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오리엔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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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보안부 소속 박강진 요원이라 합니다. 이렇게 늦은 새벽에 긴급호출에 반응하여 나와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아뇨, 긴급상황이 아닙니다. 만약 그런 일이 터졌다면 여러분들은 지금 여기 대강당이 아니라 기지 외곽에 있는 수송차량 차고지로 집결했을겁니다. 저희는 여기서 경비대와 총들고 시간을 벌고 있었을 거고요.

네? 네 김 박사님. 압니다. 박사님 어제 당직 근무셨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압니다. 어제 저랑 같이 섰는데 까먹었을리가요. 근데 이번 일은 그, 박사님보다 좀 높으신 분들이 지시하신 거라서요. 좀 더 말씀드리자면 '많이 높으신 곳'에 계신 분들이 많이 빡치셨답니다. 네. 네 진정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 대충 누가 이 소집을 지시했는지 눈치채셨을 겁니다. 그럼 이제 다들 자리에 착석하고 이야기를 경청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요 근래 사건사고가 많았습니다. 격리 실패까지는 아니더라도 실험 중 멍청한 행동으로 최소 절단상, 최악은 미리 준비해둔 유서만 집으로 배달되는 사태까지 빈번하게 벌어졌습니다. 문제는 이게 연구부서 쪽에서만 일어난 일인가 싶었더니 외무부와 정보부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더군요. 요주의 단체와 접촉중에 발생하는 부상자와 전사자 비율이 미묘하지만 상승하고 있었습니다. 기하급수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연구부서 쪽에서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니 아무래도 높으신 분들께서 뭔가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해당 사건들의 피해자들 정보들을 취합하고 분석하니 뭔가 나온 모양이었고, 보안부와 공학기술지원부에게 SCiP Net 내의 모든 채팅방 로그 수집을 명령하였으며 피해자들의 채팅 로그를 취합하여 지금 제 손에 들려있는 이 문서로 압축이 되었습니다. 주요 내용들을 보겠습니다.

[아, 땅콩이 너무 귀엽지 않냐. 눈만 안감으면 괜찮은데 다음 실험에서 만져보고온다ㅋㅋㅋㅋ]

[땅콩이 인성 개 쓰레기;; 걍 부수면 되는거 아니냐]

[솔직히 682 너무 퇴물 아님?? 슬슬 그 자식 죽이고도 남을 SCP들 수두룩한데 그냥 갈아버리면 안되냐]

[역병의사 개간지 ㅎㄷㄷ;;]

여기 지금 몇 분 찔리실겁니다. 심지어 이 글을 쓴 사람들 중에서는 3등급 요원이나 연구원들도 있어요. 이런 생각으로 어떻게 3등급까지 올라간건지 의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이게 아니죠.

여러분들은 들어오시면서 각종 오리엔테이션들을 받아왔을겁니다. 롬바르디 요원의 오리엔테이션부터 여기계신 연구원분들은 1등급 시절 받았던 오리엔테이션, 행정부 재정팀들은 재정 오리엔테이션, 여기 공돌이- 아니 기술자 분들은 기술 오리엔테이션을 받았을 겁니다. 몇몇 실력 좋으신 분들은 19기지로 가서 클레프 박사의 알찬 세미나도 들었을 겁니다. 심지어는 여러분과 저, 그리고 이미 죽었거나 저 위에 계시는 분들이 입사할때 받았던 신입 안내 가이드도 받았을 겁니다. 그 모든 오리엔테이션들과 세미나들의 공통적 주제가 무엇이었나요.

네, 방심하지 말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방심하지 말자는 단순히 변칙개체를 격리하는 과정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재단 내에 있다면 복도에 걸어다니거나 식당에서 밥먹을 때,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도 통용되는 재단 내 제0의 규칙입니다. 네 거기 연구원님. 그런 규칙 쓰여진 적 없다고요? 당신이 쓴 채팅도 있던데 읽어드릴까요?

하지만 요근래 재단 내의 기강이 많이 해이해졌습니다. 그 증거로 이 문서가 되겠군요. 단순히 신입분들의 치기어린 행위들인줄 알았지만 이게 점차 사건사고로 이어지고 있었으며 2시간 전, 제가 말한 채팅을 친 분들이 SCP-173 정규 실험 중에 한 장난으로 인해 당사자들 포함 8명 사망, 2명 부상이라는 사고를 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분들 SCP-682가지고도 장난치려고 했거든요.

이로 인해 상부에서는 화가 단단히 났고 모든 보안팀에게 재단 내 기강을 다 잡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기지 보안부 팀장으로서 여러분들을 긴급 소집하였고 방금 말한 0 규칙을 포함하여 일장연설을 하고자 합니다.

첫째. 읽으십쇼. 뭔가 상부에서 내려오는 지침같은게 있으면 읽으십쇼. 보고서 작성법부터 재단 표준형 비추천 양식 1040-EZ, 행동 규정 등등. 규칙이나 가이드같으면 그냥 읽으십쇼. 갑자기 뜬금없이 규칙이나 가이드를 왜 읽으라는 건지 당황하셨겠지만 이번 사건의 주인공들도 그렇고 이 채팅의 인물들도 조사해보니 85%이상이 규정과 규칙을 숙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15%요? 친절하게 해당 규정들을 손가락으로 짚어주었는데도 안읽은 분들이었고, 이번 SCP-173 사고를 터트리셨습니다.

둘째. 스스로 하십쇼. 물론 모든일을 끙끙 앓으면서 혼자 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일들은 지양되어야합니다. 하지만 채팅 로그를 보십쇼.

[죽지않는 도마뱀이랑 부끄럼쟁이랑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은데 어떻게 써야하나요.]

[밈이란게 뭔가요?]

[MTF는 무조건 특수부대 출신만 가능한건가요?]

첫번째의 채팅은 논할 가치도 없으니 제외하고 나머지들은 충분히 스스로 찾아볼수 있는 정보들임에도 마치 끊임없이 울부짖으며 밥을 요구하는 아기새마냥 계속해서 채팅방에서 물어봤습니다. 심지어 두번째는 관련 가이드가 있는데도 나왔던 질문이었습니다. 대체로 첫번째 사항과 저촉되는거죠. 네, 안읽었으니까 무작정 물어보는겁니다. 그렇다고 정식 루트로 물어보는게 아닌 채팅으로 물어보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정보 유출은 둘째치고 각종 편견과 과소평가된 내용들이 추가된 정보들로 배우게 됩니다. 그 다음은 SCP-173보고 귀엽다면서 장난이나 치고 진지함따위는 사라지는겁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이번처럼 여러 사건사고가 터지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까지 저만의 기강잡기 이야기였습니다. 저만의-라고 하면 어감이 이상하지만 그래도 이 기지의 보안 팀장인데 이정도로 퉁쳐도 될 정도의 권한은 있겠죠.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네, 거기 경비팀장님. 당직이신데 수고 많으십니다. 네… 아, 관련자 처벌이요? 일단 SCP-173 사고 관련자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이들만 징계하기로 했습니다. 이 문서는 그저 예시로서 들고나온거고 곧 모든 기지 내 게시판에 게시될 예정입니다. 재단 내 통용되는 모든 언어로 번역되어서 말이죠. 무슨 말씀을 하고싶은지 압니다. 하지만 재단은 어디까지나 변칙개체들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입장이지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대해 처벌을 내리는 조직이 아닙니다. 물론 그 일이 반 재단적 행위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건 보안부가 아니라 내부보안부 관할이고요. 너무 겁주지 마십쇼. 아까 손든 연구원 부들부들 떨고 있지않습니까.

네 다음… 네 거기 요원님. 이번에 우수 요원으로 지정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네? 아. 여기 안나온 분들이요. 네 방금 제 팀원들이 전부 신원 파악했고 그 분들은 아마 본부식으로 별도의 교육을 받을 예정입니다. 네? 그냥 낮에 다같이 받으면 되지 굳이 왜 새벽에 이렇게 부르고 두번씩 일하냐고요. 제가 두번 일하는걸 걱정하시는건가요? 하하,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그 분들의 교육은 높으신분들의 의향이 조금 섞여있는 교육이라서 말입니다. 안나오신 분들 채팅로그도 지금 보니까 여기 문서에 적힌 유형들이 있어서 아마 조금 더 '강고한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 예상됩니다. 꼭 비어 있다고는 말씀 못 드릴 어두운 구멍 안에서 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실상은 당사자들만 알겠죠 뭐.

그럼 이 새벽에 모여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나중에 제가 따로 말해서 월말에 여러분들께 별도로 상품지급이나 회식때 부식을 추가로 받을수 있도록 건의해놓겠습니다. 통과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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