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가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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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karoff 2021/7/17 (토) 21:31:13 #72416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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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a-3

초르노빌, 그 사고가 일어난 땅은 지금은 도시전설과 괴기현상 목격담, 음모론에 범죄은폐 목적의 유언비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오컬틱한 소재가 대량으로 가득하다. 직접적으로 이야기가 돌게 된 것은 90년대 소비에트 붕괴 후의 이야기로, 어딘가의 SF 작가의 작품과 반(半) 오픈월드 탐섹게임 때문에 가속을 거듭하여, 덕분에 이 땅에서는 오컬트 이야기가 부족할 걱정이 없다. 이제는 그것을 노리고 수집가나 폐허덕후들이 찾는 관광지로서 부흥하고 있다.

호텔 Bar라던가, 불법 캠프에서 술을 마시는 스탈케르 패거리, 웬만한 식당에 가이드 팁까지, 다양한 수단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우리들 워쳐 취향의 이야기를 쓸어담을 수 있는 파라다이스가 거기에 있다.

초르노빌 주변에는 스탈케르 또는 스토커라고 불리는 모험가 겸 보물사냥꾼 같은 패거리가 있다. 초르노빌 곳곳에 숨어들어 사진을 찍거나 루팅을 하는 놈들도 있고, 모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있고, 한 명 내지 복수의 서클이 모여서 초르노빌 주변의 폐허를 누빈다거나, 교외에서 이런저런 스릴을 맛보며 캠핑을 하기도 한다.

초르노빌의 기록을 남긴다고 허가를 받아 활동하는 놈들도 있고, 허가를 받지 않고 위험한 구역에 드나드는 무법자들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초르노빌 곳곳을 돌아다니며 폐허가 된 도시를 탐색하는 놈들이고,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서, "이거다" 싶은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말해주곤 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 중 하나다.

초르노빌에는 두가 3호기, 두가 레이다, 러시안 우드페커, 뭐 그런 이름으로 불리는 초대형 레이다 시설이 있다. 여기는 원래 냉전시대에 구 소련이 대륙간탄도유도탄이나 고고도정찰기 등 전술적으로 "위험한 비행물체"를 관측하기 위해 세운, 길이 250 미터, 높이 100 미터에 달하는 초거대 레이다로, 특수한 펄스파를 방출해서 그것이 반사된 물체를 감지, 유럽 전역을 노려보기 위한 "사우론의 눈"이었다.

이 악명높은 두가 레이다는 당시 유럽의 아마추어 무선가나 단파방송국들의 골칫거리였다. 이놈이 방출하는 정신나간 강력한 펄스파는 넓은 범위에 잡음을 퍼뜨리고, 각지의 무선에 뚜다다다 거리는 잡음을 넣어댔다. 당시 세계적으로 무선 성능에 이놈에 대한 대책이 들어 있었을 정도로, 전세계의 무선가들에게 미움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놈의 악명이 갑자기 탁 꺼지게 되었다. 1989년 12월 일이었다. 그때까지 왕성하게 펄스를 퍼뜨리던 딱따구리가 갑자기 활동을 멈추었고, 초르노빌의 오염을 명목으로 이 근방은 레드존으로 지정되었다.

이 근처에는 아직도 방사능 처리반 대기실이 남아 있기 떄문에, 오염은 분명히 거짓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간에 이것은 아이언 우드페커에서, 철로 만든 우드, 덩치만 큰 나무로 전락했다. 원래라면 이 덩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고, 냉전시대의 잔재로서 헛되이 썩어 무너져갈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여태껏 초르노빌에 자리잡고 있으며,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가동을 정지한 뒤로 더욱 악명을 떨친 것이다.

이 덩치 주위에서, 뭔가 노래 같은 게 들린다는 거다.

karkaroff 2021/7/17 (토) 21:50:05 #72416532


발단은 이 덩치의 꼭대기 끄트머리에서 사진을 찍어 자랑하겠다고 벼르던 어느 한 스탈케르였다. 그놈은 완전히 썩어버린 계단을 올라, 전력도 통하지 않는 미치도록 높은 철의 장막의 끄트머리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 풍경을 지상에서 모험하고 있는 동료 스탈케르에게 무선으로 연락한 것 같다.

흥분해서 경치를 전달하는 무선을 받은 놈은 자기도 두가로 향했는데, 그 가는 도중에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무선에 끼어든 잡음이 노래처럼 되었다고 한다.

이제 들을 일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던 뚜다다다다다 하는 딱따구리 잡음, 그것이 무선에 들어오더니 점차로 강해지고, 그리고 그것은 여성의 노랫소리고 변했다고 한다. 들어본 적 없는 그 노래는 러시아어도 우크라이나어도 아니었고, 머리에 파고드는 듯한 이상한 울림으로 그들을 당황시켰다고.

그리고 그것은 돌연 들리지 않게 되었다. 두 사람은 아는 스탈케르 사이에 그 이야기를 퍼뜨렸다. 이야기는 순식간에 그들 사이로 새어나왔고, 노래를 기록하려는 놈들이 등장했다. 십수 명의 스탈케르 그룹이 녹음기자재를 한 손에 들고, 두가 레이다가 있는 레드존에 들어가서 잡음 속의 노래, 두가의 가희의 노랫소리를 기록하려 했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들의 출발을 목격하거나, 두가로 향하는 그들을 목격한 사람들은 몇 명이나 된다. 수십 명의 그룹이란 스칼테르 집단으로서도 그럭저럭 큰 것으로, 그런 패거리는 필연적으로 남의 눈에 띈다. 그래서 그 녹음하러 가는 녀석들을 본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두가에서 돌아오는 그들을 본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karkaroff 2021/7/17 (토) 22:10:01 #72416532


그리고, 두가의 노래는 산 자를 어딘가로 데려간다는 도시전설이 나돌게 되었다.

어느 스탈케르는 단순히 “제멋대로인 여행객들”이 그 근처에 접근하지 않게 만들기 위한 정부의 음모라고 말했다. 어떤 놈은 두가의 전파가 그 근방에 차원의 구멍을 만들어 거기서 뭔가가 간섭하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소재로서는 훌륭한 것이다. 실재하는 시설에, 수수께끼의 노랫소리, 사라진 집단, 음모론. 충분히 많은 녀석들이 관심을 갖고 이걸 실증하겠답시고 두가로 갔고, 그리고 몇 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색하러 가서 노래를 들은 놈은 몇 없다. 대개 사라지거나, 경치만 촬영하고 돌아오거나, 순찰하는 치안관계자들에게 잡혀오거나, 어쨌든 성과가 나오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드물게 그 목소리를 무선으로 들었다는 놈들이 나온다.

노래를 찾으러 간 것이 아니라, 인근의 군사시설에서 흔적을 뒤지고 있던 2인조가 우연히 그 노래를 녹음했고, 나한테 들려주었다. 그것은 좀처럼 들을 수 없는 딱따구리 잡음, 더이상 들릴 리가 없어진 잡음으로 시작해서, 가냘프게 작은 여성의 노랫소리로 완만하게 변해갔다.

여성이 부르는 노래는 확실히 러시아어도 우크라이나어도 아니었다. 하물며 영어도, 독일어도, 지금 세계 어디에선가 구사되고 있는 어떠한 주요 언어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확실하게 노랫소리였다.

이제는 사어가 된, 옛 러시아에서 구사된 고(古)동슬라브어의 방언, 노브고로드어로 무언가의 재림을 전하고 있었다. 내가 알아들은 내용은 아주 적었고, 단편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무언가 온다는 것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 재림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이 언제 재림하는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다.

초르노빌에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와는 다른 무언가가 지금도 숨죽이고 있다. 이 오염된 폐허의 땅에서 무슨 일인가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재앙일까, 혹은 단순한 오컬티스트의 헛소리로 끝날까?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두가의 노랫소리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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