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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델은 마지막 쌍의 일원이자 조물주가 창조한 열세번째 데미우르고스인 후직에게서 삶을 불어넣어졌을 때를 기억했다. 777명 중 67번째로, 란델은 천국과 지상을 무에서부터 창조하는 일을 도울 한 줌의 데미우르고스 중 하나였다. 당시에는 아무도 특정한 외형이 없었다. 이들은 수시로 변화했고, 무정형이자 이해불가능한 모습으로, 오직 자신을 나아가게 할 정신적 속성 뿐이었다. 지금처럼 자신의 창조물에서 따온 모습이 아니었다.

천국의 창조에 참여하는 것도 기쁘긴 했지만, 란델이 가장 탁월했던 곳은 살아숨쉬는 지구에 생명을 창조하는 일이었다. 다른 형태의 생명을 창조하는 일은 지금까지 란델의 새로운 삶에서 최고인 부분이었다. 그는 창조물들로 일곱 쌍을 돕기를 즐겼다.

란델은 스스로가 자랑스러웠다.

프레드릭과 아가토스, 에덴의 왕과 여왕이자 첫 번째 쌍은 오늘 축하연이 준비되었으니, 에덴의 모든 데미우르고스는 본인의 봉사에 대한 상을 받으리라 선포했다. 란델은 이 발표가 중요함을, 특히 왕과 여왕이 직접 주관했기에 더욱 그러함을 알았다. 이보다 더 중요하려면 조물주가 직접 개입해야 하리라. 하지만 란델은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았다. 그는 스스로의 힘을 증명한 소수에게 주어지는 것에 집중했다. 에덴의 지도자인 열네명, 일곱 쌍으로도 알려져 있는 조물주가 창조해낸 첫 데미우르고스들에게 직접 받는 훈련이었다.

적어도 처음엔 백명 남짓으로만 선별될 것이다. 그 백 명은 서로서로 협력하거나, 철학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어쩌면 일곱 쌍을 넘어설지도 몰랐다! 그 단순한 상상만으로도 란델은 참아낼 수 없었다.

만남의 분지는 오늘 밤에 색깔들로 살아움직였다. 불꽃이 따뜻하고 친근한 빛을 내뿜었으며, 분수에는 달콤한 검은 술이 흘러넘쳤다. 제한은 없었다. 방탕이 시작될 준비가 되었다.

란델은 자신의 형태로 그가 만든 것 중 최고이자 단연코 가장 좋아하는 창조물인 갈기늑대를 골랐다. 단어만 보면, 그의 설계는 늑대와 여우의 중간 고리였지만, 실제 모습은 그 생각을 빠르게 없앴다. 비록 여우의 불타는 듯한 갈색 털가죽을 가졌으나, 그 검은 다리는 무시무시한 늑대와 가장 커다란 여우의 다리를 합친 것보다 더 우뚝 서있도록 했다. 그의 갈기는 다른 종과 비교하면 하늘에 닿을 정도였지만, 다른 많은 데미우르고스과 달리 란델은 위풍당당한 단정함을 유지했다.

란델은 아직까진, 적어도 왕과 여왕이 발표하기 전까진 술에 취해 정신을 놓고 싶지 않았다. 기대감이 란델의 머리를 빠르게 지나간 때, 그는 연단에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각각의 지도자에겐 각자의 자리가 있었지만, 후직은 오늘 혼자 앉아 있었다. 후직을 저렇게 남겨두는 것도 서펜트다웠다. 후직이 서펜트에게서 무엇을 봤길래 자신들과 함께하게 했는지는 란델도 감을 못 잡았다. 서펜트는 제3세계를 짓는 데 별로 기여하지 않았다. 스스로의 이름 짓는 것조차도 귀찮아하여 "14번"이나 "서펜트"라는 명칭을 그저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서펜트는 살아숨쉬는 지구를 다스릴 종을 창조하라는 명을 받았다.

그 설계에 일말의 지성이라도 넣었으면 괜찮을 테지만, 서펜트는 이들의 마음에 야만적인 힘만으로 최상위 종의 치세를 하게끔 했다. 크기를 좀 줄여서 존속에 필요한 음식의 양을 줄이게 했으면 괜찮았을 것이다. 서펜트가 프레드릭 왕을 향한 악담을 퍼부어 그가 서펜트의 설계를 거대한 화염구로 시험해볼 생각을 안 가졌으면 괜찮았겠지만, 모든 종은 제대로 설계됐다면 그 정도로는 분명 소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펜트의 설계는 실패했었던 것이었다. 조물주는 여기에 개입하여 그저 세계에 자신을 끼워넣었다. 어떤 데미우르고스도 원하던 바가 아니었다. 실은 조물주가 세상을 자신의 기반으로 삼기란 의미가 없다고 데미우르고스들은 여겼다. 그 반대는 달랐지만, 조물주는 그럴 권한이 있었다. 그리고 서펜트는 이 사건으로 냉혈이라는 개념을 내세웠지만, 이를 완성시킨 건 후직이었다.

란델은 생각을 제 때 거두어 왕이 그의 상징인 늑대와 같은 모습으로 왕좌에서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왕은 성군이었다. 카리스마가 있었고, 견고하고, 아름다웠으니, 조금은 위풍당당하다 말할 수 있었다.

왕은 찢어질 듯한 미소와 함께 연설을 시작했고, 목소리는 분지를 뒤흔들었다. "모두들 환영하네! 다들 오늘 밤을 잘 보냈으면 좋겠군. 이 행사는 역사에 진정으로 특별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니, 축하하기 마땅한 날로 남지 않겠나!"

군중은 동의의 뜻으로 포효했으며, 왕이 발을 들어올려서야 진정되었다.

"오늘은 치하의 밤일세. 우리들 각자 모두 제3세계에 관여했으니, 우리가 태어난 이래로 가장 자랑스럽다는 말이 형제자매들의 믿음을 제대로 전해지길 바라겠네. 그래서, 우리의 감사를 표하기 위해, 우리의 선물을 모두에게 전하기로 결정했네. 분수를 마음껏 사용하는 것일세! 어디든, 언제나, 누구나! 일하지 않을 때면, 이 기념주로 오는 걸 막지 않을 걸세! 모두 이 권리를 얻어낸 거네!"

앞전번의 환호가 요란했다면, 이제는 귀가 멀 정도였다. 왕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걸 들으러 오지는 않았겠지. 오늘, 우리는 가장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아주 특별한 기회를 주려 하네. 오늘 밤, 우리는 100명의 영예로운 아이를 골라, 가르침을 전하고, 그로하여 이들의 형제자매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무슨 일이지?"

왕의 미소는 걱정의 눈초리로 뭉개졌다. 군중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다급해져 뵈는 게 없는 형제가 왕에게 다가와 만나뵙기를 청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무슨 일이냐?"

"아버지, 아버지, 인간들이, 규칙을 어겼습니다! 나무에서 과실을 먹었어요!"

"진정해라, 진정해!… 잘못 봤을 게다, 날 안내해라." 왕이 말하고는 눈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아가토스, 나랑 함께 가자, 중요한 일이니." 그는 다른 쌍들에게 말하고, 참석자들에게 알렸다. "내가 가고 나서 모두를 진정시키게. 참석해준 모든 이들이여! 자리를 비워야겠네. 내가 두 눈으로 봐야 할 일이 생겼으니. 그 동안, 부디, 축제를 즐기시길."

그 말과 함께, 왕과 여왕은 밑으로 내려와 떠났고, 웅성이던 군중들이 갈라지며 길을 텄다.

대공이 말했다. "조용히, 조용히 합시다. 이제, 왕이 멈추신 부분을 이어서, 내일 바로 만날 이들의 이름을 부르겠습니다!"

오직 몇 명만이 억지로 환호성을 질렀다. 란델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곳에서 규칙은 몇 없었지만, 왕의 확인이 필요한 규칙은 단 하나 뿐이었다. 바로 지식의 나무와 연관된 규칙이었다. 조물주는 살아숨쉬는 지구의 어떤 창조물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가지는 걸 금지했고, 그 수준까지 확실히 올라오지 못하도록, 아가토스는 그 힘을 거대한 나무에 넣어 에덴에 두었으니, 창조물들에겐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인간이 스스로 과실을 얻을 방법은 없었다.

란델을 포함해서 많은 이들은 이름이 불렸을 때 미처 말을 잊지 못했다. 이는 영예였기에 란델은 이를 지을 수 있는 가장 최상의 미소로 받아들였지만, 모두들 무언가 잘못된 일이 지평선 너머로 넘실거림을 느꼈다.

그래도 술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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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 모두 역겹군. 전부 지옥불에나 떨어져버려." 서펜트가 울부짖었다.

좋은 날은 아니었다. 왕은 회색 불꽃을 머리에 두르고 에덴의 문 앞에 서서 서펜트였던 것을 발톱으로 찍어눌렀다. 왕의 형태는 분지에서의 모습보다 훨씬 거대했다. 한 종으로서 생존할만한 설계는 아니었으나, 힘을 보여주기엔 효과적이었다. 란델은 지켜보면서 군중들이 왕과 뱀으로부터 안전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왕은 뱀에게 가까이 올 이는 그와 후직 뿐이라며 권했으나, 둘 다 서펜트, 혹은 "그것"을 지금, 그리고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다.

서펜트는 저주를 이어갔다. "엿이나 먹어라, 내 간절히 빌것인즉-" 왕이 그것을 발로 짓밟았고, 그것의 뼈는 왕의 무게에 부러져갔다.

"입 다물어라." 왕이 차갑게 말했다. "공예가 제14번, 이는 나와 공예가 2번부터 13번까지, 그리고 에덴의 시민들이 결정한 것인즉, 네 특권을 박탈하고, 모든 기록에서 말소될 것이며, 지구를 끝없이 떠돌도록 추방한다. 넌 인간들에게 지식의 나무에서 난 열매를 줬고, 모든 설계를 방해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아무도 모르게 된 거다."

서펜트의 뼈가 제자리로 돌아가 스스로를 회복해갔다. "1-13도? 후직? 다들 동의했다고?"

"그래, 다들 동의했어. 그리고 다들 널 믿었기에 네 일을 해줬다는 것도 알아. 그게 즐겁진 않았다고도 말해야겠어. 동정심을 보일까 했지만, 솔직히 내가 신경써 줄만큼 날 위해 해준 것도 없었고. 넌 다른 이들의 편의보다 네 편의를 위해 네 위상을 사용했어. 넌 역겨운 놈이야."

서펜트가 똬리를 틀었다. "넌 내가 왜 이랬는지 알잖아. 너도 동의했잖아, 우리가 뭘 할 수 있고 없는지를 말해서는 안됐다고. 왜 저 괴물을 변호하-"

"입 다물라는 말 못 들었나?" 왕이 으르렁거리며 서펜트를 더욱 세게 짓밟았다. "이건 네가 깬 약속이다. 이제 최후통첩을 하마. 이제 네 질투 때문에 우리 모두 고통받을 것이다. 네 설계는 실패했고, 그렇기에 넌 지금의 인간들을 시기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말한 처벌들과 함께 네 육신을 버릴 것을 금한다. 네 노력이 실행되는 것을 금한다. 네가 행하는 모든 것에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이 사용되기를 금한다. 인간들은 소득없이 네 죽음을 끝없이 갈망할테니, 네 유일한 친구는 공포에 떨리라."

왕은 발을 들어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이제 떠나라. 네게 남은 시간이 적디적길 바라겠다."

서펜트는 고개를 들어올리곤, 뼈를 피부에 맞게 재구성했다. 그것은 말없이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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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펜트가 모두에게 파멸을 선사하고 평생은 지난 듯 했다. 그것이 에덴에서 쫓겨나면서, 조물주는 모두에게 벌을 내렸고, 데미우르고스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데미우르고스들은 여전히 영생과 불사를 가졌지만, 이젠 고통과 허기를 느끼고, 질병을 앓았다. 이들은 처음에는 관대한 처벌로 생각했지만, 에덴은 모든 생물들을 스스로 먹여살릴만큼 충분한 식량을 생산토록 설계되지 않았다. 에덴에서의 허기는 곧 시민들이 급속도로 분열되면서 멈췄다. 왕과 여왕은 자신들에게 잘못도 없는 일에 벌을 준다면 조물주에게 분노했지만, 다른 쌍들은 저항했을 시 조물주가 어떻게 나올지를 걱정했다.

조물주를 향한 반란 세력을 결집하였을 때, 대다수의 시민들이 왕과 여왕을 따랐음에도, 왕과 여왕은 에덴에 대한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조물주의 충성파들은 다른 에덴의 지도자들과 소수의 훈련받을만한 가치가 있던 이들이었다. 다른 지도자들과 함께한 이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 했을 뿐, 조물주를 지킬 생각은 없었다. 란델이 이들 중 하나였고, 그러는 동안 가면 갈수록 숨어지내는 후직을 계속해서 찾아뵈었다.

"후직? 여기 계신가요?" 란델이 후직의 방에 자세를 낮춰 들어가며 물었다.

"아. 반갑구나 란델… 할만한 더 좋은 일은 없는 건가?"

"떠나고 나서 며칠은 못 봤잖아요. 걱정되서요."

"난 괜찮네." 후직이 웅얼거렸다.

"후직, 저한텐 다 털어놓으셔도 되요. 저한테까지 체면 차리실 필요 없어요. 제 창조자가 걱정된다고요." 란델이 다가왔다. "괜찮으시다면, 고백 하나 해도 될까요? 전… 다른 이들보다 프레드릭에게 동의해요. 우린 조물주에게 맞서야해요, 서로가 아니고요. 그런 식으로 우리의 왕에게 반기를 들다뇨? 배신자라고 낙인까지 찍어두면서까지요? 왕은 저희에게 해가 없었으면 했어요. 이젠 우리가 해를 입히는 꼴이 됐어요. 이건 옳지 않아요. 왜 저주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거죠? 전 제 형제자매들을 해치기 싫고, 모든 게 완벽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처럼… 죄송해요, 제가 무례했어요. 그럴 의도는-"

"아나, 아냐, 괜찮다. 다들 그러니까."

"… 원치 않으시면 그만 얘기할게요."

후직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형태는 작은 도마뱀에서 작은 여우로 바뀌어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많은 데미우르고스들이 모든 파충류의 모습을 버렸다. 서펜트와 엮이기를 피하고자였다. 만약 형태를 바꿀 권리가 있는 이라면, 후직 밖에 없었다. "미안하구나. 마음이 좀 심란했다. 나한테 모든 얘기든 해도 좋단다. 난 14를 막을 수 있었어. 그… '것'이 내 손을 떠난거지. 내 잘못이야, 난-"

"아녜요." 란델이 말을 끊었다. "그것이 한 짓을 가지고 스스로를 탓하지 마세요. 그건 놈의 문제지, 당신 문제가 아니에요. 서펜트, 놈의 시기와 게으름 탓이지, 당신 탓이 아니에요. 다시는 그렇게 당신을 낯추지 마세요, 당신은 사랑받고 있으니까. 그건 아시잖아요, 그렇죠?"

"… 난… 고맙다, 아들아. 그 말을 듣고 싶었어. 난 이 모든 사태를 원치 않았다."

"그러셨으리란 걸 아셨어요. 알아요, 어렵겠죠, 그래도 우린 극복할 거예요. 그럴 거라 알아요."

"ㄴ-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기분이 좋구나." 후직이 말했다.

"어쩌면 가야할지도 몰라요." 란델이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가다니?" 후직이 코를 훌쩍거렸다. "어디로?"

"에덴 밖으로요. 그러니까, 제3세계도 그리 나쁠 것 같진 않잖아요? 적어도 전쟁이 거기까지 미치진 않았을 테니까요."

"그렇게는 못한다. 아직 여기에 가족들이 있어. 그들을 남겨둘 순 없다."

"다 같이 가면 되죠. 우리가 우리 지식으로 뭘 잘 할 수 있나 생각해 봐요. 우리가 이 참상을 치유할 순 없어도, 많은 이들을 지식만으로 도울 수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허기 같은 거에 계속 고통받는다 하면은 에덴 밖에 나가도 어떻게든 상관 없죠, 안 그래요? 다 떠나고, 최선을 다해 살자고요."

"계획이 있는건가?" 후직이 주저하며 말했다.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약속드릴게요. 하지만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같이 가실 거죠? 더 큰 피해가 생기기 전에 가실거죠?" 란델이 앞발을 내밀었다. "약속한거죠? 부자간의 약속인거죠?"

후직은 잠시간 가만히 있었다. 두 앞발이 나와 만나는 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속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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