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자기 격리실의 푹신한 매트리스 위에 기대 앉아 있었다. 머리는 공기가 빠져 형편없는 상태의 베개 뭉치에 놓여 있었고, 살균한 흰 리넨은 여전히 몸 아래에 고이 접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일기를 집어들었고, 딱딱한 가죽은 그의 손에 친숙하게 느껴졌다. 그는 가장 최근 '환자'에 대해 다룬 최신 기록을 검토하고 있었다. 집돼지 말이다. 질병에 대해서는 잘 규명되어 있었고 그의 현 모형에 부합하는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불쌍한 것은 그에게 보내지기 전에 '안락사'당한 뒤였다. 그래도, 궁극적으로 이는 사소한 장애물에 불과했다.
바깥의 복도에서는 사이렌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아주 특이한 일은 아니었다. 몇 분 전에는 불빛이 깜빡거렸다. 그건… 좀 평소같지 않았다. 그의 방 반대쪽 벽이 부식하기 시작했다. 이거야말로, 정말 확실하게, 평소같지 않은 일이었다. 벽 건너편에서 소리치는 게 들렸다. 거칠지는 않고, 오히려 꿀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였다. "지금 가는 중이야, 자기. 자유롭게 해줄게, 그러면 우린 함께 이 끔찍한 곳을 떠날 수 있어." 남자의 목소리였고, 높은 가성이었다.
"이곳은 내 방이고, 내 생각에 당신과 함께 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이곳이 얼마나 편안한지는 알고 있는 겁니까?"
몇 번의 빠른 타격에 남아 있는 녹아내리던 것들이 부서져 나갔고, 오렌지색 점프슈트와 흰 자기 가면을 쓴 사람의 모습이 대부분 드러나 보였다. "당신 돌아다니면서 벽을 파괴했군요…" 그가 방문자의 팔에서 악취가 진동하는 살덩어리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냉정하게 보면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당신이 그 남자를 죽였다는 것도 꽤나 확실해 보이는군요."
"자기, 내 달콤한, 달콤한 사랑. 나에게로 와, 날 꼭 안아줘. 당신의 손길이 그립다고." 몸뚱이의 부들부들거리던 다리가 비틀거리며 앞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주인은 비극적인 표정의 모습으로 변했다. "당신을 찾는 데 너무 오래 걸렸어, 그놈들이 당신을 숨겨놓았지, 그 괴물들이. 날 만져줘 내 구세주, 자기, 그리고 저 인간들 중 한 명도. 치료해줘. 치료해주고, 내가 그 몸을 입을 수 있게 해줘, 내 사랑스런 의사선생님." 이제는 골격이라기보다는 아교에 가까워 보이는 시체의 다리뼈들이 땅에 닿는 충격으로 접혔다. 가면의 숙주는 용해되고 있는 시체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땅에 털썩 쓰러졌고, 팔들과 목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
의사는 일기를 닫고, 가방에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나요? 전… 전 마치 당신을 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이 검은 액체는, 그러나, 흥미로웠다. 그는 가방에서 겉으로 보기엔 유리와 비슷해 보이는 물질로 된 플라스크를 꺼냈다. 몸을 숙이고 그는 조심스럽게 머리 꼭대기를 잡아서는, 숙주의 목을 비스듬히 움직이고 분비물을 담기 위해 플라스크를 그 밑에 가져다 댔다. 그는 이렇게 우아할 정도로 파괴적인 무언가를 전에 접해 본 적이 없었다. 분명히 이런 이국적인 시약은 그의 치료약을 더 정제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날 기억 못하는 거야, 자기? 날 만지고, 안아주고, 내… 유체를 모았던 걸 기억 못 하는거야? 이건 전에도 해봤어, 자기. 기억 안 나? 이게 첫 번째야. 당신 약의 첫 번째 재료." 의사의 몸이 굳었으나, 이것이 분비물을 플라스크에 놓치지 않고 담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생각해 낼 수조차 없는 과거를 찾으려 그의 마음이 내달렸기 때문인지 자신도 말할 수 없었다. 검은 분비물을 담고 있는 플라스크는 부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그럴지를 알고 있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만약 당신이 말하는 게 진짜라면, 그럼, 이 플라스크는, 내가 만든거지, 그랬나? 내가 당신을 연구했던가? 그럼 확실히…" 그는 머리를 놓았고, 소름끼치는 으드득 소리와 함께 머리가 땅에 부딪혔다. 몸을 일으키고 그는 잽싸게 책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조심스레, 그는 플라스크를 내려놓고 그 옆에 가방을 놓았다. 다시 한번 일기를 꺼내들었다. 그는 첫 장, 가장 처음 쓴 페이지를 열어 젖히고, 이… 무언가가 말하는 게 진짜인지 알기 위해 기록을 뒤졌다.
"내 사랑스러운 천재 의사선생님, 당연히 당신이 만들었지. 당신은 똑똑한 사람이잖아, 알면서. 당신의 해결책은…" 놀랍게도 아직까지 멀쩡한 시체의 후두가 감탄한 듯 웃기 시작했다. "당신의 치료약은 당신 생각보다 더 효과적이었다니까, 선생님. 딱 한 명의 환자, 나한테 필요한 건 그것뿐이야. 빠져나온 죄수들 대부분에게 우리의 간수들을 막으라고 명령하기는 했어. 하지만 그들은 약하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움직여야만 해, 빨리 말이야 자기." 목소리가 바뀌면서, 더 자연스러운 바리톤으로 내려왔다. "밖에 너. 이제 들어와."
의사는 공포에 질리고 못박힌 듯이, 자신의 일기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벽을 여전히 게걸스럽게 삼키고 있는 부식성의 액체를 만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선, 불안감에 찬 여자를 보지 못했다. 콧물이 흐르고 있었다 -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하면 언제나 그랬다. 그녀는 전전긍긍하며 서 있었고, 그녀의 눈은 감방 동료의 녹아내리는 무더기와 어떻게 그녀를 구할 수 있을지 알고 있는 아름다운 가면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누워, 저기, 침대 위에. 눈을 감고 숨을 들이쉬라고. 여기 박사님이, 너한테 있는 이상을 말끔히 고치실 테니까." 여자가 따랐다. 애원하는 듯한 가성이 돌아왔다. "쟨 준비되었어, 자기야. 필요하다면 잘 살펴보라고, 그녀는 아파! 아프다고!"
그가 들었다 하더라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손이 바삐 움직이며 페이지를 넘겼고 꼼꼼한 눈은 글자를 샅샅이 뒤졌다. 이렇게 오래 전 기록을 살펴보아야 했던 것은 정말 오래 전 일이었다. 방금 가져온 그 플라스크의 상세한 스케치와 도식이 있었다. 이것만으로는 그의 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는 페이지의 흘려 쓴 글씨를 한 글자도 읽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분명히 자신이 쓴 글씨였음에도 아무것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읽을 수 있는 페이지를 찾을 때까지 그는 페이지들을 미친 듯이 넘겼다.
총소리가 희미하고 불분명하게 났고, 짧은 일제 사격이 그에 맞받았다. "빨리! 필요한 건 다 알고 있잖아, 선생님! 이 여자는 죽을 정도로 아파! 보살펴 주라고!" 목소리가 약간 달아올랐다. 연약한 목은 망가지기 시작하고 있었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부식성의 유체만큼이나 진하게, 입에서 절박감이 전해져 나왔다.
병리학에 대한 완벽한 세부 사항들, 증상들, 그는 그것들을 최대한 기억할 수 있는 만큼 끝없이 마음 속에서 숙고해 왔다. 다시 글자들에 집중하면서, 그는 거의 일분 동안 글자들을 훑다가 좌절감에 일기를 홱 닫아버렸다. 빌어먹을. 그의 수술에 대한 기록들, 다시 살펴볼 필요가 없는 것들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일기는 다시 한 번 그의 손가락에서 떨어져 가방으로 들어갔다. 결국,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의 과업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총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렸고 이번에는 약간 더 가까웠다. 그는 숨을 가라앉히고 아픈 채로 떨면서 그의 침대에 누워 있는 여자에게 시선을 던졌다. 방해받지 않고 그녀를 구하려면 빨리 작업해야 했다.
MTF 세타-g "수술실 직원"이 [데이터 말소]에 있는 사령부에 한 개의 암호화된 메시지를 보냈다. 빠진 부분은 제19기지 송신기의 손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전문은 아래와 같다.
…반복한다, 공-삼-오가 [데이터 손실] 분비물에 면역인 듯한 살아 있는 몸뚱아리에 빙의하고 있다. 특무부대 대부분은 그 목소리를 몇 분 동안 들으면서 [데이터 손실] 되었다. 우리는 집중적으로 공격받고 있다. 빌어먹을 정말 많네, 그놈들 때문에 여기 숨었다. [데이터 손실]…일한 기회는 이동해서 핵탄..[남은 데이터 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