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파일 #ZCK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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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O5-2

제목 : 사건 파일#ZCK666 규약 세피로트 작전 진행 일부 - 사건명 "배신과 구원"

진행 : 20██년 █월 █일 3시 3분~20██년 █월 █일 3시 17분

당시 SCP-001-KO의 활성화로 인한 Z-CK급 세계멸망 시나리오의 발생이 확인되고, 이를 막기 위한 긴급 규약 세피로트가 발동되었다. 이 문서는 규약 세피로트의 가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던 제██지휘기지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자료이자, 우리가 종말을 막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음을 증명하는 징표이다.

A-12구역 K325~350번 카메라 및 보안 화선 녹취 기록

클레프 박사: 넥타이 색 예쁜데? 기지 전체가 빨갛게 삐삐거리는 와중에 파란색 줄무늬라니.

아라 박사: 헛소리 그만하고 빨리 움직여.

클레프 박사: 좋아 거의 다 도착했군. 너는 이대로 쭉 경비 인원들과 중앙통제실로 향해. 곧이어 나도 뒤따라갈테니.

아라 박사: 규약에 따르면 최소 4명의 5등급 인원이 함께-

클레프 박사: 지금 인원 제한같은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바깥에 미치광이 시커먼스들이 돌아다니는 비상상황인데 하나하나 따질 시간 없어! 프란시스, 수신기 잘 들리나?

프란시스 박사: 예, 박사님. 들립니다.

클레프 박사: 좋아, 네 역할이 가장 중요해. 아라 박사가 통제실에 도착해 보안을 풀고 시스템 잠금을 해제하면, 네가 그곳에서 규약을 활성화시켜버려. 그리고 나서는 O5 놈들의 명령질을 듣고 상황에 맞게 행동해. 시스템 상태는 어때?

프란시스 박사: (웅얼거림)

클레프 박사: 뭐라고?

프란시스 박사: 지금 모든 K급 시나리오 대응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Z등급 자아소거제 및 VK등급 기억소거제 분사 설비, 원자로 및 모든 발전 설비 등의 상태가 최상입니다.

아라 박사: 그래, 지금쯤 다른 팀들도 모두 대기 중 일거야.

클레프 박사: 난 이쯤에서 갈라져야겠어.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따르기를. 그리고 프란시스?

프란시스 박사: 예, 박사님.

클레프 박사: 목소리가 마치 어디 아픈 것처럼 들리는데. 어디 아픈가?

프란시스 박사: 아닙니다. 단지 조금 긴장한 것 뿐입니다.

클레프 박사: 조금만 삐끗하면 세상이 망하는 상황에서 긴장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 리 없지. 침착하게 대기해.

프란시스 박사: 알겠습니다.

O5 평의회 직속 명령 전달

현재 SCP 재단, 세계 오컬트 연합과 지평선 구상, 각국 정부들과의 적극적인 논의를 진행 중이다.
재단의 모든 인원들은 다음 임무를 수행하라.

  • 규약 세피로트의 진행
  • SCP-2000을 포함한 모든 타우미엘급 SCP의 확보
  • 4등급 이상 인원의 재량에 따라 현재 상황에 유용하게 사용가능하다고 판단되는 SCP의 확보
  • 현재 무력화시킬 수 있고, 위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으며, 격리가 실패했을때 알파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힐 수 있는 SCP의 무력화
  • 전세계의 언론의 통제권 장악
  • 전세계 국가들의 행정권 확보
  • 현재 외부에 출현한 적대적 변칙 개체들의 신속한 제거
  • 불필요한 D계급 인원 제거

-O5-12

C-11구역 M20~42번 카메라 및 보안 화선 녹취록

케인 교수: 현재 보안 인가 암호열 다운로드 약 60퍼센트. 곧 있으면 암호열이 모두 다운로드될 거다.

아라 박사: 통제실에 도착했을 때 쯤에는 준비될것 같아?

케인 교수: 10분 정도 남았으니까 그때까지는 충분히 다운로드할 수 있네. 클레프 박사와 기어스 박사는 어디가셨나?

아라 박사: 기어스 박사님은 바로 연합이랑 계획 등 다른 세력들과의 회의에 참석하신다고 하셨고, 클레프 박사는 지금 기지 바깥에 있는 괴물들에 대한 대비책으로 보안 시스템을 작동시키러 갔어. 곧 다시 돌아올 거야.

케인 교수: 순조롭구만. 침착한다면 전혀 문제없겠어.

아라 박사: 계속 이렇게 순조롭기만을 바라야지.

K급 시나리오 비상 대책 회의 중[01:55:37~01:56:48]

지금 세상은 유래없는 큰 위기를 대면하고 있습니다. 우리 세계 오컬트 연합과 재단은 힘을 합해 정상성의 붕괴와 인류의 절멸을 막아낼 것입니다. 곧이어 3분 뒤에 지평선 구상의 대표가 도착하면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습니다.
-세계 오컬트 연합 사무차장 알 피네

C-10구역 B20~38번 카메라 및 보안 화선 녹취록

아라 박사: 좋아, 도착했다. 케인, 다운로드는 얼마나 남았어?

케인 교수: 이제 10퍼센트 남았네. 생각보다 조금 더 걸리는군.

(비명 소리와 총기 발포 소리)

아라 박사: 방금 내가 잘못 들은거지?

케인 교수: 분명 클레프 박사가 기지의 보안 시스템을 가동시켰을 텐데. 그 뇌가 없는 괴물들이 그것을 뚫었을 리가 없어.

신원불명: SCP-217의 격리실패가 발생했다! 다수의 재단 인원들이 감염되었다! 빨리 지원을 요청하는-(치직거리는 소리)

아라 박사: 갑자기 이 판국에 웬 SCP-217이야? 217이라면 그 감염되면 로봇처럼 변하는…

(계속되는 발포 소리와 고함)

아라 박사: 프란시스! 보안 카메라로 대체 무슨 일인지 좀 확인해줘!

프란시스: 아무래도 다른 무장 세력이 쳐들어온것 같은데 카메라 다수가 파괴돼서 어떤 조직 소속인지는 알아내기 힘듭니다.

아라 박사: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봐서는 근처 4구역 쪽이야. 아직 암호열 다운로드는 멀었어?

케인 교수: 지금 7퍼센트 남았네. 최대한 빠르게 하려고 노력할 테니 기다리게.

아라 박사: 지금 바로 뒤쪽에서 뭔가가 물밀듯이 쳐들어오고 있는데 기다리기는 무슨-

신원불명: 저기 있다! WAN의 이름으로 놈들에게 천벌을 내려라!

제19기지 상황보고

수신자: 제 01기지 및[데이터 말소]

제목: 긴급 외부 상황

발신자: 제19기지

현재 승인되지 않은 대규모 병력이 19기지를 향해 접근 중입니다. 지금 17기지, 23기지, 122기지를 포함한 28개 기지가 연락두절 상태고, 15기지와 68기지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기지들에 반란 행위가 일어났습니다. 빠른 대책과 지원 요청을-(연락 끊김)

C-10구역 D30~40번 카메라 및 보안 화선 녹취기록 일부

아라 박사: 부서진 신의 교단놈들이 왜 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쳐들어오는 거지?

케인 교수: 침착하게! 만약 우리가 규약을 가동시키면, 저들은 죄다 무신론자로 변해서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네! 지금 겨우 5퍼센트 남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게!

(총소리와 고함소리)

아라 박사: 지금 근처에 경비 인원도 얼마 안남았어! 프란시스! 빨리 어디든지 지원을 요청해봐!

프란시스: 그게…

아라 박사: 프란시스!

프란시스: 지금 이 기지의 거의 모든 구역이 연락두절-(총소리에 묻힘)

아라 박사: 빌어먹을, 대체 여기를 어떻게 쳐들어온 거지? 여기는 기밀 중의 기밀 시설인데?

(비명소리)

신원불명: 종말의 때가 마침내 도래했으니, 이제 그분께서 부서진 몸을 이끌고 이 세상에 내려오시리라!

클레프 박사: 웃기고 있네!

(쿵소리)

클레프 박사: 여기는 내가 엄호한다! 빨리 보안 잠금을 풀어!

(총소리)

케인 교수: 다운로드 98퍼센트! 아라 박사, 지금 준비하게나!

클레프: 이런 젠장, 이것들이-

(총소리와 비명소리)

아라 박사: 클레프!

케인 교수: 전송 100퍼센트 완료. 아라 박사, 지금이네!

아라 박사: 이 개새끼들아, 니들의 그 좆같은 신도 이제 안녕이다!

재단 사령부 긴급 직속 통보

모든 재단 인원에게 알린다. 가니메데 규약을 발동한다. 이 시간 이후로 지평선 구상과의 동맹 작전을 폐기한다. HI를 포함한 모든 종교 관련 세력들을 최고 위험 적대 세력으로 규정한다. HI과 관련된 인원들이 탐지될 시, 상부에 보고하고 즉시 교전하라. 현재 HI의 기습 공격으로 O5 평의회의 대다수 인원과 세계 오컬트 연합의 사무총장 및 양 단체의 다수의 고위 직원이 사망했다. 다시 한번 반복한다. 가니메데 규약을 발동한다. 이 시간 이후로..

C-10구역 D30~40번 카메라 및 보안 화선 녹취록 일부

아라 박사: 뭐야?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지? 프란시스!

프란시스 박사: 미안합니다.

아라 박사: 뭐?

프란시스 박사: 나는 지평선 구상에서 나와서 인류의 안전을 위해 일해왔습니다. 그것이 곧 신의 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케인 교수: 프란시스 자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

프란시스 박사: 정말 미안합니다.

아라 박사: 프란시스 너-

(총소리)

(기록 종료됨)

"종교 문화의 발전 제 13권", 해리 슈나이더 지음, 2004년 출판, 108p에서 일부 발췌"

세계 곳곳의 인류 문화에 항상 빠질 수 없는 '종교'의 특징 중 하나를 뽑자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종교의 사상에는 이 세계의 끝, 일명 '종말의 날'이 표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프란시스는 아라 박사가 부서진 신의 신도들에게 붙잡혀 죽는 장면을 모니터 너머로 끝까지 지켜보았다. 아라의 분노, 당황에 찬 온갖 모욕적인 욕설들과, 곧이어 그것을 멎게 한, 그녀의 미간 정중앙을 관통한 총알 한 발. 프란시스는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케인의 쉰 목소리를 무시했다. 그러나 결코 이어폰을 끄지는 않았다. 마지막까지라도 그가 사랑했던, 또 그가 배신했던 동료들의 말을 듣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때 지평선 구상에서 일했다. 그러나 SCP-1780을 받은 뒤, 그는 계획보다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많은 하느님의 백성들을 보호하고, 어린 양들을 악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서 재단의 시간 변칙 부서에 일하게 되었다. 그는 과거 그가 동료들과 함께 구해냈던 수십만 명의 가여운 생명들을 떠올렸다. 그는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행복한 추억이었어.

그는 재단의 직원이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그는 아담의 후손이자, 하나님의 충성스러운 백성이었다.

위험하고 신의 말씀을 위배하는 부정한 SCP들. 그와 그의 동료들이 이런 SCP들의 부정한 위협을 맞을 때마다 그는 신께 보호해 달라고, 기적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신은 결코 그들을 저버리지 않으셨다.

그가 처음 SCP-001-KO에 대해 들었을때, 그 한때는 신을 의심했다. 그는 신의 전지전능함과 무한함, 위대함을 의심했다. 그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한다.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SCP-001-KO는 Z-CK급 시나리오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이 변칙성과 타락으로 오염된, 이 세상에 내리는 최후의 심판이었다.

모니터에 울리는 현란한 알람들을 그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재단의 여러 기지들에 동시다발적인 반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마도 그와 같은 생각을 한 이들이리라. 그걸 보며 프란시스는 다시금 자신의 믿음을 확신했다.

역겨운 부서진 신의 이교도들이 그의 카메라에 잡혔다. 냄새나는 깡통을 숭배하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이곳의 정보를 흘린 것은 다름 아닌 프란시스 자신이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에게 신성모독적인 이 규약을 막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음을 상기시키고, 그의 선택에 대해 신께 용서를 빌었다.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우주의 엔트로피 역순환이니, 에너지 모순이니 어려운 말로 해봤자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이 세상의 종말. 그는 기도를 시작했다. 절망적인 선택을 하고, 신의 권능을 감히 의심한 자신을 용서해 달라 빌고, 신께 감히 도전했던 자신의 동료들을 부디 가엽게 여겨 구원해달라고 빌었다.

고개들 들자 책상 위의 성경이 눈에 띄었다. 아라 박사가 SCP-001-KO의 존재를 알게 된 후 머지않아 분노에 가득 차 신성모독적인 단어들을 휘갈겨 놓은 책이었다. 표지에는 큼지막한 붉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좆까 사기꾼 새끼야.

프란시스는 그 불경한 책을 치울까 고민했지만, 결국 무시하고 계속 기도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하느님 아버지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시어
당신을 우리의 아버지라 부르게 하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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