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쌍방외교의 손길

윤리위원회 조사위원: 시작합시다. 외무부 아시아 국제관계담당관 ███ 맞습니까?

참고인8: 그렇습니다.

조사위원: 카에스틴 차장의 결정에 따라 기동특무부대 카이-17이 이동한 이후, 러시아 정부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말해 주시지요.

참고인8: 뭐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자기네 영토로 완전무장한 부대가 들어왔는데요. 협박, 위협, 욕설 기타 등등. 저희는 정보국이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정보국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타협을 하자고 러시아 정부에 얘기했습니다. IAEA의 조사를 받는다든가, 핵무기 규모를 축소한다든가, 각서를 쓴다든가, 뭐 그런 거로요.

조사위원: 그러니까 결국에는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전략을 취한 거군요, 아닙니까? 정보국이 외무부와의 협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릴 리는 없으니 말입니다.

참고인8: 그렇지요. 사실 저도 카에스틴 차장이 그 결정을 내릴 때 배석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외교와 정치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상대를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속여넘기는 그런 거 말이죠.

조사위원: 그래요? 그런데 러시아 정부가 보인 반응은 어땠습니까? 일반적인 외교와 정치의 묘미에 잘 맞던가요?

참고인8: 에, 뭐. 전혀 아니었지요. 그 빌어먹을 미하일 페트로브나한테 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 만나서 통보받았습니다. 핵 시설 점령하러 스페츠나츠를 파견했다고.

조사위원: 그때 피쉬 박사는 이미 핵 시설에 도착해 있었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참고인8: (어깨를 으쓱함) 빌어먹을 타이밍이었죠.

이후 정보국은 이 사실을 긴급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기동특무부대 카이-17에게 전달하였다. 스페츠나츠에 의해 핵 시설이 점령당하기 전까지 카이-17이 도착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정보국은 본 사안에 대한 결정 권한을 전적으로 고든 소령에게 위임하였다. 핵 시설에 있는 어떠한 방어 체계를 쓰더라도 지켜낼 만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며, 항공병력을 동원하기에는 러시아의 방공망이 매우 견고했기 때문에, 외무부는 본 사안에 대한 결정 권한을 전적으로 피쉬 박사에게 위임하였다.

기동특무부대 카이-17 긴급 회의록 발췌
고든 소령: 이거 참 뭐한 일이군. 어떻게든 우리 핵 시설을 지켜내기는 해야 하는데, 항공병력은 동원하기 힘들고, 시간 내에 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SCPS 엔터프라이즈만 있었으면 무력시위라도 해서 압력을 넣으면 해결될 일이었는데. 자네들은 뭐 의견 없나?

X-4: 지금 상황에서는 가능한 게 없습니다. 정보국에서 계속 업데이트가 들어오고 있는데, 도움 되는 것도 별로 없습니다.

고든 소령: 젠장. (2분간 침묵) 잠깐만.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지?

X-4: 충분합니다. 카에스틴 차장이 유사시에 대비할 충분한 병력을 데려오라고 했으니까요. 러시아군에서 우리를 공격하기라도 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고든 소령: 아니, 그걸 물은 게 아니야. 카에스틴 차장이 유사시라 한 말은 말이지, 바로 여차하면 모스크바를 점령할 수도 있다는 걸세.

X-2: 예? 모스크바를 점령한다고요?

고든 소령: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자네. 현실성을 좀 가지게. 우린 그냥 미하일 페트병인지 뭐시긴지를 잡아 좀 두들겨주고 부대를 물리라고 설득을 하면 되는 거야. 아마 내 M1911이 그 때 유용하게 쓰일 것 같군. 그 미하일이란 작자가 어디 있나? 정보국에서는 뭐라 하던가?

X-4: 지금 모스크바 외무성에 있습니다. 위성 감시로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고든 소령: 좋다! 이렇게 된 이상 모스크바로 간다! 목표는 미하일 페트로브나다!

이후 고든 소령은 필요 병력을 이끌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 신속히 이동하였다. 정보국은 이 결정을 통보받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보안을 최소한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대원들에게 사복을 입고 움직일 것을 요구하였다. 작전팀 █명이 외무성 내부로 진입하였으며, █명은 근처에서 긴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대기하였다.

X-9: 현재 엘리베이터 탑승. 대상의 위치는?

X-6: 8층에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8층 복도 맨 끝방이다.

(신호음)

X-10: 엘리베이터가 곧 도착한다. 작전 개시한다. (갑작스런 총성) 비상, 비상 상황! (기관총 소리) (비명)

X-6: X-10, 보고하라. X-10, 보고하라. 젠장, 비상 상황! 전 대원 이동하라!

한편 피쉬 박사는 스페츠나츠가 이미 공격을 개시한 후에야 외무부에서 보낸 메시지를 받을 수 있었다. 이미 1차 방어벽이 뚫린 상황이었으며, 내부 시설에 대한 공격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다.

[데이터 말소] 핵 시설 감시 카메라 기록 ███-███████
피쉬 박사: (총성) 뭐? 잘 안 들려요! 잘 안 들린다고! 스페츠나츠가 공격하러 오니까 주의하라고? 지금 주의해서 끝날 문제는 절대 아닌 것 같은데? (총성) 머리 숙여요, 머리 숙이라고! (계속적인 잡음) 이거 지금 점령당하기 일보 직전인데! 방어벽이 몇 개나 남았죠?

[편집됨]: 2차 방어벽 거치면 마스터 통제 시설입니다. 지금 당장 전부 2차 방어벽 뒤로 보내고 여기는 포기할까요?

피쉬 박사: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어이쿠! (총성) 일단 자세한 대화는 방어벽 뒤로 가서 하죠! 빨리!

[편집됨]: 알겠습니..아악! ([편집됨]은 이 시점에서 사망)

피쉬 박사: 젠장, 젠장! 이제 어떡한다… 일단 전부 다 2차 방어벽 뒤로 물린다 쳐도 오래는 못 갈 텐데. 어쩔 수 없지! (단말기에 대고) 전 인원에게 알린다. 지금 즉시 시설 밖으로 후퇴하라. 이 시설은 포기한다! (혼잣말로 보임) 나는 지금 당장 마스터 통제 시설로 가야겠군. 이게 통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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