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밤마실: 옷 차려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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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의 아침은 매일 7시에 도착한다. 아이리스는 그때까지 자기가 샤워를 했는지, 침대 정리를 했는지, 격리실을 깨끗하게 정리했는지를 확인했다. 식판을 가져오는 흰 옷 입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자신만의 원칙이었다.

아이리스는 책상에 앉아 읽다 만 소설을 읽으면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노크 소리가 났을 때, 아이리스는 여자 목소리도 함께 들려서 놀랐다. "저기요? 톰슨양?"

아이리스는 누군지 궁금해하며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인종을 알 수 없는 매력적인 여자가 유쾌하게 웃으면서 서있었다. 여자는 산뜻한 밝은 회색빛 정장 치마와 담청색 와이셔츠를 입었고, 여자의 옷깃에 달린 명찰에는 “애덤스”라는 글자와 람다(λ)에 2가 겹쳐진 문양이 적혀 있었다.

그럼 기동특무부대네. 람다-2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새로 만들어졌나보다.

"아이리스 톰슨?" 여자가 말했다. "안드레아 애덤스라고 해. 내가 너의 특별 경호원이란다. 같이 아침 먹으러 가도 될지 물어보러 왔어."

아이리스는 복도를 위 아래로 훑어봤다. 두 경비원이 복도 끝에서 무기를 어깨에 걸친 채 있었다. 격리 실패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걸로 보였다. 그중 한 명은 아이리스에게 웃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까지 했다

"으음." 아이리스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 여러 규칙들을 어기게 될 텐데요…"

"네 SCP 파일이 오늘 아침에 업데이트 됐어." 애덤스가 말했다. "넌 4등급 특혜를 받았더라고. 많은 사람을 살린 보답으로 말이야."

줄 거면 3주 전에 주지. 사건이 일어난 바로 후였는데. "그러니까 알파-9에 들어가서 이런 상을 받는 거죠?" 아이리스가 말했다.

"아니면 그냥 격리실 안에 있을래? 그냥 빌어먹을 상이나 받아."

"알았어요." 아이리스가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갈까요?"

"잠깐만. 파란색 무균복은 좀 촌스럽잖아. 자 받아." 애덤스가 아이리스에게 플라스틱 쇼핑백을 넘겨줬다. "옷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릴게."


"청바지를 입으니 이상한 기분이 드네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다리에 쫙 달라붙는 것 같아요."

"사이즈를 잘못 봤나?” 애덤스가 물었다. “최근에 신체검사표를 보고 샀는데."

"청바지는 괜찮아요. 9년 동안 청바지를 입지 않아서 그런 걸요." 아이리스가 콕 집어서 말했다. "신발 끈 묶는 법도 까먹었거든요." 특수 격리 절차에 따르면 모든 인간형 개체들은 부드러운 슬리퍼만 신을 수 있다. 신발끈을 빼서 목을 매거나 무기를 만들 기회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아.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나중에 익숙해 질 때가 오겠지." 애덤스가 말했다. 그녀는 제17기지 식당의 문을 열었다. "먼저 들어가 봐."

복잡한 공간 속 대화의 소음은 두 여자가 들어왔다고 잦아들지 않았다. 아이리스의 갱신된 격리 절차를 모두가 본 게 분명했다. 아무도 SCP가 제한 구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놀란 듯이 돌아보지 않았다. 몇 명만이 회색 정장 치마를 입은 매우 매력적인 여자를 쳐다볼 뿐이었다. 그 중 몇 명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적당히 매력적인 여자를 보려고도 했을 것이다.

요원이 자기를 보고 위협적인 행동을 한다 판단하여 총을 뽑아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걸 생각했을 때, 남들이 바라봐주는 것에 안정이 되는 건 이상하게 느껴졌다.

애덤스는 비처럼 쏟아지는 시선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채 카운터로 성큼성큼 걸어가 주황색 식판을 두 개 꺼내 아이리스에게 하나를 주었다. "헤이, 플레임스." 애덤스가 흰색 앞치마를 두른 수염 난 남자에게 말했다. "덴버 오믈렛 스페셜 하나랑." 애덤스가 아이리스를 쳐다봤다. "뭐 먹을래? 내가 살게."

"아. 음." 아이리스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몇 년간 자신이 아침을 고를 기회가 없었다. 아이리스는 이제껏 격리실에 온 여러 메뉴들을 생각해봤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골랐다. "베이글, 크림치즈, 그리고 과일 샐러드로 할래요."

"아, 그래. 아침 메뉴 12번이구나." 수염 난 남자가 말했다. "그건 나한테 말하는 대신, 저기 유럽식 아침 식사용 바에 가서 골라오면 된단다."

“어-어.. 죄송해요.” 아이리스가 웅얼거렸다.

“괜찮아.” 수염난 남자가 유쾌하게 웃었다. “내 식당엔 처음인가 보군, 톰슨 양?”

“…네에.” 아이리스가 초조하게 말했다.

“괜찮다니깐. 나중에 다시 봤음 좋겠군. 혹시 저녁에 다시 오면, 내가 나만의 스페셜 칠리…”

“… SCP-666 1/2의 분노에 걸리고 싶지 않으면 안먹는 게 좋을거야.” 애덤스가 끼어들었다.

“…그런 건 처음 들어보는데요.” 아이리스가 진지하게 물었다. “그런 건 어느 격리 구역에 있어요?”

애덤스와 플레임스는 크게 웃었다.


“좋아요. 그러니까 SCP-666 1/2는… 미칠 듯한 소화 불량이고.” 아이리스가 말했다. “SCP-006-J는 커다란 벌레, 그리고 SCP-095-J는 코믹 샌즈, 또 제가 바보가 되지 않게 알아둬야 할 다른 바보 같은 농담들이 더 있나요?”

“아니, 그 정도만 알면 돼.” 애덤스가 말했다. “너가 기동특무부대에 있을 동안 이런 걸 한 번도 안 들어봤다는 게 놀라운 걸.”

“괴짜들과 많이 지냈거든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 사람들은 주로 포탈이나 하프라이프에 대한 농담을 많이 했죠. ‘SCP-003-λ는 절대 끝나지 않는 변칙적 특성이 있는 비디오 게임이다.’ 뭐 이런거요.“

“흠. 우리 같은 집단도 자신들 만의 집단이나 패거리가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어쩌면 우리같이 큰 집단에겐 별 수 없는 일이려나.”

아이리스는 칼을 들어 크림치즈를 자신의 구운 베이글 위에 펴 발랐다. “그런 것 같네요.”

애덤스가 웃었다. “동의하는 거야? 그럼 너도 재단의 직원이네?”

“제가 언제요?”

“아까. 내가 ‘우리’ 집단이라 했을 때 반대하지 않았잖아.”

"제가 그런 작은 변화도 꼼꼼하게 보는 셜록 같은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죠. 모든 사람이 다른 사람이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진 않을걸요."

“넌 직원들 사이에 떠도는 농담들에도 관심을 가졌잖아.” 애덤스가 지적했다. “그 말은 너가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 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얘기지.”

“그래서 시발 요점이 뭐에요?” 아이리스가 죄 없는 베이글을 물어뜯었다.

“딱히 없어. 그냥 사람들이 나보고 어떤 사람에게 날아오는 총알을 막아 달라 했거든. 그래서 그 사람을 알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애덤스는 오믈렛을 포크로 한 번 떠서 음미해가며 씹었다.

아이리스는 과일 샐러드를 한 입 먹었다.

잠시 침묵이 드리워졌다.

“아마 나에게 질문을 하고 싶겠지. 예를 들면 ‘그래서요?’ 아니면 ‘그러면 어때 보이는데요?’ 같은 걸로.” 애덤스가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워우. 제 생각을 읽기라도 했나 봐요?” 아이리스가 내뱉었다.

“네 격리 파일에 비꼬는 것에 대해선 안 적혀 있었는데.”

“아, 그럼 비꼬지 말고 말해 볼까요.” 아이리스가 칸탈루프1를 포크로 찌르면서 말했다. “당신이 할 일을 하는 한, 전 당신이 저에 대해 뭐라 생각하든 신경 안 써요. 당신은 제 경호원이지, 친구가 아니니깐.”

“어우.” 애덤스가 아이리스를 향해 포크를 까닥거렸다. “내가 친구가 아니면, 그럼 누가 친군데?”

내 모든 친구는 죽었어요. 가 죽였어요

아이리스는 과일 샐러드를 내려다보았다. 어두운 적포도가 아이리스를 올려다보았다.

“그 사람이 그렇게 무서워?” 애덤스가 물었다. 질책하는 어투는 아니었다. 그냥 순수한 호기심과 관심이었다.

아이리스는 눈을 감았다. “그 사람은 마치… 상어의 눈을 본 적 있어요?”

“상어를 본 적도 없는 걸. 적어도 현실에서는.” 애덤스가 말했다.

“저도 없어요. 하지만… 아벨의 눈을 본 적은 있죠… 그리고 만약 상어가 인간이라면 그런 눈을 가졌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런 눈은 마치 시체를 여기에서 지평선까지 흩뿌려놓으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일 사람의 눈이었어요.”

“왜 그랬을지 이해가 간- -”

“아뇨, 이해 못해요.” 아이리스가 가로챘다. “전 아벨이 절 죽일까봐 두렵지는 않았어요. 전 아벨이 그 광경을 보여주려 살려둔 사람 중 한 명일까봐 무서웠어요.”

아이리스는 과일 샐러드를 치웠다. 더는 배고프지가 않았다.

얘기하는 동안 애덤스는 자기 음식을 먹어치웠다. 냅킨을 접어서 식판위에 올려놓은 다음, 조잡한 플라스틱 의자에 등을 기대어 입술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기지 바깥으로 소풍이나 갈래?” 애덤스가 물었다.

아이리스는 웃었다. 그러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잠깐만요. 진심이에요?”

“4등급 특혜를 받으면 제한적으로 기지 바깥 소풍을 갈 수 있어, 재단 보안 인원도 동행해야 하지만. 마침 나도 재단 보안 인원이란 말이지.” 애덤스가 말했다. “좀 기뻐해도 돼. SCP 중에 4등급 특혜를 받은 이들은 많지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 왜 그래애” 애덤스가 말했다. “재밌을 거야. 같이 쇼핑도 하면서 옷도 사고, 같이 키득거리고, 장식품도 차보고, 칵테일도 마셔보고, 남자들에 대해서 수다도 떨고, 게다가 네 보디가드가 아니라 네 친구처럼 행동할 수 있어.”

“.. 알았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남자들에 대해 수다 떠는 건 빼줘요.”


“좋아.” 애덤스가 말했다. “어디 가고 싶은데 있어?”

애덤스는 그새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색 청바지에, 티파니 전등갓2처럼 생긴 민소매 상의를 입고, 무서울 정도로 굽이 높은 검은색 벨벳 구두를 신었다. 아이리스는 저런 걸 신고 다니는 성숙한 여자의 능력, 혹은 주차장에서 파란 스포츠카의 운전석에 기어 들어가는 애덤스의 대담한 자신감이 부러웠다.

“딱히 없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냥 가자는 대로 갈게요.”

“음, 그럼 첫 번째로 옷을 좀 보러 가야겠다. 재단에서 유니폼을 주는 건 알지만, 여자가 위장 전투복이나 전술적 장비를 항상 입고 다닐 순 없잖아. 그 다음엔, 시 외곽에 있는 멋진 바에서 저녁 먹으면 되겠다. 와인 좋아해?”

“사실 술은 몰라요.” 아이리스가 고백했다. “이제까지 술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제가 재단에 왔을 땐 열세 살이었고, 오메가-7이 해체됐을 땐 열다섯 살이었어요. 그 후 9년 동안 격리실에서 보냈고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술은 책에서 본 게 다에요.”

“그럼 21번째 생일파티도 못 해봤겠네?” 애덤스가 물었다.

“음. 아마도요?”

음흉한 미소가 애덤스의 입술에 느리게 퍼졌다. “오늘 저녁에 뭘 해야 할지 뻔히 알 것 같네.” 애덤스가 말했다.


“이런 거 안사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에이. 이런 게 널 돋보이게 해준다니까.”

“싫다고요.” 아이리스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애덤스는 한숨을 쉬고 작은 파란색 홀터 톱을 제자리에 돌려놓았다.

애덤스와 아이리스는 총 3군데를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했고, 그렇게 쌓인 쇼핑백들은, 솔직히 말해 우스꽝스러웠다. 아이리스는 이게 애덤스의 트렁크에 다 들어갈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런 생각은 또 다른 문제를 생각나게 했다.

“이걸 어디다 넣어놔야 하죠? 이걸 전부 다 넣을 큰 옷장이 없는데요.”

“하나 생길걸.” 애덤스가 말했다. “네 격리실이 곧 업그레이드되거든.”

“4등급 특혜로요?”

“고럼. 말 잘 들으라고 주는 당근이랄까.” 애덤스가 카디건 진열대를 뒤적거렸다. “있잖아,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 지금까지 우리가 산 건 ‘평범한 여자’같은 느낌을 주는데, 내가 볼 땐 넌 힙스터 룩도 잘 소화할 것 같아. 뿔테 안경에, 털실 비니에, 타탄 무늬에…”

“전 안경 안 써도 되는데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나도 안 써도 돼, 그렇다고 썼을 때 어울리는 것도 아니지만.” 애덤스가 진열대에서 하얀색 카디건을 빼내 아이리스에게 넘겨주었다. 아이리스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흔들었고, 카디건은 다시 진열대로 되돌아갔다. “여기에 마음에 드는 건 없네. 다른 데로 갈까?”

“좋아요. 어디로 가요?”

“어디보자, 다른 백화점으로 갈 수도 있는데, 평상복은 충분히 산 거 같다.” 애덤스가 웃었다. “이제 정장을 살 때가 된거 같은데.”


“기분이 이상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너 은근 세 보인다.” 애덤스가 말했다.

“도대체 왜 이 주머니들은 막혀있는 거죠?” 아이리스는 자켓 주머니에 손가락을 찔러넣으며 화를 냈다.

“여자 옷은 다 그따구더라.” 애덤스도 불평했다. “나한테 면도날하고 몇 분만 주면 고쳐 줄게. 그렇다고 손수건 말고 다른 건 넣지 마. 라인 다 망치니까… 젠장, 맞다. 지갑. 지갑도 사줘야겠다. 그리고 신발도. 이 짓을 언제 한 번 더 해야겠다…”

아이리스는 숨을 들이켰다. 8시간 동안 매장에 있으면서, 몇 십 개의 옷을 입어보고, 애덤스의 끝나지 않는 패션에 대한 비평과 의견들을 들어주면서, 어린 여자는 이제 지쳤다. 두 사람은 푸드 코트에서 빠른 점심을 먹을 때만 쉬었고, 이외에는 계속 돌아다니면서 쇼핑하기만 했다. 아이리스는 이젠 격리실로 들어가 흐느적대며 들어가 낮잠을 자고 싶었다.

이와 반대로, 애덤스는 원하기만 한다면 하루 종일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 여자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리스가 미래의 패션 박람회에 대한 장황한 말을 흘러 넘기고 있을 때, 익숙하게 생긴 간판이 아이리스 눈에 들어왔다. 아이리스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기, 애덤스?”

“안드레아라 불러줘.” 애덤스가 말했다. “무슨 일이야?”

아이리스의 양손에 쇼핑백이 들려있어서, 아이리스는 턱으로 가게를 가리켰다.

애덤스가 웃었다. “아. 그래, 한 번 가봐.”

“어서오세요, 카메라 셰크입니다.” 카운터 뒤쪽에서 따분한 표정의 10대 소년이 말했다. “뭐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네.” 아이리스가 말했다. 아이리스는 망설임 없이 양손에 들린 쇼핑백을 애덤스에게 넘겨줬다. “폴라로이드 필름은 어디있나요?”

“폴라로이드요?” 여드름이 난 소년이 미심쩍어하며 물었다.

“네.” 아이리스가 말했다. “원 스텝 600 기종의 필름이 필요해요.”

“세상에. 그런 건 취급 안한지 꽤 됐을걸요. 잠시만요, 저희 매니저를 불러올게요.” 그는 의자에서 내려와 뒷문을 열었다. “저기요 그레그씨!” 소년이 소리쳤다.

“응?”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계신 여성분께서 폴라로이드 필름에 대해 물어보시는 데요.”

“기다려봐.” 발을 끄는 소리와 도구가 쨍그랑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격자무늬 셔츠와 인상 깊을 정도로 넓은 수염을 기른 나이든 남자가 뒷문에서 나왔다. “흠, 폴라로이드라? 잠깐 따로 얘기할까요, 아가씨.” 남자가 호의적으로 말했다. “어떤 모델이죠?”

“원 스텝 600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G1이에요.”

“이야 세상에. 꽤나 오래된 건데요.” 나이든 남자가 말했다. “흠, 저희 가게는 폴라로이드가 사장된 2008년부터 600시리즈 필름은 취급하지 않습니다.”

“아아.” 아이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파서블’이라는 회사가 새 상표로 필름 기계와 제작자들을 인수해갔으니, 그 쪽 걸 써보는 게 좋을 겁니다.”

“그럼 그걸 주문해 주실 수 있나요?”

“가능은 합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게 더 쉬울 거에요. 배송 시간도 비슷하고, 더 싸게 살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 괜찮아요.” 나이든 남자가 아이리스에게 친근한 미소를 보냈다. “저야말로 아직도 그 오래된 물건을 쓰는 사람을 만나서 반갑군요.”

“고맙습니다.” 아이리스가 말했다.


애덤스는 아이리스도 궁금해 하는 질문을 차로 돌아왔을 때 물어봤다. “꼭 그 필름이어야 해?”

“저도 몰라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전에 다른 브랜드 필름을 쓴 적이 있긴 해요. 그런데 그땐 전에 쓰던 것만큼 잘 되진 않더라고요. 어쩌면 필름의 질이 안 좋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요.” 아이리스가 조용히 창문 바깥을 바라봤다. 아이리스의 생각은 작고 파란 스포츠카의 뒷좌석에 구겨 넣은 쇼핑백이 무너지는 소리만이 약간 방해했을 뿐이었다.

“있잖아, 내가 네 능력에 대해 제대로 못 들어서 그런데,” 애덤스가 말했다. “카메라 종류를 굳이 따져야해?”

“그것도 모르겠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제 오래된 카메라로는 장면 전체를 컨트롤 할 수 있었어요. 정말 창문처럼요. 다른 카메라는… 변수가 너무 많았어요. 필름의 질, 사진의 선명함, 현상하는 시간… 그나마 폴라로이드가 제일 잘 먹혔어요. 한 가지 가설은 원화를 인화하는 시간이 빠를수록 다루기가 더 쉽다는 거에요.”

“흠, 그러면 폴라로이드가 잘 먹히는 이유가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현상하는 시간이 빨라서 그런 거네?” 애덤스가 생각해보더니 말했다.

“그냥 가설일 뿐이에요. 검증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애덤스는 갑자기 세 차선을 건너면서 유턴을 했고, 화난 운전자들의 경적 소리가 한 차례 울려퍼졌다.

“이런 시발!?” 아이리스가 소리쳤다.

“다시 매장에 가봐야겠다.” 애덤스가 말했다. 턱이 단호함에 꽉 다물어져 있었다.


“어서오세요!” 카키색과 파란색이 섞인 폴로 셔츠를 입은 젋고 명랑한 여자가 말했다. “베스트 바이입ㄴ- -”

“타블렛 PC와 스마트 폰을 사고 싶은데요.” 애덤스가 강압적으로 말했다.

“어… 그러시구나.” 베스트 바이 직원이 더듬으면서 말했다. “어떤 브랜ㄷ- -”

“상관 없어요.” 애덤스는 선글라스를 벗어 불쌍한 직원에게 강한 눈초리를 보냈다. “그냥 100만화소짜리 큰 걸로 주세요.”


“별로 좋은 생각 같지 않은데요.” 아이리스가 신음했다.

“별로. 애초에 윗사람들이 너에게 하라고 했던 거 아니야, 안 그래?” 애덤스는 자동차 지붕 위에 빈 스마트폰 상자를 놓았다. 빈 타블렛 PC 상자 옆이었다.

“그래요, 기동특무부대로 들어오라곤 했죠.” 아이리스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실행되지도 않았잖아요!”

“예비연습이라고 하지 그럼.” 애덤스는 차에서 잠깐 떨어져서 해변을 위 아래로 훑어봤다. 1년 중 이맘때면 해변으론 관광객이 거의 오지 않았다. "좋아, 그럼," 애덤스가 말했다. "한 번 해봐."

“어떻게요!? 셔터 버튼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이건 생긴 게 그냥… 작은 사진들하고 이상한 물체뿐인데요!”

“아, 울고 싶네 진짜… 네가 스마트폰을 본게 이번이 처음이란 걸 자꾸 까먹는다. 이거 누르고, 다음에 이거 눌러. 사진을 찍으려면 여길 터치하고. 알겠지?”

“알았어요.” 아이리스가 중얼거렸다. “갑니다.”

아이리스는 타블렛 PC를 눈 앞까지 들어올리고 애덤스가 가리켜 준 부분을 눌렀다. 어둑해지는 오렌지 빛 석양 속에 플래시의 파란 빛이 파리하게 빛났다.

잠시 후, 애덤스의 차 지붕에 있는 두 곽의 빈 종이 상자의 사진이 화면에 나타났다.

“됐어요.” 아이리스가 미심쩍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어쩌죠?”

“어쩌긴, 한번 해봐. 평소 하던 대로.” 애덤스가 말했다.

아이리스는 마른 침을 삼켰다. 아이리스는 매끄럽고 차가운 유리에 조심스레 손을 가져다 댔다가 순간 움찔했다. “기분이 이상해요.”

“아픈 거야?”

“그 정도 까진 아니고요. 뭐랄까… 꽉 채워진 젖은 모래 속으로 손을 넣으려는 기분이에요.” 아이리스는 심호흠을 하고 더 세게 눌러보았다. 아이리스의 손끝이 잔잔한 물을 통과하는 것처럼 액정을 통과했다. 그와 동시에, 애덤스의 차 앞에 유령같은 손의 형상이 나타나더니, 두 빈 상자를 밀었다.

상자는 그대로 뒤집어졌다.

“잘 했어.” 애덤스가 감탄하면서 말했다. “이러면 좀 편리해지겠네.”

“그만 할래요. 별로 느낌도 좋지 않고요.” 아이리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손끝의 감각이 살짝 없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손을 마주대고 비비는 게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제 오래된 카메라로는 한 박스를 들어 다른 박스 위에 쌓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뭐, 계속 연습해봐.” 애덤스가 말했다. “디지털로도 사용할 수 있으면, 매번 필름을 담아가지고 다닐 필요도 없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죠.” 아이리스는 티셔츠 옷단에 손가락을 문질렀다. “여기에 제가 아직 알지 못한 기능도 있는 거 같은데요.”

“뭐, 실패했다 하더라도, 가지고 놀 장난감을 건진 거 아니겠냐.”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고마워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그래 고맙다. 하지만 유튜브를 보여주기 전까진 그 말을 아끼는 게 좋을걸.”

“유튜브요? 홈 비디오를 올리는 작고 바보 같은 사이트 말하는 거에요?”

“와… 너 정말 오랫동안 격리됐구나.” 애덤스가 웃었다.

애덤스와 아이리스는 박스들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다시 차에 탔다.

“제 능력을 알아낸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걸 가지고 어떻게 사람을 죽일지 얘기하곤 했어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네 심리 검사 보고서에서 네 앞에서 꺼내기 나쁜 주제라고 적혀있으니까, 말하지 않을게.” 애덤스는 백미러를 확인하고 주차장에서 빠져나왔다.

“아아.” 해안 도로를 달릴 때 아이리스는 차창 밖을 바라봤다. “그래요, 거기 사람들은 저보고 사람을 죽이게 하려 했지만, 제가 거절했어요. 제 자신을 격리실에 가뒀죠. 그 사람들이 절 밖으로 끌어내려고 했는데, 오메가-7 사람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어요.”

“네 기동특무부대 사람들이 기지 경비들과 싸웠던 거야?”

“그럼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만족스럽고 행복한 미소가 아이리스에게 생겼다. 그날 애덤스가 처음으로 본 평화로운 감정이었다. “제 격리실 바깥 복도에 바리케이드를 쳐줬어요. O5는 모두 D 계급으로 강등시키겠다고 위협했고, 에이드리언은 엿이나 먹으라고 했어요.”

“에이드리언?” 애덤스는 눈썹을 찌푸렸다.

“에이드리언 앤드류스요.” 아이리스가 말했다. “우리는 그 사람을 'A.A.' 라 불렀어요. 에이드리언은 절 친절하게 대해줘서 마치 큰오빠와 같았어요. 비츠도 그랬어요.”

“비츠…?”

“베아트릭스 매독스. 에이드리언의 약혼녀에요.” 아이리스는 그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해내자 몸을 움찔했다. 아이리스는 고통스러워하며 말을 이었다. “베아트릭스는 죽었어요. 에이드리언도 죽었고요. 어떻게 죽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 일종의 CK급 재구축 시나리오였어요. 하지만 그걸 생각해보려 하면, 뭔가 고통스럽고 슬퍼져요. 그래서 뭔가 끔찍한 거일 것 같아요…”

무언가가 아이리스 눈에 보였다.

애덤스가 핸들을 꽉 붙잡고 있었다. 애덤스의 관절이 하얗게 변해갔다. 연상의 여자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은 멍하고, 단호했다. 어찌 보면, 공허했다.

“…괜찮아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응?” 애덤스가 대답했다. “어, 괜찮아.” 핸들을 잡은 힘을 풀면서 애덤스의 목소리는 매우 침착했다. “자, 도착했다.” 애덤스가 활기찬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들어가면 옷을 갈아입을 수 있을거야.”

“에? 제가 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요?” 아이리스가 물었다.

“왜긴,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클럽 갈거야?”

“클럽…” 아이리스는 당황했다. 이윽고 걱정스러웠다. 그리고 아이리스의 눈에 해변 별장이 들어왔다.

“애덤스?” 아이리스가 물었다. “여기가 지금 어디죠?”


“이건 좋지 않은 생각이 아니라 그냥 나쁜 생각이에요!” 아이리스가 신음했다. “이러면 규칙 몇 가지를 어기게 되는 거라고요. 아마 재단 자원 남용 같은 걸로…”

“만약 요원이 숨어있어야 해서 온다면, 쇼핑 할 때부터 미행했을걸.” 애덤스가 딱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예쁜 여성 두 명이 은신처에 숨죽이고 있는 거 가지고 과소비로 뭐라 하지도 않을 거 같은데.”

“이런 미친 여자를 봤나.” 아이리스가 투덜거렸다. “제가 팀에 들어가기도 전에 강등시키려는 거죠? 절 보호해 주는 거 아니었어요?”

“총알에나 보호해 주지, 나쁜 결정에선 보호해주지 않아. 샤워실은 위층에 있어. 저녁 예약 시간까지 1시간 남았고.” 애덤스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전화번호를 눌렀다.

아이리스는 고개를 흔들고는 화난 듯이 투덜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

애덤스는 창문으로 걸어갔다. 상대방은 벨인 한 번도 채 울리기 전에 전화를 받았다. “클레프입니다.” 반대편의 목소리가 말했다. “용건을 말씀하시죠.”

“애덤스입니다. 상황 보고를 하려고요. 모든 게 괜찮고, 지금까지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계획대로 잘 쉬고 있습니다. SCP-105는 늦어도 내일 정오까지는 다시 격리상태에 들어갈 거에요.”

“거 좋네.” 클레프가 말했다. “어떻게 돼가?”

“아까 말했듯이, 괜찮아요.” 애덤스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괜찮다고요. 우린 다 괜찮아요. 그게 답니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긴 침묵이 있었다. “하, 내일 정오라. 잠옷 파티라도 하려는 건가?”

“엿이나 드세요, 상관 씨.” 애덤스는 전화를 끊었다. 화난 듯한 신음소리로 상관을 향한 불만을 터트리는 데 좀 시간이 필요했다. 잠시 후, 애덤스는 연락처의 다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이건 진짜 나쁜 생각이야. 절대 해피 엔딩으로 끝날 리가 없어.

그럼 저 요원의 총을 뺏어서 쏴버리자. 애초에 바보 같은 짓을 하기로 했으면 그냥 다 망쳐버리자고.

어, 하지만 그거랑 이거랑 좀 다른 종류 같은데.

그렇긴 해. 하지만 이건 죽거나 납치될 가능성이 없어.

애덤스가 어디로 데려가느냐에 따라 안 그럴 수도 있어.

애덤스는 너의 특별 경호원이라고. 어디 가서 칼빵 맞을 장소로 데려가진 않을 것 같아.

좀 복잡한 퇴역 과정일 수도 있어.

그래서 그거 입을거야 말거야?

하아. 알았어.

아이리스는 부츠를 집고 조심스레 발을 집어넣었다.

거울 속에 비치는 여자의 모습은…. 누가 봐도 9년 동안 격리되어서 아직도 평범한 사람의 옷을 소화하지 못하는 여자로 보였다. 굽이 높은 부츠는 아이리스의 무릎을 계속 흔들리게 했다. 치마는 너무 잘 흔들리는 데다가 노출이 심해 보였다. 스카프는 올가미처럼 보여 불쾌했다.

이건 불공평해. 다 입고 나면 당당하고 섹시해보일 줄 알았단 말이야. <귀여운 여자3>가 거짓말했어.

아이리스는 부츠를 벗고 던져버린 다음에 애덤스가 고른 위험한 신발들 사이에서 자신이 사자고 했던 빨간색 캔버스 운동화를 찾을 때까지 쇼핑백을 뒤졌다. 그리고 치마도 청바지로 갈아입었다.

스카프는 갈아입지 않았다. 스카프는 괜찮았으니까.

아이리스는 아래층에서 초인종이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이리스는 얼어붙었다. 아이리스는 조심스럽게 침실 문으로 간 다음, 살짝 문을 열었다.

아이리스는 앞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야!” 애덤스가 말했다. “어떻게든 왔구나!”

“예압!” 처음 듣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래도 우리만 시간 낼 수 있었어. 다른 사람들은 다 바쁘대.”

“말 할게 있어. 놀라진 마. 아이리스가 옷 갈아입고 있거든, 몇 분 안에 밑으로 내려올거야.”

아이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리스는 문을 열고 밑으로 내려갔다.

처음 보는 두 여자가 거실에 있었다. 한 명은 더 크고 포동포동한 게 어머니처럼 자애로운 인상이었다. 옷도 그렇게 입었는데, 편안해 보이는 청바지와 주름 장식이 있는 하늘색 블라우스를 입었다. 다른 여자는 안경을 썼고, 짧은 갈색 곱슬머리를 가졌다. 하얀 블라우스 위에 니트 조끼를 받쳐 입고, 바지는 짙은 갈색이었다.

“이야.” 애덤스가 말했다. “자 여긴 아이리스. 아이리스? 여기는 내 친구인 블레어 로스와 첼시 엘리엇이야.”

“안녕.” 작은 여자(첼시)가 손을 흔들며 수줍게 인사했다. 첼시는 친근감 있지만, 소심해 보이기도 하는 웃음을 보냈다. 타원형 안경은 첼시의 두드러진 코에 잘 얹혀있었다.

“만나서 반가워.” 더 성숙해 보이는 여자(블레어)가 말했다. 블레어는 아이리스에게 친근한 포옹을 했다.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포옹이었다.

“좋아. 모두 친구가 됐구만. 축하하는 데 더 쉬워지겠네.” 애덤스가 말했다.

“…뭘 축하해요?”

“물론 네 스물 한 번째 생일이지!” 애덤스가 말했다. “좀 늦긴 했지만, 모든 소녀들은 한 번 쯤은 받을 필요가 있으니까!”

잠깐의 침묵이 흐르는 동안 세 여자는 방금 들어온 이 새 정보를 이해했다.

“…2차도 가?” 블레어가 조심스레 물었다.

“3차도 간다.” 애덤스가 단호하게 결정을 내렸다.

아이리스는 얼굴이 하얘졌다.


여자들의 밤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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