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 돌격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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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코 윌슨은 시체 더미 한복판에 앉아있었다.

'조각사'는 '화가'에게 말하고 있었고, '화가'는 '작곡가'에게 말하고 있었으며, '작곡가'는 '건축가'에게 말하고 있었으며, '건축가'는 '조각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절단사'는 왕좌 꼭대기에 앉아, 그 누구와도 말을 주고받지 않으며 이 방에서 유일하게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제외한 모두가 관심을 원하고 있었다.

“내 말은, 후크송이랑 CM송 가지고 조롱을 하자니까! 노래를 머릿속에서 없앨 수가 없으니, 자기 머릿속에서마저 자유롭지 못하게 되잖아!”

“아냐, 그들의 예술을 말 그대로 광고랑 광고판으로 바꿔야 해! 예술적 표현을 민영화하면 의미를 죽여버리잖아!”

“말 그대로 주변에다가 갤러리를 자라나게 할 수도 있겠어. 궁극적인 힘의 표현인 거야! 건물 안에다 가두자고!”

“예술가들을 조각해서는 대체한 뒤, 조각상들이 원본이라고 하자! 원본들은 뭘 해야 할지 모를 거야!”

'절단사'는 이 하찮은 말다툼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심통 사나운 애들한테 둘러싸인 것 같구만. '절단사'는 시체의 갈비뼈 몇 개를 부러뜨려서는 시신의 다리에다가 꽂아 넣으며 생각했다. 당최 어떻게 '비평가'는 이 치들을 통제하는 건가?

그 질문의 해답이 문을 걷어차며 들어왔다. 그 즉시 모든 대화가 멈추고, 모든 의견 충돌이 한편으로 밀려나며 모든 시선이 '관리인'을 향했다.

'관리인'은 커다란 키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큼지막한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그것’이라고 밖에는 부를 수 없을 것 같았다. 인간이 아니라 현실의 불변하는 힘의 현현처럼 보였다. 얼굴은 방독면에 완전히 덮여있고, 보고 있기만 해도 아파오는 듯한 피치 천pitch fabric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빛이 깜빡이다가 사라졌고, 물리적인 물체는 무형이며 일시적인 것처럼 보이며, 불가능이 확실해지고 확실성은 알 수 없게 되었다. '관리인'은 방으로 걸어들어오자 그 엄청난 압력에 맞추어 나무 바닥에서 끼익 거리는 소리가 났다. '관리인'은 시체 더미를 쳐다보았다. '절단사'는 그 검은 눈구멍을 정면으로 쳐다보았고, 그 즉시 속이 뒤틀리고, 목구멍은 좁혀지며, 심장은 더 빨리 뛰고 팔에 난 털은 곤두섰다. 살면서 처음으로 '절단사'는 사랑의 달콤함을 맛보았다. 뭐, 그게 아니면 공포일 것이다. 어쨌든 두 감정 모두 이제껏 느껴본 적이 없었으며, 들은 바로는 두 감정은 아주 비슷한 것 같았다. 하나는 끌어들이고 다른 하나는 밀어낸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절단사'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채 눈앞의 존재에게서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절단사'는 무심코, 그의 예술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객관적으로 진실인 것을 입 밖으로 뱉었다.

“정말 아름다우시군요.”

그는 멍하니 '관리인'에게 부러진 갈비뼈를 건네며, 떨면서도 말없이 미소를 지었다. '관리인'은 혼란스러운 마냥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갈비뼈를 받아서는 트렌치코트 안쪽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방독면 격판을 통해 흘러나온 목소리는 아주 불분명하여, 어찌 보면 기계음 같기도 하지만 여전히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전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당신은 내게 무엇을 주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전 이걸로 이브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절단사'는 이전보다도 더 크게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당신을 내 야훼, 내 여호와, 내 주이자 신으로 여겨야 할까요?”

“전 신이 아닙니다. 전 그저 손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신의 손이로군요!”

“저는 저만의 손입니다. 그 누구도 자신을 신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요Nobody does. 그렇죠.”

'화가'와 '작곡가'가 시선을 교환했고, '건축가'는 제 발만 내려다봤으며, '조각사'는 이 일 전체에 양면적인 감정을 느껴, 대화 중간에 껴들었다.

“가서 호텔 방이라도 잡던가. 우린 바빠.”

'관리인'은 고개를 돌려 '조각사'를 마주 보았다.

“죄송합니다, 조각사님. 일 얘기를 하겠습니다. 금요일에 관해서 말입니다.”

“그래. 뭐, 넌 분명 계획이나 들으러 여길 왔겠지. 일을 망칠 때를 대비해서 널 비장의 무기로 쓰고 싶으니까, 근처 지붕 위에서 전부 보고 있으면 될 거야.”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 했습니다. '연출자'님께서 사고를 당하시기 전에 요청하셨습니다.”

“좋아. 근데 내 생각에, 어쩌면 조금 다면적인 접근 방식을 사용한다면 흥미로울 것 같아. 우리 모두 훌륭한 아이디어가 있고, 모두가 최고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니…한 번에 전부 내보는 건 어떨까?”

'화가'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정리는 해야 해. 안 그러면 전시회 내내 서로 발이 걸려 넘어질걸.”

“맞는 말이야. 그러니, 여러분 - 물론 관리인은 빼고 - 종이에 계획을 쓰고, 시간표를 짜면, 모두가 작품을 낼 수 있을 거야. 받아.”

'조각사'는 방 안의 모두에게 펜과 종이를 나누어주었다. 모두 종이에 뭔갈 쓰기 시작했고, '관리인'은 예의 바르게 조용히 서 있었다. '절단사'는 다 쓴 뒤, 종이를 접어 작은 꽃을 만들었다. '절단사'는 다시 '관리인'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 방독면 아래 얼굴은 어떻게 생기셨나요?”

'관리인'이 몸을 돌렸다. '조각사'는 쏘아보다가, 그냥 계속 글을 써 내려갔다.

“방독면 아래의 저는 다른 인물입니다.”

“벗기는 하나요? 뭐랄까, 간지럽다거나 그럴 때?”

“저를 필요로 하지 않을 때 벗습니다.”

“그러면?”

“그러면 저는 제가 아니게 됩니다.”

'절단사'는 머리를 긁었다.

“그렇지만 당신은 당신이잖아요.”

“이 모습으로써의 저는 유일한 제가 아닙니다. 지금의 저는 방독면을 착용하는 저입니다. 이 얼굴 아래의 얼굴은, 아마도 자기 자신이 자신을 가리는 가면이라고 여길 겁니다.”

“아, 그러니까 이중인격 뭐 그런 거로군요. 조금 클리셰이긴 합니다만, 제가 판단할 처지는 아니죠, 안 그래요?”

'관리인'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 그러면 금요일에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건가요?”

“전 역할이 다릅니다. 저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어요.”

“전 창작하지 못합니다.”

“모든 예술에 창작이 필요한 건 아니지요. 저만 봐도 그렇고요.”

'절단사'는 시체에서 콩팥을 떼어내, 제 손가락을 고무 같은 살갗에다가 문질렀다.

“전 예술가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비평가로군요?”

“전 판단하지 않습니다. 전 관찰합니다.”

“바보 같은 소리에요. 관찰이라는 행위는 판단을 내재하죠. 자기가 관심을 가질만한 것을 관찰하기 마련이죠. 관찰할 것을 고르는 것부터 판단이에요.”

'관리인'은 침묵을 지켰다. '조각사'는 펜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고, 전시회의 상세한 일정이 완성되어 있었다.

“'관리인' 좀 그만 괴롭혀. 다 끝났으면 종이 주고.”

'절단사'는 다 접은 종이꽃을 '조각사'에게 던졌고, '조각사'는 화를 쉽사리 숨기지 못하며 종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한 일의 뒤처리를 해주신다고요?”

“맞습니다.”

“뭔 깽판을 쳐도?”

“맞습니다.”

“내가 도시에 핵폭탄을 떨어뜨려도, 처리해줄 수 있나요?”

'화가'가 끼어들었다.

“핵폭탄 떨어뜨리지 마.”

“제게 왈가왈부하지 마시죠! 할 수 있나요?”

'관리인'은 장갑 낀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는 몇 초간 생각하였고, '절단사'는 제 새 친구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에 미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네.”

“어떻게요?”

'관리인'은 침묵을 지켰다.

“아, 좀. 안달 나게 하지 말고요. 어떻게 할 건가요?”

'관리인'은 시선을 돌려 '절단사'를 보았다. 피코의 몸은 그를 처음 보았을 때와 같은 원시적 충격에 휩싸였다. 등골을 타고 전율이 흐르며 손발에서 감각이 사라져갔다.

“알았어요, 알았어. 행동으로 옮겨서 알아봐야겠네.”

'화가'가 전보다 더 큰 소리로 소리 질렀다.

핵폭탄 떨어뜨리지 마!

“하아. 왜 씨발 계속 초를 치시는지.”

'조각사'는 마침내 종이를 완전히 펼쳤다.

“이건 또 씨발 뭐야?”

'조각사'는 모두가 볼 수 있게 종이를 들어 올렸다. 거기에는 피로 '시체 왕좌를 위한 시체'라는 구절밖에 없었다.

“직설적이면서 요점이 바로 드러난다 생각하는데요.”

“그냥 시체 더미를 전시할 거라고?”

“네.”

“…그거 알아? 난 상관없어. 간단하고, 기괴하고, 어떤 사람은 보자마자 꽁무니 빠지게 도망갈지도 모르지. 아주 직설적이잖아. 잘 했어, 절단사. 한 배를 타게 되어 좋네.”

“싹둑 싹둑 싹둑.”

“아니. 그런 것 좀 밀려 하지 마. 별것도 아니잖아. 다 한 사람 또 있어?”

'건축가'와 '화가'가 종이를 다시 돌려주었고, '작곡가'는 이미 오래전에 곡 목록을 완성하였다. '조각사'는 그들의 계획을 칭찬했다.

“이거 좋은데. 이거 엄청 좋아…밥, 로보랑 겹치지 않게 조금 옮기는 게 좋을 것 같아. 골목길에서 나타나게 만든다면 네 갤러리가 광고를 다 막아버릴 거야.”

'건축가'가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갤러리가 근처 벽 장식을 따라 하도록 만들게. 네가 뭘 하든 안쪽을 통해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아니다, 그보다는 네 작품 주변에 전부 창문을 뚫어 놓을게.”

'화가'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에 전체 계획 지도를 보낼 테니까, 밤 정도에는 완성될 거야.”

“괜찮네.”

'조각사'가 말을 이었다.

“말했듯이, 절단사는 그냥 시체 가져다 놓을 거고, 샘은 괜찮을 거야. 소리는 그닥…아, 아니다. 밥이 만든 작품 안에서 나오는 소리 때문에 좆될 수도 있겠다. 네가 내일 아침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생겼네. 그렇지만 작은 문제니까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내 작품은 움직이니까 상관없을 거고. 여러분, 많이 가지치기하긴 했지만, 우리도 다 알고 하는 일이잖아. 전투 계획을 다 짜놓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이번 전시회가 끝나면, 우리가 왜 쿨한 사람들인지 잊어먹는 인간은 없을 거야. 내일 보자고.”

'조각사'는 종이를 정리하고는, 작은 폴더 안에 집어넣은 뒤 방을 나갔다. 그 뒤를 '건축가'와 '작곡가', '화가'가 따랐다. '절단사'는 시체 더미 안으로 파고들었고, '관리인'은 그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시체 더미 안쪽 깊숙한 곳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왜죠? 왜 저 치들 뒷정리를 해주는 거죠?”

방독면 격판이 진동했다.

“그게 제 역할입니다.”

“누가 역할을 정해준 거죠?”

“'비평가'께서 해주셨습니다.”

'절단사'는 시체 더미 위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당신 같은 존재를 휘두르고 다니는 거죠?”

“제겐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제 의지로 따릅니다.”

'절단사'가 얼굴을 굳혔다.

“정말 자유로운 사람이라면 명령을 따르지 않아요.”

'관리인'은 침묵을 지켰다.

“그렇다면 그는 당신이 정말로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건가요?”

“저는 저로서의 저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건가요?”

'관리인'은 침묵을 고수하였다. '절단사'가 낄낄대며 웃었다.

“당신은 새장 안의 새에요. 그 새장이 유리로 만들어져 있고 당신이 코뿔소이기는 하지만. 새장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도 모르죠?”

“전 이미 자유롭습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불쌍한 것. 불쌍하디불쌍한 것 같으니라고.”

'관리인'은 '절단사'와 얼굴을 마주하였고, 다시 한번 '절단사'의 팔이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떨리고 입이 바짝바짝 말라왔다. '절단사'의 얼굴은 그 무엇 하나 숨기지 않았다.

“저는 당신이 이해하는 것보다 더 자유롭습니다. 저는 욕망에서 자유롭고, 감정에서 자유로우며, 모든 것에서 자유롭습니다. 당신은 다른 것들로부터 자유롭겠지만, 저는 저 자신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관리인'은 한걸음에 방에서 나갔고, '절단사'는 내장 더미 위에 누운 채로 남았다. '절단사'는 엄지손가락에 묻은 피를 빤 뒤, 바닥에다가 뱉었다. 거짓말을 하고 있고, 망상에 사로잡혀있으며, '관리인'은 자유롭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되지, 피코는 생각했다.

그가 자유롭게 해주어야 할 것이다.

필드의 앞면 표시 몬스터는 전부 공격 표시가 되고, 표시 형식은 변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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