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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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기록 414534-b

서문: 해당 기록은 2011년경 목숨을 잃은 학생 김모군의 그 당시 소지품 중에서 발견된 일기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일부 훼손된 부분이 존재하며, 해석이 불가능한 부분은 편집되었다.

2011/2/6
비가 내리는 시골길의 한복판에 내가 서있었다. 발 쪽을 보니 발이 온통 진흙투성이였다. 주변은 이미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려 주변을 여기저기 둘러봤다. 아무리 봐도 나를 제외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저 멀리서 작은 불빛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길가로 피하려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발을 내려다봤다. 진흙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다시 보니 검은색의 정체모를 무언가였고, 이미 내 발목까지 올라와있었다. 나는 그대로 그 정체모를 불빛에 부딪히고 말았고, 그 후 잠시동안 쓰러져 있다가 꿈에서 깼다.

잠에서 깨니 동생이 내 다리 위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 동생을 아래로 밀어내고 다시 잠을 청했다. 꿈을 이어서 꾸진 않았다.
 
 
2011/2/16
일어났을 땐 주변에 풀밖에 보이는 게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저 멀리 산등성이가 보이긴 했지만, 너무 까마득해 가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졌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거대한 사람의 얼굴들이 보였다. 모든 얼굴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얼굴들은 기괴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얼굴들 가운데에서 갑자기 손이 뻗어 나오더니, 내 등을 어루만졌다. 손이 지나간 자리의 피부는 울룩불룩해지며 점점 부피가 커지가 시작했다. 그 혹은 내 얼굴 앞까지 커졌고, 내가 그것을 보자 그곳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머리가 생겨나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소리를 질렀고 잠에서 깼다.

깨어나니 동생과 엄마가 먼저 깨서 밥을 먹고 있었다.
 
 
2011/2/24
나는 흰색의 침대에 누워있었다. 하늘하늘한 이불이 내 몸을 덮고 있었지만, 왠지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링거 세네개가 내 팔에 꽂혀 있었고, 옆에는 푸른색의 가습기가 틀어져 있었다. 옆쪽을 보았다. 옆에는 침대가 줄줄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는 나와 똑같이 생긴 얼굴의 사람들이 누워있었다. 그런데 옆 침대의 사람들을 자세히 보니, 한쪽 눈이 없거나 양 다리가 없는 등 나와는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다. 멀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상처를 입은 정도가 심각했다. 그떄 갑자기 모든 사람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나를 빤히 바라보던 사람들의 얼굴에서 눈알이 빠져나와 내가 있던 침대 쪽으로 굴러왔다. 내 몸 위에 수백, 수천개의 눈알이 있었다. 모든 눈알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나자마자 온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깨어나고 한 5분 정도 지나서야 겨우 일어날 수 있었다.
 
 
2011/3/5
사방이 온통 흰 색의 공간이었다. 나는 흰색의 십자가에 뉘여져 한쪽 팔이 묶여 있었다. 머리나 다른 팔다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때 꿈인지 모르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천장에서 갑자기 칼날이 내려와 내 묶여 있는 팔쪽에 떨어졌다. 가운데 손가락의 끝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아파서 비명을 지르자 한 3초 정도의 간격으로 계속해서 칼날이 떨어졌다. 쿵쿵쿵. 검지, 중지, 약지가 두마디 정도 잘려나가고 새끼손가락의 끝부분이 떨어져 나가고서야 나는 내가 말을 하면 칼날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터져나오는 울음을 반대 손으로 막으며 참았다. 그렇게 1시간 정도 버티자 묶여있던 팔이 풀려났고, 저 멀리 흰색의 문이 생겨났다. 기쁜 마음에 입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어내자 갑자기 칼날이 다리 위로 떨어져 무릎 아래 다리가 잘려나갔다. 나는 또다시 칼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울음을 참고 문까지 기어갔다. 문을 열자 잠에서 깨어났다.

깨어나니 새벽 3시였고, 온몸에 식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2011/3/13
사방이 온통 검은색의 공간이었다. 나는 붉은 색의 십자가에 양 팔다리가 묶여 있었다. 저번의 꿈과 달리 이번에는 수직으로 똑바로 서있었다. 먼곳을 바라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갑자기 가슴쪽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고개를 내려 바라보니 명치쪽에 주먹만한 구멍이 생기며 그곳에서 벌레가 나와 내 가슴쪽을 갉아먹고 있었다. 분명히 꿈이었지만 모든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벌레들은 내 몸을 찬찬히 갉아먹어갔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벌레는 내 머리와 손, 발을 제외하고 모든 부위를 먹어치운 뒤에 사라졌다. 내가 이제 끝났나 라고 생각할 때 쯤에 저 멀리서 말뚝이 날아왔다. 말뚝은 왼손을 시작으로 오른손, 왼발, 오른발에 차례차례 박혔고, 마지막은 머리에 박혔다. 머리에 말뚝이 박히자 마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다음에도 온 몸이 아팠다.
 
 
2011/3/14

어제랑 같은 꿈을 꿨다.
 
 
2011/3/15
검은색.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나를 하늘에서 보고 있었다. 체감상으로 열 몇 시간정도 지난 뒤 잠에서 깼다.

깨어나니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아마 엄마는 동생을 데리러 갔나보다.

3월 15일을 기점으로 이후의 기록을 찾을 수 없었으며, 이는 김 모군이 사망한 날짜와 일치한다.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 모군은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김 모군은 본인의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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