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잠이 들지 못해 침상에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을 때, 그것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때 그의 눈에 들어왔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들은 잠시 동안 서로를 쳐다봤고 이내 그가 물었다.
"누구야?"
그는 그 말을 하는 동시에 그것이 웃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것은 실제로 웃었다. 그가 재차 물었다.
"이름이 뭐지?"
어쩐지 테일러라는 이름이 그것에게 잘 어울릴 것처럼 느껴졌다. 놀랍게도, 그가 그런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그것이 대답했다.
"테일러."
"왜 찾아왔지?"
재밌을 것 같아서?
"재밌을 것 같아서."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자꾸만 그가 예상하는 대로 행동했다. 잠시 아무 말없이 이 상황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다가 그가 뱉은 말은 이랬다.
"내 마음을 읽을 수 있기라도 한 거야?"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아귀가 들어맞으려면 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것이 그의 말을 반복했다.
"네 마음을 읽을 수 있지."
그제야 그는 그가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단지 상황이 그의 예상대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그것이 정말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인지 구별하는 건 불가능했다. 어느 쪽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다른 쪽의 경우도 가능하게끔 그것에게 먹이를 던져준 셈이다. 대화를 계속하면 할수록 그것은 그를 헤어 나올 수 없는 인식의 늪에 빠뜨릴 것이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말했다.
"너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했어."
그래.
"그래."
"그리고 네가 여기 찾아온 이유는 재밌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했어."
맞아.
"맞아."
"그리고 네 이름이 뭐라고 했지?"
레밍턴.
"레밍턴."
그가 침을 삼켰다. 그것이 그를 향해 웃었다.
"날 죽이지 않을 거지?"
그는 해서는 안될 생각을 하고 말았다.
"아니, 널 죽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