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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주. 그는 중국에 가서 개체를 관리하다 혼돈의 반란을 처치했다. 이는 분명 재단에 꽤 큰일을 한 것은 맞긴 하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 몸뚱이로 어떻게 요원을 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든 그였다. 그는 의사하고 한 얘기를 다시 떠올렸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다시 성장할 수가 없다뇨?”
“그게, 자네뿐만 아니라 다른 인원도 전부 검사를 해봤는데, 성장호르몬이 그 나이대보다 훨씬 적은 수치가 나왔어. 아예 성장을 안하는 건 아닌데, 그게 엄청 더뎌. 그리고 자네, 텔로미어라고 들어봤나?”
“네, 염색체 끝 쪽에 있는 그거요? 그거 세포 분열하면 할수록 짧아진단 거.”
“그래, 그게 노화를 나타내는 지침인데, 그게 세포분열 분석을 계속해봤단 말이야. 근데 얘가 아무리 해도 길이가 짧아지지를 않아.”
“그럼 늙을 일은 없겠네요. 좋은 거 아닌가요?”
“뭐 그냥 민간인한테는…. 뭐 그 사람들도 결국엔 좋은 건 없지. 자기 빼고는 전부 다 죽어버리고 혼자 남겨질 테니까. 게다가 재단이 너흴 그대로 둘 진 모르겠다. 아마 처리도 각오해야 할 거야.”
“네? 그 정도에요? 아니 그래도 그렇지 저희가 얼마나 고생한 건데.”
“그게 확실치는 않아. 근데 상부 쪽에선 이런저런 일로 예산이 빠듯한데 애까지 키울 생각은 없다 같은 막 이런 얘기가 나왔단 말이야? 나도 좀 어이가 없긴 한데, …어휴 모르겠다. 그냥 발표나기 전까지 기다려.”
“그럴 수가….”
“…아마 그래도 처리까진 안 하겠지. 걱정 마.”

‘…그래. 죽이진 않겠지. 아마.’
그는 다시 뽑은 커피를 홀짝이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밖은 여전히 누리끼리하다.

“쯔산씨! 쯔산씨! 아 여기 계셨네.”
갑자기 그의 뒤에서 자길 급히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한 남성과 옆의 어린 여자애가 같이 뛰어오고 있었다.

“음…? 아아, 오랜만이네. 다크버드.”
“…블랙버드입니다.”
“그게 그거지 뭐. 옆에 애는… 아, 네 잉꼬였지?”
“한껏 어려진 육신으로 나를 속이려고 하다니, 나를 얕잡아 본 건가, 허나 난 그대가 뭔지 알고 있다. 그대는 바로 나의 공격에도 전혀 상처를 입지 않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골렘의 신체와 정신을 가진 자. 쯔산 아닌가.”
“흠흠, 그간 잘 지냈수? 꼬마 아가씨?”
“칫, 아무리 육체의 톱니바퀴를 되돌려 놨다 해도 그 빌어먹을 능글맞음은 여전하군. 소름 끼칠 정도야.”
“그쯤 해둬. 하피.”
“옆에서 고생이 많겠어, 다크버드?”
“돌겠어요, 진짜. 얜 사람만 만나면 이래.”
“크큭, 그래. 근데 무슨 일이야?”
“아, 맞다. 방금 게시판에 이번 사건에 관계자들에 대한 공고가 나왔어요.”

드디어 올게 온건가하고 그는 잠시 숨을 죽였다.

“보니까 이번에 반란 측으로 걸린 사람들은 전부 강등이거나 바로 처리된다는데요? 아까도 오면서 몇 명 끌려가는 거 봤어요.”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럼 우린 어떻게 되냐?”
“그게, 너무 어려진 게 아니면 자기가 결정할 수 있대요. 여기에 남거나, 기억 소거를 요청해서 재사회화를 받거나.”
“…너무 어려졌으면?”
“아기들하고 두프씨는…. 아마 샘플로 남길 거 같아요. 아기들은 지금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것 같고, 두프씨는 깰 기미도 안 보이고, 둘 다 실험을 위해서 쓰일 곳이 많다나요. 그리고 나머지 쯔산씨하고 킬리씨 두 분은”

“알립니다. 쯔산 요원과 킬리 박사는 즉시 위원 면담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립….”

“예티의 숨결보다 더욱 차가운 분들께서 운명의 심판대로 집결시키겠다고 하셨다.”
“와우. 이젠 또 뭐가 있는 거냐. 에효, 갈게.”
“잘 갔다 오세요. 행운을 빌어요.”
“죽음의 숨결이 그대한테 빗나가길.”

그는 뒤로 손짓하면서 그대로 뛰어갔다. 하늘의 구름은 아직 걷힐 줄을 모른다.

그가 면담실에 가기 전 마지막 모퉁이에서 돌기 전에, 막 나오려는 누군가와 부딪쳤다. 부딪침과 동시에 둘은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그는 겨우 일어서면서 상대한테 말하려는 순간 상대를 알아보고는 살짝 경직했다. 킬리 박사였다. 그녀의 얼굴에선 아까보단 충혈 기가 많이 갔으나, 여전히 눈물 자국이 남아있었다.

“아….”
“아흐…. 아파…. 아, 진짜 눈을 어따 두고 다니는 거예요!?”
“아, 죄송합니다. 저 근데 면담실은 이쪽이 아닌데요?”
“벌써 갔다 왔어요. 그쪽만 갔다 오면 돼요.”
“네? 벌써요? 거기서 뭐라 말씀하셨는데요?”
“…가보세요.”

그녀는 그를 밀치고 반대편으로 지나갔다. 그는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눈을 거두고 다시 면담실로 향한다. 이윽고 면담실에 도착하니,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면담자-면담대상자 이외엔 출입금지'라고 크게 써진 대문과 양쪽에 덩치가 꽤 듬직한 보안요원 두 명이 굳건히 서 있었다. 전에도 커 보였는데 작아진 지금은 훨씬 더 커 보였다.

“저…. 지금 들어가도 됩니까?”
“잠시 만요. 신분증 좀 확인하구요. …네, 들어가셔도 좋습니다. 쯔산님.”
“킬리씨는 먼저 가신 겁니까?”
“네, 먼저 왔다 가셨습니다. 물론 아시겠지만, 내용에 관해선 얘기해 드릴 수 없습니다. 의원님께서 많이 기다리실 테니 들어가 주시길 바랍니다.”
“네, 그러죠.”

그는 대문을 열고 면담실 안으로 들어간다. 면담실 안에는 요원 한 명과 또 안의 방이 있었으며, 그는 그 방에서 면담을 받아야 한다. 다시 안의 방을 열고 들어가니, 화상으로 전송되는 영상장치에 O5-11의 모습이 보였다. O5는 그가 보이자 굳었던 표정을 살짝 푼다.

“조금 늦었군요.”
“죄송합니다. 좀 먼 데에 있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일단 앉으시죠.”

의외로 살가운 의원의 태도에 그는 속으로 의아해하면서 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자. 일단 제가 당신을 여기로 불러온 이유는 아시겠죠?”
“네. 어쩌면요.”
“일단 당신이나 킬리씨는 이 상황에서 선택권은 없습니다.”

‘…결국 가는 건가.’하고 그는 숨을 짧게 뱉어냈다. 그러고는 다음에 들릴 말을 귀에 힘을 풀고 들으려고 한다.

“당신들은 기억 소거를 할 수 없으며 재단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게 우리 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입니다.”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내가 안 죽는다고?’

“네? 저 실례지만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 특히 반란에 대한 정보 말이죠. 그 정보는 당신들이 기억 소거절차를 거치셔도 없어지질 않을 것이 많았습니다. 사실, 우리 쪽에서도 그렇고요. 또한, 그 정보들을 이용하면, 반란에 대한 정보를 계속 추적할 수 있더군요. 알다시피 이번에 검거된 인원들은 반란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이번에 재단 내 스파이들을 될 수 있는 대로 끌어왔습니다만, 분명 안에 몰래 숨겨놨을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당신들의 직책은 그대로 두되, 추가로 '내부 보안부'란 직책을 추가하여 '내부 보안부' 인원에게 계속 정보를 줄 것을 당부 드립니다.”

‘내부 보안부? 보안부 안에 그런 게 있었나?’

“저…. 내부 보안부라뇨?”
“아, 물론 처음 들었을 겁니다. 간단합니다. 내부 보안부란 말 그대로 보안부 안의 보안부로, 비밀경찰대입니다. 재단 내의 배신자나 스파이를 검열해내는 집단이죠. 당신들은 일단 외부적으론 자기 할 일에 충실히 하는 거지만, 나중에 따로 부르면 몰래 집합해야 합니다. 다만 직접적인 활동은 본 내부 보안부만 할 것이고, 그쪽은 정보수집에만 신경 쓰시면 되겠습니다.”
“어…엄청난 임무를 맡긴 셈이군요.”
“뭐, 그런 거죠. 그럼 나중에 내부 보안부 인원들 리스트는 따로 보내줄 테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내용은 밖으로 유출하면 안 됩니다. 누구한테든 말이죠. 참고로 지금 면담실 밖에 있는 요원들도 사실 내부 보안부에 속해 있습니다.”

그가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옆에 면담기록을 작성하던 서기와 보안요원이 보일 듯 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 외에 다른 사항은 없습니까?”
“음, 그러고 보니 쯔산 요원은 직책이 살짝 바뀌었습니다만.”
“어떻게 말입니까?”
“킬리 박사는 이번에 4등급으로 승진했고, 쯔산 요원은 등급은 그대로 유지하되 킬리 박사 곁에서 비서 겸 보디가드 역할을 하시면 됩니다. 아무래도 서로 활동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따로 혼자 두면 공격당할 상황도 많아질 것이니까요. 이번 일로 둘은 반란한테 이름이 많이 알려졌을 겁니다.”
“…역시 그렇겠죠. 이 난리를 폈으니 언제 공격당해도 무리는 아니겠네요.”
“네. 그러니 둘은 앞으로 함께 활동하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은 짐 정리하고 내일부터 바로 비서로 일할 수 있도록 하세요. 그럼 이만 면담을 끝마치죠.”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O5-11 의원의 미묘한 미소와 함께 영상이 끊어졌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서기와 보안 요원들에게 서로 눈인사를 한다. 그들은 무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살짝 끄덕이고는 다시 기록한 문서로 시선을 옮겼다. 그는 그들한테 간단한 인사라도 하고 싶었으나 그럴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아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면담실을 나서자 바로 자기 개인실로 조금 빠르게 걸어갔다. 내일 바로 비서로 들어가려면 짐을 빨리 싸야만 한다.

발걸음이 생각보다 가벼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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