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케이크 먹고 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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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먹고 갈래?"

뒤에서 들려오는 노래마인의 목소리에 샐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고는 그냥 무심한 듯 힐끔 쳐다봤다.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우리 집에서 케이크 먹자는 거지"

노래마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샐리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재단 일이 아직 남은 걸로 아는데? 네 책상은 서류가 사라지지 않는 걸로 유명하지 않나?"

샐리가 노래마인에게서부터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잠깐의 휴식은 괜찮잖아?"

포옥

"힉!"

샐리는 뒤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에 깜짝 놀랐다. 목에 둘려 있는 가녀린 팔과 어깨에 기대어지는 턱, 등에 느껴지는…
샐리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뭐, 뭐, 뭐 뭐 하는 거야! 여, 여긴 아직 재단이야! 회사라고!"

"샐리"

"으, 응?"

"먹으러 올 거지?"

"모, 모, 모, 몰라!"

꼬옥

"!@$%^@!!!!"

뒤에서 끌어안고 있던 노래마인이 팔에 힘을 더 주자 샐리의 얼굴은 불이라도 날 듯이 더욱 빨개졌고, 그걸 본 노래마인은 키득거리며 뺨과 뺨을 마주 댔다.

"올 거지?"

"아, 아, 아, 아, 아, 알았어!!! 이거 놔줘!!"

그제야 노래마인은 팔에 힘을 풀고 뒤로 한 발짝 물러섰고, 샐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은 채 웅얼거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노래마인은 샐리의 앞으로 가서 마주 앉아서 샐리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앞머리를 쓰다듬으며 뒤로 넘기고는, 이마에 그대로 키스를 했다.

"기대할게"

샐리에게선 아무 대답이 없었다. 웅얼거림까지 멈춘 채.

다만, 그로부터 1시간이 지난 뒤에 샐리를 발견한 한 직원이 어떠한 미동도 없이 굳어있는 그녀를 보고 의무반을 호출한 건 여담이다.


띵-동-

A동 개인 숙소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며 집주인과 손님은 눈이 마주쳤다.

"왔어?"

"넌 아직까지 박사 가운이니?"

"뭐 어때? 들어와."

열린 문으로 들어선 샐리는 옆으로 메고 있던 백을 내려놓으며 거실로 들어섰다.
소파 하나, 티비 하나, 바닥에 깔린 부드러운 카펫과 그 위에 있는 작고 깔끔한 테이블

"…깔끔한?"

샐리는 이상함을 눈치채고 노래마인을 쳐다보았다.

"케이크는?"

"The cake is a lie"

"뭐?"

노래마인은 웃고 있었다.

"The cake is a lie!"

"무슨…"

"네가 진짜로 속을 줄 몰랐어. 샐리"

노래마인은 그녀에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한 걸음씩 다가가며 말했다. 샐리는 그런 노래마인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얼굴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노래마인은 그저 귀엽다는 생각과 함께 한걸음, 또 한걸음, 그렇게 샐리에게 점점 가까이 갔고 그로부터 물러서던 샐리는 다리가 소파에 걸리며 그 위로 앉게 되었다.

"왜, 왜 그래 노래마인?"

바로 앞까지 다가온 노래마인은 계속 웃는 표정으로 이번엔 몸을 숙였고 샐리와는 서로의 얼굴이 2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런 이상하고도 어찌 보면 무서운 상황에서도 가까이 있는 그녀의 얼굴에 샐리는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샐리"

"으응?"

나긋나긋하게 말을 걸어온 노래마인은 샐리의 옆에 앉아서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방금까지 있던 그 긴장스러운 분위기는 어디 갔는지 순식간에 환기시킨 노래마인은 평소와 같은듯하지만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넌 날 항상 노래마인 이라고 불러주지?"

"그야 당연하지."

"당연…"

"응? 방금 뭐라고?"

"아냐아냐"

뭔가 중얼거림을 들은 샐리에게 대충 둘러대던 노래마인은 고개를 어깨에서 뗐고, 그대로 가까이 있는 손을 들어 샐리의 머리를 감싸 자신 쪽으로 당겼다.

"꺄악?!"

깜짝 놀란 샐리의 이마에 닿은 것 역시 이마. 노래마인의 이마였다.

"넌 내 가장 믿음직한 동료야."

아까의 편한 분위기에서 또다시 순식간에 바뀐 분위기. 이번엔 진지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기도 하지."

평소라면 또 부끄러움에 몸을 꼬며 붉어진 얼굴로 당황했을 말이지만 어째선지 이번엔 멀쩡히 있을 수 있었다.

"…너 내 이름을 알긴 아는 거야?"

"응? 아까부터 말했듯 노래…."

"코드 네임 말고. 내 이름."

아.
샐리는 곧바로 노래마인이 하려는 말을 깨달았다.
젊어서부터 재단에 들어오고 재단의 최고관리자 까지 올랐던 그녀. 하지만 실상은 아직 여리고 가여운 소녀일 뿐이다. 어린 나이부터 일에 파묻혀서 친구와 노닥거림도 없이… 한없이 외롭고 외로웠을 소녀.

샐리는 미안함과 애정을 담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레이스"

그러자 노래마인은 그 여리고 맑은 눈으로 샐리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노래마인은 이마를 뗐고, 지금까지 그 어느 때보다 밝고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앞으로도 그렇게 불러줘."

"응……."

노래마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서 안에 있던 조각 케이크 두 개를 꺼냈다.

"아, 케이크"

"내가 케이크 나눠준 사람은 너뿐이야."

"아이고 고맙네 고마워"

샐리는 피식 웃었다. 그래. 오늘 같은 날엔 즐겨야지? 케이크와 함께.

"고마워"

이럴 거면 몰래 술도 사 올걸 그랬네.

"그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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