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Dolce(부드럽게)

그들은 기록보관소의 뒷방 하나에 앉아 있었다. 자인은 카에스틴에게 커피를 만들어주고 본인 몫을 만드는 중이었다. 그는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자인이 만든 무슨 맛인지 알 수 없는 커피는 더더욱 아니었지만, 방금까지 겪었던 긴박함이 다 풀리는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자인이 자기 커피를 들고 자리에 앉아 물었다.

“그래서, 그 루퍼트가 뭐라던가요?”

“O.J는 AWCY의 인원이 맞다고 하더군요. GOC와 싸웠고 그것 때문에 폭발이 일어났다고.”

자인이 싱긋 웃었다. “그게 알아낸 다에요? 내가 그 사이 알아낸 게 훨씬 많은 것 같은데? 문제 하나 낼까요? 그 ‘의지의 승리’가 재단에는 뭐라고 알려져 있을까요?”

카에스틴이 한 손을 장난스럽게 들었다. “SCP-169-KO. 그 정도는 알죠.”

자인이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책상에 놓인 서류철을 열고 문서들을 꺼냈다. “빙고. 훌륭해요. 하지만 SCP-169-KO의 감시 기록에는 흥미로운 게 있더군요. 1985년 5월 15일, 16일, 17일, 18일 이 4일의 감시 기록이 비어 있어요. 격리 담당자는 ‘출장’을 갔고요. 여기에 대해서는 당신의 정보국 친구가 뭐라던가요?”

“어…SCP-169-KO 개체가 하나 더 발견된 거라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들었는데.”

“뭐, 제가 찾아낸 것도 비슷해요.” 자인이 서류 한 장을 큰 소리로 읽었다. ”부록 169-KO-[편집됨]: 1985년 SCP-169-KO 개체가 하나 더 존재하는 것이 [편집됨]에서 발견됨. 이는 유명 연주회에서 공연될 예정이었으며 AWCY의 일원은 SCP-169-KO의 소리를 마이크로 증폭하여 연주회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 이에 재단은 회수 팀을 급파하였으나, GOC가 먼저 도착하여 실패하였다. 자, 봐요. 꽤나 중요한 내용이죠. 격리 중인 것 말고도 동일한 개체가 추가적으로 발견되었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요. 전산화도 안 된 채로 여기까지 올 문서가 아니라는 거죠. 감시 기록도 그렇고.”

“잘 모르겠는데요. 정식 SCP 보고서에는 흥미로운 내용만 담는 경향이 심하다고 하던데.” 카에스틴이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정식 SCP 보고서에는 안 실리죠. 하지만 감시 기록이 고의로 누락되었다면 어떨까요? 한번 검색해봐요.”

카에스틴은 방 구석의 컴퓨터를 켰다. 여긴 뭐 방마다 컴퓨터가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며, 컴퓨터를 켜고, 그는 재단 검색 시스템에 접속했다.

ID: Kaestine
Password:
…Requiring 8-digit Access Code. Please insert the code which corresponds to the following code: 8EAD9BC1

카에스틴은 보안 카드 뒤에 쓰여 있는 암호판을 보고 코드를 입력했다.

4APL5KD7
Please wait…
Access Granted. Welcome, Kaestine.
Redirecting…

검색어를 입력하시오: SCP-169-KO 감시 기록

그는 검색 결과를 쳐다보았다. 자인의 말이 옳았다. 다른 감시 기록들은 모두 전산화되어 열람할 수 있었고, 4시간마다 촬영한 감시 영상의 스틸 샷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인이 말한 기간의 감시 기록은 전부 U 코드가 붙은 채로, 기록보관소에서 열람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도대체 왜 감시 기록을 누락시킨 거죠? 자인 당신의 이론은 뭐에요?”

“제 이론은 말이죠…” 자인이 잠깐 망설였다. “그 때 있던 건 SCP-169-KO였어요. 재단에서 격리하고 있던 거.”

“그러니까 누가 감시 기록을 일부러 없애고 가짜 부록을 만들어서 재단 기록을 조작한 다음, SCP-169-KO를 격리 중에서 빼내서는, 수많은 거물들이 참석하는 연주회에 가져다 놓았다는 거군요. 거기다가 GOC가 그걸 알아차리고 그걸 파괴하러 왔는데 재단이 그걸 다시 확보해서는 재격리했고.”

“비꼬지 말아요. 어쨌든 그게 성공하려면 엄청난 협조가 필요하죠. 격리 담당자들, 정보국, 외무부, 윤리 위원회, 아마 O5 평의회까지. 이건 거대한 작전이었던 거에요.”

“뭘 위한 작전인 건데요? 도대체 왜 이런 작전을 하냐고요?”

“아마도…세계 오컬트 연합을 끌어내기 위한 거였겠죠. 그들과의 전쟁이라던가 뭐 그런 거.”

“글쎄요, 그것 때문에 거물들을 왕창 죽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자인이 짜증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요. 내 보안 등급은 0등급이라고요. 그 작전의 목적을 유추해내려면 어쨌든 더 고급 정보가 필요해요. 당신이 검색해 보는 게 어때요?”

카에스틴이 고개를 저었다. “내 보안 등급은 2등급이에요. 그마저도 완전한 것도 아니고 제한된 거고. 그걸로는 기밀 처리된 문서는 아무것도 접근 못해요. 3등급은 돼야 할 걸요.”

자인이 집게손가락을 책상에 두고 두들겼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차 검색이 유용할 것 같군요. 다양한 관련 키워드를 쳐 보고, 공통으로 있는 사건번호를 찾아보는 거죠. 이 보관소에 그 번호가 있다면…”

카에스틴은 솔직히 말해서, 살짝 감탄을 느꼈다. 진짜로 이 사서는 재단 정보의 바다를 헤엄칠 줄 알았다. 그는 키보드를 두들겼다. SCP-169-KO, 2700건 초과. 거기에 1985년. 762건. 정보국 포함. 31건. AWCY. 18건. 거기에 GOC. 남는 것은… 딱 하나뿐이었다.

“찾았어요. C-12377I01.”

“훌륭해요.” 자인과 그는 방을 나섰고 데스크로 향했다. 모니터 하나에 자인은 12377을 입력했고, 곧 결과가 떴다. “있어요! U-12377R03! 가서 찾아봐요. 카에스틴. 내려가서 서가를 보라고요.”

“뭐, 당신 말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어쨌든 굳이 원한다면 찾아보기는 하죠. 당신은 같이 안 내려가요?”

자인이 전화기를 집어들며 투덜거렸다. “당신이 내 말을 안 믿으니, 내가 증명해 보이죠. 그 연주회에 있던 게 재단에 있던 SCP-169-KO가 맞다는 걸 입증해 보일 테니까, 혼자 내려가서 봐요. 길이나 잃지 말고.”

카에스틴은 피식 웃으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자인은 출장 기록에 나와 있는 격리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쳐다보았다. 카에스틴의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그녀가 생각하기에도 터무니없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만약 진짜로 이게 거대한 음모라면? 거대한 작전이라면?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번호를 누르고, 그녀는 초조하게 신호음을 기다렸다.

“안녕하세요, 제3기록보관소입니다. 제마이어 연구원이신가요?”

“맞습니다만. 무슨 일이죠?”

“1985년에 SCP-169-KO를 담당하셨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5월 15일부터 출장을 가셨더라고요. 그런데 기록이 누락되어 있어서요. 혹시 출장지가 어디신지 기억하시나요?”

“어…” 남자의 망설임이 이어졌다. “그게…..”

“아, 잠시만요. 5월 17일 일지에 SCP-190-KO로 갔다고 되어 있군요. 혹시 여기가 맞나요?”

남자가 안심한 듯 말했다. “네, 네. 맞을 겁니다. 네, 거기에요.”

“네, 감사합니다.” 자인은 웃으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그녀는 차갑게 웃었다. 이 남자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기록에 출장지 따위는 적혀 있지도 않았다. SCP-190-KO, 하늘에서 내리는 피 때문에 출장을 가다니. 차라리 5년 전이어서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게 더 설득력 있었을 텐데. 그녀의 이론은 명료했다. 자인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카에스틴은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아마 보고서의 파편일 그 기록들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천천히, 카에스틴은 다시 문서들을 읽었다.

이 연주회장은 완벽한 목표이다. 오컬트 연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인들이 참석하고 있으며 재단 외무부의 주요 간부도 있다. 여기에 대한 공격이 있다는 정보를 들으면 오컬트 연합에서는 부리나케 달려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임무 수행에 있어 보이는 폭력성은 이들이 폭발을 일으켰다고 믿게 만드는 데 대단히 유리한 요소가 될 것이다. 더 유리한 것은 이 연주회에 참석하는 세계 오컬트 연합 인원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결국 본 작전은 성공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재단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문서는 설계도였다. 대충 보기에는 연주회장의 설계도로 보였고, 지붕과 기둥 곳곳에 붉은 점이 찍혀 있었다. 보기에는, 어떻게 하면 건물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릴 수 있을지 나타내는 듯 보였다. 그 다음 문서는 무장 차량들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다음에는 관객 명단. 그가 보았던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마지막으로는 신분 서류. O.J라는 이니셜과 함께, 정보국 인장. 얼굴도 분명했다. 똑같은 초록색 눈. 붉은색 섞인 갈색 머리카락. 그녀였다.

카에스틴은 비틀거리며 서류들을 움켜쥐고 일어섰다. 그 때 전화기가 울렸다. 그는 열람실 구석의 전화기로 다가가 수화기를 집어들고 정신없이 말했다.

“자인, 자인. 찾은 게 있어요. 아주 중요한 걸. 그 폭발은 재단이 조작한 거였어요. 거기다가….”

그녀를 찾았고요.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도대체-“

“당신의 그 이론이 맞았다고요. 그 폭발은 정보국의 작전이었어요. 그럼-“

“워, 진정해요. 나도 찾은 게 있어요. SCP-169-KO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봤어요. 자기가 어디로 출장을 갔는지도 기억 못하더군요. SCP-190-KO로 출장을 갔느냐고 낚아 보았는데 걸려들었어요. 그 연주회장에 있던 건 재단이 가지고 있던 게 맞아요. 정보국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지금 우린 재단의 최고 기밀 같은 걸 건드린 겁니다. 계속하기는 너무 위험해요. 더 이상 파헤치지 말고 로맨스 속의 여자나 찾고 발 빼요. 내가 지금 찾고 있으니까-“ 자인이 갑자기 말을 멈췄다. “오, 빌어먹을.”

“왜요? 무슨 일이죠? 누구에요?”

“모르는 게 나아요, 카에스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당신은 차라리 모르는 게 낫다고요. 이건-, 젠장, 잠깐만요, 제3기록보관소입니다. 여긴 무슨 일이시죠? 저, 여긴 무슨 일로 오셨-“

전화기 너머로 갑작스레 총성이 울렸다. “자인? 자인?” 전화가 갑작스레 잠잠해졌다. 카에스틴은 수화기를 던지듯이 내려놓고 엘리베이터로 달렸다.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바로 열리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 있다고? 그가 마지막으로 이용했으니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여기 층에 정지해 있어야 했다. 누군가가 위에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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