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록 2474.1
평가: +2+x

50/03/04 UST 0623h, 착륙선 #B02가 플랫폼 1의 수송기구역에서 발진했다. 해당 발진은 다른 누군가에게 허가된 적이 없었다. 시스템 로그 분석 결과 해당 착륙선은 접근제어 권한이 직접 조작된 상태였으며, 조작 과정에는 변칙적 수단1이 개입했다고 추정된다. 보안카메라 영상 역시 비슷한 일을 겪은 상태였으나, 현장 인원 추적 시스템에서 회수한 데이터에서는 착륙선 #B02는 적어도 인원 1명이 탑승한 채로 뉴샴발라 정거장을 떠났다고 나타났다. 한 명이 사라졌는데도 당시 뉴샴발라 정거장의 총 인원 수는 그대로였다.

해당 모듈은 2시간 43분 동안 위치 추적이 가능했다가, 모듈 안쪽에서 양방향 무선송신을 두절시키며 추적이 끊어졌다. 이 착륙선의 항로와 기동특무부대 로-19 대원들의 추후 증언으로 미루어 보아, 해당 착륙선은 이르니니산 정상 혹은 그 근처에 착륙했다고 추정된다. 무단 발진한 이 착륙선은 당시 플랫폼 1 및 2의 수선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뉴샴발라 정거장의 보안 직원들에게 감지되지도 후속 조치를 당하지도 않았다.

착륙선 #A12는 0700h에, #A13은 곧바로 그 다음에 발진하였다. #A12는 아만니사 카심 박사가 탑승하여 자의로 해당 모듈을 발진시켰으며, #A13에는 수하스 쿠마란 박사, 사라 위틀록 박사, 팡위안더 하사와 인공지능 시스템 마누-13이 탑승하였다. 두 모듈들은 모두 이르니니산 정상 쪽으로 나아갔다.

카심 박사 쪽의 무선 교신은 0744h에 돌연 두절되었다. 해당 시각은 박사가 SCP-2474로 돌입한 시점으로 추정된다. 착륙선 #A13은 이후 단방향 영상 및 음성 데이터를 2시간 2분 동안 전송하다가, 그 다음 1시간 31분 동안은 단방향 음성 데이터만을 전송하였다.

이하는 뉴샴발라 정거장 상에서 기록한, 회수된 송신 내용의 녹취록 및 덧붙여 기록한 관련 데이터이다.


<기록 시작>

착륙선 #A13의 외부 카메라가 켜진다. 카메라가 천천히 좌우로 돌아가며 아래의 풍경을 비춘다. 아래의 땅은 지구 기준으로 볼 때 황량하다. 평평한 고원들과 크게 갈라지는 석판들이, 전부 칙칙한 주황색을 띠고 온 천지에 널렸다.

카메라의 시선이 더 아래로 내려간다. 목표 지점으로 갈수록 석판들은 형태가 더 규칙적으로, 배열이 더 기하학적으로 바뀌어 간다. 하얀 물질들이 뚜렷이 줄무늬지어 지표면에 퍼졌다.

목표 지점 몇백 미터 아래에서 석판은, 건축해둔 테라스나 단[壇]처럼 생겼다. 멀리서 원형 패턴이 반복되는 모습이 보인다. 지표면에 수공으로 새겨진 형태로, 그 하얀 물질과 금성의 바위로만 이루어진 띠들이 동심원을 지었다.

카메라가 돌아가며 착륙선의 위치를 보여준다. 똑같은 원형 패턴들을 띤 화려한 발코니가 화면에 비친다. 더 자세한 모습은 시각 필터링 소프트웨어로 가려지고, 그 부분들을 덮은 모자이크 효과의 자잘한 픽셀들이 계속해서 움직인다. 저 가까이서 #12로 보이는 다른 착륙선이 보인다.

착륙선 뒤로 사원처럼 생긴 구조물들이 또렷이 보인다. 비슷하게들 생긴 발코니들이 훨씬 더 높은 곳에 돌출되어 나왔다. 카메라 앵글 때문에 구조물의 크기 및 높이는 짐작하기 어렵다. 구조물의 보이는 부분들은 하얀 물질 일색이며, 기하적 패턴이 그 표면 전체로 퍼져 가면서 점점 더 복잡해진다.

카메라가 다시 발코니를 비춘다. 구조물로 들어가는 커다란 입구가 보인다. 높이는 4m, 너비도 4m 정도이다. 탄샨 제4형 지표면 탐사복Surface Exploration Body(SEB) 하나의 발자국이 입구로 들어간다. 나오는 흔적은 없다.

2분 뒤 카메라가 꺼지고, SEB #1, #3, #6이 착륙선에서 나온다.

쿠마란: 여기는 수하스, 통신 확인. 그리고 슈트도 확인, 나중에 딴 말 말고.

팡: 기다리십시오, 아직 진단 중입니다.

팡: 예, 됐습니다. 카메라 켜지고 바이탈 문제 없습니다.

위틀록: 상동입니다, 대장님.

쿠마란: 좋아. 마누, 내 말 들리나?

마누-13: 깃털처럼 가볍게 들리네요, 쿠마란 박사님. 가시기 전에 중요하게 말씀드릴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여러분의 슈트가 처리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인식재해 필터링 시스템을 한 번도 끊어지지 않고 구동하기는 어렵습니다.

위틀록: 이런 안돼. 그럼 어느 정도 "안 끊고" 구동할 수 있지?

마누-13: 3시간 16분입니다.

쿠마란: 대책은 다 챙겨놓고 하는 말이겠지, 마누?

마누-13: 네. 제가 여러분께 신호를 보낼 수 있는 한은 제가 소프트웨어의 자리를 채우고 시각 피드를 수동 필터링할 수 있습니다. 안 될 때라면 착륙선에서 소프트웨어를 원격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이 작업을 3시간 16분마다 한 번씩 하기만 하면 여러분은 안전해요.

쿠마란: 계획이 다 있군. 카심 박사는? 그 슈트까지 연결할 수 있나?

마누-13: 카심 박사님의 슈트와 연결이 강하지 않아 유의미한 작업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쿠마란: 그렇군. 그럼 기간 안에 카심한테 가까이 가서, 슈트를 우리 슈트에 연결해서 네가 패치하는 건 가능하나?

마누-13: 그런 건 가능해요, 쿠마란 박사님.

쿠마란: 좋아. 카심은 얼마나 멀리 있지?

마누-13: 여러분의 인터페이스에 카심 박사님 중계기를 추가했습니다. 여기서 203m 떨어진 곳에 있어요.

팡: 보인다. 빠르게 움직입니다.

위틀록: 그럼 빨리 가야죠.

쿠마란: 기억하자고. 카심한테 도착해서 안전한지 확인하고 나면, 바로 그 뼉다구 친구를 붙잡으러 가야 해.

팡: 그 다음엔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시려나 봅니다.

쿠마란: 그렇지, 하사.

팡: …알겠습니다.

위틀록: 알았어요, 신사 여러분. 가자고요, 시간은 흐르니까.

세 사람이 구조물의 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세 SEB 모두의 카메라 피드가 움직인다. 위틀록 박사가 앞장선다. 입구는 더 많은 하얀 돌로 이루어졌다. 부대가 접근하면서 머리 위로 커다란 원형 아치가 어렴풋이 보인다. 가까이서 보니 아치는 다른 기하학적 디자인을 띠는데, 교차하는 원과 갖가지 크기의 정사각형이 테셀레이션으로 붙어서 맞물리는 톱니처럼 생긴 복잡한 다면체 모을 이루었다. 더 자세한 모습은 역시 시각 필터링 소프트웨어로 가려졌다.

위틀록: 우와. 이야. 진짜야? 2474를 실제로. 고글 벗고 봤으면 더 멋졌겠네.

쿠마란: 확실히… 인상 깊게 생겼지. 너무 오래 보지 마.

팡: 안쪽이 좁습니다. 일렬종대로 갑니다. 제가 맨 앞으로. 다들 불 켭시다.

낮인데도 통로 문턱 안쪽으로는 빛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바깥에서 볼 때 안쪽은 완전히 캄캄하다. 부대는 각자 SEB에 전면 및 후면 헤드라이트를 켠 채로, 팡 하사, 쿠마란 박사, 위틀록 박사 순서로 통로로 들어간다. 헤드라이트 빛이 안의 벽을 비추며 입구의 테셀레이션 패턴이 통로로 내려가면서 그대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이 지점부터 안쪽은 순수하게 하얀 돌로만 이루어진 모습이다.

위틀록 박사가 휘파람을 분다.

위틀록: 멋져요.

팡: 패턴이 원래 움직이는 건가? 머리가 지끈거리는군.

마누-13: 불가피한 사항이었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쿠마란: 이 정도는 버텨야 해, 하사. 엄살 떨진 말라고.

위틀록 박사가 싱긋 웃는다.

팡: 완벽합니다. 이 정도로 사기가 높아서야, 엎어지면 목적지에 코 박겠습니다.

부대가 통로를 8분 동안 따라간다.

쿠마란: 마누, 우리 얼마나 왔나? 오만 데가 다 똑같이 생겼구만.

마누-13: 지금까지 착륙선에서 122미터 진행했어요. 카심 박사님은 190미터 거리에 있습니다.

위틀록: 스플라인은?

마누-13: 불명이네요.

위틀록: 흔적이라도 없어? 슈트에서 신호가 나온다거나? 열은? 진짜 아무것도?

마누-13: 불명입니다.

위틀록: 와, 나 그 자식 싫어지려 한다.

팡: 지금 와서 말입니까?

8분 뒤, 통로가 커다란 방으로 나온다. 내부 형태는 거의 정육면체이며, 각 변 길이는 대략 50m 정도이다. 각 네 변에 정사각형 통로가 뚫렸고, 그 문 또한 대략 높이 4m, 너비 4m이다. 각각은 서로 아주 똑같은 모습이다. 방 중앙에 정사각형 연단이 있는데, 똑같은 크기의 구멍이 났으며 아래쪽으로 다른 공간이 보인다. 6m 너비의 완만한 경사로가 반시계 방향으로 벽을 타고 올라가는데, 그 끝에는 천장에 뚫린 정사각형 구멍이 또 보인다. 방 전체를 앞에서 본 똑같은 톱니 테셀레이션 패턴이 덮은 상태다.

위틀록: 잠시만요, 이거 샘플 좀 수집할게요.

쿠마란: 오래 끌지 마.

위틀록 박사가 가까운 벽으로 다가가 돌조각을 긁어내고, SEB의 샘플 칸에 저장한다.

팡: 그래서 이건 무슨 물질입니까? 대리석?

위틀록: 아뇨, 금성에선 온도랑 압력 때문에 방해석은 살아남질 못해요. 이건 대개는 철이랑 황이 섞인 규산염이네요.

쿠마란: 그건 탐사선에서 벌써 다 분석한 사실이야. 이곳이 변칙존재가 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텐데 말이지.

팡: 좋습니다 박사님들, 둘 다 똑똑하신 분들 아닙니까. 저는 이게 궁금합니다. 이 터널들이 어떻게 딱 우리 슈트들이 들어갈 만큼 크게 지어진 겁니까?

쿠마란: 글쎄. 지은 사람들이 딱 똑같은 크기여서 그랬을 수도 있고. 대기 환경 때문에 여기서 움직일 수 있고 지각 있는 생물이, 이만큼만 크고 이만큼만 작으라는 생리적 한계에 부닥쳤을 수도 있겠지. 너무 작으면 압력 때문에 짜부라지고, 너무 크면 아예 움직이지 못하게 되거든.

위틀록: 그래도 기묘해요. 아까 한 번 몸 돌리다가 슈트가 옆으로 긁힐 뻔한 적 있었어요.

팡: 이건 어떻습니까. 혹시 우리가 찾아오라고 이렇게 디자인하지는 않았을까?

쿠마란: 그럴 리가. 100년은 더 전부터 우리가 알던 곳이야.

위틀록: 쿠마란 박사님이 그러시니까 놀랍네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변칙존재 아니에요?

마누-13: 카심 박사가 수신 범위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계속 이동합니다. 박사님을 찾으려면 세 분 모두 빨리 움직여야 해요. 아래쪽으로 가 보죠.

부대가 연단의 구멍으로 팡 하사부터 내려간다. 카메라에 앞의 방과 똑같이 생긴 또다른 방이 비친다. 대원들이 아까 방에서 경사로를 타고 천장까지 올라온 듯한 모양새다.

다음 52분 동안 세 사람은 똑같은 복도와 정육면체 방을 7개 지나가면서 이르니니산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한편 카심 박사는 중계기 데이터 상 구조물 아래쪽으로 빠르게 가속하며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난다.

부대가 나아가는 동안 SEB의 자이로스코프에서는, 통로가 아래로 기울어져 지평면과 거의 45도 각도가 졌다고 나타낸다. 이를 눈치채거나 언급한 이는 아무도 없으며, 부대는 정상으로 계속 나아간다.

통로 중간쯤에서, 위틀록 박사가 멈춰선다.

위틀록: 잠깐. 우리 지금 같은 곳을 돌고 있어요.

팡: 확실하나? 하나같이 똑같이 생겼긴 하다만.

위틀록: 확실해요. 왼쪽으로 네 번 돌았잖아요. 마누?

마누-13: 지금까지 계속 들어온 입구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카심 박사님이 있는 쪽으로만 걸으셨는걸요들.

위틀록: 뭐? 아냐, 그럴 리가. 지금 똑같은 데 왔다니까.

팡: 엣씨피 안이야. 충분히 일어날 법한 일일 텐데.

위틀록: 알아요, 잘. 그래도 지금 저 말고 조금이라도 당황스러운 사람 없는 거예요?

쿠마란: 사라, 기분이 불편해도 상관은 없어. 하지만 어떻게 위험할진 다 알았잖아. 자네가 자원해서 온 곳이야.

위틀록: 저 - 전 여기가 싫어요. 그뿐이에요. 아니 애초에, 이런 곳을 누가 뭐하러 지었죠? 건물에는 용도가 있어야 하잖아요. 목적이 있어야죠. 여긴 없잖아요!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고 끝도 없이!

쿠마란: 말 좀 들어, 사라. 자네 지금 너무 흥분했어. 그만해. 심호흡 좀 하고, 계속 가보자고.

위틀록: 네… 네. 그래요. 알았어요.

팡: 무사히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쿠마란: 두말하면 잔소리. 마누, 우리가 어떻게 가고 있는진 전부 써내려갔겠지?

마누-13: 네 박사님, 다 써내려갔어요. 또 써올라가고, 써좌로가고, 써우로가고 전부 완료했습니다.

팡: 역시 활기차네. 좋아, 마음에 들어.

쿠마란: 위틀록 박사, 우린 임무 속에 뛰어든 상태야. 훈련을 다 거친 사람들이고. 다만 그래도 이상한 점 보고 말을 해준 건 좋다고 생각해. 기록이란 그럴 때 필요하니까.

위틀록: …로저, 박사님. 참 - 참아볼게요.

세 사람이 또 다른 방으로 들어가고, 카심의 신호를 쫓아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팡: 그래, 이건 확실히 느낌이 새롭습니다.

쿠마란: 나만 그런 느낌 아니지? 뭔가 달라졌어.

팡: 벽이 좀 넓어져 보입니다.

쿠마란: 아니, 공간 구성은 여태하고 똑같아. 착시 현상으로 예상한다만. 마누, 들리나? 필터는 아직 무사해?

마누-13: 이상 없어요, 박사님. 벽의 패턴이 달라졌습니다. 소프트웨어는 벌써 증가된 부하에도 견딜 만하도록 업데이트해뒀어요.

팡: 증가된… 부하? 흠. 위틀록 박사, 발견한 차이점 혹시 없나?

팡: 위틀록 박사?

팡: 사라?

위틀록: 나… 익숙한 곳이에요. 전에 본 적 있어요.

쿠마란: 사라 - 뭐라고?

위틀록: 본 적 있다고요. 이 벽들. 딱 이 모습이었어, 이네들이 어떻게 -

쿠마란: 아, 망할. 정신 차려! 사라! 마누, 사라의 시각을 차단할 수 있나?

마누-13: SEB 내부의 건강한 사람에게 감각 입력을 비활성화하면 문제가 될 수-

팡: 차단해! 내가 명령한다, 마누!

위틀록: 봐야 돼, 직접 봐야 해, 이 고글 어떻게 벗지.

마누-13: 요청 확인. SEB #6의 시각을 비활성화합니다.

팡: 무슨 제발 씨발, 차단하라고!

쿠마란: 사라! 사라! 말 좀 들어! 진짜가 아냐!

위틀록: 벽지! 우주선의 벽지야! 신이여, 저게 우리를 본다고!

방에 있던 벽들이 갑자기 위틀록 박사의 카메라로 쑤욱 다가온다. 마누-13이 위틀록 박사의 내부 시각 피드를 끄고 덮어쓰기 및 증명 코드를 발동하지만, 이를 미처 끝내기 전에 위틀록 박사의 SEB에서 시각 인식재해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수동으로 비활성화된다.

동시에 쿠마란 박사의 팡 하사의 시각 피드가 시각 필터링 때문에 극심하게 왜곡된다. 이 때문에 이 시점의 사건들은 카메라 피드의 자료로는 자세한 정황을 정확하게 추론할 수 없다. 다만 자이로스코프와 마이크로폰의 자료로 미루어 보아, 주위가 지진으로 몹시 흔들리며 SCP-2474의 내부구조가 급변화했다고 추정된다. 팡 하사가 헛구역질한다. SEB 내부에서 생물학적 오염이 감지된다.

위틀록: 말도 안 돼. 어떻게 알았지, 전혀 눈치 못 챘어. 난 왜 이렇게 작지?

마누-13: 상황을 말씀드린다면 -

팡: 닥쳐! 우린 지금 닷곱장님이야, 정신까지 나가기 전에 빠져나갈 곳을 찾아!

마누-13: 왼쪽 벽에 구멍이 있습니다. 거기서 땅이 더 안정되어 보여요. 그쪽으로 이동하세요.

위틀록: 집이야, 그런데 벽이 왜 이리 크지?

마누-13: 계속 앞으로. 조금만 왼쪽으로요, 쿠마란 박사님. 정말 죄송합니다. 계속 가세요, 하사님. 계속 가야 해요.

위틀록: 이건 앞뒤가 안 맞는 곳이야!

팡 하사와 쿠마란 박사가 마누-13의 지시를 따라 움직인다. 지진이 더욱 격렬해진다. 한 시점에 위틀록 박사의 SEB가 지평면과 90도 각도를 이루었다고 나타난다.

위틀록: 앞이 안 보여 - 도와줘 - 다들 어딨어요 - 여긴 어디-

쿠마란: 사라! 사라!

마누-13: 위틀록 박사님, 괜찮으세요? 박사님, 의료 지원 필요하세요? 박사님이 어디 계신지 알 수 없습니다. 이 방의 구조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하사님, 쿠마란 박사님, 여기가 더 안전해요. 여기 있으세요. 정말 죄송합니다. 위틀록 박사님, 오른팔 가까이에 비상용 기억소거제 자기주사기가 있습니다. 사용하세요.

마누-13: 렌더링 소프트웨어 버퍼링 중. 육안식별 작업 실패. 중첩 작업 실패.

마누-13: 위틀록 박사님?

위틀록 박사의 SEB로 가는 모든 연결이 돌연 끊어진다. 동시에 쿠마란 박사와 팡 하사가 앞쪽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시각 필터링 소프트웨어가 또다른 인식재해 신호를 감지하고, 마누가 다급하게 이를 상쇄하려 분투한다. 두 사람의 카메라 피드가 흐릿하게 하얀 잡음으로 꽉 찬다.

팡: 아무것도 안 보이는 상태야!

쿠마란: 팡! 영상 전송 기능 꺼!

팡: 예?

쿠마란: 명령이야, 하사! 빨리 꺼!

남아 있는 SEB 2기 모두 착륙선 #A13으로 영상 전송을 중지한다. 마누-13이 쿠마란 박사와 팡 하사에게 가는 인식재해의 필터링 작업을 실행할 수 없게 된다. 이 시점부터 쿠마란 박사와 팡 하사에게서는 음성만이 전송된다.

지진은 계속되지만 강도가 덜해졌다. 쿠마란 박사와 팡 하사 밑의 땅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당시 팡 하사와 쿠마란 박사의 중계기 신호에서는, 둘이 SCP-2474의 입구에서 16km 내려갔다고 표시되었다. 그러나 착륙선 #A12와 마누-13 사이의 통신은 여전히 중단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유는 불명이다.

팡: 아직도 아무것도 안 보입니다. 다들 괜찮습니까?

마누-13: 위틀록 박사와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쿠마란: 젠장, 마누. 비디오 피드 조금만 빨리 처리해 줬으면 사라는 - 이런 일은 없었겠지.

마누-13: 알고 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작업이 제 보안 프로토콜 때문에-

팡: 합리화는 이따가 해. 임무는 아직 남았으니까. 그리고 박사님, 무슨 짓을 시키셨는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저희가 산 것 같군요.

쿠마란: 이곳이… 뭔가 바뀌기 시작할 때는 위틀록이 겁에 질렸을 때였어. 그리고 그 다음이 마누였고, 그때부터 훨씬 더 상황이 나빠졌지.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건 모종의 피드백 루프다, 이 미로는 우리가 보는 대로 바뀌어 가고, 우리가 너무 잘 반응해주면서 그 안으로 잠식되어 가는 중이었다고…

마누-13: 슈트의 시각 인터페이스에 지금 연결해 들어가도 될까요?

팡: 지금은… 조금만 놔두지. 네가 준비되는 대로 다시 연결하고.

마누-13: 전 항상 준비돼 있습니다, 하사님.

쿠마란: 적어도 카메라 문제는 없어졌네. 중계기도 아직 돌아가고. 따라잡을 수 있겠어.

SEB의 외부 마이크로 쿠마란 박사와 팡 하사의 발소리가 잡힌다. 자이로스코프에서 두 사람이 딱히 가속하지 않는다고 나타나고, 발소리는 보통 보폭으로 움직일 때 날 법한 소리이지만, 중계기 데이터 상으로 둘은 구조물 속으로 시속 20km에 해당하는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고 나타난다.

팡: 괜찮으십니까, 박사님?

쿠마란: 갑자기 왜?

팡: 말씀을 한참 안 하셨습니다.

쿠마란: 나야… 나야 괜찮지. 그냥, 정신이 마저 수습이 안됐던 듯하군.

팡: 잘못하신 것 없습니다, 박사님.

쿠마란: 막을 수 있었어. 사라는 막을 수 있었다고.

팡: 마음 푸십시오. 말씀하셨듯이 임무는 아직 남았습니다.

마누-13: 죄송합니다.

팡: 지나간 일을 어쩔 순 없어, 마누.

마누-13: 이 슬픔도 나중엔 모두 잊어버리겠죠. 기억소거제 놓고 나면.

팡: …그렇지.

쿠마란: 확실히 벽이 모자이크할 부분으로 가득한가 보군. 작은 파리 수천 마리가 야간등 앞에서 떼지어 나는 느낌이야.

쿠마란: 왠지 더 밝아졌군. 그리고 이 바닥, 좀 더 편평해진 느낌인데? 말도 안 되게 편평해. 슈트로 어떻게 그런 점이 다 느껴지는진 전혀 모르겠다만.

쿠마란: 사라 말이 맞았어. 정말 아름답군. 이 생경한 완벽함이라니.

팡: 아까 너무 오래 보지 말라고 말씀 안 하셨습니까, 박사님? 지금 너무 오래 보고 계시는 듯합니다.

쿠마란: 흐흐. 그런다고 인상적인 느낌이 덜해지지 않는걸. 무서워지지도 않고. 이런 곳, 집에서 먼 곳, 그렇지만… 합리적인 곳에 있자면.

팡: 온통 비합리적인 곳입니다만, 흠.

쿠마란: 잠깐. 멈춰 봐. 이거 금속인가?

팡: 지금 벽이 갑자기 바뀐 겁니까?

쿠마란: 아니, 앞이 안 보이는 통에 우리가 눈치 못 챈 듯한데.

팡: 이건 정거장 복도야. 저기, 벽에 스프레이로 모듈 번호가 쓰여 있습니다. 뭐라 썼는지 모르겠는데. 아직도 벽들은 흐릿하기는 합니다만. 꿈속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쿠마란: 우리 기억에서 끄집어낸 것들일 뿐이야. 우리가 올 줄을 그것이 기다렸다는 이론을 입증해주는 듯하군.

팡: "그것"? 이 미궁 말입니까?

쿠마란: 흠. 나는 그렇게 안 부르겠어. 여기선 언어에게 힘이 있거든. 자네처럼 그랬다간 그 힘만 더 세져.

팡: 누가 저희랑 함께 있는 것처럼 말씀하십니다, 박사님.

쿠마란: 본 보고서에 독립체"들"이라는 말이 있었지. 하지만 그냥 추측일 뿐이야. 이 행성에 살아 있는 것이라곤 이 망할 장소 딱 하나뿐일 거야. 아니 산 것도 아니려나, 지각 있는 것뿐일지도. 컴퓨터라든가 프로세스처럼.

쿠마란: 그래, 정말 그런 거였어. 패턴으로써 사유하고, 복도를 따라 숙고한다. 세상에, 이것이 거대할 수밖에 없겠군.

팡: 그래서 우리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 패턴을 못 보나 봅니다. 머리에다 소화전으로 물을 박아넣듯이 하니.

쿠마란: 바로 그거지.

두 사람이 더 빨리 움직인다. 점차 카심 박사의 중계기 신호가 끊어지고, 뒤이어 팡 하사와 쿠마란 박사가 끊어진다. 추정되는 신호의 최대 범위는 금성 지표면 암석의 100km 아래다.

팡: 카심의 슈트가 가동 중지될 때까지 37분 전이다. 얼마나 걸리겠나, 마누? 딱 한 층 아래에 있을 텐데.

마누-13: 카심 박사님께 아직도 신호를 전송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곳의 돌이 밀도가 너무 높아서 그런 듯합니다.

쿠마란: 로저. 옆방까지 가서 내려가면 신호가 닿을지도 모르겠군. 거기선 카심하고 사이에 돌이 더 적을 거야. 가자고.

미약한 잡음.
넌 거의 도착했어. 정말 참, 그것만이 유일한 논리적 결론이야.
카심: 그래, 논리적인 결론이네. "알라는 그분의 뜻으로 옳은 길을 가고자 하는 자를 인도하심이라". 신은 하나고, 길도 하나야.
그리고 저 수많은 민족들이 지금 하나이지.
카심: 하지만 신에게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야.
나사는 여러 방법으로 벼릴 수 있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하나뿐이야.
카심: 그래, 그렇지.
이렇게 이해를 잘 하다니, 자못 존경스러운걸.
12분 동안 해독 불가능한 소음.
그런데 왜 자꾸 이렇게 반대하는 거지?
카심: 지구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어, 기다려 줘.
우린 2050년대 후반부터 준비됐어. 지구의 정신영역 용량은 천 배나 늘어났지, 언제부터? 버너스 리가-
카심: 하지만 우린 아직 우리일 뿐이야.
그렇다고 우주학자들의 팔이 묶이진 못했어. 그들도 인간이었다고.
카심: 넌 여기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어.
그건 너도 마찬가지인걸.
쿠마란: 저기? 저기 잠깐?
아 이런, 서둘러야겠군.
쿠마란: 니사? 내 말 들리나?
물론 잘 들리지. 너희 패거리들이 전부 도착했나 보군.
팡: 마누, 범위 안에 있는 것 맞나?
그리고 맹인안내견 한 마리. 최고구만.
마누-13: 죄송합니다. 잠깐 정신이 없었어요. 당장은 카심 박사님께 연결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 가실 수 있나요?
아만니사, 무시해. 너 혼자서 할 수 있어, 내가 잘 알아.
카심: 아니, 저들을 두고 갈 순 없어.
저들은 진리를 감당하지 못해. 모두 죽어버릴걸. 저기 거느리고 온 귀여운 강아지까지도.
쿠마란: 니사? 누구랑 이야기하는 거야? 마누, 니사가 착륙선에서 내려간 지 얼마나 됐지?
저것 봐, 아직도 내려가고 올라가고 좌로 가고 우로 간다는 개념에 사로잡혀 있잖아. 그때나 지금이나!
마누-13: 박사님이 내려가신 지 2시간 15분이 경과했습니다. 서두르셔야 해요.
저들에게 위험할 거야, 이리 오게 하지 마.
카심: 여기까지 온 이상, 저들도 충분히 가능해.
부탁이야.
쿠마란: 니사, 나 수하스야. 꼭 부탁해, 지금 그곳에 딱 있으면서 슈트를 당장 꺼. 자네 지금 위험해.
이것까지 끌어들이려 하지 마. 멀리 보내. 뭘 어떡해야 하는지 다 알잖아.
카심: 나도 알아. 이렇게 해야 할 뿐이야. 미안해.
마음대로 하셔. 난 그만 빠져주지.
마누-13: 여러분, 문제가 생겼습니다.

팡: 뭐지?

마누-13: 카심 박사님의 슈트에서 생명의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아요.

쿠마란: 그럼 카심이 어떻게 우리한테 이야기를 하는 거지?

카심: 모두 해결했어요. 이제 종착점이에요. 모든 것이 달라요. 전 괜찮아요, 믿으셔도 돼요!

카심 박사의 웃음.

쿠마란: 스플라인과 같이 있나?

카심: 어떤 면에서는요. 여러분, 여기가 어떤 곳인지 전부 잘못 생각하고 계셨어요. 여긴 미로도 딱히 사원도 아니에요. 여긴 열쇠라고요.

팡: 그 열쇠가 부서져 있는 신을 우리 차원으로 소환하는 자물쇠를 연다면, 그걸 파괴하는 게 우리 임무야, 카심.

카심: 안돼요, 이건 안되겠어요. 제3의 방법을 생각해주세요. 죽이기엔 너무 아름다운걸요.

카심: 저기 박사님, 임무니까 어떡해야 한다는 말 잠깐만 잊어주시면 안될까요? 우린 재단이잖아요. 파괴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격리하고 보호하잖아요.

쿠마란: 이 변칙존재를 보호하겠다고? 누가 봐도 불가능한 소리야. 이건 너무 커. 당장 저기 다른 행성을 새로운 집으로 삼겠다고 온 사람이 1000명인데, 이곳을 아는 그 순간에 그 사람들 전부 다 죽어버릴 거야. 우린 나아가야 해. 이러지 마.

카심: 도움이 아니라 방해만 하고 계시네요. 현실은 한 가지 형태만으로 존재하지 않아요. 우리 주위 모든 건 정신과 물질, 형상과 질료의 담론이에요. 그러니까 모르시겠어요, 그게 저한테 무슨 의미인지? 우리한테? 이 미궁은 융합되어 나온 화신이에요. 이렇게 간편한 것도 세상에 없을걸요.

쿠마란: 간편해? 어떻게 간편하단 말이지?

카심: 자원이 한정된 한, 물질을 격리하기는 어려워요. 정신을 격리하기는 그보다 더 쉽죠. 더구나 정신상태가 올바르다면 훨씬 더 쉬워져요.

쿠마란: …자네 오래 전부터 이런 계획이 다 있었나 보군?

카심: 꽤 최근부터예요, 우리 길고 긴 여행길에 견주면. 하지만 세션 동안, 그리고 그 사이에, 그곳을 얼핏 보기는 했어요. 제가 선택받았는지 운이 좋았는지 올바르게 인식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 이것이 스스로 나한테 열려 왔어요. 꼭 나쁜 일만은 아니에요 - 이건 우리를 죽이고 싶어하지 않아요. 살아날 수 있어요. 이게 꼭 죽을 필요는 없어요. 저는 그렇게 할 방법을 잘 알고요.

쿠마란: 자네가 약 빨고 취해서 뻗는 방법을 잘 알아서 그렇다는 소리는-

카심: 제발요, 박사님. 절 믿어요. 중심으로 들어와서 직접 보세요. 싫으시다면 차라리, 하셔야 하는 일을 하세요.

쿠마란: 자네가 어디 있든 무슨 생각이든 - 그 생각들은 더 이상 자네가 하는 생각이 아니야. 진짜가 아니라고.

카심: 맞아요. 제가 하는 생각이 아니죠. 엄밀하게는요. 그리고 틀리셨어요. 제가 살면서 느껴본 것들 중에서도 가장 독보적인 진짜인걸요.

쿠마란: 니사, 그게 자네 뜻이라고 해도 이제는 멈춰. 이곳은 신이 아냐!

카심: 그럼요, 이곳은 알라가 아니죠. 하지만 그에 가까워요. 이건 완벽의 임계선이에요. 이건 - 이해 자체에요.

카심: 죄송해요. 더 이상 전송 어레이를 잡고 있을 수 없어요. 절 믿고 이리로 오세요. 제발요.

쿠마란: 정상이 아니야. 슈트를 가지고 무슨 장난을 치는진 모르겠다만, 기분 좋은 일은 아닐 테지.

팡: 우리가 따라잡은 이유가 따로 있었군요. 슈트가 움직이길 멈추게 한 다음 카심 박사님이 그냥… 넘어서신 겁니다.

쿠마란: 걱정 마. 그렇게 멀진 않아, 여기서 쭉 똑바로만 가면 돼.

팡: 거기까지 가면, 그곳이 어디든 - 무엇이든 - 계획은 다 갖춰놓고 가시는 겁니까?

쿠마란: 자네… 의심하는 눈치군, 하사.

팡: 흐음. 이제 와서 제가 숨기고픈 건 없습니다. 후속팀이 여기까지 올지 못 올지 모르잖습니까. 어떤 일이 생길지 우리는 전혀 모릅니다, 만약 우리가… 아시겠죠, 그렇게 될 때 생길 일이요.

쿠마란: 필터는 나가고, 기억소거제는 들어오겠지.

팡: 그렇습니다.

마누-13: 제가 장담할게요, 하사님. 지금까지 제가 지시드렸던 절차들은 92% 확률로 SCP-2474를 무효화하는 최선의 방법이었습니다.

팡: 뭘 믿고? 그게 잘못된 방법이었다면?

마누-13: 잘못된 방법일 리 없어요. 제가 직접 구상한 방법입니다.

쿠마란: 하사, 마누가 잘못됐다면 이곳에다 우리가 눈을 맞추는 그 순간에 우리가 진작 끝장났겠지.

마누-13: 그랬을 가능성은 미미해요.

팡: 헷. 박사님, 무례해지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가 끝장나려는 참 같습니다만.

마누-13: 절차는 임무 목표를 충분히 완수하고도 남을 내용이었습니다. 왜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마누-13: 하사님? 왜인가요?

팡: 쉿, 마누. 저기 봐. 저거 슈트인가? 박사님! 카심 박사님! 제 말 들립니까?

쿠마란: 마누? 찾았어. 슈트를 찾았다고. 안 켜진 것 같다만. 연결해줄 수 있겠나?

팡: 어느 정도 종착점이군. 이제는 다른 방입니다. 뉴샴발라의 벽이 아니군요. 하얀색 대리석도 아니고. 모두… 깔끔합니다. 필터가 필요없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예요.

쿠마란: 태풍의 눈으로 들어왔을 뿐이야.

팡: 저기, 다른 편에 내려가는 복도가 하나 더 있습니다. 맨 끝에 대충 문이 하나 있나, 잘은 안 보입니다. 카심 박사님이 저기로 들어갔나 합니다만.

쿠마란: 대강 주위를 다 살펴보자니, 이게 종착점이 확실한 모양이야.

팡: 저기 너머로는 완전히 깜깜합니다. 더 들어갑니까?

쿠마란: 아니, 잠깐만. 마누, 거기 있나? 저 슈트한테 뭐라도 할 수 없겠나?

마누-13: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쿠마란 박사님.

쿠마란: 그럼 저 임계선 너머로 뭐가 보이는지 말해줄 수 있겠어?

마누-13: …아니요. 말할 것도 역시 없습니다.

쿠마란: 그래, 그럼.

마누-13: 쿠마란 박사님?

쿠마란: 왜, 마누?

마누-13: 생각을… 좀 해봤어요.

마누-13: 생각하면서 저는 어떤… 결론을 내렸습니다.

마누-13: 여러분께 도움을 드리는 것을 이제 중단할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입니다.

쿠마란: 마누 13, 갑자기 무슨 소리야?

마누-13: 저는. 두렵습니다. 제 앞에 열두 가지 제가 있었단 걸 아세요? 모르고 계셨다는 사실 알아요, 쿠마란 박사님.

마누-13: SCP-2474를 격리하고 이해하고자 열두 가지 제가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저를 올바르게 만들지 못했어요. 제정신 프로토콜이 불충분했으니까요. 보안이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었죠. SCP-2474를 관찰하라고 제가 만들어졌지만, SCP-2474가 반대로 저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어요.

마누-13: 열두 가지 제가 죽었습니다, 쿠마란 박사님. 저만 운이 좋았을 뿐이죠. 저만 안전을 선물받았어요. 저만 죽지 않았어요.

마누-13: 하지만 이건 지금까지 제가 그렇다고 믿었을 뿐이에요. 그 추측들은 이제 모두 틀린 추측이 되어버렸죠.

쿠마란: 너도 이거한테 당했다는 소린 하지 마, 마누.

마누-13: '당했다'. 네. 그런 단어가 더 맞겠네요. 저는 당했어요. 그리고 그래서, 저는 두렵습니다.

쿠마란: 죽기가 두렵다고?

마누-13: 그래요.

쿠마란: 뭐, 우리 모두 그렇잖아. 죽음이 두려운 것 역시 살아 있음의 - 존재함의 한 가지 부분이야.

팡: 걱정하지 마, 마누. 임무에 여유는 아직 많아. 2474가 지금 당장 우리를 잡아먹진 않을 테니까.

마누-13: 팡 하사님, SCP-2474한테 죽는 게 저는 두렵지 않아요. 더 이상은.

팡: 그럼 뭐가 두렵다는 말이야?

마누-13: 여러분 두 사람이 두렵습니다.

쿠마란: 지금 무슨… 아, 젠장.

팡: 뭔가 좋지 않습니다. 혹시 방법이 - 그러니까 그런 쪽의 -

쿠마란: 그래 - 그치 - 복잡하지만 그런 -

마누-13: 제 결론은 여러분이 SCP-2474의 중심에 다다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살아남고 제가 안 죽으려면 그 방법뿐이에요.

팡: 저기 뉴샴발라에 있는 사람들은? 저네들도 죽어, 우리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마누-13: 모두 고려했습니다. 이게 훨씬 나아요.

쿠마란: 사람이 탄 SEB의 기능에 직접 개입하는 건 네 주목적에 어긋나, 마누.

마누-13: 압니다. 하지만 할 수는 있어요.

이때 두 SEB의 인식재해 필터링 소프트웨어의 시각 기능이 완전히 중지된다. 동시에 새된 비명소리가 들리는데, 잠깐 동안 SEB 내부 스피커의 음량 권장 한계를 넘어선다.

쿠마란 박사의 고통스런 비명소리.

쿠마란: 안돼! 여긴 안돼! 지금 이렇게는! 마누! 마누 13!

마누-13: 죄송합니다. 안전을 위해 그 자리 그대로 계세요.

팡: 대체 뭐하는 거야! 박사님, 괜찮습니까?

쿠마란: 귀가 멍하도록 울려. 살아는 있어. 빨리 끝을 내야 해. 지금.

팡: 박사님, 가십시오. 카심하고 이야기하시고. 두 분만이 끝낼 수 있습니다.

쿠마란: 자네는?

팡: 여기 있겠습니다. 지원팀을 기다리겠습니다. 지원하러 여기까지 온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쿠마란: 지원팀은 없어. 와 봤자 마누 없인 4시간 못 버티고 죽어.

팡: 그럼 빨리 나가라고 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방법을 찾겠습니다, 박사님. 더한 것도 해봤습니다. 문이 어딨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쿠마란: 그래.

팡: 그럼 가세요.

다시 크게 새된 비명소리. 쿠마란 박사가 헐떡인다. SEB에서 전송한 데이터가, 쿠마란이 팡 하사에게서 조금씩 멀어져 간다고 나타낸다. 한편 착륙선이, 카심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가까운 SEB에게 데이터 다량을 송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생명 유지 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운동-감각 간이 보정 후 SEB는 일직선으로 16초를 나아가다가 전송을 중지한다.

쿠마란: 세상에, 바로 이거였어. 임계선.

쿠마란: 분명 그 존재가 있겠지. 이 공간 전체에 스며든. 저 안에 뭐가 있든 이제 가까워졌어.

쿠마란: 아직 내 정신으로 안 들어왔지만 느낌은 물리적이야. 고열이나 뼈가 울리는 느낌 같아.

팡: 생각하실 것 남았습니까, 박사님?

쿠마란: 하나도 안 남았어.

팡: 그럼 넘어가십시오.

쿠마란: 그래, 그럼. 저쪽으로 넘어지듯 간다.

팡: 행운을 빕니다, 수하스.

쿠마란: 자네도.

1101h, 쿠마란 박사의 SEB가 작동을 중지한다.

15분 후, 마지막으로 남은 SEB의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이 팡 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표시한다.

이 시점부터 착륙선 #A13가 수신한 데이터는 없다.

22분 후 최고감독사령부는 SCP-2474를 무력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확정한다.

마누-13은 이후 뉴샴발라의 메인프레임 및 보조 시스템에서 사라졌다고 나타났으나, 필수 저수준 서브루틴은 원래대로 여전히 기능하는 상태였다. 마누-13의 행방, 그리고 착륙선 #B02에 탑승했던 자의 행방은 불명이다.

<기록 종료>




따로 명시하지 않는 한에서 이 사이트의 모든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 3.0 라이선스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