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의 사나이

내가 어렸을 적에 — 이건 내 경험담이다. 즉 여기서 나라 함은 이름 모를 괴담 주인공 따위가 아니다 — 나는 아빠와 오빠와 함께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여러 번 다녔다. 대개 가족들을 보기 위해 아이다호로 가는 여행이었다. 우리는 차를 타고 많은 밭들을 지나갔다. 어떤 것은 밀밭이었고, 어떤 것은 옥수수밭이었고, 어떤 것은 건초 더미들이 드문드문 어질러져 있었다. 가끔은 방목 중인 젖소 떼를 보기도 했다. 그런데 간혹 보이는 흙만 있는 텅 빈 몇 에이커의 공터 같은 밭들을 보면 나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 밭일까? 이제 막 파종을 해서 아직 싹이 나지 않은 걸까? 주인이 없는 땅일까?

내가 여덟 살이었던 어느 여름날, 우리는 80번 간선도로를 타고 아이오와를 지나가고 있었다. 상술한 것과 같은 텅 빈 흙밭 하나가 내 주의를 끌었다. 그 밭이 딱히 멋있는 점이 있었다던가 그렇지는 않았다. 다만 갈색 외투를 입은 남자 한 명이 도로를 등진 채 밭 가운데 서 있었다. 그런데, 우리 차가 지나가는 동안 그 남자도 천천히 몸을 돌려서, 항상 나를 등지고 얼굴이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계속 그 남자를 지켜보았다. 차가 작은 언덕 하나를 넘어가서 그 남자 — 그리고 그 남자의 흙밭도 — 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아빠에게 보았냐고 물었다. 그 ‘밭 남자field man’를. 아빠는 못 보았다고 했다. 오빠는 일리노이에서부터 잠에 골아떨어져 있었기에 역시 보지 못했다. 나는 내가 본 것이 생시인지, 아주 생생한 꿈에 불과했던 것인지, 아니면 몇 년전에 보았던 영화를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어린아이의 기억은 쉽게 거짓말을 하곤 한다.

그때로부터 거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5번 간선도로를 따라 운전하면서 가끔 그 밭의 사나이를 찾아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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