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이익

피쉬 박사: 에…그러니까 지금 내가 핵무기를 가지고 위협을 했던 게 UN으로 넘어갔다니? UN이 러시아 내부 문제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아무리 GOC라지만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거에요?

카에스틴 차장: 그게 정치지. 자기는 상대를 공격하되 상대는 나를 공격할 수 없게 하라. GOC가 우리와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그 쪽도 우릴 견제하고 싶어 안달이 난 조직인데, 재단이 러시아 내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했다는 건 아주 좋은 먹잇감이지. UN을 내세우면 자기들이 총대를 맬 필요도 없고.

피쉬 박사: 그럼 왜 GOC는 UN 안보리 비밀회담 전에 굳이 만나자는 거죠? 그 쪽이 영향력이 된다면 그냥 UN에서 해결해버리면 그냥 아닌가…

카에스틴 차장: 오, 아주 간단하지. 러시아 내에서 일어난 일이니 P 부서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동시에 UN에서 P 부서한테 발언권을 준다던가 하고 싶지 않으니, 미리 삼자회담으로 처리해 버리겠다는 소리지. 이제 우리는 그 발언의 영향력도 제로로 만들어야 하는 거고.

비공식 삼자회담 속기록 발췌
미하일 페트로브나(정보총국 P 부서 대변해 참석): 이번 사건으로 재단이 통제 불가능한 단체이고, 분명하게 위험성을 심각할 정도로 안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봅니다. 그들은 인류를 지킨다고 주장했지만, 러시아에서 이번에 일어난 일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내정 간섭을 서슴지 않고, 또 자신들의 시설을 공격하자 핵폭탄을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했습니다. 나는 러시아 대통령과 정보총국 P 부서에서 전권을 위임받은 대사로써 이 단체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GOC 대변인: 그 문제는 이미 그들의 내재적인 성질에 있습니다. 재단은 파괴하지 않고 격리합니다. 길들일 수 없는 것을 길들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말이죠. 그들이 위험한 변칙 개체를 무기로 쓰고 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통제 받지 않는 질주는 언제나 위험을 가져옵니다. 나는 여기서 재단의 핵전력을 전부 공개할 것을 즉시 요구하는 바입니다.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일단 여러분 모두 진정해 주십시오. 재단이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든가, SCP를 무기로 쓴다든가 하는 주장은 아무 근거도 없다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러시아에서 있었던 불행한 사태는 기본적으로 러시아가 재단의 인원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서 발생한 것으로써, 어떠한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담당자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입니다. 이는 재단이 의도적으로 행한 일이 전혀 아니었으며, 또한-

미하일 페트로브나: 웃기지도 않는군요. 날 죽이려고 외무성을 공격한 것도 의도적으로 행한 일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겁니까?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일단 그 일 역시 O5 평의회나, 정보국이나, 외무부 어떤 부처에 의해서도 승인된 것이 아니며, 담당자의 독단으로 결정된 일이라는 것을 지적해 두겠습니다. 아울러, 이번 사태는 저희의 책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러시아는 ‘죽음의 손’이나, ‘방황하는 ICBM’ 같은 극도로 위험한 SCP들이 있는 곳이고, 그런 곳에서 저희가 무슨 위험한 일을 벌일 생각이 전혀 없었음을 확실히 해 두겠습니다.

미하일 페트로브나: 결국은 이 일을 덮고 넘어가자, 그거 아닙니까?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아닙니다. GOC 측의 제안대로 저희는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영토에 있는 저희 핵시설을 공개하고, IAEA의 감사를 받을 의향이 있습니다.

미하일 페트로브나: 그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걸 완곡하게 돌려 말하는 걸로 들리는데.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그리고 저희 역시, 지금 P 부서가 상당히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만. 현재 P 부서가 SCP-791-KO 같은 걸 안전하게 격리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할 충분한 예산이 있기나 합니까?

미하일 페트로브나: 이게 지금 러시아 내에서 테러를 일으킨 작자들의 입에서 나올 소립니까!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그러는 P 부서가 언제부터 러시아의 국익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난립니까? 기껏해야 어떻게든 돈이나 더 얻어보려고 그러는 게 뻔히 보이는데.

GOC 대변인: 진정하시죠, 두 분 모두. 좀 나중에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내일 다시 만나도록 하죠.

(회담 1일차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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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림. GOC 측 대변인이 다시 들어옴.)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앉으시죠. P 부서 쪽은 확실히 갔나요?

GOC 측 대변인: 내가 보기에 미하일 페트로브나는 전술에는 능숙해도 그리 외교는 잘 모르는 것 같군요. 원래 외교는 뒷공작이 생명인데.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P 부서 쪽 양반 아닙니까, 다 그렇지요 뭘. 자, 그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 까요. 일단 아시다시피 SCP-791-KO는 대단히 심각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의하실 수밖에 없을 텐데요. 재단으로써는 그 핵무기가 그대로 있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봅니다.

GOC 측 대변인: 그러나, 분명히 우리 회원 일부는 그 보고서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번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태를 보면 더욱 그렇지요. 차라리 그곳에 있는 핵 시설을 없애고 필요한 상황이 되면 핵미사일을 쏘는 방법이 어떻겠습니까? 그게 차라리 더 러시아로써는 받아들이기 쉬울 텐데요.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군요. 더군다나 SCP-791-KO가 꽤 깊이 묻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말이죠.

GOC 측 대변인: 우리 측은 재단의 태도 변화를 기대하고 있고, 또 관계자와 원만히 협의해서 좋은 결론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걸 상기시켜드리지요.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자, 자. 변죽만 울리지 말고 진짜 원하는 걸 말씀하시지요. 우린 당신들의 덫에 그리 쉽게 안 걸립니다. 내가 방금 전 당신이 던진 미끼를 물었으면 보나마나 당신은 안보리에 가서 재단은 핵미사일을 러시아에 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겠지요. 그런 수작 그만 부리고 진짜 협상으로 들어가는 게 어떨까요?

GOC 측 대변인: 좋습니다, 솔직히 말하죠. 당신도 알겠지만, 이번 일로 우리 측에서는 재단을 엿먹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아마 당신네가 생각하는 IAEA 조사는 러시아 핵 시설 하나를 말하는 거겠지만, 우리 중 많은 이들은 재단의 모든 시설을 통틀어서 말하는 거거든요. 나로써도 최대한 그런 걸 걸러내려고 노력을 했지만, 이게 최선입니다. 바로 당신들의 SCP-791-KO에 관한 사안을 우리에게 이관하고, UN 상임이사국 내 모든 재단 시설에 대해 IAEA 감사를 받으시오.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하. 그게 통할 거라고 생각합니까? 당신네가 그런 요구를 할 수 있는 전제는 UN 안보리 비밀회담에서 재단에 대한 제재를 통과시킨다는 거요. 그런데 만약 그 따위 요구를 최종 안으로 내세운다면, 우리는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틀어막을 수밖에 없소. 프랑스라면 아마 우리를 위해 기꺼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 같은데.

GOC 측 대변인: 당신들도 알겠지만, 우리가 UN과는 좀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소. 확신이 없었으면 이렇게 밀어붙이지는 않았지.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이봐요, 뭐 하나 말해줘도 됩니까? 우리도 확신이 없었으면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을 거요. 우린 항상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는다고. 지금 프랑스 대통령이 [편집됨]하고 바람 피운다는 건 알고 있소? 거기다가 [편집됨]하고도 놀아난다니까. 이게 재단이 프랑스를 움직일 수 있는 지렛대 중 하나요.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만 포기하고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게 어떨지.

GOC 측 대변인: 내가 보기에 그 지렛대는 곧 썩어 부러질 것 같은데.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왜, 프랑스 대통령에게 가서 일러바치기라도 하려고? 한 마디 해 두자면, 그 역시 이미 알고 있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뿐이지.

GOC 측 대변인: 내가 당신이라면 그렇게 확신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외무부 UN 국제관계담당관: 무슨 소리요?

GOC 측 대변인: 지금 UN 안전보장이사회 정상회담이 한창 진행 중이거든. 그리고 지금 이 협상을 생중계로 받아보고 있고. 이제 상임이사국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그리고 이렇게 모욕당한 프랑스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아서 판단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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