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보낸 하루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고든 소령님. 질문하겠습니다. 당신 팀은 외무성 8층에 도달하는 순간 공격을 받았습니다. 작전이 실패한 원인이 뭐라고 보십니까?

고든 소령: 분명하게도 미하일 페트로브나는 재단이 공격할 가능성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그 다음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고든 소령: 러시아군에서, 어, 거리를 봉쇄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난장판이었지요. 모든 시가전이 그렇기는 하지만.

기동특무부대 카이-17 전투차량 블랙박스 영상기록
X-4: 소령님, 비상입니다! 후퇴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유리창 깨지는 소리)

고든 소령: 젠장, 이런 빌어먹을. 퇴로를 뚫어. 후퇴한다. 약간 구닥다리 같은 말이기는 하지만, 빌어먹을, 반드시 이 빚은 갚아주겠다고!

X-6: 11시 방향에 저격수 포착!

고든 소령: 지금 저격수가 뭔 위협이 된다고 난린가! 러시아군 때문에 벌집이 되게 생겼는데! 무시하고 밟아!

X-6: 저격용 라이플이 아니라 기관총을 사용하고 있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고든 소령: 그럼 저격수도 아니구만 뭘! 그냥 밟으라고!

(약 2분 경과)

X-4: (총성) 9시 방향에 전차 포착! 오, 젠장, 전차 2대가 빠르게 접근 중!

고든 소령: 저것들이 아무리 미쳤어도 시내에서 전차로 공격을 할 리는-(폭발음) 이런 젠장할 (기관총 소리) 쏴! 아주 박살을 내라고! (연속적 노이즈) 당장 (잡음)

(약 8분 경과. 이 동안의 영상은 지나친 잡음으로 기록이 불가능함.)

X-4: (연속적인 총성으로 들리지 않음)리케이드다! 소령님, 거리가 봉쇄되고 있습니(잡음)

고든 소령: 자네들 등 뒤에 있는 그 RPG는 장식용인 줄 아나? 쏴! 있는 대로 다 발포하라고! 바리케이드를 뚫어야 할 것 아닌가! 그리고 X-3, 자네 옆에 있는 그 M4 이리 줘. 이 러시아놈들, 미국제 총으로 제대로 먹여주마! (총성)

X-4: 전군 바리케이드 겨냥해서 RPG 발사해! 교전 개시, 교전 개시!

러시아 방송 속보 영상분
긴급 속보입니다. 현재 기자가 있는 이곳 모스크바는 전쟁터입니다. 정체불명의 군대가 시내를 활보하며 교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현재 거리는 총성으로 가득하고, 이 부대는 RPG나 GP-30 같은 상당한 중화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군에서는 상황을 통제 중이라고 밝힐 뿐, 어떤 정보도 내놓고 있지 않은데, 외무성이 테러를 당한 것인지 여부가- (RPG가 날아옴. 기자 뒤를 지나가 폭발.) 씨발 보도고 나발이고 집어치워! 뭐? 생방송이라고? 뭔 상관이야! 기자 목숨은 뭐 파리 목숨인가! 누가 나 좀 여기서 빼내줘요!

한편 피쉬 박사는 전 인원을 대피시키고 본인은 마스터 통제 시설로 향했다. 외무부는 이런 결정에 매우 당혹스러워했다.

피쉬 박사: 좋아, 여기가 주 패널인가? 여기에 내 코드를 입력하면- (신호음) 진짜 되는구만. 난 거짓말인 줄 알았는데. 재단 만만세. 에, 이걸 누르면 안전장치가 해제되는 거고, 이건 기폭 장치 코드고, 이건-

스페츠나츠 대원, 신원 미상: (알아들을 수 없음. 러시아어로 위협한 것으로 보임.)

피쉬 박사: 음, 일단 지금 러시아어로 뭐라 말해봤자 난 알아듣지도 못할 거고, 두 번째로 이렇게 험악한 상황에서 사람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도 않거든?

(스페츠나츠 대원이 피쉬 박사에게 총을 겨눔.)

피쉬 박사: 오, 무력행사라도 하려고. 그런데 어쩐다. (패널을 조작함. 기계음과 신호음이 이어짐. 웅웅거리는 소리가 울림.) 야, 이거 보이냐? 난 지금 핵무기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너희가 그렇게 가지고 싶어하는 핵무기를 지금 너희 눈앞에서 터뜨려 줄 수 있다는 거다! 당장 안 물러나면 우리 모두 다 한 번에 가는 거야, 오케이?

(스페츠나츠 대원들이 동요함. 머뭇거림.)

피쉬 박사: 왜, 한국어라서 제대로 못 알아듣겠냐? 영어로 해주리? [편집됨], [편집됨], [편집됨]! 허, 가만히 계시겠다? 이걸 확… 야, 당장 안 꺼져? 니네가 그 웃기지도 않는 총을 겨눠봤자, 그 총하고 너네 뼈를 통째로 증발시킬 수 있는 무기가 지금 내 손에 있거든? 그러니까 당장 안 꺼지면 (패널을 조작함. 신호음이 커짐.)

스페츠나츠 대원, 신원 미상: нельзя, нельзя! Ты и мы (잡음. 알아들을 수 없음.)

피쉬 박사: 난 러시아어 못 알아듣는다니까! 당장 물러나, 안 그러면 진짜로 터뜨려 버리겠다고!

(스페츠나츠 부대가 철수하기 시작함. 영상 기록 종료.)

과도한 압박에의 반응은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과도한 압박에 대하여 심각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그 증상은 크게 분노, 돌발행동, 비합리적인 사고, 우울함, 조울증 등으로 다양하게 나뉘어 일반화하기는 힘드나, 공통적으로 본래 인물의 성격과 거의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띄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상담은 크게 통하지 않으며, 긴급한 경우 약물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렇지 아니하다면, 가해지고 있는 압박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런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좋습니다, 피쉬 박사. 먼저 요원 30명 이상이 사망할 수도 있었던 이 공격을, 꽤나 재치 있게 넘겼더군요.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감시카메라 기록들을 검토해 보면 당신은 정신감정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뭐, 어쨌든, 꽤나 괜찮은 생각이었습니다. 연긴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가더군요.

피쉬 박사: 연기라니요? 핵무기 가지고 장난치는 걸 연기라 하나요?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예? 박사? 당신 서류들을 다 읽어본 거 아닙니까?

피쉬 박사: 아니, 도착한 지 1시간도 되기 전에 공격을 받았는데 그거 다 읽어볼 시간이 어디 있어요, 그냥 대충 훑고 말았지.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박사, [데이터 말소]에는 핵무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핵폭탄 자체는 다른 곳에 있고, 그 통제 시설이 [데이터 말소]에 있는 거지요.

피쉬 박사: 에? 그럼 그 마스터 통제 시설에 있던 건 뭐에요? 그게 중요해서 거기다 놓은 거 아니에요?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그건 시설 내 발전기입니다. 그게 꺼지면 핵무기 설비 자체가 무력화되죠. 그러니까 당신은… 스페츠나츠 대원들에게 발전기를 가지고 핵무기라고 사기쳤다는 걸 몰랐다는 겁니까?

피쉬 박사: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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