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적 클라이맥스

GOC 측 대변인: 이게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도대체 모르겠군. 지금 대놓고 UN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항하겠다는 뜻이요?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분명하게 말하겠는데, 우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외무부는 이 일에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 상황에서 우리가 아무것도 되돌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이미 언론에 모든 게 폭로되었고, 여론이 심각하게 들끓어 오르고 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GOC 측 대변인: 아, 여론. 나도 그게 얼마나 심각한지는 압니다. 관련 기사의 리트윗 수가 5만을 넘어섰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지금 기자들이 UN하고 IAEA, NPT 쪽에 얼마나 눈독을 들이는지 알 겁니다. 만약 당신들이 결의안을 통과시켜서 실행에 옮기면, 보나마나 기사가 우르르 쏟아져 나올 거고. 그쪽에서도 더 이상 흙탕물 튀기고 싶지 않을 테니까, 간단하게 끝냅시다. 우리로써도 더 이상 피곤한 상황 벌이고 싶지 않으니, 적당히 타협하자는 거요.

GOC 측 대변인: 그래서, 그쪽이 제안하려는 게 뭐요?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간단하게 합시다. 여기 대충 써왔으니 읽어보시지요.

GOC 측 대변인: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이렇게 물타기 식으로 넘어가겠다는 겁니까?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솔직히 인정합시다. 그 쪽도 P 부서를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신들의 시나리오는 이랬겠죠. 일단 이번 결의안으로 재단을 밀어내 버리고 그 다음에 GOC에서 P 부서를 밀어내버린다 뭐 그런 거였겠죠. 결의안 이행 이후에는 재단이 어떻게든 다시 재기하려고 할 테니까 재단을 이용해서 P 부서를 쳤을테고. 당신들이 미하일 페트로브나에 대한 감청을 시작했던 거 모를 줄 알았습니까?

GOC 측 대변인: 뭐, 나는 거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전혀 없소. 그런데,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이 합의안에 있는 거 말고도 말 할 게 좀 더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뭐, 이렇게만 말해 둡시다. 공동의 적은 빨리 파내는 게 서로 간의 우애를 위해서 좋지 않겠습니까? 그걸로 끝내자는 거죠.

여보세요? 예, 아, 네. 들립니다. 지금 러시아 군에서 핵폭탄을 파내고 있습니다. 네? 아, 들키지 않게 조심하라고요? 뭐 어때요. 제가 재단 외무부 소속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러시아 군 장교이기도 한데. 물론 합의안에 재단 인원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저도 허튼 수작 안 부리고 그냥 지켜보기만 하겠습니다. 뭐라고요? 미하일 페트로브나요? 그 작자는 지금 이제 체포하라는 명령 떨어졌고, 혹시 경찰로는 안 될 수도 있다고 헌병들이 줄줄이 따라갔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뭐 우리 재단은 대충 본전이나 건져서 얌전히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아, 폭탄 나왔네. 야! 그거 저쪽 트럭에 실어. 아니, 그 쪽 말고 저 쪽에. 저기에 특수 용기가 있다고. 아니, 저 쪽이라니까. 어? 이것들이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 (총소리) 이런 빌어먹을! 젠장, 미하일 페트로브나가 군 내에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아무 대비도 안 했던 겁니까! 뭐요? 나는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하라고 했으면서? 어쨌든 지금 핵폭탄에 기폭 장치까지 통째로 넘어갈 판입니다. 지금 당장 지원군을 요청합니다! 지금 당장! 지금 동쪽으로 도주 중입니다! 지원 바람! 지원 바람!

네, 이틀 전에 있었던 충격적인 핵무기 탈취 사건이 오늘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핵무기를 탈취한 혐의로 수배된 미하일 페트로브나가 오늘 시체로 발견된 것입니다. 그는 자신과 함께 다니던 부하들의 총에 맞고 사망했으며, 현재 그 부하들은 사라진 상태입니다. 그의 차에 연결되어 있던 트레일러에서 핵폭탄이 안전하게 회수되었으며, 당국은 페트로브나의 부하들에 대한 추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 이제-“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미하일 페트로브나. 그는 영리하게 핵무기를 훔쳤고, 기폭 장치 역시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든지 테러를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가 자살한 채 발견된 이유가 뭐라고 봅니까?

카에스틴 차장: 글쎄요, 제가 말하는 건 모두 기록되고 채증된다고 들었습니다만.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맞습니다.

카에스틴 차장: 그럼 이렇게만 말해 두겠습니다. 우리가 GOC와 UN에 제시했던 합의안에는 재단이 러시아 정부 내에 인원을 위장해서 들여보내지 않는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정치나 외교라는 건 상대를 속이면서 만족시키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러시아에 있는 위장 인원은 제 생각보다 많더군요. 그 미하일 페트로브나도 최후의 순간에 완전히 걸러내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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