬미"라 한다. 여성은 미소하고 있다.

임찬미 과장: 안녕하십니까! 지속가능격리개발과의 과장, 임찬미입니다.

임찬미 옆으로 조잡한 반짝임 효과가 삽입된다.

임찬미 과장: 여러분은 지속가능격리개발과가 무슨 뜻일지 궁금하셨을 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 부서는 전무후무한 비밀의 부서죠.

사이. 임찬미 곁으로 배추흰나비 두 마리가 날아가고, 임찬미는 곤충을 무심코 붙잡으려 손을 뻗었다 의식적으로 멈춘다.

임찬미 과장: 여러분은 재단이 한 해 인원 식량을 생산하는 데 어느 정도의 돈이 드는지 아십니까? 못해도 천문학적이겠죠. 우리 지속가능격리개발과는 변칙 개체 재사용을 통해 훌륭한 식사 재료를 공급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셨나요?

과장된 박수 소리 삽입. 임찬미는 더 밝게 웃으면서 식단표를 집어올린다. 식단표에는 여러 가지 펜으로 괴발개발 낙서와 메모가 작성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임찬미 과장: 어제 저녁은 잘 드셨나요? 돼지고기, 참치김치찌개, 크림스프…… 훌륭한 메뉴였군요. 하지만 이런 식재료에는 엄청난 자금이, 네, 들어가지 않겠어요? 저희 부서는 이를 훌륭하게 대체했습니다. 보시죠!

화면 전환. 화면은 격리실을 비추며, 매우 어둡다. 구석 벽에는 크릴론 페인트에 덮힌 인간형 독립체가 보이며, 곧 이는 SCP-173 조각상으로 포착된다. SCP-173은 D계급 및 카메라맨의 영향으로 움직이지 아니하는 것이 보인다. 곧 D계급들이 쓰레받기에 SCP-173의 분비물들을 받아 흘려보내는 것이 포착되자 과장된 감탄 소리사 삽입된다. 화면은 다시 조잡하게 전환되며, 농토의 드넓은 목초지를 비춘다. 농부들은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으며 땀을 닦는다.

임찬미 과장: 이것은 SCP-173입니다. 알다시피 분비물을 생성하지요. 똥 말입니다! 연구 결과 173의 분비물은 칼륨과 인 등이 풍부합니다. 토마토는 인 같은 물질을 많이 필요로 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이를 거름으로 재활용하고 때로는 잼으로도 담가 먹습니다. 만류귀종(萬流歸宗)! 식물이 먹어서 좋은 건 동물도 좋다고들 하죠?

화면은 다시 조잡한 캐릭터 그래픽과 함께, 제19기지 염산 탱크를 비춘다. 대략 10미터 가량의 거대한 독립체가 탱크 속에서 부유하는데, 녹황색의 비늘과 거대한 주둥이, 악어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독립체는 SCP-682로 마구잡이로 헤엄치면서 허공에 입을 벌리고 포효한다. 곧 시점이 전환되어 이번에는 화면이 제145K기지 요리사들을 비춘다. 이들은 칼으로 붉은 고기를 부단히 손질한다.

그때 난데없이 인터뷰 영상이 재생된다. 인터뷰 대상자는 얼굴이 먹칠되어 있지만 가슴팍의 기동특무부대 람다-7 로고와 특징적인 검은 셔츠와 흰 피부, 결정적으로 뒤로 보이는 전용 숙소로 인해 이 인원이 기특대 람다-7 소속 이효인 요원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이효인 요원: 예? 갑자기 말입니까? 어… 그야 밥은 맛있지만—

화면은 다시 고기 손질 장면으로 되돌아간다. 이 장면이 20분간 계속되다가 갑자기 화면 저편에서 돼지고기 요리들의 사진이 회전하며 나타나 고기를 가린다. 곧 임찬미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임찬미 과장: 이것은 SCP-682로 진귀한 재생능력을 지니고 있죠. 저희 부서가 이를 연구 및 시식한 결과 이 독립체의 고기는 돼지나 사슴 등 육고기와 대단히 흡사한 맛과 질감 그리고 5배나 높은 단백질 함량을 지니고 있더군요. 이 덕분에 이미 2019년 제145K기지의 모든 포유류 고기는 682 고기로 대체되었습니다. 먹을만해요.

이번에 화면은 바닷속을 비추며 여러 마리의 참치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을 보여준다. 조잡한 크로마키 그래픽으로 임찬미 과장이 바닷속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묘사된다. 임찬미가 녹색 신발을 신은 덕에 화면에서 임찬미는 공중부양 하는 것처럼 보인다.

화면이 다시 전환되어 제145K기지 보급창고에 놓인 무수한 통조림을 보여준다. 이윽고 얼굴이 모자이크된 한 여성 인원이 참치김치찌개를 먹는 영상이 9분간 송출되는데, 이 인원은 얼굴이 모자이크 되었으나 목에 걸린 명찰은 검열되지 않아 이 인원이 기지 미용사 강희선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임찬미 과장: 참치는 맛있습니다. 그러나 재단과 민간의 참치잡이 탓에 가엾은 참치들은 씨가 말랐고 바다 생태계는 붕괴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우리는 참치를 무한정 먹을 수 있는 법을 알아냈지요. 인간을 참치로! 재활용의 위대한 점이죠.

다시 화면은 제145K기지 연못으로 돌아온다. 임찬미는 벤치에 앉아 미소짓고 있다. 대략 저녁 시간대로 제비 몇 마리가 하늘을 날다가 매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보인다. 임찬미는 신경쓰지 않고 브이 포즈를 취한다.

임찬미 과장: 그럼 우리 부서에 대해 잘 알게 되셨나요? 밥을 먹을 때 마다 항상 재활용과 외부엔트로피 변칙 개체들을 생각하도록 합시다. 그럼 내년 4월 1일 이 시간에 봐요! 안녕!'

화면이 바람에 따라 휘날리는 청보리밭으로 전환되며 라디오 배경음악, "Messages from the Stars"의 경쾌한 리듬이 바람 소리와 불협화음을 이룬다. 청보리밭 하늘 위에서 조잡한 그래픽의 미확인비행물체가 둥둥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이런 장면이 4시간 정도 지속되다 영상은 끝난다.




"이거 진짜예요?"

영상 시청을 대강 끝낸 함필규 연구원은 경악한 채로 불 꺼진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먹은 밥이 위장에서 거북해지는 경험을 하고 있는 차다. 지속가능격리개발과 인간들이라면 정말 이런 "재활용" 쯤은 파리 죽이듯 쉽게 할 것만 같아 도저히 소화를 시킬 수가 없었다. 그의 황당함이 가득 담긴 질문에도 불구하고 지속가능격리개발부 2인자, 부과장 서준석 박사는 다만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영상을 뒤적거릴 따름이였다.

"그럴 리가. 대부분 거짓말이죠…… 과장님은 만우절마다 이러신다니깐."

"아, 거짓말 맞죠?"

"예. 이것 참, 사람들이 이제는 과장님이 사람으로 참치를 만든다 해도 믿네. 우리 부서 대체 이미지가 어떤 거야."

서준석 박사는 영상을 깔끔히 지워버린 후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놀래라. 난 무슨 VKTM도 아니고 뭔 이런 게 다 있나 생각했거든요."

"조만간 새로 홍보 영상이나 하나 더 만들어야겠어요."

서준석은 다시 클릭을 몇 차례 하며 투덜거렸다. 함필규는 안심에 차서 일어나 다시금 안락한 곤충학 연구실로 되돌아가려 했다. 정말 지독한 장난이였다고 회고하면서 복도로 나서는 그를 힐끔 본 서준석은 또다시 한숨을 쉬면서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농담은 다 지우고. 682 파트만 남겨야지."

함필규는 돌아서려다가 얼어붙고 말았다.


🈲: SCP 재단의 모든 컨텐츠는 15세 미만의 어린이 혹은 청소년이 시청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