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와 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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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 한대가 시골길을 내달려 도착한 곳은 잘 숨겨진 건물이였다. 여기저기 페인트가 벗겨진 콘크리트 벽 끝에 카드를 가져다 대자 조용하게 비밀 문이 열린다.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엘레베이터는 깔끔하고 조용하게 남자를 아래로 이끌었다.

문이 열립니다.

훅 하고 지하 특유의 눅눅한 공기가 몸을 짓눌렀다. 남자 다음에 엘레베이터에 몸을 실은 여자가 그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곧장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여직원 하나가 활기찬 목소리로 묻는다.

"어디서 오셨나요?"

"여긴 다른 곳보다 더 초조하네요."

"네?" 직원은 당황한 듯 펼쳐놓은 책자를 뒤진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네네. 천천히 하세요."

직원은 여기저기를 꼼꼼히 살펴보고서야 다시금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칼 세르비온Carl Serbion 존재학부 행정처리관 님. 방문 확인되셨습니다. 요청하신 문서부터 열람하시겠습니까?"

세르비온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C-103구역의 임시 사무구역에 가셔서 비어있는 자리에 단말기 이용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가시면서 주의사항 다시 한번 숙지해주시고요."

직원이 좌측으로 길게 늘어선 복도를 가리킨다. 세르비온은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보고는 그쪽으로 향했다.

"제171기지는 열람에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파일과 관련된 업무를 한층 더 안전하고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구역이 30개.. 크게도 만들어놨네. 고작 특수 문서 열람하는것 가지고 돈낭비하기는."

안내 책자에 적힌 내용이였다. 그가 방금 읽은 내용 밑으로는 주의사항이 굵은 글씨로 관심을 끈다.

"문제가 발생하면 보안팀 즉시 호출.. 보안 시스템 변경 불가능.." 등등 죄다 뻔한 것들이다. 세르비온은 책자를 대충 접어 양복주머니에 욱여넣고는 벽의 표시를 읽는다. "C-103" 하마터면 지나칠 뻔했다. 그는 걸음을 돌려 구역 내부로 향했다. 직원이 말해준대로 비어있는 조그마한 사무공간에 들어가서 문을 잠구고 컴퓨터를 부팅했다.

"새 기지라 좋기는 좋네."

몇초만에 컴퓨터가 켜지고 SCiP.Net으로 연결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차에서 개인 단말기로 읽던 문서 몇개가 튀어나왔다. 그는 그것들을 무시하고 검색창을 킨다. '3-7-4-0-보-고-서' 배정된 기지 컴퓨터에서는 검색도 되지않던 파일이 나타났다.


경고! 본 파일은 심각한 수준의 인지재해 및 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적합한 방어기제 없이 노출되었을 시에는 즉시 밈 전문가 또는 존재학부 인원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일련번호: SCP-ᕩ

등급: 없음(None)

특수 격리 절차: SCP-ᕩ는 없다. 특수한 경우에만 존재하기에 그 경우의 조건격에 속하는 요소를 이곳에 기록하고 격리하는 것으로 모든 절차를 대신한다.

해당 문서의 열람은 알파급 보안체계를 가진 단말기에서만 열람이 가능합니다.

설명: SCP-ᕩ는 일련의 개념을 거치면 연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둥그렇다, 빨갛다, 과일이다, 주먹만하다, 가을에 익는다 »사과) 관념/정보이다. 관념의 이해는 무의식적으로 SCP-ᕩ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하며 공간에 표류하는 SCP-ᕩ의 정보를 당신의 근처로 뭉친다. 이후 약 1~2분 사이에 대상은 비물질 상태의 SCP-ᕩ를 인지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게된다.

SCP-ᕩ는 당신을 현실에서 지우기 위해(존재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또 자신이 계속 존재하기 위해 자신과 당신의 인과를 늘린다. SCP-ᕩ의 특징 중 하나로 인과의 부재가 있다. 그 결과로 모든 사건은 원인과 결과, 그 중간 과정의 순서가 바뀌거나 아예 사라질 수 있다. 다른 특징으로 당신을 죽인다.

방어 기제를 갖춘 실험 참가자들은 모ㄷㅑㅐㅈ더ㅐ


"그— 러니까. 어떤 멍청씨가 보안화해야할 개념들을 전부 이 글에 써놓고 ᕩ한테 뒤졌다는 말이지? 정확히는 그래, 존재하지 않게되었다." 세르비온은 혼잣말로 대충 상황을 정리하고는 편집창을 열어 내용은 전부 삭제했다.

"그냥 보고서를 다시쓰면 될일이잖아? 참 내 이 짓을 하려고 여기까지 와서말이야—"

세르비온은 화면에 보고서 몇개를 더 띄우고 몇가지 특징을 정리했다. 연구원이였을 때의 경험으로 보고서 쓰기는 자신 있는 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가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 그리고 정보라고 불리우는 것들 뿐이였지만 그는 그게 흑발의 동양인 여성이라는 것을 이해한다. 키는 자신과 20cm정도 차이가 나고 블라우스가 달린 스웨터를 입고있다.

"너 안 덥니?"

"저 추위 잘 타는거 알잖아요."

이 또한 세르비온은 이미 이해하고 있다.

"그냥 물어봤어." 그는 화면에 무언가를 쓴 뒤 다시 그녀 쪽을 바라본다. "언제 왔어?"

"한참— 아니 방금 전에요."

"..눈치 없어서 미안하네."

"방금 왔다는데 웬 사과?"

세르비온은 "음.."이라며 대충 얼버무리고는 손목시계를 확인한다. "이런, 점심시간 다 지났네."

"그러니까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본거잖아요?"

"아. 3분 정도? 아니 너 때문에 10분."

"저 때문에?"

"하늘, 살인, 철학."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이 머릿속에 퍼져나가며 한데 뭉치기 시작한다.

"무슨 말이예요?"라고 말하는 여자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이미 이해했다는 것을, 세르비온은 이미 이해했다. "이해 했잖아? 비존재는 비논리정합적인 것들의 이해도 훨씬 쉽다던데."

그가 정리한 자료를 SCP-ᕩ의 편집창에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키보드 치는 소리가 사무실 안을 울린다.

"그리고- 확산, 행위, 언어." 다시금 무언가 거대한 것이 연상되기 시작한다. 재단 추상복합 방어기제가 머릿속에서 작동을 시작하고, 정신 한구석의 관념 하나를 발견한다.

"에이 장난치지 마요." 여자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사무실 책상 위를 빠르게 눈으로 훑고 가위를 찾아 손을 뻗는다. 가위를 잡는 과정은 생략되고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가위가 들려있다. "결과." 세르비온이 중얼거린다.

"원인과 결과가 바뀐다.. 그리고 가위라니, 너 너무 뻔한 거. 알고있어?"

결과가 원인이되어 그를 덮친다. 무언가 존재하지 않았던 작용에 의해, 와이셔츠가 찢긴다. 양복 주머니에 들어있던 안내 책자가 잘려 바닥에 툭 떨어졌다.

"상상, 그리고 검정색."

세르비온은 빈 공간 속의 정보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곧 이 신기한 경험도 끝나네." 부들거리던 여자가 마침내 그의 목을 노려 달려든다. "전설." 명령을 받은 방어기제가 능동적으로 SCP-ᕩ의 이해를 공격한다.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할 거대한 생각과 정보가 마침내 세르비온의 머릿속에 완벽히 연상된다. 그녀는 이해한다.

곧 방어기제가 세르비온의 머릿속에서 SCP-ᕩ의 이해를 완벽히 게워낸다. 가위의 날이 그의 목에 박히지만 세르비온은 더 이상 그것을 이해할 수 없다. 주변의 다른 모든 존재들도 그러했다. 책상, 단말기, 책자, 지구, 현실은 더 이상 SCP-ᕩ의 행동을 인지할 수 없다. 말도 안 되니까. 결국 세르비온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거 정말 말도 안되는거 알지? 결국 11분이나 걸렸잖아."

화면의 마우스가 저장 버튼을 누른다. "하긴, 無와 有는 한 장 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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