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P 재단

세계멸망 생방송!!!

Phillips (목소리만): 하이. 나는 pygmallion07이고 그냥 필립스라 불러도 돼. 다 뒤질 테니까 신상 털려도 상관 없지 뭐. 아직 아무도 없음?

prestooge: 하이. 뭐하는중임

Phillips (목소리): 아, 한 명 들어왔네. 어서 와, prestooge! 포스트에서 좆같이 굴어서 미안하다. 앞으로는— 오, 한 명 더 왔다. 잠만 있어봐. 아직 준비 중이라…

카메라 화면이 들어온다. 다양한 살충제가 선반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

Phillips (목소리): 이게 있거든. 그래서… 한탕 해볼 계획이야. 짜피 별로 살고 싶은 생각도 없고 해서.

prestooge: 걔네 살충제 면역잇슴

Phillips (목소리): 나도 알아. 사실 다는 아니고 대부분임. 그래도 조금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뭐라도 해야 너네들도 보고 재밌어 할 거 아니냐. 적어도… 아니다.

카메라가 창문으로 이동한다. 하늘을 메운 메뚜기 떼가 보인다.

prestooge: 아. 그럼

prestooge: 이거 어떰

prestooge: https://www.wikihow.com/Make-a-Flamethrower

prestooge: :)

Phillips (목소리): 오. 괜찮은데. 위키하우 그는 신인가! (필립스가 카메라를 들고 좌우로 훑으며 작업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마가 정원일 좋아하시거든. 방사기 만들 준비물이 다 있나 모르겠네. 하지만, 라이터가 있단 말씀이야. 그 왜 TV에서 봤잖아. 스프레이 앞에다가 라이터를 갖다 대면…

prestooge: 그게 더 쉽겠네 ㅇㅇ

soulcolor: 아니 ㅅㅂ, 세상이 끝장나는데 마지막 생방을 이런 개쓰레기 사이트에서 함?

Phillips (목소리): 소울 왔구나! 시발,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오네. 그리고 말인데, 다른 사이트들 다 터져서 '개쓰레기' 밖에 못 쓴다. 벌레가 서버 먹어치우거나 한듯?

soulcolor: ㅇㅎ.

prestooge: 지금 화염방사기 만들고 있음

soulcolor: 개쩌네. 아까 군인 한 무더기 봤는데 메새끼들 잡겠다고 총을 쏘고 앉아있더라. 존나 멍청함.

prestooge: 총알은 너무 작은

Phillips (목소리): 하여간 빡대가리들이라니까. 메새끼라. 이제부터 메새끼는 내가 쓴다.

soulcolor: ㅇㅇ. '메새끼의 습격' 이런거.

prestooge: 진짜 하느님이 여덟 번째 재앙으로 건너뛰기라도 했나. 온세상이 이집트다

카메라가 서랍 앞으로 이동한다. 필립스가 서랍 속을 뒤지기 시작한다.

Phillips (목소리): 말 나온 김에, 너넨 지금 이 상황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냐?

soulcolor: 가이아 이론 들어봄?

prestooge: 대자연이 빡쳤다는거?

soulcolor: ㅇㅇ 간단히 말하면 그거임. 기본적으로 지구는 자체 조절 기능이 있음. 근데 인간이 병신짓을 너무 많이 해서 감당을 못하는듯.

Phillips (목소리): 그래서 아예 리셋을 해버려야 한다는 말이네.

prestooge: 흠

필립스가 서랍에서 검은색 라이터를 꺼내 불꽃을 튀긴다. 불이 환하게 켜진다.

Phillips (목소리): 오케, 제일 큰 고비는 넘겼다!

카메라가 살충제로 채워진 선반으로 돌아온다.

Phillips (목소리): 이중에서 하나는 쓸 만 하겠지.

soulcolor: …헤어 스프레이 쓰는 게 제일 나을듯.

Phillips (목소리): 이미 늦었어. 준비되기 전까진 밖에 안 나갈거라.

prestooge: 나같으면 메뚜기한테 뜯어먹히느니 살충제 마심

soulcolor: ㄹㅇ.

필립스가 노란색 살충제 캔을 집어들고 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스프레이 앞에서 불을 켜고 노즐을 누른다. 스프레이에 불이 붙는다. 필립스가 급하게 멈춘다.

Phillips (목소리): 나이스으! 이거지!

soulcolor: 그거 메뚜기한테 쏠거임? 먹힐거라 확신함?

Phillips (목소리): 겠냐. 그냥 해보다 죽는거지 뭐.

soulcolor: 난 죽기 싫은데.

Phillips (목소리): 나도…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야. 근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 어차피 그렇게 좋은 인생도 아니었어.

soulcolor: 흠. 근데 돈 많은 사람들은 삐까번쩍한 아포칼립스 벙커에 들어가 있을까? 나중에 메뚜기들 다 뒤지고 나서 무슨 폴아웃 주인공마냥 밖으로 나오는거지. 멋질듯.

Phillips (목소리): 그래, 뭐. 근데 좀 불공평하지 않냐.

soulcolor: 뭐가?

Phillips (목소리): 우리는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 이유도 없이 죽는 거잖아.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그리고 내 생각인데, LARPA가 일종의 비밀 조직이 아닐까?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있었던거고.

soulcolor: 파라워치 포럼에서 얘기 했었는듯 ㅇㅇ.

Phillips (목소리): 우린 몰랐고 말이지. 어… prestooge? 듣고 있어?

soulcolor: 방에 없는데.

Phillips (목소리): …이러기냐. (한숨을 내쉰다.) 소울, 나 이제 가볼게.

soulcolor: 잘가라…

필립스가 문을 열고 그 너머로 걸어간다. 밖으로 나간 필립스가 메뚜기 떼로 메워진 하늘을 올려다본다. 필립스가 카메라를 떨어뜨리자 일부 메뚜기들이 필립스에게 날아든다.

Phillips (목소리): 다 덤벼!

필립스가 간이 화염방사기를 위로 향하고 메뚜기를 향해 발사한다. 공중에서 불이 붙은 메뚜기들이 쏜살같이 날아들어 필립스를 휘감는다. 필립스가 고통스럽게 비명 지른다. 몇 분 후, 필립스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soulcolor: 이대로 나가긴 좀 그런데.

또 몇 분이 지난다. 결국 카메라는 먼지로 뒤덮인다.

prestooge: 돌아옴 미안 엄마가 조부모님 벙커로 모시는거 도와드리느라 나갔다옴 그리고

prestooge: 아

prestooge: ㅅㅂ

soulcolor: 씨발 진짜였냐?

prestooge: 분위기 파악 못했네 미안

soulcolor: 이제… 난 어떻게 해야 하냐.

prestooge: :(

soulcolor: prestooge?

prestooge: 왜?

soulcolor: 다 끝나고 나중에 벙커 밖으로 나와서 사회 재건이라던가 뭐 그런거 하게 되면, 나 좀 기억해줘라.

prestooge: 그럴게

soulcolor: 고맙다. 잘가라.

prestooge: 잘가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